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빙바낭] 페드로 알모바도르, 틸타 스윈턴의 '휴먼 보이스' 잡담입니다

 - 2020년작입니다. 런닝 타임은 30분이지만 77분이기도 해요. 스포일러랄 건 없지만 마지막 장면은 본문에 적지 않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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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모바도르 최초의 영어 영화라고 하죠. 거기에 대해서도 감독 본인의 설명을 실컷 들을 수 있는 영화(?)입니다.)



 - 세상 다 버려도 좋을 것처럼 사랑했던 남자에게 버림 받은 여자가 3일간의 연락 두절 기간 동안 이별의 상황을 받아들이지 못해 몸부림치다가, 결국에는 걸려온 그의 전화를 받고 통화하며 화도 내 보고 울어도 보고 애원도 해 보고 설득도 해 보고 오만가지 방법을 다 써가며 남자를 붙잡아 보려고, 혹은 자신의 존엄성이라도 지켜 보려고 애를 쓰는 이야기입니다. 단편 답게 간단해서 좋네요.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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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빨간 옷을 입게 되겠구나'라고 생각했다던 틸다 스윈턴님. ㅋㅋㅋ 원래 진짜 팬이어서 주기적으로 요 감독님 영화를 몽땅 다 재감상하신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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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받아랏 빨간색 어택!!!!!!)



 - 장 콕토의 희곡을 각색한 거라는데 전 원작은 당연히 읽지 않았으니 (당당!) 거기에 대해서 할 말은 별로 없구요. 다만 예전에 다른 영화 보고 검색하다가도 그 작품의 영화판 정보를 본 적 있거든요. 그리고 지금 검색해 보면 또 다른 버전의 영화가 가장 먼저 뜹니다. 그 외에도 '깊은 영향을 받았다'고 주장하는 영화들 몇몇의 정보가 뜨구요. 여러모로 예술가들, 이야기꾼들에게 깊은 감명을 준 작품이었구나... 라고 생각했네요.

 하지만 감독 본인이 직접 밝히듯이 아주 많이 바꿔 버린 이야기라고 하니 원작 재현 같은 걸 기대하심 안 되겠구요.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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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작은 아무래도 1930년 희곡이다 보니 요즘 & 나의 도덕관에 맞지 않더라. 하지만 절대 원작을 폄하하는 건 아니라고!! 라고 몇 번을 강조하더군요.)



 - 런닝타임에다가 저렇게 적어 놓은 이유는 티빙에서 서비스 되는 버전의 특징 때문입니다.

 분명히 30분이라고 하는데 티빙에 올라온 영상은 77분이거든요. 이게 뭔데? 하고 영화를 보니 정말로 30분쯤에 끝이 나고 크레딧이 올라갑니다. 그래서 그 크레딧을 다 보고 나면... 짜잔! 하고 페드로 알모바도르와 틸다 스윈턴을 소환한 영상 통화 코멘터리가 나와요. 그게 40여분으로 영화 본편보다 더 깁니다. 그래서 끝까지 다 보면 77분이 되는 것... ㅋㅋ


 다른 사람도 아니고 감독 본인과 주연 배우(게다가 분량의 99%를 틸다 스윈턴 혼자 채우는 영화거든요) 둘이 나와서 작품에 대해 설명하고 자기들끼리 대화를 주고 받고... 하는 것이니 영화 이해에 이보다 더 도움이 될 자료는 없기도 하겠거니와, 둘의 대화가 꽤 재밌습니다. 사실 그 대화의 절반은 서로를 미친 듯이 추켜 올리는 내용이라 구경하는 입장에서 민망할 법도 한데, 전설급 명감독과 명배우가 아주 그럴싸한 설명을 덧붙여가며 찬양하니 그저 고개를 끄덕끄덕. 그래 역시 명감독, 명배우였어!! 라며 흐뭇해지는 시간이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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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배우님 팬이라면 그냥 이 분 연기만 보고 있어도 배가 부릅니다. 본격 배우 덕질 영상물!!)



 - 크레딧 포함 30분의 짧은 단편인 데다가 정말로 이야기는 저 위에 적어 놓은 저게 다에요.

 다만 그 통화를 빙자한 독백... 을 내내 이끌어가는 게 틸다 스윈턴이잖습니까. 배우님 팬이라면 그냥 내내 흐뭇하고 감동적이고 그렇구요.

 형식적으로 재밌는 아이디어가 있는데, 그 아이디어 덕에 평이해질 수 있었던 이야기가 확 독특해지면서 의미도 추가로 부여되는 면이 있고 결정적으로 그냥 보기에도 더 폼이 나고 아름답습니다. 

 뭐... 더 길게 설명하기도 그렇고. 워낙 유명한 감독 & 배우의 협업으로 만들어진 단편 영화니까 그 존재만으로도 한 번 볼 가치는 충분하다 싶고 또 그 와중에 재미도 있으니까요. 티빙 계정 있으신 분들, 감독이나 배우님 좋아하는 분들은 꼭 한 번 보시면 좋겠다... 라고 대충 마무리 해 봅니다. ㅋㅋ




 + 결말이 참 마음에 들었는데 그게 원래 결말과 다르게 즉석에서 떠오른 거였다구요. 근데 그게 떠오른 이유가 개 배우님께서 잘 하시다가 어떤 장면에서 말을 안 들어서, 틸다 스윈턴이 애드립스런 대사를 날렸고 그런저런 모습을 본 감독님이 현재의 결말을 떠올리게 되었다고 합니다. 개님 덕분에 만들어진 엔딩이라는 건데, 설명을 들어 보니 원래 결말보단 이게 훠얼씬 낫더라구요. 잘 하셨습니다 개 배우님. ㅋㅋㅋ

 


 ++ 아무리 명감독님이셔도 돈 안 되는 단편 영화라서 제작비 구하기가 아주 쉽지는 않으셨을 텐데. PPL을 좀 넣으셨나? 하는 부분들이 좀 있었습니다. 커피 머신이랑 술인지 탄산수인지 제품 하나랑... 갤럭시S21이요. 특히 갤럭시는 이게 간접 광고가 아니었다면 삼성 계탔네... 수준이었네요. 허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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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간단 결말 스포일러입니다.


 다른 여자랑 바람나서 떠나 버린 남자를 붙들어 보려는 필사의 노력이 테마를 바꿔가며 전개되는 식의 이야기거든요. 이것저것 태세를 전환하고 말투와 전략을 바꿔가며 매달려보지만 택도 없고 전혀 먹히지도 않다가 전화가 끊겨 버리자 결국 포기 모드에 들어가는 주인공. 휘발유를 가져다가 (애인과 몇 년을 함께 지냈던) 자신의 집에다가 골고루 열심히 뿌려주고요. 자살이라도 하려는 건가... 싶은 순간에 남자에게서 다시 전화가 옵니다. 일부러 끊은 줄 알았더니만 진짜로 끊긴 거였나 보죠. 주인공은 매우 반가워하며 잘 됐다, 안 그래도 작별 인사는 제대로 하고 싶었다... 면서 마지막으로 작은 부탁 하나만 들어달라고 합니다. 지금 니 집에서 이 집이 보일 테니 발코니로 나와서 한 번 쳐다 보래요. 나는 안 보여도 되니 집을 봐 달라고. 그러면서 집에 불을 붙입니다. 연기 보이니? 불꽃 보여? 나의 모습을 상상해봐. 내가 지금 불타고 있거든. 그럼 끊을 게. 나도 이제 먼저 끊는 법을 배워야지. 라고서 곧바로 전화를 끊어 버려요. 그러고는 애인이 남겨두고 간 개를 데리고서... 집의, 그러니까 촬영 세트의 (영화의 세트 구조가 그렇게 되어 있습니다. 진짜 집 같은 세트인데 그 안팍을 배우가 수시로 드나들어요) 문을 열고 바깥의 현실 세상으로 나갑니다. 그러면서 개님에게 '너에게 할 말이 있어. 이제부턴 내가 너의 주인이고 너도 거기에 익숙해져야해. 이제 우리 둘이 그를 떠나 보내는 거야. 할 수 있지?' 라는 말을 건네요. 이렇게 엔딩입니다.

    • 저는 이 이야기를 예~전에 텔레비전에서 방영했던 로베르토 로셀리니의 사랑L'amore’(1948)의 첫번째 에피소드로 먼저 봤었습니다. 안나
      마냐니가 연기하는 여인이 전화기를 붙잡고 열연을 펼치던 모습이 아직도 기억이 나고요. ‘기적이라는 이름으로 이어지는 종교극인 두번째 에피스도도 좋았어요1948년이라는 시대 배경에 어울리게 전화기 너머 남자에게 애걸하는
      여자의 모습이 아주 인상적이었는데, 그에 비해 알모도바판에는 근사한 스타일과 어우러진 여인의 내면의
      갈등이 더 잘 드러났다고 봅니다. 진짜 방안에서 전화기만 잡고 있는 로셀리니판과 달리 알모도바판은 외출도
      하니까요^^

      • 덕택에 수정했습니다. 또 감독 이름을 '바도르'라고 적었네요. 이 양반 이름을 20년째 헷갈리고 있는데 사람이 발전이 없... (쿨럭;)




        말씀하신 영화는 처음 듣는데 검색해 보니 페데리코 펠리니가 각본 쓰고 배우로 출연도 했네요. 이 영화를 본 김에 이것도 보고 비교해보고 싶지만 당연히 볼 곳은 없고(...) 영화 보면서 핸드폰 없던 시절 버전들엔 주인공이 전화기 옆에 내내 붙어 있어야 하는데 영화로 만들기 더 힘들었겠다는 생각을 했어요. 그에 비해 알모도바르 버전은 정말 여러모로 현대적 업데이트 버전이 맞는 듯. 폼나게 블루투스 이어폰 꽂고 집 안을 자유롭게 돌아다니며 통화하니까요. ㅋㅋ 주인공 여성의 멘탈과 엔딩도 딱 현대적으로 좋구요.

    • 두 분이 팬데믹 기간 같이 단편 작업했다는 얘기는 들었는데 이게 국내에 들어온지도, 티빙에 있는지도 몰랐는데 이렇게 알려주셔서 또 감사합니다. ㅋㅋㅋ 




      그럼 이제 줄리안 무어랑 공동으로 주연한 '룸 넥스트 도어' 보실 차례가 아닌가 싶네요. 조용히 묻힌 게 아쉬울 정도로 좋은 작품이었어요. 그런데 지금 검색해보니 그냥 스트리밍으로 올라온 서비스는 없는가보네요. 웨이브에서도 따로 구매해야하고...

      • 여기 붙어 있는 코멘터리를 보면 둘이 서로를 엄청나게 찬양하면서 '꼭 다시 같이 하고 싶다! 우리는 다시 할 거다!! 합의한 거다!!!' 라고 몇 번을 반복하거든요. ㅋㅋ 마침 감독님이 작업 중이고 결말만 정하면 되는 시나리오가 있다며, 주인공을 쓸 때 애초부터 틸다 스윈턴의 목소리, 생김새, 느낌을 다 반영해서 쓰고 있고 이름까지 마'틸다'다!! 이거 빨리 마무리해서 같이 한 번 더 하자!! 이런 얘길 하길래 다 보고 나서 확인해 보니 그게 말씀하신 룸 넥스트 도어 같더라구요. 다만 만들어지는 데는 4년이 걸렸던... ㅋㅋㅋ

        • 두 분 다 커리어 후반기에 처음 만난 것 치고는 죽이 엄청 잘맞는 모양이에요. ㅋㅋ 파트너가 될 주연배우는 누가 좋겠냐고 의논하는데 둘 다 줄리안 무어를 1순위로 생각하고 있었다고 하더라구요.

          • 이 영화 뒷쪽의 대담 부분을 봐도 참 죽이 잘 맞아요. ㅋㅋㅋ 서로 자기가 더 팬이었다고 경쟁하듯 얘길 하시는데 아마도 둘 다 진심이었나 봅니다. 하하.

    • 왓챠에도 올라와 있던데 티빙으로 보셨군요. 대형 화면으로 보고 싶지만 저희집의 소박한 티비 화면으로나마 틸다님을 영접할 수 있음에 감사해야겠지요. 더불어 영화는 보기 전이지만 이 영화에 ppl 넣은(어째서 확신하는가) 삼성전자에 박수를 보냅니다. 호감도가 상승했어요.
      • 티빙에 며칠 더 먼저 올라왔거든요! 이 댓글 보고 나서 확인해 보니 왓챠에도 올라왔네요. 여기저기 많이 올라왔음 좋겠습니다.


        ppl은 호기심에 검색해 보니 아닌 것 같아요. 그런 얘긴 전혀 없더라구요. 하지만 정말 ppl 수준으로 폰이 자주, 눈에 띄게 나와요. 운 좋았던 걸로...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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