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바낭] 이명세 & 심은경 앤솔로지, '더 킬러스' 잡담입니다
- 작년 영화입니다. 런닝타임은 1시간 59분. 스포일러는 뭐... 또 흰 글자로 적어 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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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밍웨이 소설에서 모티프를 얻었다지만, 보다 보면 진짜 모티프로 삼은 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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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그림에 가깝습니다. 찾아보니 제작진도 그렇게 밝혔네요.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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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 이런 식으로 말입니다.)
- 앤솔로지니까 그냥 요약 & 결론부터 적어 보면요.
해밍웨이의 단편 '살인자들'을 모티프로 삼아서 만들어낸 네 편의 이야기... 라고 주장을 하는데 정작 영화를 보면 그 소설과 모양새가 닮은 건 마지막 이명세 연출 작품 하나 뿐이구요. 나머지는 그냥 살인자가 나오고 심은경도 나오는 이야기들일 뿐입니다. 그나마 이명세의 이야기도 발단만 비슷하고 전혀 달라요.
당연히 이야기들의 내용과 스타일은 그냥 각양각색, 전혀 연관이 없습니다. 각 감독들이 자기 장기대로 만든 30분 가량의 단편들을 묶어 놓은 거죠. 당연히 본인 개성이 강한 감독들 영화가 더 강한 인상을 남기고 그래서 김종관과 이명세의 작품이 가장 기억에 남습니다만. 그게 꼭 그 이야기들이 가장 재밌다는 건 아니구요. ㅋㅋㅋ 재미로 따지면 상대적으로 가장 존재감이 약하다고 할 수 있는 노덕 감독의 이야기가 제일 재밌었어요.
암튼 뭐... 네 편의 이야기가 모두 평타 이상은 해 줬다고 느꼈습니다. 앤솔로지면 꼭 하나씩 있게 마련인 함정 카드가 없다는 게 큰 장점인데, 그게 또 각 감독들의 커리어 하이급이냐 하면 그것도 아니고... 하하; 그러니까 큰 기대 없이 네 감독 스타일을 묶음으로 한 번에 즐겨보세. 대충 이 정도로 목적을 설정한다면 괜찮은 시간 보낼 수 있는 작품 아니었나. 뭐 이 정도로 애매하게 마무리 하고 각각의 소개를 해 보겠습니다.
1. 변신 - 김종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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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하게 고급진 바에서 벌어지는 이상한 일들을 다루지만 미스테리는 처음에 알려주는 거나 다름 없구요, 그냥 분위기를 즐기면 됩니다.)
- 한밤중, 무척이나 김종관스럽게 아련하고 비현실적인 느낌의 길거리에 세워진 차에서 연우진이 내리는데 등짝에 칼이 꽂혀 있네요. 비틀거리며 거리를 헤매다 정신을 차려 보니 심은경이 주인 겸 바텐더인 고급진 바에요. 어떻게 여길 들어왔는지 기억도 안 나지만 말을 들어보니 쓰러진 걸 심은경이 줍줍해서 앉혀 놓은 듯도 하구요. 본인 등에 꽂힌 칼도 잊고 느긋하게 술도 한 잔 하고 세수도 하고 나와서 대화를 해 보는데 역시나 우리 은경씨는 계속해서 신비롭고 아름답지만 뭔가 좀 위험해 보입니다. 그러다 다른 손님들도 들어오고... 계속해서 은경씨는 수상하고... 뭐 그런 얘깁니다? ㅋㅋㅋ
: 감독의 전작들 중에서 아이유 앤솔로지 '페르소나'에 들어 있던 에피소드가 생각이 났습니다. 이게 꿈인지 생신지 현세인지 저승인지 알 수 없는 신비롭게 애매한 분위기를 깔면서, 뻘한 느낌의 코미디를 많이 섞어서 느긋하게 흘러가는 이야기에요. 대략 중반까지는 이거 또 별 이야기 없이 분위기로 끝내는 작품인 것인가! 하고 의심했지만 그렇진 않아요. 마지막엔 모든 수수께끼가 다 풀리고 나름 클라이막스다운 장면도 넣어줘서 깔끔하게 마무리하고 그럽니다.
다만 마지막에 밝혀지는 그 수수께끼란 게 좀 뻔하고... 그렇게 재밌진 않아요. 역시나 이야기보단 분위기, 영상미와 '여배우 아름답게 찍어주기 1인자'라 불리는 김종관 감독의 특기를 즐긴다는 마음가짐으로 보시는 편이 좋습니다. ㅋㅋ 제가 근래에 호감을 갖게 된 정이서 배우도 나와서 기대를 했는데, 역할은 크지 않지만 나름 괴상한 연기들(?)을 보여줘서 그럭저럭 만족했습니다.
2. 업자들 - 노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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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으로 알기 쉽고 즐거운 코미디입니다. 재미로 따지면 네 편 중 가장 낫구요.)
- 애프터스쿨 출신 잘 나가는 연기자 나나님께서 어둠의 조직 대표님에게 살인 청부를 의뢰하고 있습니다. 무려 6억을 내겠다며, 선금 3억을 쓰고 결과가 나온 후에 잔금을 지불하겠다니 대표님께선 반색을 하시구요. 그래서 타겟에 대해서 자세히 설명을 해주고는 "꼭 고통 받으며 죽게 해달라."며 떠나는데요. 이 대표님께선 또 다른 대표를 불러다 이 의뢰를 하청으로 넘깁니다. 당연히 액수는 절반 이하로 팍 줄었고... 근데 이 대표님께서 또 자기 부하 똘마니에게 이걸 넘겨요. 이제 보수는 천만원대까지 내려갔는데... 그 똘마니님께선 아직 똘마니급도 안 되는 조폭 꿈나무 일반인을 불러다가 이걸 백만원대로 하청을 줍니다. ㅋㅋㅋㅋ 그래서 피라미드 바닥의 우리 꿈나무님께선 본인 친구들 둘을 소환해서 일에 착수합니다만. 한 가지 중대한 문제가 하나 더 있습니다. 이 놈들이 하청에 하청에 하청을 주는 동안 우리 의뢰인께서 구구절절 설명해 준 타겟 정보를 축소하고 왜곡해 버려서 실제로 일 할 놈들은 엉뚱하게도...
: 노덕 감독의 대표작은 '연애의 온도'가 아닐까... 싶지만 이 단편과 가장 닮은 건 '특종: 량첸살인기'입니다. 비틀린 코미디로 사회 풍자를 하는 이야기니까요. 재밌는 건 이 어처구니 없어 보이는 이야기가 사실 실화에 바탕을 두고 있다는 겁니다. 한국은 아니고 중국 일이었는데 정말 거의 비슷하게 흘러간 사건이 있었어요. 결말도 비슷하구요. ㅋㅋ
가장 큰 장점은 이 영화에 담긴 네 편의 영화들 중 가장 알기 쉽고 따라가는 데 난이도가 없는 이야기라는 겁니다. 그냥 술술 흘러가고 꽤 웃겨요. 주연 배우들도 카메오들도 다 잘 캐스팅 되어 재미를 주고요. 전체적인 이야기 뿐만 아니라 자잘한 대사들도 재치 있으며 코미디의 타이밍도 괜찮습니다. 무슨 임팩트나 무게감이랄 것까진 없긴 한데... 어차피 야심 없는 소품이라는 걸 감안하고 볼 때 흠 잡을 데 없이 잘 뽑힌 코미디였어요. 잘 봤구요.
3. 모두가 그를 기다린다 - 장항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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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란티노 스타일을 해보고 싶으셨던 겁니다.)
- 아마 배경이 70년대였던 것 같구요. 한밤의 허름한 식당 겸 술집에 장현성이 들어섭니다. 식당 사장인 할매가 집을 비운 사이에 그 딸이 대신 운영 중인 듯 한데. 장현성을 보자마자 참 잘 생겼다며 이것저것 물어보고 들이대고 그래요. 둘의 대화를 보면 장현성은 이 동네 사람도 아닌데 보름 전부터 매일 같은 시각에 이 식당에 들러 식사를 하고 가고 있고, 그래서 좋아하는 여자라도 기다리는 거냐... 라고 떠보는데 우리 현성씨는 그게 귀찮았는지 화장실을 간다며 식당을 나가서는... 근처 차에 있던 동료 형사에게 갑니다. 사실 이 둘은 경찰서장의 엄명으로 정체 모를 전설의 킬러를 기다리고 있어요. 외모도 나이도 아무 것도 모르지만 아무튼 그 식당에 반드시 나타날 거라는 괴상한 정보 하나만 믿고 기다리는 장현성 형사님. 그 기한이 딱 오늘까지였는데, 과연 슬슬 수상한 놈들이 찾아오기 시작하는 심야의 동네 식당. 과연 그 분은 나타날 것인가!!!
: 심은경은 안 나와요. 그 시절 잡지 표지 모델로 슬쩍 스쳐지나가고 끝입니다. ㅋㅋ
장항준 하면 아직도 떠오르는 건 옛날 옛적에 히트했던 코미디 영화들인데요. 이 영화는 시작부터 끝까지 거의 진지 심각 살벌한 스릴러입니다. 뭔가 서부극 분위기도 나고 무협물 분위기도 나는데 디테일은 한국적인 것들이라 그 부조화가 좀 재밌었구요. 계속해서 긴장감을 쌓아가다가 막판엔 타란티노스런 클라이막스를 맞는 이야기인데... 재미는 있었지만 살짝 '그래서 뭐?'라는 생각이 들기도 했어요. ㅋㅋㅋ 그냥 장항준이 이런 이야기 한 번 만들어보고 싶었구나... 라고 생각하고 말았습니다. 괜찮았지만 살짝 아쉽기도 했네요.
4. 무성영화 - 이명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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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미 여부를 떠나서, 이 영화의 핵심 에피소드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감탄하며 봤어요.)
- 앞서 적었듯이 가장 원작과 닮은 이야기지만 설정은 그냥 대놓고 환타지 세계관이에요. 보통 사람들 사는 바깥 세상에서 못 버티고 도망친 사람들이 모여 사는 어둠의 지역이 있고 그 곳의 한 식당이 배경입니다. 이 지하 세계(?)의 탄생 1000일을 기념하는 파티를 기획하느라 한창 떠들썩한 이 식당에 갑자기 서부 영화에나 나올 법한 옛날식 코트를 걸치고 쌍둥이 같은 차림을 한 두 남자가 나타나서 식당 사장 겸 직원들에게 거칠고 폭력적으로 굴기 시작해요. 그러다 잘난 척 뽐내며 자기들 목적을 밝히는데, 매일 정확하게 6시가 될 때마다 이 식당에 나타나는 사람을 암살하러 왔다는 거죠. 본인들은 정부 일을 하는 사람들이고, 조국과 민족을 위해 큰 길을 준비하신 우리 영도자님이 어쩌고 저쩌고 하며 찬양을 하고... 그러는 가운데 식당 사람 3인조가 이 놈들을 어떻게 처리할까. 어떻게 해야 그냥 돌려보낼 수 있을까. 이런 궁리를 하는 이야긴데요. 음. 솔직히 이런 걸 길게 적고 있는 게 시간 낭비 같은 것이...
: 이 영화의 제작을 겸한 이명세 감독이 드디어 출동했습니다. 대체 이게 몇 년만이신가! 하고 확인해 보니 2007년에 연출한 'M'이 마지막이니 무려 17년만이군요. 영영 은퇴하신 줄 알았는데 너무 반가워서 이 분 이름을 보고는 덥썩 재생을 해서 보게 된 것이었는데요.
와... 그간의 세월이 전혀 느껴지지 않는 작품이었습니다. 좋은 쪽으로도, 좀 오묘한 쪽으로도요. ㅋㅋㅋ 간단히 말하면 'M'을 만들고 그 다음 해에 만들었다고 해도 믿겠다... 라고 할 수 있겠네요. 그 작품에서 사람들이 열광했던 부분과 난감해했던 부분이 모두 그대로입니다. 끝내주게 '스타일리쉬'한 비주얼과 따라가기 힘든 스토리 텔링이요. 그래서 반응이 극과 극으로 갈릴만한 작품 아닌가 싶었습니다만.
개인적으론 17년이나 쉰 양반이 전보다 떨어지긴 커녕 오히려 더 압도적인 비주얼 성찬을 벌이고 있다는 사실이 너무 감탄스러워서 그냥 좋게 봤어요. 하지만 솔직히 재미는 없었습니... ㅋㅋㅋㅋ
+ 심은경이 영화의 테마(?)가 된 이유는 좀 우연과 인연 같은 거였다고 하네요. 어쩌다 회사 사장님 등과 함께 이명세를 만나 차를 마시게 됐는데 본인 연출 에피소드에 나와 줄 수 있겠냐 그러더래요. 그래서 냉큼 오케이 했는데, 영화 기획이 진행되면서 뭔가 네 가지 이야기를 더 직접적으로 이어줄 요소가 있음 좋겠다. 그러다가 모든 에피소드에 출연하는 걸로 되었다고. 이 여세를 몰아(?) 지금은 김종관 감독 영화에 출연 중인가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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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은경 본인에겐 6년만의 한국 영화 컴백작이기도 합니다.)
- 에피소드별 스포일러 구간입니다.
1. 변신 : 우리의 주인공 연우진씨는 조폭에서 하부 관리직 쯤을 맡아 일하다가 뭔 사정인지 암튼 조직 돈을 빼돌리고 있었어요. 그것도 아주 하찮은 액수지만 꾸준히 습관적으로 그러다가 실세급 중간 보스에게 들통이 난 거죠. 그래서 최종 보스의 승인 하에 칼 맞아 죽을 상황에서 죽어라 내빼는 데 성공. 하지만 등에 맞은 칼 때문에 죽어가던 장소가 하필 그 고급진 바 앞이었고. 그 바를 운영하는 뱀파이어(핫하.) 심은경이 데려다가 피를 빨아 살려 놓은 거였습니다. 하지만 연우진은 죽어가던 상황이라 물린 기억이 없고, 어쨌든 뱀파이어가 된 터라 등에 꽂힌 칼도 별로 신경 안 쓰이고 해서 그 꼴로 술 마시며 심은경과 수다를 떨고 있었던 거죠. 우리 정의로운 은경 뱀파이어께선 젊은 여배우를 만취 시켜 어떻게 해 보려는 영화 감독님을 콱 죽여서 피 드링킹을 하기도 하고. 그 여배우는 심은경이 술에 탄 뱀파이어의 피를 먹고 혼자 황홀경을 느끼다가 혼자 일어나 춤을 추고... 뭐 이런 장면이 좀 나오구요. 마지막엔 연우진을 추격해 온 조폭들이 술집에 들어와 폼을 잡습니다만, 방금 전에 심은경의 설명을 들은 연우진씨의 뱀파이어 능력 발휘 데뷔전의 희생양이 되어 모두 갈갈이 찢겨 죽어나갑니다. 끝이에요.
2. 업자들 : 그래서 청부 살인 하청의 하청의 하청을 받은 우리 모질이 젊은이 3인조는 윗선에서 전달 미스가 난 잘못된 정보를 들고 일하러 갔다가 엄한 여자를 납치해 가는데 그게 심은경입니다. (매번 다른 캐릭터입니다.) 우리가 이거 돈 때문에 하는 게 아니야! 니가 그동안 한 나쁜 짓들을 생각해 보라고!! 라고 윽박지르며 누가 먼저 찌를까 회의를 하고 있는데... 심은경 엄마에게 전화가 와요. 그러자 이거 통화 시켜 놓고 들어 보자. 얼마나 나쁜 놈인지 지 부모 대하는 거 보면 바로 알 수 있겠지! 이러는데... 통화 내용을 보니 넘나 사랑이 넘치는 모녀 관계에 정말 진심 효녀인 겁니다. 게다가 좀 더 들어보니 얼마 전에 병으로 자기 딸을 잃어서 삶의 의욕도 없다 그러고. 얘길 들으면 들을 수록 도저히 죽일 수가 없어요. 하지만 그래도 일은 해야 하니 뭐라뭐라 막 고함을 치며 우겨 보는데... 그나마 이 젊은이들이 제대로 전달 받은 내용이 '타겟은 대학 교수다'였는데 이 사람은 원무과 직원이래요. 아 망했습니다. 이걸 어쩌나... 하는데. 이때 심은경이 상황을 파악하고는 오히려 이들에게 역으로 의뢰를 합니다. 아마 진짜 나쁜 대학 교수라면 내가 아는 누구누구일 거다. 나도 그 인간 정말 싫고 원한도 있으니 내 딸 죽고 받은 보험금 3억을 니들에게 1억씩 나눠줄 테니 날 보내주고 갸를 죽여달라.
그동안 '돈은 중요하지 않아!' 라고 외쳐왔지만 참으로 가난한 젊은이들은 이 말에 넘어가서 결국 1억씩 송금 받고 공손하게 심은경을 보내줘요. 그러고는 어디론가로 가서... 외국인 노동자 청년을 불러냅니다. 그러고는 윗사람들이 자기들에게 했던 것처럼 또 하청을 맡기네요. ㅋㅋㅋ 그것도 거의 공짜로 맡겨 놓고 자기들끼리 행복한 표정으로 그 1억과 함께할 미래를 상상하며 떠납니다만.
마지막 장면이 신문 기사입니다. 살인 청부를 하청에 하청에 하청과 하청을 넘기던 놈들이 마지막 하청을 받은 외국인의 경찰 신고로 일망 타진되었다며...
+ 심은경이 엄마와 통화하는 장면이 길게 나오는데, 그 목소리는 심은경의 실제 엄마가 맡았다고 합니다. 연기 욕심이 있는 분이라며... ㅋㅋ
3. 모두가 그를 기다린다 : 그래서 등장 인물은 식당 여주인, 이 분이 호감을 갖고 있는 고정 고객님 장현성... 인데 사실은 전설의 수배범 잡으러 온 형사님. 밖에서 대기 중인 그의 파트너. 그리고 중반에 등장하는 딱 봐도 범죄 조직원 분위기의 험악한 남자 2인조입니다. 이들이 서로 으르렁거리며 식당에서 폼을 잡고 있는데. 밖에서 대기 타던 파트너에게 교통 순경이 와서 뭐하는 거냐고 검문 비슷한 걸 해요. 그래서 아 씨 이놈아 난 강력계 형사야 이러면서 신분증을 들이밀자 교통 순경은 숨겨뒀던 칼로 파트너를 난도질하고는 피식 웃으며 식당에 들어갑니다. 여전히 순경 행세를 하며 식당 안 인물들에게 수작을 걸어 보지만 형사님이 대번에 '순경은 그런 거 안 해!' 라고 외치며 총을 꺼내들구요. 그러자 순경과 조폭 둘까지 총을 꺼내들고 서로를 겨누며 타란티노식 (영웅본색... 이라고도 할 수 있겠지만 타란티노에 가깝습니다) 경계 상태가 형성됩니다.
그렇게 한참 서로 고함을 치며 난리를 치다가, 순경이 사람들이 자길 그 전설의 수배범으로 생각하고 있다는 걸 깨닫고 아이 씨 뭐여~ 나도 그 놈 잡으러 온 건데! 이러면서 자신이 그 놈이 아니라는 걸 증명해요. 그 놈에겐 왼쪽 어깨에 문신이 있다는데, 그쪽 옷을 내려 보여주니 아무 것도 없는 거죠. 그러자 조폭이 상황 정리를 합니다. 저 놈은 아니었어. 우리는 우리가 아니라는 걸 서로 알아. 그리고 저 놈은 형사임이 분명해. 그렇담 그 놈은...?
...하는 순간 썩은 미소와 함께 정체를 드러내는 식당 여주인. 순식간에 무협 고수 같은 몸놀림으로 식당 안의 사람들을 싹 다 제압해 버리고 온 몸에 피를 적신 채 "아쉽네. 아저씨는 맘에 들었는데." 라며 쓰러져 신음하고 있는 장현성을 죽이고 밖으로 나가요. 밖에는 아까 순경 행세 킬러에게 칼 맞은 장현성의 파트너가 바닥을 기고 있었구요. 눈앞에 나타난 여주인의 피투성이 다리를 보고 고개를 들려 하자 "날 보면 너도 죽여야 해. 머리 얌전히 숙이고 있어." 라고 하자 파트너는 부들부들 떨며 고개를 떨구고. 태연하게 걸어가던 여주인은 귀가하는 자기 엄마를 만나 "왜 이렇게 늦었어?"하고는 그대로 길을 떠납니다. 아마 엄마도 동종 업계 종사자였나봐요. 끝.
4. 무성영화 : 아니 이건 뭐라고 정리하기 참 난감한 이야긴데요. ㅋㅋ 그냥 '누군가'를 죽이러 온 정부 측 킬러 두 명. 아주 비인간적이고 폭력적이며... 간단히 말해 박정희 시절 각하에게 충성하며 삶의 보람을 찾던 군인 같은 인간들이구요. 식당 주인 3인방은 대충 '민초'를 상징하는 인물들 쯤 됩니다. 극중에선 여러 번 '아무 것도 하지 않으면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을 것이다' 라는 대사가 반복되구요. 대체 그 '누군가'가 누구인진 모르겠지만 대략 저항 세력의 히어로쯤 되는 거겠죠. (그런 설명은 전혀 없습니다.)
내내 킬러 2인조에게 억눌리지만 나름 열심히 반항할 틈을 노리는 3인방. 계속 번번이 실패하구요. 그러다 결국 '누군가'가 찬란한 후광과 함께 그림자로 입장하는데... 그 모습이 안 보이게 당당하게 막아서는 심은경. 그리고 그때 목숨을 걸고 2인조에게 달려드는 나머지 두 식당 주인. 이명세 스타일로 아주 슬프고 아름다운 몸싸움 끝에 한 명은 킬러들 총에 맞아 죽지만 결국 킬러들의 암살을 차단하고 식당에서 쫓아냅니다. 이후 결연한 표정의 심은경을 보여주고, '아프레, 쓸라(Apres cela)' 라는 프랑스어 자막을 띄우며 엔딩입니다.
+ 고창석이 식당 주인으로 나오는데요. 영화 출연 후 나온 라디오에서 "내용도 모르겠고 알고 싶지도 않다."고 했다고 합니다. 으하하...
홍사빈 배우에 대한 팬심으로 2번에 점수를 주고 싶습니다./ 이명세 감독은...나의 사랑 나의 신부는 도대체 어떻게 찍을 수 있었을까요
그냥 각본이 그 시절 기준 잘 뽑혀 나와서... 가 아니었을까요. ㅋㅋ 한동안은 무려 흥행 감독 이명세 감독님이셨잖아요. '인정사정 볼 것 없다'가 피크였던 것 같구요. '형사'에서 고독한 아티스트의 길로 들어설 기미를 보이시고 그걸 'M'으로 확실하게 보여주신 후 17년간 잠수. 그러고보면 참 드라마틱한 경력이었네요.
요새 각 극장 체인에서만 상영되는 영화들이 꽤 많아요. 이유는 알거 같기도해요. 이 영화는 '롯데시네마'에서만 했을거여요.
그랬군요. 제가 워낙 극장을 잘 안 가긴 하지만 그래도 이명세에 심은경 영화인데 이런 작품이 나온 줄도 모르고 넘어간 게 신기했는데 그런 배급 사정의 영향도 있지 않았을까 싶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