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빌리기 단상.

예전에 듀게에서 '단상'이란 글들을 볼 때, 사실 운동장이나 강당에 있는 단상에 올라가서 하는 이야기 같은 것인 줄 알았죠. 다들 높은 곳에 올라서 사람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나 보구나 했는데, 나중에서야 짧은 생각이란 걸 알고 살짝 부끄럽고 많이 웃겼네요. 다행이도 어디서 그런거라는 말을 안 꺼냈었습니다.


이번 주말, 3주가 되어 도서관에 책을 반납하러 갔습니다. 한 일주일 지난 것 같은데 벌써 3주가 지났더군요. 일주일만큼이나 책을 한 권도 다 못 읽었습니다. 그리고 시국이 시국인지라 책들이 손에 잡히지도 않고, 아무래도 빌릴 책도 없으리라 생각했죠. 보통은 다 읽든 안 읽든 3주가 되었으면 몽땅 반납한 뒤에 전부 새로운 책을 빌리는게 원칙입니다. 


신간 도서에서 빌리는 편인데, 새로운 책은 들어오지 않았는데 헌 책을 서가에 나눠 꽂아버려서 신간 가뭄의 주간이었습니다. 텅텅 빈 신간 도서를 둘러보다가 두서 없이 서가를 거닐었네요. 그러다 보니 이 책, 저 책 마음에 들어서 모아보니 6권이 되어버렸습니다. 5권 밖에 못 빌리는데. 


돌봄의 얼굴 

무법의 바다 

모던 빠리 : 예술의 흐름을 바꾼 열두 편의 전시 

아래층에 부커상 수상자가 산다 

미쳐있고 괴상하며 오만하고 똑똑한 여자들 

두려움은 소문일 뿐이다 


각 권마다 대출하지 않아야 할 요건들은 있었습니다. 


돌봄 - 전문적인 작가가 쓴 책이 아니고 책 자체도 출판사보다는 인쇄소에서 나온 것 같긴 하지만, 그마만큼 현장의 이야기를 들을 수 있어서 재미있어 보임. 

무법 - 안 그래도 책을 안 읽는데 갑자기 튀어나온 단 하나뿐인 벽돌 책. 그런데 둘러보니 20해리 바깥에서 일어나는 무법적 세계가 적나라하게 그려짐. 한국 회사 '사조' 이야기도 꽤 나옴. 

모던 - 미술품이나 화가보다는 그 시대의 외부적 환경이 어떻게 특정 사조 및 작품을 이끌어내는가 궁금했는데 이 책은 꼭 빌려야 겠다고 마음 먹음. 

부커상 - 이 제목을 보고 빌리지 않을 사람이 있을까 싶음. 만화책. 지난 번에 빌려서 이미 절반은 읽은 상태. 

미괴오똑 - 독서 모임을 위한 책. 그런데 전자책으로 접근 가능함. 굳이 종이책을 빌려야 할 이유는 없음. 

소문 - 생애사 전문 저자의 책을 벌써 3권 넘게 읽음. 그래도 이 책은 굉장히 최근에 나와 흥미로움. 


시간이 조금 있으니까 만화책인 [아래층에 부커상 수상자가 산다]를 다 읽고 반납 한 후에 나머지 5권을 빌릴까 했는데, 이 만화가 너무 재미있어서 마구잡이 허투로 읽고 싶지 않은 겁니다? 그렇다고 [미쳐있고 괴상하며 오만하고 똑똑한 여자들]을 전자책으로 읽으려니 종이책 읽기가 너무 찰지고. 한참 고민하다가, [두려움은 소문일 뿐이다]를 내쳤습니다. 약간 [돌봄의 얼굴]과 결이 비슷하게 느껴지기도 했고, 나중에 다시 빌릴 것 같아서였어요. 


그러고나서 집에 와서 애인에게 그 이야기를 했더니, [두려움은 소문일 뿐이다]를 저번에 샀다는 겁니다. 후후, (아무래도 책들을 전부 읽진 않겠지만) 어찌되었든 해피엔딩이었습니다. 


P.S. 위에 언급했듯 시국이 시국이라 책 고르기에 몰입 못할 줄 알았더니, 정신 없이 고민하다 와서 도서관을 나서는 길에 피씩 하고 웃었습니다. 인간이란.

    • '단상' 얘기 재밌네요. 아마도 혼자 엉뚱하게 알고 있던 단어가 다들 비밀리에 있지 않나 합니다.ㅎ




      살펴 봤더니 '무법의 바다', '아래층에 부커상 수상자가 산다' 읽고 싶네요. 무법-은 넘 두꺼워서 제가 읽게 되면 한세월 붙잡고 있을 거 같지만 소개를 읽어 보니 흥미롭습니다. 바다는 그 자체로 미지의 설렘이 있지만 생업이나 산업과 결부되면 충격적인 면이 많으리라 생각됩니다. 보관함에 일단 넣어둡니다. 


       


      비교적 최근 책들인데 도서관에 빠르게 비치하나 봅니다. 즐겨 보시는 사회문제 에세이나 사회학 책의 경우엔 새 책을 일등으로 차지하여 보실 수도 있겠는데요. 아무래도 소설 쪽이 대출 인기가 높으니까요.


      꼭 완독하지 않아도 책을 살펴보고 선택하여 오는 과정이 좋지요? 예전에 서점에 나가서 책을 구경하고 살 때를 떠올리면 참 중요하고 즐거운 외출이었다 싶어요. 돈 쓰고 오면서 공부하고 오는 듯한 착각이 들고. 이제는 온라인으로 99.9 손에 넣고 있네요. 게다가 요즘은 집에 있는 책 제발 읽자고 자숙 중입니다. 

      • 생각했던 것과 다른 책에 더 관심 있으신 thoma 님이시군요. 빌리고 나서 벌써 4일이나 되었는데 책에 손도 못 대었네요. 요즘은 회사 퇴근하고 나서 얼마 안 있어 계속 잠들어 버리는군요.




        사회학 책들은 확실히 누가 점찍고 신청한 책이 아닌한 맘 편하게 볼 수 있습니다. 제가 반납했는데 재대출 못하는 경우가 아주 드물게 있는데 그럴 때 얼마나 깜짝 놀라는지 모릅니다 ㅋㅋ. 소설은 왜케 특정한 핑계가 있지 않는한 읽히지 않는지 모르겠습니다. 그래도 최근 아무 핑계 없이 홀라당 읽은 소설이 하나 있는데 [테스카틀리포카]라는 범죄 소설이었네요. 분량도 적지는 않았는데 찰지게 읽었고 저자 책을 살펴봤지만 다른 책들은 번역이 안 되었더라구요.




        '열람' 자체가 제 취미라고 생각하는 편입니다 ㅋㅋ. 네, 구경하는게 너무 재미있습니다. 솔직히 구경만 하고 살아도 좋을 것 같아요. 제가 온라인 쇼핑을 정말 못하고 힘들어하는데 다들 아무래도 이런 느낌으로 쇼핑을 즐기는 거겠지 미뤄 추정하기도 좋아요. 서점 한 번 가면 책을 꽤 사는 편인데, 도서관이 그런 부분에서는 죄책감을 없애주기 때문에 훨씬 마음 편히 고르고 빌릴 수 있는듯 합니다 ㅋㅋ.

    • 저는 대학교 들어갈 때까지 '러시 아워'가 '러시아 워'인 줄 알았습니다. 러시아가 전쟁을 하면 사람이 엄청 많으니까 마치 러시아 전쟁 같다고 그러는구나... 라고 혼자 생각하고 혼자 끄덕하고 살았죠. 다행히도 제가 이런 얘길 누군가에게 하기 전에 영문 철자를 목격하고 정신을 차렸습니다만. 나름 충격적이었... ㅋㅋㅋ

      • 러시 아워는 꽤 흔하지 않을까요. 저도 그랬거든요! 심지어 아마 동명의 영화 이름도 있지 않나요. 저는 고등학교 쯤에 진실을 알았던 것 같은데, 바로 받아들이기 힘들어서 꽤 오래 부정했던 것 같습니다. 분명 과거의 어떤 역사적 사건에 의거한 명칭이라고 굳게 믿었지요.

    • 도서관에 만화책이 있다니 좋은 곳이군요. 라노벨조차 잘 안 들어와서 아쉬워요.
      • 아마 만화보다 라노벨이 더 들어오기 힘들겁니다. KDC면 657을 살펴보시던가, 예술 항목을 찬찬이 확인하면 몇 권 찾아보실 수 있을꺼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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