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팡플레이] 실력도 좋은데 앙심까지 가득한, '퓨리오사' 잡담입니다
- 작년 영화죠. 런닝 타임은 2시간 28분이니 본의 아니게 긴 영화들을 보고 있습니다. ㅋㅋ 스포일러는 딱히 없어요. 어차피 프리퀄이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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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팬들이야 좋아했겠지만 전편을 안 본 사람들에겐 뭐야 이거 무서워 저리가... 같은 반응이 많지 않았을까 싶어 좀 심란한 포스터입니다. ㅋㅋ)
- 어린 소녀 퓨리오사의 모습으로 시작합니다. 사방이 황무지가 된 디스토피아지만 퓨리오사의 고향은 청포도... 아니 그냥 비옥하고 풍요로운 숲속 마을이네요. 바깥 세상의 불량배들로부터 마을을 감춰야 한다는 교육을 어려서부터 철저하게 받았는지, 어쩌다 찾아온 불청객들을 손수 처리해 보려다가 그만 그들에 의해 끌려가요. 그 뒤를 아마도 마을 최강 전사인 듯한 엄마가 쫓구요. 하지만 결국 그러다 마주친 이 영화의 메인 빌런 디멘투스에게 엄마는 살해 당하고, 퓨리오사는 간신히 도망쳐 이모탄 조의 시타델에서 자라나게 됩니다. 그러면서 뭐... 당연히 복수하는 얘기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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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니까 이랬던 소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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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되었다가 결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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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되는 이야기인데요. 런닝 타임이 길다 보니 아역 부분의 분량이 꽤 큰 편입니다.)
- 다짜고짜 본론으로 들어가면요. 이 영화에 실망을 표했던 사람들 소감도 이해는 갑니다.
그러니까 애초에 '분노의 도로'와 비슷한 시기에 나왔어야할 영화였어요. 만약 분노의 도로가 글로벌로 대히트를 했다면. 그래서 열기가 형성이 된 가운데 이 영화가 금방 튀어 나왔다면 매드맥스 '사가'의 색다른 이야기로 다들 좋아하며 봤겠죠. 문제는 본편이 흥행으로 재미를 보지 못했고. 그래서 애초부터 기획되어 있었던 이 영화가 실제로 만들어지는 데에 무려 9년이 걸렸고. 텀이 이쯤 되니 아무리 이게 퓨리오사가 주인공인 프리퀄이자 외전이라고 외쳐봤자 사람들의 기대치는 '분노의 도로 속편'으로 설정이 될 수밖에요. 그리고 이 영화는 어떻게 봐도 '분노의 도로 속편'으로 만족스럽게 즐길 영화는 아니거든요. 완성도가 못하다는 게 아니라, 그냥 방향이 다르고 성격이 다르다는 얘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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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모탄 조는 꽤 중요한 것처럼 나오지만 사실 그렇게 중요하진 않습니다. 어디까지나 이번 영화의 메인 빌런은 햄식씨이고 이모탄 이야긴 이미 했으니까요.)
- 그러니까 이건 뭐랄까... 고전 영화를 보는 기분이 많이 들었어요. 고전 청소년 모험담에 역시 고전스런 복수담을 결합한 느낌.
야만 그 자체인 황야의 풍경과 그 안에서 참으로 지저분하게(...) 사는 사람들의 그림이 디스토피아 SF라기 보단 그냥 옛날 야만시대 구경하는 느낌도 들고. (아마도 이 시리즈, 이 세계관의 역사가 그만큼 오래 묵었기 때문도 있겠죠. ㅋㅋ) 주인공 퓨리오사의 과거사나 성장 과정, 중간에 끼어들어가는 로맨스까지 모두 다 되게 정석적인 옛날 이야기들 스타일이구요. 캐릭터들 성격이나 역할들도 참 다 옛스럽고. 아예 촬영도 그런 느낌을 살리는 쪽으로 해놓지 않았나... 그런 생각을 했어요. 구도나 앵글 같은 것도 그렇고, 늘 화면을 가득 메우는 황야의 색감도 거기에 힘을 보탰구요.
암튼 그래서 뭔가, 고전 비극을 구경하는 느낌으로 봤다는 얘기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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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데 정말 이런 모래 바다에서 그런 액션이 가능하단 말야? 라는 생각을 하고 있었지만 어쨌든 그림은 죽이지 않습니까.)
- 캐릭터들이 다 재밌습니다.
바로 위에서 '전형적이다'라고 적었지만 그렇게 전형적인 방향으로 재밌어요. 매력적이구요.
예를 들어 퓨리오사의 엄마는 컨셉만 설명하면 정말 뻔할 뻔자 '카리스마 여전사' 캐릭터인데 실제로 보고 있으면 그게 아주 폼이 나고 멋집니다. 참 희한하죠. 아무리 생각해 봐도 그 흔한 양산형 여전사들과 딱히 차별점을 모르겠는데 그냥 멋져요. 액션에서 보이는 진짜 같은 디테일들 때문일까요. 퓨리오사나 디멘투스 주위를 맴도는 큰 비중 없는 조역들도 다들 눈에도 잘 들어오고 기억에도 남을만한 대사든 액션이든 하나씩 맡아서 존재감 뽐내 주고요. 물론 퓨리오사 본인도 끝내줍니다. 어린 시절부터 영화 내내 빈 틈 없이 비현실적인 절정 비주얼(...)을 뽐내는 것도 크지만 역시나 아주 고전적으로다가 날 때부터 남다른 본 투 비 영웅 주인공으로서 폼이 아주 좋아요. 약간 엊그제 본 저스티스 리그 생각도 나는 것이, 얘는 애초부터 평범한 사람이 아니다. 라는 느낌이 팍팍 드는데 그걸 거의 '고상하다' 싶을 정도로 멋지게 묘사를 해줘요. 그런데...
예상치 못하게 가장 인상적이었던 건 이 영화의 메인 빌런 디멘투스였네요. 일단 캐릭터가 진짜 잘 짜여졌습니다. 퓨리오사 입장에선 말할 것도 없고 그냥 제 3자의 관점에서 봐도 되게 나쁜 놈인 게 맞는데, 동시에 이 세상 돌아가는 꼴과 원리를 생각하면 그냥 합리적인 놈으로 보이기도 해요. 또 상황에 따라 인간적인 면모를 보였다가, 또 비정한 모습을 보였다가 오락가락하는데도 일관성이 있구요. 뭣보다 참 재밌습니다. 입담도 좋고 예상치 못한 활약(?)도 자주 해주고... 또 무엇보다 햄스워스가 너무 즐겁고 행복해 보입니다. ㅋㅋㅋㅋ 살찐 게임 폐인 토르 연기할 때보다도 훨씬 즐거워 보여서 구경하는 저도 즐거웠구요. 마지막에 나름 진지한 장면을 연기할 때도 오 얘가 원래 연기 잘 했네... 싶게 잘 소화하더라구요. 영화가 히트했으면 이 캐릭터도 프리퀄 비슷한 거라도 요청이 있었을 것 같은데. 여러모로 아쉽네요 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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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한 햄식씨. 저 가슴팍에 매달린 인형 보래요. ㅋㅋ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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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뻔한데 그냥 멋있는 우리 퓨리오사댁 사모님)
- 그리고 액션은요.
이 매드맥스의 세계관은... 그냥 말이 안 되잖아요? ㅋㅋ 석유가 그렇게 중요한 희소 자원이라면서 우리의 주인공 & 빌런들은 다들 진짜 과시적인 용도로 정말 아낌 없이 그걸 소비해 버리기도 하고. 아니 뭐 하나하나 따져 보자면 끝이 없을 정도로 말이 안 되는 세상인데요. 개인적으론 그렇게 말이 안 되게 대충 짜여진 이 시리즈의 세계관을 대략 납득 시켜주는 게 이 영화의 차량 액션이라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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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름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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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없다굽쇼? ㅋㅋㅋㅋㅋ)
당연히 이것도 말이 안 되고 끔찍하게 비효율적입니다. 그건 마찬가지인데요. (대체 대형 트럭을 습격하는 놈들은 왜 아무도 바퀴를 안 부수는 겁니까?) 마치 가상의 스포츠 경기를 보듯이 공격측과 수비측의 전략이 있고, 그게 서로 단계별로 딱딱 맞아들어가면서 화려하게 펼쳐지니 굳이 현실이니 효율이니 따질 생각 없이 즐기게 돼요. 그리고 영화에 두어 번 정도 펼쳐지는 대규모의 차량 액션은 정말로 박진감 있게, 아이디어도 풍성하게 잘 짜여져서 보는 맛이 충분했어요. 클라이막스에 액션이 거의 없다는 게 좀 아쉽긴 하지만 이야기 구성을 생각하면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던 것 같고. 그 외엔 한 방이 필요할 때마다 적절하게 펼쳐주는 화려한 액션씬들 때문에 아주 즐겁게, 만족스럽게 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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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효율이면 어떻습니까. 보기 좋으면 됐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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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쨌든 액션씬들은 다 좋았습니다.)
- 그래서 결론은 뭐...
뭔가 '벤허' 같은 영화를 보는 기분이었어요. 고전적 영웅이 나오는 전통적 복수담인데 그쪽 방향으로 아주 잘 만들어졌단 말이죠.
그게 요즘 유행에는 좀 안 맞을 수도 있고. 또 너무 늦게 나온 스핀 오프라서 충분히 화제 몰이가 되지 못한 것도 있고. 이래저래 흥행이 잘 안 된 건 이해합니다만. 어쨌든 그게 영화의 완성도 탓은 아니라는 건 분명하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더 안타깝구요. 이제 조지 밀러 옹의 나이가 팔순이 넘었는데 말입니다(...)
암튼 아직 안 보신 분이 계시다면 그냥 한 번 틀어 보세요. 아마 대부분은 저처럼 그냥 그 긴 런닝 타임이 훅하고 사라지는 걸 느끼실 수 있을 겁니다. 참 재밌게 잘 봤어요. 끄읕.
+ 듀나님이 리뷰에서 언급하신대로, 마지막에 '분노의 도로'와 연결되는 장면은 뭐... 막 나쁜 건 아니었지만 좀 애매했습니다. 일단 배우가 다르고 둘의 생김새도 너무 다르니까요.
++ 정말 짧게 지나가긴 하지만 퓨리오사가 원래 살던 마을은 마치 모계 사회가 아닌가 싶을 정도로 여성들을 중점으로 보여주더라구요. 남자들이 있긴 한데, 여자들이 훨씬 많이 보이고 폼나는 일은 다 여자가 하고 있던. 거의 아마존인가 싶었습니다. ㅋㅋ
+++ 글 적으며 다시 검색해 보니 밀러 옹께서 '아직 한 편 더, 매드 맥스가 주인공인 영화의 아이디어가 남아 있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퓨리오사의 극장 흥행에 달려 있다'고 발언했었군요. 나중에 톰 하디도 '가망 없다'는 발언을 했다고 하구요. 에고... 죄송합니다 밀러 옹. 극장 가서 본다고 맘만 먹어 놓고 결국 게으름을 이기지 못한 저 자신을 비난합니다. ㅠㅜ
++++ 글 적다 보니 짤이 남아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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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안야 테일러 조이님이 샤를리즈 테론은 정말 0.00001도 안 닮았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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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게 뭐 중요하겠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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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멋지신데요. ㅋㅋㅋㅋ)
참 여러모로 안타까운 작품입니다. 정말 순수하게 완성도로만 보면 빠질 부분이 없는데 지적해주신 이유들도 그렇고 여러가지 겹친 내외적 상황들로 인해 흥행이 안될만했냐고 물어본다면 그럴만했다고 답할 수 밖에 없겠네요.
'분노의 도로'가 어마어마한 평가에 비해 흥행에서 재미를 보지 못했던 건 사실이지만 그래도 손익분기점에 아쉽게 못미치는 정도였고 블루레이 등 2차판권으로 손해는 보지 않았던 걸 고려하면 이렇게 늦어질 필요는 없었는데 알고보니 조지 밀러 감독님이랑 워너가 디스커버리 인수되기 전 수뇌부랑 흥행 보너스 지급문제 때문에 아주 길고 긴 법정소송이 있었다고 하더군요. 두 편 사이 거의 10년에 가까운 갭이 생긴 건 이 문제가 가장 컸었나봐요.
분노의 도로 각본을 완성한 다음 퓨리오사 캐릭터 전사를 설정하다가 아이디어가 계속 생겨서 아예 장편영화 분량을 써버렸고 둘을 동시제작하고 싶었지만 여건상 어려워서 일단 분노의 도로부터 진행했고 개봉당시 인터뷰에서도 이미 퓨리오사 프리퀄 제작준비와 위에 쏘맥님이 언급하신 웨이스트랜드도 거의 구상이 다 됐다는 식으로 밝혔었는데 최소한 퓨리오사라도 빨리 만들어졌으면 상업적 성과는 훨씬 나았을 것 같습니다. 당시 테론 여사님이면 분장으로 20대 초중반까지는 소화가 가능하셨을거고 어린시절이야 아역쓰면 됐을테고 말이죠.
뭐 어쨌든 결과야 그렇게 됐지만 안테조가 자기만의 카리스마로 소화한 퓨리오사는 은근 평이 갈리기도 했지만 저에게는 너무 만족스러웠고 헴스워스는 진짜 오바가 아니고 커리어 베스트 역할이 토르가 아니라 바로 이 디멘투스 같아요. 2016년 '고스터 버스터즈'를 봐도 그렇고 은근히 똘끼 있는 캐릭터 좋아하는 취향 같았는데 이번엔 아주 날라다녔죠. '맥스 하위호환' 정도로 여겨지는 잭 캐릭터도 저는 듬직하고 왜 퓨리오사가 유일하게 믿을 수 있는 '남자'였는지 충분히 납득이 되서 좋았어요. 톰 버크 배우가 저희같은 일반인들에게 친근한 몸매와 얼굴크기(?)인데 비해 탈인간적인 안테조의 비율과 대비되는 그 조합이 묘하게 어울렸던 것도 같구요. ㅋㅋ
조지 밀러옹 연세를 생각하면 진짜 워너가 마지막? 기회를 드렸으면 좋겠습니다. 언제 이런 퀄리티의 포스트 아포칼립스 액션영화를 또 볼 기회가 있을까요.
검색해보니 합의를 봤다니까 뭐 돈을 안줬던 워너 측에서 지불해준 것 같습니다. 그러고나서야 퓨리오사 제작이 본격적으로 진행됐다네요. 에구 아까운 시간 ㅠㅠ
분노의 도로 개봉당시 인터뷰에서 밝힌 바로는 원래 각본에서는 좀 더 둘의 개인적인 원한이 있었는데 실제 제작까지 시간이 오래 걸리는 동안 고친 부분들이 있는 것 같습니다. 맥스 카메오가 나오긴 나왔죠. 뒷모습으로 잠깐이지만 ㅎㅎ
호주 내륙 사막지대에 출장 갔었을 때 느꼈던 삭막함 (소형 비행기 활주로가 그냥 마른 땅, 포장이 안 되있었슴.)을 보니, 매드맥스의 세계관이 전혀 허구가 아니구나 하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어떤 이유로든 무정부 상태가 되면, 척박한 환경에선 제한된 자원을 둘러싸고 생존 전쟁이 가능하겠죠? '워터 월드'에서는 흙(땅)을 찾아서.. 우리나라는 무정부 상태에서 각자 무장하게 되면, 무엇을 찾아 서로 다툴까요?
크리스 헴스워스는 연기도 곧잘하고 마인드도 깨어있는 호감형 배우인데 어째 근육 바보인 토르 역할 말고는 맨 인 블랙이며 고스트 버스터즈에 이 영화까지 죄다 흥행에 실패하는 건지 참 안타깝습니다.
전작과의 연결고리를 생각하면 안 맞는 부분들이 너무 많아서... 그냥 독립적으로 봐야하는 영화죠. 따로 놓고 봤을 때는 재미있긴 했지만 전 아무래도 그렇게 안 맞는 부분들이 신경쓰이더라고요.
익스트랙션이 볼만하긴 한데 그냥 넷플 오리지널 양산형 액션물 중에서 상위권인 정도고 이걸 대표작으로 넣어줘야할 정도면 인기에 비해 의외로 빈약한 필모인 게 티가나고 그런 느낌이네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