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키 17 (약스포) 의 의문점

봉준호 감독의 팬이라고 할 수 없는 SF Mania의 미키 17 후기입니다. (봉감독 작품중 본것은 괴물, 설국열차 밖에 없습니다.)

전작들과의 비교나 봉감독님 스타일 어쩌구 할 능력은 없고..

보면서 궁금했던 몇가지 SF 적인 의문점들 적어봅니다. (원작은 안봤습니다.)

1. 그래서 니플하임은 어디 있는거야?
4년 좀 넘는 항행기간이 필요한 새로운 행성이고, 초광속 항행에 대한 묘사나 언급은 1도 없었던 것 같았는데, 지구를 떠나 새로운 식민지 개척단은 계속 출발하는 것 같거든요. 4년 좀 넘는거리면 그냥 대충 상대론적 시간지연이 없을 정도의 아광속으로 날아가면 실제로도 가장 가까운 항성인 센타우리까지 가긴 할 것 같은데, 다른 식민개척단은 어디로 가고 있는 걸까요?

2. 교회와 회사의 구분은 무슨 의미였을까?
니플하임 식민지 개척단은 교회에서 돈을 댄 것으로 보입니다. 케네스 마샬이 지구에서 정치활동을 할때도 교회가 뒷배경이 된것 같고요. 그런데, 케네스는 계속 ‘그래 교회가 좋아할꺼야, 아니 회사가 좋아할꺼야‘ 하는 식으로 고쳐 말하는 장면이 여러번 나와요. 너도 알고 나도 알고 모두가 케네스가 교회와 밀접한 연관이 있지만, 케네스 자신은 그걸 부정하는 듯한 느낌이었는데.. 이건 무슨 뜻이었을까요?

3. 왜 케네스 반대파가 있을까?
교회에서 돈을 댄 개척단이면 당연히 대부분의 개척민들이 교인으로 채워졌을텐데, 왜 교회의 지원을 받는 케네스에게 반대파가 절반 가까이 있는 걸까요? 티모나 미키처럼 어쩔 수 없이 믿는 척 하고 지구를 떠나고 싶은 사람이 그렇게 많았던 것인가..


4. 기억의 부재와 죽음의 기억은?
익스펜더블은 일주일에 한번씩 기억 백업을 갱신한다고 합니다. 그럼 억세게 운이 나쁘면 백업하고 6일째에 사망하면 6일동안의 기억이 없는 겁니다.
그렇다면 사람들이 악의없는 호기심으로 물어보는 ’죽을때 어때?‘도 의미가 없죠. 깨어나서 리스토어한 기억에는 죽음에 대한 기억이 없으니까. 하지만, 미키는 모든 죽음에 대한 기억을 가지고 있는 것 같습니다. 대체 어떻게?
비슷하게 기억 백업이라는 기술이 나온것중에 하나는 신체에 내장된 칩에 실시간으로 저장이 되어 죽어라도 칩만 멀쩡하면 다시 연속된 삶을 살아 갈 수 있고.. 다른 비슷한 소재의 작품에서는 클론으로 깨어나보니 우주선에 자신을 포함한 같이 깨어난 동료들의 살해당한 시체들이 있고 모두의 기억이 우주선을 타던 시점의 최초 버젼으로 우주선을 탄 이후의 기억이 없는 것으로 시작합니다.
그런데 미키는 유선으로 기억을 백업하는데 대체 죽음의 기억은 어떻게 남아 있는 것일까요?
나샤와 친구들 입장에서도 최근 며칠간의 기억이 없는 미키에게 기억을 추가해주기 위한 노력 같은 것(일기나 사진이나)에 대한 묘사가 없고…
또, 나샤와 미키가 이런 며칠의 기억 차이로 인해 ‘아, 맞다. 너 그때 나갔다가 죽어서 새로 뽑아서 기억이 없구나’ 같은 묘사가 없는 것이 아쉬웠습니다.

5. 배양육과 휴면프린팅
영화 초반에 ’기억 백업과 휴먼 프린팅은 인류의 평균적인 과학 수준에서 툭 튀어나온 고도의 기술발전으로 인류의 도덕, 철학, 이성 등이 대비할 시간이 없었다’ 라는 식의 나레이션이 나왔던것 같은데요. 살아있는 사람을 프린트할 수 있는데 왜 고기는 배양육을 쓰고 있는 건지.. 그냥 소, 돼지, 닭을 그때그때 프린트 하면 안되는 것이었을까요. 만약 프린트 기술이 생각보다 비용이 들어서 우주선에 단 한명 있는 익스펜더블을 유지하는것만으로 벅찼다면 몇컷 나오지도 않은 위원회에 과학자들이 ’이번 실험은 이러저러해서 미키를 소모해야 겠습니다. 허가해주세요’
‘아니, 미키 하나 새로 프린트 하려면 칼로리가 몇이고, 에너지가 몇이고 이 우주선의 인원이 며칠은 먹을 수 있단 말이오!‘ 같은 옥신 각신이 나오면서 미키는 사람 취급을 못 받는다.. 라고 표현할 수도 있었을 것 같은데 그냥 ‘익스펜더블’이라는 소모품의 느낌에 집중하고 싶었던 것일까요.

끝.
    • 흥미로운 글이네요. 사실 저는 미키17을 그렇게 즐겁게 보지 못했습니다. 봉 감독님 작품 중에 제일 불호였어요.


      그리고 소설을 1/3 정도 읽은 입장으로는 4번에 적어주신 내용이 제일 의아했습니다.




      책에서 가장 흥미로운 부분이 새로 태어나는 후발 미키는 앞선 미키가 (적어주신 세이브 포인트 때문에) 어떻게 죽었는지 알 수 없다는 겁니다.


      소설 속에는 해당 내용이 너무도 정확하게 서술되어 있고, 이 책이 미스테리/추리 장르로서 제일 흥미로운 것도 그때문입니다.




      따라서 가라님과 같이 저도 영화를 보다 띠용했어요. 초반에는 계속 '죽는 기분'에 대해 질문 받는데, 미키가 답변하지 않았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그래서 속으로 저는 "얘들아! 미키는 그 경험이 없어. 그래서 대답 못해."라고 생각했는데, 후반에 미키가 죽는건 매번 고통스럽다고 하더군요?




      설정 실수이거나, 새로 태어나는 것을 죽음과 등치해서 겪었다고 느끼는 것으로 봐야할 것 같고, 정황상 설정 실수가 아닌가 싶습니다.


      봉준호 감독 치고는 여러모로 순진한 작품이었습니다. 

      • 스포가 될까봐 본문에 적진 않았는데, 중간에 몇번, 사고가 아닌 의도된 죽음의 경우 기억백업장치를 연결한 상태로 사망하니 죽음의 기억이 전혀 없진 않을 것 같긴 합니다. 그런데, 내가 다시 살아날거라는걸 뻔히 아는 상태라면 ‘죽을만큼 고통스럽다‘와 ’죽었다’는 같은 경험은 아닐것 같아요.
    • 2. 그냥 교회나 회사나 그게 그거인 기업화된 현실 풍자라고 봤습니다.




      3. 초반에 극심한 실업난에 경제문제로 떠나고 싶어하는 사람들이 많다는 대사가 나왔던 걸로 기억합니다. 교회인들로만 필요인원을 다 채울 수도 없고 어차피 노동자들이 필요하니 부려먹을 일반인들 지원을 받은 거라고 봐야겠죠. 주인공 미키랑 친구부터도 지구에서 인생 망해서 도망가는...

    • 1. 원작에서는 출발지가 지구가 아닙니다.




      5. 영화에도 잠깐 언급이 되었는데, 결국 에너지 (=칼로리) 때문이죠. 프린팅하거나 동물을 실제 키우면 에너지 낭비가 크기 때문에 보통 유기물 믹스 (엄청 맛없다고 나옵니다)를 그냥 마시는게 기본 식사. 물론 최소한의 gourmet 욕구를 충족시키기 위해 비교적 낭비가 적은 귀뚜라미, 마, 토끼(특식)을 따로 키워서 먹는다는 설정입니다.


      • 원작은 출발지가 지구가 아니군요. 그럼 이미 초광속이 가능한걸까요. 초광속이 가능한데 휴먼프린트와 기억백업이 갑툭튀한 진보인가.. (…)


        에너지가 많이 드는것 치고 미키는 참 쉽게 죽는다 싶네요. 아, 그래서 원작에서는 7 이고 영화는 17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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