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저런 일상대화...
1.전에 썼듯이 꽤나 오른 주식이 있어요. 한데 주식이란 게 그렇거든요. 안 팔고 무한히 계속 주식을 하면 결국 그 돈은 돈이 아니라 '도박 자금'에 불과하단 말이예요.
조금만 떼어서 쓰면 충분히 많은 생활비가 될 수도 있고 여행비가 될 수도 있고 타인을 도울 수도 있는 돈이지만, 굳이 안 떼어 쓰는 이유는 여러 번 적었죠. 허리띠를 졸라매며 계속 돈을 불리는 게 재미있기도 하고, 그런 스토익함에 의미가 있기도 하거든요.
하지만 아무리 그래도 도박 자금 중에 아주 소액쯤은 팔아서 쓰지 않으면 의미가 없는 거니까요. 커피맨과 약속...이라고 하기엔 좀더 가벼운 다짐 같은 걸 했어요. 이 주식이 40만원까지 오르면 딱 100주만 팔아서 그것만큼은 흥청망청 쓰기로요.
2.그렇게 다짐하고 헤어지며 이런 대화를 나눴어요.
'은성씨, 요아정이란 거 먹어봤어?'라고 그가 물어와서 '아니. 안 먹어봤어. 그거 쓸데없이 비싸잖아.'라고 대답했어요. 그러자 그는 '돈도 벌었는데 오늘 한번 먹어볼까.'라고 말했고...나는 아직 그런 사치를 부리기엔 이른 것 같아서 그러지 말자고 했어요. 더 많은 돈을 벌었을 때 요아정에 가자고 하고 헤어졌어요.
3.어쨌든 그 주식은 43만원까지 올랐지만 난 팔지 않았어요. 그리고 계엄이 터져서 27만원까지 떨어졌죠. 이때 나는 정말로 후회했어요. 그냥 40만원이 됐을 때 100주만 팔아서 써볼걸 하고요.
그래서 다시 커피맨과 만나 얘기했어요. '제기랄, 다음에 40만원으로 복귀하면 그땐 정말 100주만 팔아서 쓸거야. 4000만원쯤은 꽁돈이라고 생각하고 말이지.'라고 다짐했죠.
4.휴.
5.그리고 또다시 그 주식은 40만원이 됐어요. 커피맨이 내게 '이제 40만원 됐는데 100주 팔아서 써야지?'라고 말했고...나는 대답했어요.
'나에게 좋은 아이디어가 있어. 생각해 봐. 40만원에 100주를 팔면 4000만원을 쓸 수 있지만 80만원에 100주를 판다면? 그땐 4000만원이 아니라 꽁돈 8000만원을 마음껏 쓸 수 있다고.'
그러자 그는 나를 가만히 바라보다가 '그 돈 평생 못쓸 것 같은데'라고 말했어요. 그리고 '차라리 그럼 10주라도 팔아서 써보는 게 어때?'라고 말했고 나는 대답했어요. '그건 물이 아니라 바닷물이야. 마셔봐야 더 목만 말라지고 의미없는 바닷물이지. 난 한큐에 존나 많이 써야 갈증이 풀리거든.'
6.그리고 그 주식은 마구 올라서 60만원이 됐어요. 그리고 70만원이 됐어요. 그리고 78만원이 됐어요. 말 그대로, 내가 드디어 그 주식을 팔아서 써볼 날이 눈앞까지 온 거죠. 그리고...
유.
상.
증.
자.
....................................ㅠㅠ
7.사실 예측 못했어요. 이 양아치놈들이 유상증자를 안한다고 분명 말해놓고 할줄은 몰랐거든요. 하긴 윤석열도 그랬죠. 계엄을 한다고 말해놓고 한게 아니니까요.
어쨌든...또 그렇게 나는 그 주식을 팔아서 써보지 못하게 된 거죠.
8.그럼 누군가는 이러겠죠. 다시 그 주식이 80만원으로 복귀하면 팔아서 쓸거냐고요. 당연히 아니죠. 이 정도 풍파를 겪었는데 내가 고작 그 가격에 팔리가 없죠.
그리고 생각해 보세요. 80만원에 그 주식을 100주 팔면 8000만원이지만 100만원에 그 주식을 100주 팔면 1억원이잖아요. 공짜로 2천만원을 더 땡길 수 있는 건데 뭐하러 80만원에 팔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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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을 써놓고 보니 다들 알게 됐겠군요. 내가 얼마전에 썼던, 10배 15배 오른 주식이 한화에어로스페이스란 거요. 한 20배까지 올랐다가 지금은 어쨌든 좀 떨어진 상태예요.
사실 이 주식에 대해 엄청난 확신이 있었는데 글쎄요. 지금은 확신이 없다기보다 재미가 없어진 상태예요. 주가라는 건 나와 세력, 그리고 경영진이 n인n각을 하면서 마지막 목적지까지 달리는 건데...김승연과 김동관 이 놈들이 레이스 중간에 자기들만 좋자고 딴길로 샌 상황이거든요.
그래서 한화에어로스페이스로 내가 꿈꾸는 마지막 목적지까지 함께할 생각이었는데...지금은 그런 건 됐고 그냥 돈이나 벌자는 마인드가 되어버렸어요. 이 주식의 성장 역사를 함께 체험해 보고 싶었는데 경영진 놈들이 양아치라서 마지막 풍경까지 구경하며 가고 싶은 생각은 이제 없어졌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