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빙바낭] 낡은 아파트는 무섭죠. '사월의 끝' 잡담입니다

 - 이런 영화가 있는 줄도 몰랐는데 어느새 9년 묵은, 2016년 영화구요. 런닝 타임은 두 시간. 스포일러는 마지막에 흰 글자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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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포스터보다 이쪽이 맘에 들어서 골라 봤습니다. 영화 분위기를 잘 보여주기도 하구요.)



 - 현진이라는 젊은이가 복덕방에서 월세 계약을 하고 있습니다. 전주 변두리 어딘가에 위치한 완전 초 폭삭 낡은 옛날 아파트구요. 공무원 시험 준비를 하기 위해 집을 나와 동네 공장에서 경리 일을 하며 학원도 다니고 밤에는 집에 돌아와 공부하다 자고. 뭐 이런 삶인데요. 초장부터 완전 초현실적 헬매너의 옆집 아줌마와 싸가지 없는 딸래미 때문에 난감하고. 이 아파트 어디에 사는지도 모르겠는데 맨날 계단에 앉아 놀면서 자신이 말을 걸면 개무시를 하는 꼬맹이들도 기분 나쁘고. 입만 열면 성희롱에 외국인 노동자들 때놓고 착취하는 젊은 공장 사장도 환장하겠구요. 그렇게 사회 고발스런 압박과 스트레스가 몰려오는 가운데 서서히 공포 영화스러운 일들이 첨가되기 시작합니다. 밤마다 옆집에서 들려오는 말도 안 되는 괴상한 소리들, 공장에서 벌어진 듯, 꿈이었던 듯 애매모호한 살인, 문득 나타나 자신을 위협해 오는 옆집 아저씨...

 ...그리고 그 와중에 분명히 주인공과 엮이긴 할 텐데 언제 어떻게 엮일지 전혀 감이 안 오는 주민센터 사회복지사 박 주무관님이 이 동네를 어슬렁거리다 점점 현진의 생활권으로 들어오기 시작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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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인공 3인방 중 20대 역할을 맡고 있는 현진 캐릭터... 를 연기한 박지수씨. 연기도 좋고 매력적이에요. 이후로 아직까지 못 뜨신 게 아쉽...)



 - OTT나 듀나님 리뷰에 적혀 있는 이 영화의 시놉시스를 보면 좀 재밌는게요. 읽어보면 분명히 영화의 도입부 소개이고 스포일러 같은 건 전혀 없어 보이거든요. 그런데 실제로 영화를 보면 그게 영화의 런닝 타임이 30분쯤 남았을 때까지의 요약입니다. ㅋㅋㅋ 그러니까 이게 어떤 영환지 감이 오시겠죠. 대략 빌드업을 한 시간 반 정도 한 다음에 마지막에 한 방 빵! 하고 터뜨린 다음에 휘리릭! 끝나는 그런 스타일의 이야기인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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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대 대표를 맡고 있는 주희 캐릭터를 연기한 이빛나 배우님. 역시 연기 좋고 예쁘신데 왜... 싶지만 그쪽 바닥이 그렇죠 뭐. 쉽지 않아요.)



 - 사실상 세 명의 주인공을 굴려가는 이야기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대략 30대로 보이는 박 주무관, 20대의 현진, 10대의 옆집 소녀 주희. 이렇게 셋이죠. 원톱 주인공인 현진의 비중이 독보적으로 크고 박 주무관은 혼자 놀다가 거의 영화 끝날 때 쯤에야 나머지 둘과 연결 되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가장 작고... 분량으로 따져볼 땐 밸런스가 전혀 안 맞지만 다 보고 나서 이야기를 정리해 보면 대략 이게 맞아요. 


 그리고 이 셋을 통해서 감독이 하려는 이야기는 심플하게 한 문장으로 정리가 됩니다. 극복 불가능한 끔찍한 가난 속에서 인생 망한 한국 여성 수난사요. 영화 속에서 세 주인공이 겪는 구질구질 더럽고 치사하고 끔찍하고 무섭고 슬픈 사건들은 모두 '가난'과 '여성'이라는 키워드와 연결이 돼요. 굳이 따지자면 '가난' 쪽이 큰 덩어리이고 '여성'은 살짝 따라가는 정도입니다만. 어쨌든 주인공 셋이 다 여성이고 그런 측면이 이야기에 충분히 반영이 되거든요.


 이 셋의 수난사가 구체적으로 어떤 것인지 줄줄이 읊자니 쓸 데 없이 글이 길어질 거라 참겠습니다만. 각각 다 충분히 잘 쓰여진 편입니다. 연령대도, 그에 따른 인생에서의 단계(?)도 각자 다르게 되어 있어서 좋구요. 그래서 보다 보면 셋이 그냥 한 사람으로 보이기도 합니다. 그토록 끔찍한 10대를 견디고 살아 남아 전혀 나아진 게 없는 20대에 죽어라고 애써서 이뤄낸 인생 최대치의 성공이 9급 공무원이란다. 뭐 대충 이런 삶을 사는 한 사람의 이야기라는 느낌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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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으로 30대 역할의 박 주무관을 맡은 장소연씨. 이 중 가장 잘 나가는(?) 분이시네요. 비중은 작은데 역할은 큰 캐릭터입니다. 뭔 소린지는 보시면 압니...)



 - 처음부터 정정당당하게(?) 패를 드러내며 흘러가는 이야기입니다. 거의 10분도 안 지난 시점에 우리의 주인공 현진씨가 멀쩡하고 건강한 정신 상태의 소유자가 아니라는 걸 아주 확실하게 알게 해주거든요. 지금부터 너님께서 보실 이야기들이 100% 다 극중 현실일 거라고 믿으시면 곤란해요~ 라고 싸인을 보내주고 시작한다는 얘긴데요.

 사실 정신 상태가 온전히 못한 주인공을 활용해서 만들어진 이야기가 그걸로 관객들을 놀래키는 건 요즘 시국엔 그냥 불가능하니까요. 괜히 이걸 반전이랍시고 마지막에 힘을 빡! 주면서 들이대면 보는 사람 민망해질 확률이 높죠. 그보다는 이렇게 처음부터 던져 놓고서 보는 내내 관객들이 머리를 굴리며 진상이 무엇일지 궁금해하게 만드는 게 나아요.


 그리고 설정이 이렇다 보니 정말 이야기를 자기 맘대로 짤 수 있잖아요? 그걸 다 말이 되게 설명할 필요가 없으니까... ㅋㅋ 그런 부분을 잘 활용해서 참 기이하고 당황스런 상황들을 기이하고 당황스러운 느낌으로 잘 끼워 넣었어요. 그러면서도 결말까지 보고 나면 그 중 대부분은 설명이 되니 무책임하지도 않구요. 어느 정도 앞뒤 안 맞는 일들이 남게 되는 건 이런 식의 이야기에선 오히려 매력 포인트이자 필수 요소에 가까운 부분이니 트집 잡을 필요도 없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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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나 그러하듯 톡톡히 시선 잡아 끄는 연기를 보여주신 이용녀님. 짤이 아예 없어서 유튜브를 캡쳐했습니다... ㅋㅋ)



 - 주민들 중 대부분이 떠나 버린 흉가에 가까운 상태의 낡은 아파트라는 공간... 은 뭐 더 조미료를 치지 않아도 그 자체로 충분히 무서운 곳인데요. ('소름'이나 '불신지옥' 같은 영화들이 생각나네요.) 장소 선정을 기가 막히게 잘 해서 그냥 집만 보고 있어도 무섭습니다(이런 데선 살고 싶지 않아...;) 어떤 괴이한 일이 벌어져도 전혀 이상하지 않을 것 같은 공간이에요. 그리고 이런 배경이 또 영화의 메시지와 직결되니 더 좋구요.


 배우들도 상당히 좋습니다. 가장 호러 같은 연기를 보여주는 건 광기 할매 전문 배우(...) 이용녀씨인데 늘 그렇듯 여기서도 소름 끼치게 잘 해주시구요. 옆집 소녀 부모들도 각각 참으로 K스럽게 무시무시한 캐릭터를 맡아서 잘 살려주는 가운데 주인공 둘, 현진과 주희를 맡은 박지수, 이빛나 배우님들이 정말 좋아요. 두 분 모두 이런 현실적인 분위기에 잘 어울리면서도 매력적으로 잘 생기셨구요. 각자 본인 역할도 잘 하면서 둘이 있을 때도 잘 어울리고 그렇습니다. 정말로 두 분 다 매우 맘에 들어서 지난 9년 동안 이 분들은 얼마나 성공하셨을까! 하고 검색해봤는데... 음... (쿨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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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파트와 전혀 안 어울리는 차림새를 뽐내시는 옆집 진상 아줌마님. 대체로 캐스팅이 좋아서 이 분도 연기 좋아요. 옆에 살면 정말 매일매일 화나겠다 싶은 캐릭터를 아주 잘 소화해 주십니다. ㅋㅋ)



 - 그렇게 거의 만족스럽게 본 가운데 굳이 단점을 꼽아 본다면, 아무래도 좀 깁니다. 꽉 채운 두 시간이라는 게 짧은 런닝 타임은 아니기도 하고, 특히나 호러 장르에선 상당히 긴 편이죠. 그렇다고해서 쓸 데 없어서 시원하게 쳐 내버려도 좋을 부분이 많냐... 면 또 그런 건 아닌데요. '분위기로 승부하다 마지막에 한 방' 이라는 이야기 특성을 생각하면 조금 더 압축해주는 게 좋지 않았을까... 싶었어요. 서너 줄짜리 시놉시스에 적혀 있는 이야기가 두 시간 짜리 영화 끝나기 20분 전에 나온다면 아무리 완급 조절을 잘 한다 해도 그 시놉시스 읽고 영화 보는 사람에겐 좀 당황스러울 수밖에 없는 것... ㅋ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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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요는 했는데 역할 대비 분량이 좀 많았다는 생각이 드는 연애 파트. 나쁘진 않았어요.)



 - 대충 마무리하자면요.

 영화 속에서 구체적으로 언급은 안 하지만 결국 IMF 호러가 아닌가 싶었습니다. 영화 속 설정들을 보면 대략 시기가 맞고 주제도 그렇죠.

 하지만 굳이 IMF까지 갈 것도 없이 이 영화 속에서 묘사되는 궁핍은 요즘에도 어디에나 있는 것이기도 하구요. 또 '인생의 꿈이 9급 공무원 되어 열심히 해서 7급 되는 것'인 젊은이들이 넘쳐나는 세태에 대한 부분은 딱 영화가 나올 당시의 사회적 분위기를 잘 반영한 것이기도 하고... 

 뭐 이걸 공포 영화로 만들다 보니 좀 극단적인 설정들로 과한 양념을 쳐 준 부분들도 있고. 감독님이 하고픈 얘기가 많아서 정리가 살짝 덜 된다 싶은 부분들도 있고 그랬습니다만. 이렇게 '분위기로 승부하다 막판에 한 방' 류의 호러를 좋아하는 분들이라면 꽤 만족스럽게 볼 수 있는 준수한 완성도의 헬조선 호러가 아니었나 싶었습니다. 전 아주 재밌게 봤구요. 여기 나온 배우님들 제발 어디서든 빛을 보며 잘 살았음 좋겠네요. ㅋㅋ 끝입니다.




 + 지하실 밑에 또 지하 2층이 있다고. 세월이 10년 쯤 흐른 지금은 공무원도 지나치게 박봉이라고 모두들 기피하는 중이죠. 대체 우리 젊은이들의 미래는 어떻게...



 ++ 출연 배우들이 이후에 그다지 잘 풀리지 않았단 얘길 적었는데. 확인해 보니 감독님도 이후로 신작 소식이 전혀 없군요. 같은 해에 '아이 캔 스피크'의 원안을 만들었다... 로 끝입니다. 이 영화만 놓고 보면 능력은 충분한 분인데 안타깝습니다...



 +++ 사실 정정당당 수준을 넘어서 아주 치명적인 스포일러를 역시 초반에 떡하니 던져 놓고 시치미를 떼는 영화다... 라는 걸 예고편을 틀어보다 알았습니다. 뭐 예측 불가능이거나 되게 놀라운 수준은 아니지만 혹시 보고 싶으신 분은 예고편은 안 보시는 게 좋을 듯 합니다.



 ++++ 별 생각 없이 붙인 글 제목이었는데 방금 다시 읽어 보니 좀 위험하게 들릴 수도 있겠단 생각이. 아마 영화를 직접 보시면 저기다 적어 놓은 '낡은'의 의미를 오해하지 않으실텐데요. ㅋㅋ 이 영화 속 낡은 아파트는 그냥 낡은 게 아니라 정말 흉가 수준입니다. 오해하지 말아주세요... 하하;



 +++++ 스포일러 구간입니다. 시간 관계상 다 생략하고 초간단하게.


 말도 안 되게 끔찍한 상태(아파트인데 집 내부 상태가 그냥 폐가, 흉가 그 자체입니다;) 20대 현진씨는 방세와 생활비를 벌기 위해 조그만 공장에서 일을 합니다만. 젊은 사장놈이 숨 쉬듯 성희롱을 해대면서 공장에서 일하는 외국인 노동자들 착취에 동참을 시키니 난감하기 그지 없겠죠. 그러다 어느 날 밤 야근을 마치고 집에 가다가 이상한 소릴 듣고 모두가 퇴근한 공장에 들어가 보는데... 월급을 떼어 먹힌 외국인 노동자가 큼지막한 스패너로 사장놈을 마구 내려 쳐 죽이는 걸 목격합니다. 화들짝 놀라 공장을 뛰쳐 나가는데 오밤중에 공장에 돌아오던 사장의 차를 마주치고. 아니 그럼 방금 내가 본 건 뭐야? 라고 당황하지만 남에게 말은 안 합니다. 그리고 어차피 다음 날 업무 처리 잘 못 했다고 (사실은 사장의 저녁 데이트 신청(...)을 일언지하에 거절했기 때문일 겁니다.) 잘렸으니 뭐. 그런데 쌩뚱맞게 어젯밤 꿈인지 생시인지에 등장했던 스패너를 챙겨 갖고 퇴사하는 현진씨에요.


 현진씨의 옆집에는 대놓고 '난 호러 영화 속 이웃이에요!'라고 외치는 듯한 싸가지 없고 오지랖 폭발하며 불쾌하고 제정신이 아닌 듯한 아줌마 & 고등학생 딸이 살고 있어요. 어차피 흉가 아파트(...)에 살면서 자기네는 잘 사는 사람들이고 남편이 승진해서 곧 서울로 이사갈 거라고 폼을 잡지만 딱 봐도 그럴 일은 없어 보이죠. 암튼 첫 만남부터 쓰레기 봉투 갖고 어그로를 끌며 시비를 걸던 이 아줌마는 갑자기 현진에게 월 50을 줄 테니 딸래미 공부를 봐 달라고 제안을 하고, 공장에서도 잘려 생계가 막막하던 현진은 덜컥 수락합니다. 그래서 둘이 함께 지내는 시간이 많아지며 점점 마음을 열고 대화를 나누게 되는데... 그러면서 알게 되는 옆집 딸래미, 주희의 현실은 정말 압도적인 시궁창입니다.


 그러니까 주희 아빠는 IMF때 회사에서 잘렸어요. 그러고서 꽤 오랜 시간(정확히 안 알려주는데 대략 10년 쯤?)을 재취업을 하지 못했죠. 하지만 그 오랜 세월 동안 매일 아침에 양복을 챙겨 입고 나가서 밤에 들어올 땐 퇴근한 사람처럼 행동을 하고 있대요. 실제로 그 시절에 이런 사람이 많았다는 걸 반영한 설정일 텐데, 여기에 덧붙여서 이 양반은 살짝 미쳤습니다. 집에서 돼지를 사육해서 잡아 먹겠다며 실제로 키우면서 이상한 소리를 중얼중얼... ㅋㅋ

 그리고 엄마는 이런 걸 뻔히 알면서도 주변에는 남편이 잘 나가는 직장인이라 서울로 돌아갈 거라는 소릴 계속 해대고 있구요. 결정적으로 이 사람도 일을 안 합니다. 그럼 집안 생활비는 어떻게 되는 거냐면... 주희를 탐내는 치과 의사 할배에게 주희를 팔고 있어요. 구체적으로 뭘 하는진 안 나옵니다만. 이는 멀쩡한데도 계속 치과를 갑니다. 그러면서 주변에다가는 주희 이것이 아주 남자 홀리는 x이라며 디스를 하고 다니고...

 마지막으로 주희 본인은 일생에 용돈이란 걸 받아 본 적이 없는지라 그걸 스스로 벌고 있는데. 동네 슈퍼 아줌마의 정신 지체 아들래미의 성적 욕구를 채워주고 담배를 받고 먹을 것도 받고 그러는 중입니다. 섹스까진 안 했었는데 영화 초반에 슈퍼 물건을 훔치다 걸려서 아줌마의 협박을 받고 그 아들래미에게 성폭행을 당해요. 그리고 학교에선 양아치들의 담배를 '빌려' 피운 다음에 못 갚아서 두들겨 맞기도 하구요. 뭐 대충 이렇습니다. ㅠㅜ


 암튼 현진은 주희와 가까워져서 이런 사정을 다 알게 되고. 뭔가 도움이 되어 주고 싶어하지만 본인 인생도 그 모양인데 도와줄 길은 없죠. 끽해야 주희가 간식 삼아 갖고 다니며 하나씩 주워 먹는 각설탕이나 한 상자 사 주는 정도. 그래서 본의 아니게 자꾸 잔소리만 하게 되고, 주희는 그럴 때마다 언니가 뭔데 그러냐며 화를 내고 뛰쳐 나가고 그래요. 그러던 어느 날, 주희가 버럭! 하며 뛰쳐 나간 후에 보니 현진이 공장에서 가져온 스패너가 사라졌습니다. 깜짝 놀라 쫓아 나간 현진은 주희가 그 슈퍼로 들어가는 걸 목격하고는 아 또 용돈 벌려고... 라며 좌절해서 집에 들어와 자는데요.


 그 다음 날. 슈퍼 모자가 살해된 채로 발견됩니다. 아주 끔찍하게 머리를 완전히 짓이겨 버렸다고. 현진은 깜짝 놀라 주희에게 쫓아가 추궁하는데 주희는 역시 화만내구요. 이때 그동안 큰 일 없이 주변을 맴돌던 박 주무관이 등장해서 슈퍼 앞의 경찰과 구경꾼들을 보게 되고. 그때 현진에게 집을 소개했던 공인중계사 아저씨를 마주치는데, 둘의 대화를 통해 사실 박 주무관도 예전에 이 동네에 살았다는 게 밝혀져요. 공무원 시험 준비하느라 월세로 살았고 합격하고 떠나갔다고. 그리고 공인중계사 아저씨는 범인을 목격했대요. 번거로워질까봐 경찰엔 얘기 안 했지만, 저 아파트 사는 이상한 여자애가 새벽에 슈퍼에서 나오는 걸 목격했다고 합니다. 경악하는 박 주무관님.


 그리고 그 날 자기 부모에게 폭행을 당한 주희는 현진에게 하루만 재워달라 부탁을 하구요. 그래서 자연스레 화해를 한 둘. 주희는 케이크를 들고 와서는 오늘이 자기 생일이라고 얘기합니다. 그냥 같이 있어주기만 해달라고. 그래서 그렇게 잠이 드는데, 잠시 후 주희는 현진을 바라보다가 스르륵 집을 나가고. 잠을 깨서 꼭두새벽에 주희가 사라진 걸 알고 황급히 뛰쳐나간 현진은 기척을 따라 아파트 옥상으로 올라가는데, 멀리서 난간 위에 서 있다가 훌쩍 뛰어 내리는 주희를 목격하고 망연자실해서는 슬퍼하다가... 그냥 집에 들어와서 잡니다. (음?;)


 이제 마지막입니다. ㅋㅋ 다음 날 우리 사회 복지사 박 주무관님은 현진의 아파트를 방문해요. 근데 복지사라서 온 게 아니라 개인적으로 아는 사이여서 온 듯 하구요. 아주 오랜만에 만나서 그런지 어색하고 뻘쭘한 인사를 조금 나누다가 주무관님은 슈퍼 모자 살인 사건 이야길 꺼냅니다. 현진이 잡아 떼며 옆집 아이가 자살한 이야기를 하자 당황하는 박 주무관. 아냐 너 지금 무슨 얘기니 주희야. 


 ㅋㅋㅋㅋ 그렇습니다. 박 주무관님의 이름이 박현진. 지금껏 자기가 현진이라 우기던 주인공님이 주희, 옆집 소녀였구요. 둘은 지금껏 현진이 겪었던 일과 비슷한 경험을 오래 전에 나눴습니다. 하지만 공무원 시험에 합격하면서 현진은 주희 곁을 떠나 본인 삶을 살았고. 계속 이 시궁창에 머물던 주희는 결국 정신이 나가 버렸던 거죠. 그러다 그나마 희망이 있었던 박 주무관님과의 짧았던 인연을 생각하며 이 집으로, 정확히는 본인 살던 옆집 박 주무관이 세들어 살던 곳으로 혼자 돌아왔는데. 그러고는 자기가 박 주무관이 되어서 과거의 자신을 만나 챙겨주는 망상에 빠져 있었던 거죠. 다만 슈퍼 모자 살인은 진짜였고, 범인은 당연히 자신이 현진이라 믿는 주희였습니다. 역시나 그 스페너로...


 암튼 본인의 진짜 이름을 불러 버린 박 주무관 때문에 주희는 충격을 받지만, 이내 현실을 부정하고 화를 내다가 결국 또 스패너를 꺼내 박 주무관의 머리를 가격. 살해하구요. 아 뭐야 짜증나게... 라며 무표정하게 의자에 앉아 투덜거려요. 잠시 후 (제가 귀찮아서 생략해버린) 주희가 사귄 착하고 어리버리한 남자 친구가 집에 들어오다가 죽어 있는 주무관과 온 몸에 피를 묻힌 주희를 보고 기겁해서 도망가 버립니다. 그리고 주희는 피에 물든 옷을 벗어 던지고 집 밖으로 나가는데, 그때 영화 내내 아파트 계단에서 놀며 주희(그러니까 여태까진 현진)가 말을 걸면 화를 내던 꼬맹이들이 엄마 손을 잡고 주희의 옆집, 그러니까 주희가 지금껏 주희가 살고 있다고 믿었던 그 집으로 들어가요. 이미 주희가 정상이 아니라는 걸 인지하고 있었는지 거의 도망치다시피하네요. 그걸 짜증난다는 표정으로 바라본 후 아파트 옥상에 올라가 담배를 피우는 주희의 무표정한 얼굴을 클로즈업 해주며 엔딩입니다. 

    • 너무 우울할 게 뻔한 영화라 안볼 생각으로 스포일러를 긁었는데 생각보다도 더하는군요;;;;; 한국독립영화를 챙겨 보려고 애쓰지만 이런 영화가 나온 줄도 몰랐는데 그게 어느새 또 10년이 지났다니 그것도 참;;;;; 

      • 아무래도 평판이 좋은 작품 위주로 보게 되다 보니 한국 독립 영화들은 왜 이리 수준이 높은 것인가! 왜 이런 사람들이 대중 영화판에서 성공하지 못하는가!! 이런 생각들을 하게 되지만 그만큼 대중 영화란 것도 잘 만들기 쉽지 않은 거겠죠. 이 영화만 해도 스토리에 대해 평가가 갈릴 순 있어도 만듦새는 아주 말끔하니 좋거든요. 하지만 감독도 배우들도 묻힌 채로 10년입니다... ㅋㅋ

    • 듀나님 리뷰 보고 호기심이 생겨서 당시 VOD로 감상했던 작품이네요. 말씀대로 분명히 길긴 긴데 그게 서사구조에서 다 필요한 씬들이죠. 굳이 잉여라 하면 확실히 연애파트인데(지금 듀나님 리뷰 다시보니 늘어진다고 필요 없다고 하신 ㅋㅋ ) 그것마저 없었으면 정말 두시간 내내 고구마만 먹다가 막판에 억!하고 끝이니까 뭐 어쩔 수 없겠죠. 반전이 꽤 인상적이었는데 스포일러 긁어보니 정확히 기억하고 있었네요. 영화적으로 드라마틱하게 겹치는 불행인데 뭐 요즘 젊은 세대와 빈곤층, 취업난 현실을 보면 딱히 심한 과장도 없는 것 같구요. 그런 상황에서 엎친데 덮친격(?)으로 여성이기까지 하니 생길 수 있는 더 험악한 일들이 생기고...




      상태 심각한 낡아빠진 아파트의 나름 미스테리/호러물이라 정말 '소름' 생각이 나네요. 암울한 무드로 쭉 가다가 막판에 진상 밝혀지고 끝나는 구조도 비슷.. 현진, 주희 역 배우들은 말씀대로 연기도 좋았고 비주얼도 다 좋으신데 이후 이렇다할 출연작이 없다니 안타깝네요. 이 영화 자체가 저예산 독립인 걸 감안해도 인지도가 너무 없더라구요. 왓챠피디아에도 리뷰가 100여개 뿐;;

      • 그 연애 파트가 생각보다 역할이 크다고 생각했어요. 처음엔 배신 당할 것 같아서 가뜩이나 우울한데 저 껄렁남까지!! 했다가 나중엔 주인공에게 희망을 주는 식으로 활용도 되고. 이야기 마무리에도 간단하게나마 잘 써먹었죠. 하지만 듀나님 말씀대로 이게 핵심은 아니기도 하고... ㅋㅋ




        그렇죠 한국 아파트 호러의 원조는 '소름'! 근데 소름에 비하면 이 영화는 차라리 친절하고 재밌는 편 아니었던가요. 소름이 비평은 아주 좋았지만 그 평 듣고 달려가서 본 사람들에게 그렇게 좋은 소린 못 들었던 기억이 있습니다. 결국 배우 김명민을 남겼으니 의미는 충분한 영화였구요.




        말씀대로 이 영화는 독립 영화 중에서도 유독 인지도가 떨어지는 것 같아요. 장르물 형식을 갖다 쓰다 보니 인디 영화 보는 사람들 사이에선 오히려 평가가 애매해지고 입소문도 못 탄 게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들구요.

    • 이런 영화가 있는지도 몰랐는데 로이배티님 덕분에 재밌게 잘 봤습니다. 귀신 들린 집 말고 (중요) 귀신 나올 것 같은 집이 배경이거나 정신 나간 이웃들이 사는 우울한 영화는 재미 없어도 재밌게 보거든요. 일단 무조건 플레이하고 봅니다. 갑자기 수많은 영화가 머리 속을 스쳐지나가네요...

      저에겐 주희로 나온 배우가 목소리도 좋고 매력적이었어요. 주인공 연애 얘기는 뜬금 왜 나왔는지 모르겠지만.. 뭐 이야기에 크게 방해는 되지 않았구요. 그 남친도 당연히 이상한 놈일 줄 알았는데 아니더라구요? 노출 장면은 굳이.. 싶었지만..

      중간에 이상한 옆집 아저씨가 나올 때 살짝 짐작은 했어요.

      아무튼 전 재밌게 봤는데 왓챠 평은 상당히 안좋네요. ㅠㅠ
      • 귀신 나올 것 같은 집. ㅋㅋㅋㅋ 맞네요. 정말로 귀신은 안 나오니까요. ㅋㅋ




        네 주희 역할 배우님도 참 좋았는데 이 분은 정말 금방 경력이 끝나 버리셔서. ㅠㅜ 그나마 주인공 배우님은 아직 활동은 하고 계신 것 같구요. 주인공 연애 얘기는 아마도 그 시궁창 라이프에 살짝 희망을 비춰주는 기능이 아니었나 싶어요. 결국엔 마지막 시궁창을 더욱 강조해주는 역할이었지만요. 하하;




        왜 그렇게 평이 별로인지 모르겠어요. 스토리상 좀 아쉬운 부분이 있긴 한데, 이 정도면 완성도는 꽤 높은 것 같은데 말이에요.

    • 저는 볼 것 같진 않지만 왠지 로이배티님이라면 보시고 감상소감을 올리실만한 영화란 생각이 듭니다. ㅎㅎ


      첨에 사진만 주르륵 보았을 땐 우리나라 영화란 생각을 못했어요...

      • 중화권 쪽 영화처럼 보였으려나요. ㅋㅋ 기주봉 아저씨 짤이라도 하나 넣을 걸 그랬습니다. 대체 총 출연작이 몇 편이나 되는 건지 본인도 모르실 것 같은 그 분!

    • 저도 이 영화를 봤다는 걸 이 글 다 읽고 깨달았습니다 당시에 주희나 주희모친 설정이 너무 작위적이라고 생각이 들어 감독 찾아보고 남자라서 그렇게 썼구나 했었죠 그때도 예술영화스러운 제목에 낚였던 거 같아요 잘 읽었습니다 로이배티님
      • 맞아요. 처음엔 여자 주인공만 3인방이 연령대별로 나오길래 여성 감독이신가... 했는데 남자 분이었고. 말씀하신 그런 부분이나 굳이 필요 없어 보이는 베드씬 같은 게 갑자기 이해가 되고 그랬네요. ㅋㅋ 전 그래도 괜찮은 부분이 많은 영화라고 생각하지만요. 좋게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_ 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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