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탄핵 촉구를 외치는 마지막일지도 모르는 주말 집회
제 인생 최초의 시위는 굳이 따지자면 퀴어퍼레이드겠지만, 경찰들과 맞서 싸우는 시위의 일반적 이미지를 처음 체험해본 건 박근혜 탄핵 집회 바로 전에 있던 어느 집회였습니다. 그 때 시위라는 걸 한번도 해본 적이 없어서 소리도 못내고 우두커니 서있었습니다. 하도 가만히 있으니까 옆에서 시위하시던 다른 분이 혹시 어디서 왔냐고 사복경찰아이냐는 의심을 조심스레 비추시더라고요. 현장에서 경찰들의 폭력적 진압이 제 생각보다 심했고 그에 맞서 싸우는 시민들도 격했습니다. 시위에 처음 나갔을 때 저는 시위를 하는 걸 실패했던 셈입니다.
거의 직후 박근혜 탄핵 집회가 열렸고 현장에 갔을 때 저는 감격했던 기억이 납니다. 집회라는 게 이렇게 안전하고 평화로울 수 있구나, 사람들이 모이면 이렇게까지 어떤 힘이 되는구나 싶었습니다. 박근혜 탄핵 때는 변화의 조짐을 최초의 시위부터 직감했었습니다. 그 때 거리로 뛰쳐나온 시민들이 다 저와 다르지 않게 정말 화가 많이 나있었고 열정적으로 구호를 외치면서 행진을 했으니까요. 집회가 열리는 공간 자체가 점점 넓어지는 게 굉장히 상징적이었습니다. 처음에는 광화문 4거리까지만 집회 공간을 점거할 수 있었는데 이후에는 이순신 동산, 이후에는 세종대왕 동상, 이후에는 아예 경복궁역 앞쪽 광장까지 계속 공간이 열리는 게 한주 한주 영토를 회복해나간다는 느낌마저 들었습니다. 그리고 어느 누가 구속되고 재판을 받고 이런 기사들을 계속 접했었죠.
그에 비하면 이번 윤석열 탄핵 집회는 엄청난 저항에 부딪혀 한번씩 덜컥거리는 인상을 받습니다. 탄핵소추안 가결이 1차에 안됐죠. 그 때 100만명이 여의도에 모였다가 탄식했던 기억이 납니다. 2차 때는 거의 200만명이 모였다고 하고 현장에서도 그 인파를 느꼈는데, 그 때서야 간신히 가결이 되었습니다. 윤석열 체포를 하려고 하자 무려 체포영장집행을 방해하며 관저에 틀어박혀서 윤석열이 안나왔죠. 공수처도 허무하게 강제연행을 포기했었습니다. 시민들이 한강진역쪽에 모여서 집회를 하고 눈을 맞으면서 날을 새서야 윤석열 체포가 집행되었습니다. 그리고 지난 주에는 윤석열이 석방되었다는 소식을 집회 현장에서 들었습니다. 뭔가 되나 싶으면, 순탄하지 못하고 어딘가에서 한번씩 덜컥거립니다. 저에게 윤석열 탄핵 집회는 실패를 거듭해나가며 뒤늦게 뭔가를 해결해나가는 과정처럼 느껴집니다.
윤석열 석방이 공식적으로 알려지고나서 집회가 일요일을 포함해 매일 열리고 있습니다. 저도 너무 화가 나고 답답해서 일요일부터 계속 집회에 나가는 중입니다. 일요일에는 꾸물대다 늦게 나가서 간신히 짧은 행진만 했는데 이후로는 꼬박꼬박 그래도 집회에 가서 발언도 듣고 행진도 하고 있습니다. 극우세력에서 더 이상 돈이 없는지 알바들을 안쓰니까 광화문에 아예 극우 집회가 안열리고 있습니다. 그래서 광화문 광장 쪽으로 행진을 하고 있습니다. 잃어버린 광장을 다시 찾은 것 같아 좀 묘한 기분이 듭니다.

어떤 목표를 향하는 방향은 같겠지만 이제 슬슬 집회 내부에서 잡음이 나오기 시작합니다. 모 여초커뮤니티에서 모 당을 지지하는 외계인 담요를 두른 분들이 기수들한테 위협적으로 굴거나 퀴어 동지들한테 대놓고 시비를 건다는 말들도 나오고 있습니다. 탄핵집회에서 왜 탄핵 이야기 안하고 자꾸 자기 성정체성을 이야기하냐 일본 사람을 왜 부르느냐 이런 말하는 사람들도 있는데, 좀 갑갑합니다. 현재 윤석열 탄핵 집회를 이끄는 주최측의 공식 명칭이 "윤석열 즉각퇴진 사회대개혁 비상행동"이란 걸 좀 잊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윤석열 퇴진만 시키면 모든 일이 다 끝나는 게 아니고, 그게 하나의 과정이며 윤석열 때문에 어려워진 사회를 어떻게 다시 정상화를 시키고 각종 부조리를 해결할 수 있을지 그것을 성토하는 자리이기도 한 것이니까요.
수요일에는 학교 내부에서 성폭력 피해여학생들을 돕다가 부당하게 전근처리를 당한 지혜복 선생님과 다른 분들, 거통고 지회장님이나 세종호텔 허지희님의 발언을 들어보는 시간이 있었습니다. 공식적인 탄핵 집회가 끝나고 10시쯤부터 소규모로 열린 집회였는데 뒤쪽에서는 모 당의 집회가 계속 열리고 있었고 이 쪽의 규모는 더 작고 장비도 열악해서 목소리가 묻히더군요. 광장에도 권력의 차이가 나타나는 것을 극명하게 느껴서 좀 울적했습니다. 중간에 모 당의 유튜브하시는 분이 이 쪽을 함부로 찍어서 정말 몸싸움 직전까지 갈 정도로 분위기가 험악해지기도 했습니다.
이 날 집회에서는 정말 울적한 이야기들이 많이 돌아다녔는데 예를 들어 파면이 인용되지 않을 시에는 어떻게 할 것인가, 그 때에도 우리는 계속 힘을 모아서 싸울 수 있을 것인가, 정말 마음의 준비를 해야한다 이런 이야기들이었습니다. 스펙터클한 광장에 모여서 파면이 된다고 소리치는 것만 듣다가 정말 상상도 하기 싫은 현실을 현실로 마주할려고 하는 이 어두운 용기를 들으니까 기분이 너무 착잡하더군요. 이 광장 속에서 막연한 승리의 희망을 믿고 나가는 사람들이 있는가 하면, 조금 더 구체적인 패배의 절망을 딛고서라도 싸우려하는 사람들이 있다는 걸 느꼈습니다.
그리고 그 발언을 했던 거통고 지회장 김형수씨는 지금 고공농성을 시작했습니다. 저는 수요일에 저 분을 처음으로 뵀는데 갑자기 고공농성을 시작했단 뉴스를 들어서 정말 저 분이 하늘로 올라가버린 것 같은 느낌마저 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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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마 지금 많은 분들이 윤석열 탄핵 집회에 나가계실 겁니다. 저는 오늘 양보할 수 없는 다른 일정이 있어서 나가지 못했지만, 그동안 평일에 계속 나갔으니 오늘 하루 불참은 다른 분들이 적당히 메꿔주시리라 기대합니다. 안전하게 다들 돌아오셨으면 좋겠습니다. 윤석열 석방이라는 실패 다음에는 파면이라는 성공을 쟁취할 수 있기를.
공정은 커녕 상식도 통하지 않는 세상을 살다보니 먹고살기도 바쁜 시민들만 고생이네요. 각종 더러운 수작으로 최대한 길게 끌며 버티고 있는 놈들 때문에 경제는 더욱 나락으로만 가는데...
탄핵인용이 되도 이후 국가 정상화가 얼마나 걸릴지 모르겠는데 이런 당연히 되야하는 일이 되지않을 최악 중의 최악의 가능성까지 대비하고 있어야하는 게 가장 좌절스러운 부분이네요.
그동안 한치의 의심도 없었는데 이렇게까지 파면 인용이 길어지니까 정말 별의별 생각이 다 나더군요. 그래도 제 글 때문에 심란하셨다면 오늘 100만이 모였다는 소식 보면서 같이 힘내자고 하고 싶습니다. 국가 정상화는... 내란당과 협력자들만 최대한 공직에서 쫓아내도 국가가 제대로 기능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화끈한 숙청 기대합니다.
감사합니다 셜록K님! 그 때도 제 글에 집회 나갔다고 응답해주셔서 정말 보람차고 기뻤습니다. 오늘 100만 인파가 모였다는데 그 안에서 안전하고 자랑스럽게 구호 외치시며 행진하셨으리라 추측해봅니다!
감사합니다. 그저 편하게 집에서 손가락으로 감사합니다만 해서 죄송합니다. 에혀 저도 계속된 헌재의 탄핵비인용?에 이러다 윤의 탄핵도 아니라고 하면 어쩌지? 하는 두려움이 커지고 있습니다.
아마 이런 효과를 노리며 재판을 지연시키고 있는 것이겠죠. 지치지 않는 것이야말로 민주주의의 싸움이란 생각을 합니다.
혹시나 부담이 안되신다면 작은 액수라도 후원해주시면 정말 감사하겠습니다. 저희가 나가지 않고서도 할 수 있는 싸움의 방식이 다양할 것이라 생각합니다.
어떤 분은 보란 듯이 1000원만 내고 이 정도 액수라도 모이면 힘이 될 것이라며 독려하시더군요. 공식 후원: 카카오뱅크 7942-09-53862 심규협
적은 액수이지만 방금 보냈습니다. 힘내려고요. 인생은 계속 되겠지요
정말 감사합니다! 채찬님의 마음이 큰 힘으로 보태질거라 믿습니다.
마음의 준비라니요.ㅜㅜ 저는 파면 인용에 대해서는 의심하지 않습니다. 법적이든 상식적이든 최저한의 기준이라는 게 있다고 보니까요. 발표 과정에 미친x들 땜에 신중을 기하고자 늦어진다고 생각을.
"좌파" 분들이 저 이야기를 심각하게 하는데 정말 마음이 무거워지더군요. 그래도 오늘 100만이 모였다고 하니 많은 분들의 믿음이 헌법재판소를 뒤흔들었을 것이라 생각합니다ㅎㅎ
저는 박근혜 탄핵 집회 두번인가 가봤고 여의도 2차때, 금요일부터 오늘까지 나갔네요.
매일 나오시는 분들도 계신것 같던데 전 며칠 좀 쉴까 합니다.
오늘은 오며가며 반대 집회 참석자들과 마주쳐서 좀 심란하기도 하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