이런저런 일상잡담...(브레게 시계)
1.나는 현백무역센터점을 갈 때마다 브레게 매장에 한번씩 가요. 그리고 거기 진열대에 디피되어 있는 가장 비싼 브레게 시계를 한번씩 보고 오죠. 마지막으로 봤을 때는 1억 3천이었는데 그동안 달러가 올랐으니 지금은 1억 5천쯤 하지 싶어요.
2.물론 나는 시계에도 자동차에도 관심이 없어요. 그러나 만약에 시계나 자동차를 산다면, 남들이 엄두도 못 내는 걸로 하나 사고 싶거든요. 모건 하우절이 말했듯이 선을 넘는 소비는 자존심을 위한 소비라지만, 나는 선을 한번 넘을 거면 강하게 넘어야 한다는 주의니까요.
그리고 지금 내가 시계를 산다면 그 브레게 시계를 사고 싶어요. 굳이 그 브레게 시계를 기준으로 잡은 이유는 따로 있어요.
3.오늘은 주식이 떨어졌어요. 지난 주 기준 최고점에 주식을 팔았다면 그 브레게 시계 값 하나쯤은 건질 수 있었던 금액을 잃었죠. 사실 요즘은 주식이 오르면 그 브레게 시계 값 하나쯤은 쉽게 벌거나 잃거나 하고 있거든요. 그래서 아예 친구와 대화할 때 '1브레게'가 새로운 화폐 단위가 됐어요. '오늘은 1.5 브레게 벌었어.'또는 '오늘은 1브레게 잃었어.'라는 식이죠.
주식은 지난번 글에 쓴 뒤로 더 올라서 18배 정도까지 올랐어요. 그리고 오늘 떨어지자 별 생각이 다 들죠.
4.휴.
5.'지난주의 18배 가격이 역사적인 고점이었던 건가? 지난주에 도달했던 멀티버스가 올해 가볼 수 있던 멀티버스 중에 제일 좋은 멀티버스였나?'라는 생각 말이죠. 하지만 다시 분석해보면 역시 아니예요. 그 돈은 저곳에서 무럭무럭 자랄 거라는 확신이 들죠.
나는 요즘 정말로 돈을 한푼도 안 쓰고 다니거든요. 옛날에는 그럭저럭 쓰고다닌 적도 있었지만 지금은 남은 한톨까지도 멀티버스 여행에 집어넣고 있는 중이예요. 그걸 꺼내서 500만원짜리 패키지유럽여행을 가거나 3천만원짜리 가성비 좋은 중고차를 산다? 또는 좋은 침대를 산다? 그런 건 내게 없거든요. 사람들이 일상에 윤기를 내기 위해 쓰는 그런 지출 말이죠.
전에 썼듯이 나는 스케처스 운동화 하나 사는 것도 2년 기다려서 30%세일을 해야 사는 사람이란 말이예요. 그런데 무슨 500만원짜리 여행이나 3천만원짜리 중고차를 산다고? 그건 내가 꿈조차 꾸지 못할 지출이예요.
6.하지만 살아보니 내 행복이 그거인 것 같아요. 허리띠를 꽉 조이는 거 말이죠. 지난 10년간이 내 본성과 거리가 먼 삶이었고, 이렇게 살아 보니 이게 내 원래 본성인 것 같단 말이예요.
그래서 어쩌면 나는 인스타그램이 없던 80년대에 태어났으면 저금을 잘 했을 것 같아요. 그냥 평생을 검소하게살며 저금을 꼬박꼬박 하고, 흐뭇하게 통장을 꺼내보곤 하는 삶을 살았을지도요. 남들에게 욕망을 부추켜지지만 않았다면 말이죠.
7.위에는 시계를 사니 자동차를 사니 어쩌니 했지만 나는 그 시계를 영원히 사지 않겠죠. 다만 현대백화점에 갈 때마다 그 시계를 보러 가는 스케줄을 절대로 빼먹지 않을거예요. 왜냐면 그 시계를 볼 때마다 뿌듯한 기분이 들거든요.
왜냐면 돈이 불어날 때마다 그 시계가 내게 점점 더 쉽고, 만만한 시계로 보이기 때문이죠. 그게 제일 재밌거든요. 그 시계를 간신히 하나 살 수 있던 시기도 있었고, 시간이 지나 두세개 살 수 있게 되기도 했죠. 그러다가 다섯 개...그러다가 예닐곱 개...또 그러다가 다른 사내놈들이라면 정말 하나쯤 사버리고도 남을 만한 수준까지 오기도 했고요.
하지만 사지는 않을거예요. 그곳에 가서 그 브레게 시계를 볼 때마다 1브레게가 내게 점점 작은 화폐 단위가 되어간다는 사실에 만족하면서 살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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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 시간이 지나고 어느날엔...브레게 매장의 판매원이 내게 말을 걸 수도 있겠죠. 내가 1년에 몇번씩 그곳을 지나가며 그 시계를 물끄러미 보는 걸 눈여겨본다면 말이죠. 들어와서 한번 구경해 보라거나 한번쯤 시착해 보라고 할 수도 있을거예요. 요즘 세상에 그런 친절은 쉽게 보기 힘들겠지만.
하여간 판매원이 그런 제안을 한다면 나는 고개를 저으며 대답하겠죠. '고맙지만 사양할께. 아직은 저 시계를 살 돈이 없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