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국옥자' - 미키 17 감상

단순히 감독의 영어(사실 옥자는 한국어도 많았지만) 연출작 둘이라서 묶은 게 아니라 정말 '옥자'의 감수성으로 만든 '설국열차' 느낌이었습니다.


전하려는 메시지, 풍자나 비판의 대상이 계급간의 갈등, 육식과 대기업의 상업화/자본주의 등으로 분명하게 정해져있던 두 작품에 비해 이번 미키 17에서는 나름 오늘날의 시대정신을 넓은 붓으로 그려내보겠다...는 것이 봉의 의도가 아니었을까 싶었습니다.


제일 위험하고 더러운 일만 하다가 죽으면 곧바로 다음 버전이 나와서 또 투입되는 주인공 '미키'는 최대한 싸게 부려먹다가 나가 떨어지면 곧바로 다음 사람이 대체하는 오늘날 점점 늘어나고 있는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가장 극단까지 간 모습으로 보이기도 했구요.



GjzdsBkaIAAsR1k?format=jpg

작품의 악역이라고 할 수 있는 지도자와 그의 파트너를 연기한 마크 러팔로와 토니 콜렛이 현실의 누구를 모델로 했는지가 영화에 대한 호불호를 떠나서 나름 관객들 사이에서 재미요소인데 뭐 극우/파시즘에 대기업 샤바샤바하는 그런 행보를 보여온 정치인/사업가들은 과거, 현재를 통틀어 누구를 대입해도 대충 들어맞지 않을까 싶습니다.


한국 관객들은 너무 자연스레 용산커플...을 떠올릴테고 미국, 해외의 관객들은 현 미국 대통령을 가장 많이 매치시킬 것 같습니다. 특히 러팔로가 이번 연기에 약간 특이한 목소리 톤을 썼는데 그게 상당히 비슷하구요. 저는 개인적으로 작중 행보와 여러가지 설정들만 보면 일론 머스크 + 전광훈이 떠올랐습니다. 이 무슨 끔찍한 혼종;;


그런데 암울한 세계관 속에서 그냥 조그마한 희망 정도를 보여줬던 전작들에 비해 이번엔 좀 다같이 연대해서 영차! 영차! 해보자는 분위기라 요즘 세상 돌아가는 꼴을 보고 좀 이런 응원이 필요하다고 생각하셨나 싶었습니다. 원작을 안 봐서 그대로 각색한 것인지는 모르겠지만요. 이거 뭐 SF 켄 로치 영화인가? 이런 드립도 혼자 치면서 하하;;



1억불이 훌쩍 넘는 감독 커리어 최다 제작비로 만든 영화인데 어째 우주로 가고 행성도 나오는데도 설국열차보다 더 스케일이 소박하게 느껴졌습니다. 당연히 봉준호가 스펙타클로 뭔가 방점을 찍을 감독이 아니라는 건 알았지만 그래도 조금 김이 새는 것은 어쩔 수 없었어요. 액션 같은 건 당연히 기대하시지 마시구요. 대신 옥자를 잘게 썰어서(?) 마구 번식시킨듯한 일명 '크리퍼'들을 보는 아기자기한 재미는 기대해보셔도 좋습니다.

GktvipRWMAAWgOM?format=jpg



Screenshot%202024-09-18%20112703.png

주인공 설정, 비중상 당연히 로버트 패틴슨이 거의 이끌어가는 영화인데 '트와일라잇' 시리즈 이후 배역 선정이 정말 한결 같습니다. 이쯤 되면 일부러 이미지를 떨치기 위해서라기보다 그냥 본인 취향이 원래 이런 캐릭터들인가봐요. 아직 한창 젊은 나이에 이미 중년 디카프리오처럼 '잘생긴 얼굴 왜 이렇게 써요?' 계파의 일인자로 올라선 느낌이었습니다. 


조연진 중에서는 마크 러팔로, 나오미 액키가 자기들 활약할 씬에서 알차게 챙겨드셨구요. 스티븐 연이 좀 재능낭비하는 역할이라 아쉬웠습니다. 감독님 같은 한국 혈통한테 왜그러셨어요~ 하고싶은 심정이네요. 그리고 개인적으로 제일 기대했던 토니 콜렛도 생각보다 비중이 적어서 그게 가장 실망이었습니다. 그나마 활약하는 씬들도 이 배우의 진가를 제대로 살려주진 못했던 것 같아요.


의외로 얼굴은 좀 눈에 익지만 이름은 잘 몰랐던 단역급 비중의 출연진들 활약이 나름 돋보였습니다. '파고'의 마이크 야나기타로 기억하고 있는 분들이 계실 역시 한국계 배우 스티븐 박과 작중 과학자 그룹에서 가장 튀는 여배우분도 눈에 들어왔어요.


그리고

anamaria-vartolomei-french-romanian-actr

예고편 등 사전정보상으로는 그냥 단역 같았는데 막상 본편에선 꽤나 중요한 조연으로 나온 아나마리아 바르톨로메이 배우인데 어디서 봤다 싶었더니 임신 중절수술을 다뤄 큰 호평을 받고 베니스 황금사자상을 받은 '레벤느망' 주인공을 맡으셨던 분이었네요.


그리고 당시 베니스 심사위원장이 바로 봉준호 감독이었습니다. 그때 눈여겨보고 결국 자기 작품에 캐스팅한 것 ㅋㅋㅋ

    • 할리우드가 외국계 감독에게는 상업적 성공의 잣대가 상대적으로 더 엄격하지 않나요?
      예술성이 있다해도 흥행성적이 형편 없으면 차기 제작이 정말 힘들어지는..
      설국열차, 옥자 다 봤습니다. 이번 영화의 스타일이나 스케일 감이 오긴하는데
      흥행에서 어느 정도 성과를 보여주면 좋겠어요. 

      • 제가 느끼기엔 잣대가 딱히 더욱 엄격하다거나 그런 것 보다는 아무래도 외국에서 '예술/작가주의'로 유명한 감독들이 할리우드 대형자본으로 바로 흥행에서 터뜨리는 경우 자체가 잘 없기는 한 것 같습니다. 드니 빌뇌브도 블레이드 러너 2049는 말아먹었는데 다행히 기회를 한번 더 받아서 듄으로 성공했고 폴 버호벤 영감님은 그런 유럽 동료들 사례 때문인지 할리우드 와서는 대놓고 오락성에 더 신경을 써서 만들었던 것 같아요.




        안타깝게도 북미 오프닝 추정치가 별로 높지 않습니다. 전문가 리뷰 평점은 높지만 일반관객들 사이에서 입소문이 좋게나야 그나마 장기흥행을 노려볼텐데 오늘 보고온 느낌으로는 불안해요...

    • 관람 후 유일한 의문은 3막에서 미키의 정체성 이야기가 주요서사에서 밀려나서 미키가 진짜 '익스펜더블'이 되어버리는 것도 감독의 의도인가? 정도입니다. 3막의 유일한 미덕은 워너가 설국열차때와는 달리 편집하자는 얘기 못할 만큼 감독이 거물이 된걸 확인할 수 있었다는 거구요.
      • 커리어 내내 '감독판'이 따로 필요 없었다는 걸 자랑처럼 말하는 분인만큼 다 본인 의도라고 생각합니다. 저는 결국 그 결말도 미키의 정체성 서사에서 이어지는 거고 마지막에 뜨는 제목에서 완성됐다고 봤어요.




        설국열차 때는 워너가 아니라 미국 배급을 맡은 와인스타인 컴퍼니의 하비 와인스타인이었죠. 어차피 투자, 제작 주체가 국내였기 때문에 감독 비전대로 지켜내긴 했는데 여기에 대한 보복성으로 와이드 릴리즈를 안해줬다고 들은 것 같아요. 뭐 했어도 흥행 대박이 났을 것 같지는 않지만 그래도 더 많은 일반관객들의 선택지에 들어가지 조차 못해본 건 많이 아쉽죠.

    • 저는 어머니와 함께 봤는데, 어머니는 "중간에 이야기가 좀 산만하다" 라고 하셨습니다. 이것저것 할말도 많고 꼬아넣은 코드도 이것저것 많은 만큼 평범한 봉준호 영화긴 한데, 결국은 평범해서 문제라고 할 수도 있겠네요. 사회학 봉준호가 앞으로 나와서 이야기보다 비꼬는 풍자 주체 쪽이 더 강한 만큼 시시한 우화처럼 보이는 것도 있겠고요. 어쨌든 봉준호 이름값 생각하면 정말 평범한데, 이 정도로 지금 자아만은 우주급인 K-반도국민들에게 먹힐지는 모르겠네요. 


      P.S. 트위터에서 누가 한 농담이 "중간 고사 성적에 불만이 생긴 심리학 교수가 '여러분의 성적이 마음에 안들어서 더 어렵게 냈습니다'라고 뻥치고 더 쉽게 낸 기말고사 문제 같은 영화"라는 거였습니다. 머 생각하기 나름이겠네요. 


      :DAIN.

      • 산만하다고 어머님과 비슷하게 보실 관객들도 많을 것이라 생각됩니다. 원래 할말이 많긴한데 전작들은 각 작품마다 그 주제가 정해져있던 반면에 이번엔 정말 좀 많았던 것 같아요.




        자잘하게 완성도 따져보면 평작은 좀 가혹한 평가 같은데 아무리 오스카를 석권했어도 아직 '봉준호'라는 이름이 흥행을 보장하지 않는 북미에서는 1억불짜리 SF물에서 기대하는 스펙타클이나 액션이 없고 특유의 자잘한 블랙코미디와 풍자를 얼마나 줏어먹느냐에 따라 갈릴 것 같아요. 그 농담은 직관적으로 확 와닿지는 않네요. 저에게는 ㅎㅎㅎ

    • 뭐 일단 응원은 하게 되지만 개인적으로 봉준호 영화들은 그냥 '로컬'로 만든 것들이 훨씬 재밌었기 때문에 이게 잘 안 돼서 앞으로 로컬에 전념하시는 것도 제겐 나쁘지 않은 시나리오이고... 그렇습니다. ㅋㅋㅋ 암튼 적어 주신 내용을 보면 그동안 봉준호의 해외 합작(?) 영화들 보면서 느꼈던 아쉬움 같은 게 오히려 더 파워업 된 느낌이라 별로 기대는 안 되네요. 그래도 재미는 있겠습니다만.

      • 저는 해외배우들하고 계속 같이하는 모습도 궁금한데 이게 흥행이 잘 안되면 다시 이정도 규모 투자는 어렵지 않을까 싶어서 응원합니다. 물론 다시 넷플릭스랑 한다던가 그러면 모르겠지만요.




        제 개인적인 감상으로는 설국이나 옥자의 단점이 확 두드러졌다 뭐 이렇진 않았어요. 오히려 더 높게 평가할 부분도 적지 않구요. 다만 '기생충' 이후 평소보다도 더 기대치가 올라간 상황에서 6년만에 나온 후속작으로는 아쉬운 면도 컸습니다.

    • 결국 예측한 대로, 시시하고 뻔한  우화 하나 찍은 거네요 ㅋㅋ. 왜 자꾸 작품을 '프로파간다화' 하는지 모르겠습니다.  로컬작이나 찍으면 될텐데요..TT

      • 우화라면 우화인데 그렇게까지 시시하거나 뻔하지는 않았습니다. 이건 관객마다 차이가 있겠지만요.




        그리고 봉준호는 '플란다스의 개'부터 메시지나, 정치/사회 비판은 한결 같았죠. 이게 프로파간다면 처음부터 프로파간다 감독이었던 거죠.

게시판 2012

번호 제목 글쓴이 조회 날짜
[공지] 게시판 규칙, FAQ, 기타등등 462,407 01-31
[공지] 게시판 관리 원칙. 147,940 12-31
제 트위터 부계입니다. 3 122,151 04-01
130354 새해복 많이 받으세요 10 187 12-31
130353 아바타 3를 보고 유스포 2 192 12-31
130352 [핵바낭] 올해 잉여질 결산 잡담 14 334 12-31
130351 아바타: 불 과 재 보고 왔어요 짤막 소감 6 229 12-31
130350 [영화강추] '척의 일생' 8 249 12-31
130349 흑백요리사 2 8~10회, 싱어게인 4 탑 4 결정 6 285 12-31
130348 Lacombe Lucien(1974) 7 131 12-31
130347 [관리] 25년도 보고 및 신고 관련 정보. 15 324 12-31
130346 Isiah Whitlock Jr. 1954 - 2025 R.I.P. 2 138 12-31
130345 [왓챠바낭] 우편배달부 말고 '포스트맨은 벨을 두번 울린다' 잡담입니다 12 268 12-31
130344 [넷플] 말 많고 탈 많은 '대홍수' 드디어 봤습니다 14 453 12-30
130343 [반말주의] 다들 올해 고생 많았어!! 새해 모두 건강하고 복 터지길 바래!! 12 186 12-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