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팡플레이] 익숙할만큼 익숙한 장르물의 미세한 변주, '미지의 집착' 잡담입니다

 - 2022년작입니다. 런닝 타임은 1시간 24분. 스포일러는 마지막에 흰 글자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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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제의 뜻은 본인 배우자, 또는 애인을 돌려 부르는 표현이라고 하네요. 번역제는 좀 괴상합니다. 뭔 소린지 모르겠는데 내용과 연결도 잘 안 되고 기억에도 안 남고...)



 - 숨만 쉬어도 서로에 대한 사랑이 뿜뿜하는 젊은 커플 루스와 해리가 백패킹을 왔어요. 백패킹 출발점 직전에 들른 주유소에선 어린 소년이 부들부들 떨며 '빨간 별이 떨어졌어요' 같은 이상한 소릴 하구요. 뭐야 저건? 하고 즐겁게 백패킹을 시작하지만 이 즐거움은 해리의 청혼을 루스가 거절하면서 어색 불편 난감함으로 돌변합니다. 어릴 적 가정 불화를 심하게 겪어서 지금껏 그 트라우마에 시달리며 상담을 다니고 약을 먹고 사는 루스인지라 애초부터 '우리 사이에 결혼은 없다'며 시작한 관계였고. 그렇게 서로가 서로에게 섭섭하고 서먹한 가운데 슬슬 예정된 정체불명의 존재가 이들에게 접근하기 시작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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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체 강탈자물의 주인공이 사랑 넘치는 커플이라니 대충 어떻게 흘러갈지는 뻔한 것인데요.)



 - 대략 도입부에 다 밝혀지는 부분이니 숨길 필요는 없겠죠. 또 하나의 신체 강탈 외계인 호러입니다. 다만 장소가 깊은 숲속이고 주유소에서 스쳐가는 인물들을 제외하면 총 등장 인물이 넷 밖에 안 되는 데다가 결국 90%는 루스와 해리 둘이서 지지고 볶는 걸로 채워져요. 매우매우 저렴하게 찍은 영화인 건 그렇다치고... 아니 신체 강탈물을 등장 인물 둘로 만든다고? 뭔 얘길 하려고?? 이런 호기심이 들 수밖에 없는 영화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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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추세를 생각하면 당연히 남자가 외계인이 되어서 여자를 괴롭히는 내용으로 현실 성범죄, 데이트 성폭력 같은 걸 조명하겠거니... 했는데 그렇겐 안 가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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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 여자가 외계인이 되어 나쁜 남자를 공격하는 거냐... 고 하면 그거랑도 다르구요. 스포일러라서 더 말은 못하겠군요. ㅋㅋ)



 - 모두에게 익숙한 장르 공식을 또 한 번 써먹는 영화를 만들면서 재미란 걸 챙기려면 대략 두 가지 방향이 있을 겁니다. 첫째는 '그냥 아주 잘 만들기'이고 둘째는 살짝 비틀어서 다른 작품들과 차별화되는 재미를 주는 건데요. 이 영화가 고른 길은 두 번째입니다. 신체 강탈 외계인 영화로서 뭔가 탁월한 부분이 있느냐... 고 묻는다면 그건 아니에요. 못 만든 건 아니지만 대단히 잘 만들었다고 하기도 어려운 무난한 완성도의 영화라고 할 수 있겠구요. 다만 '지금껏 이런 신체 강탈물은 없었다!' 라는 듯한 아이디어가 두어개 정도 있어서 그 쪽으로 재미를 느껴달라. 뭐 이런 식이거든요.


 그래서 평가가 극단적으로 갈릴 수밖에 없는 작품입니다. 이런 미세하고 소소한 변주에서 '아 이걸 이렇게 가나? ㅋㅋㅋ' 하고 즐거워할 수 있는 사람이라면 이 정도면 괜찮군. 이라며 즐길 수 있을 것이고, '고작 이거 보여주려고 영화를 만들었니'라고 생각할 분이라면 실망할 수밖에 없겠죠. 그 아이디어 한 두 개를 제외하면 정말로 아주 소소한 영화거든요. 다행히도 전 전자에 속하는 편이라 즐겁게 봤습니다만, 남들에게 마구 추천하기는 좀 어렵겠단 생각이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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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쨌든 마이카 먼로의 모습은 원 없이 볼 수 있는 영화이니 저는 만족했습니다. 왜 더 뜨지 못하는 거냐고!!!!!)



 - 근데 그 아이디어란 것을 설명한다면 그냥 스포일러가 되어 버립니다. 고로 제 입장에선 별로 할 수 있는 얘기가 없는 영화에요. ㅋㅋㅋ

 드릴 수 있는 말씀은 이 정도에요. 사실 전 그냥 마이카 먼로가 보고 싶어서 봤고 등장 인물 별로 없는 영화의 원톱 주인공이니 배우 구경은 원없이 할 수 있으며 여전히 믿음직한 연기로 이야기를 잘 끌어가 줍니다. 고로 배우님 팬이면 보시구요.

 막 가난하고 볼품 없는 영화는 아니지만 정말 작은 소품이고 대단한 야심이나 큰 아이디어 같은 건 없는 장르물입니다. 그래도 자신이 하려는 이야기 자체는 탄탄하게 잘 굴려가긴 하지만요. 이쪽 장르를 좋아해서 많이 보다 보니 조금만 공식을 비틀어도 그걸로 재미를 찾을 수 있다... 라는 분들에게만 권장하겠습니다. ㅋㅋ 저는 즐겁게 잘 봤어요. 끄읕.




 + 그래서 바로 스포일러 구간입니다.


 다시 한 번, 우리의 주인공 루스는 불화 쩌는 부모 밑에서 자란 트라우마로 결혼에 대한 강력한 거부감은 기본이요 일상 생활에까지 지장을 받는 가련한 영혼입니다. 해리도 그걸 알고 연애를 시작했으나 이게 아주 잘 풀리자 이 정도라면!!! 하고 프로포즈를 계획하고 자신에게 익숙한 트래킹 코스로 데려와서 절경이 함께하는 벼랑 같은 데서 반지를 꺼내들고 폼나게 청혼하지만, 그 대답이 공황 장애 발작(...)이라 다 망해버리죠. 청혼도 망하고 여행도 망하고 관계도 망하고... ㅠㅜ


 그런데 그날 밤부터 이상한 일들이 벌어지기 시작합니다. 갑자기 한쪽 뿔이 잘린 커다란 사슴이 와서 루스를 한참 째려보다 갔는데. 트래킹 중에 그 녀석과 아주 닮은 사슴이 깔끔하게 종으로 반토막난 시체로 발견되구요. 이상하다 이상하다... 하다가 홀로 자연의 부름(...)을 처리하러 나갔던 루스는 아주 수상한 동굴을 발견하구요. 그 안에서 정체불명의 끈끈한 파란 액체를 발견하고 살펴보다가 고개를 돌리고, 경악합니다.


 장면이 바뀌면 기다려도 기다려도 오지 않는 루스를 찾아 나섰던 해리가 아주 어색한 부동자세로 서서 멍때리고 있는 루스를 발견해서 데려와요. 그런데 이때부터 루스의 행동이 이상합니다. 감정이 없는 듯 무표정하게 있다가 해리의 말에 어색한 말투로 대답하고. 텐트에서 잘 때도 밤새 딱딱하게 굳어서 눈을 부릎뜨고 잠도 안 자구요. 캠핑용 나이프를 들고 해리의 뒤로 다가가다가 들켜서 멈칫거리기도 하구요. 그런데 그러다 갑자기, 생각이 바뀌었다는 겁니다. 가만 생각해보니 자기가 잘못된 판단을 했대요. 결혼을 하고 싶어졌다는 루스의 선언에 순식간에 행복 지수 만렙을 찍는 해리. 그런데 자기가 망친 걸 되돌려야 한다며 아까 프로포즈 장소로 돌아가서 다시 프로포즈를 해달라는 루스. 당연히 신나서 해리는 오케이하고, 아까 그 절경이 펼쳐진 절벽에서 해리는 프로포즈를 하고, 루스는 미소로 화답하고, 끌어 안고 낭만적 키스를 나누고, 루스는 해리를 절벽으로 떨어뜨려 죽입니다.


 바닥에 떨어져 머리가 터져 죽은 해리를 멀리서 바라보고 미친 듯이 달리던 루스는 갑자기 픽 쓰러지구요. 그런 루스를 또 다른 트래킹 커플이 구조해서 자기네 텐트로 데려오는데요. 계속 아무 말도 않고 멍 때리기만 하다가... 갑자기 커플이 쓰던 커다란 나이프를 집어 들고 다가와요. 커플은 당황해서 그만두라고, 뭐하는 거냐고 외치는데... 가만 보니 루스의 눈빛은 커플이 아니라 그 뒷편을 바라보고 있었고. 그 뒷편에서 껄껄 웃으며 다가오는 건 다름 아닌 해리였습니다. ㅋㅋㅋ


 그러니까 '이런 영화면 당연히 남친이 외계인 씌여서 여주인공 괴롭히겠지'라는 예상을 비껴가는 반전을 하나 넣은 후에 곧바로 다시 비튼 거죠. 여자가 외계인이 되어 남자를 죽이는 이야기인 줄 알고 의외라고 생각했는데 사실은 그냥 그게 맞았던.


 암튼 그렇게 되돌아온 외계인 해리는 손가락 끝에서 뽑혀 나오는 엄청 예리한 칼날로 구조자 커플을 도륙하고 루스를 죽이려 합니다만. 갑자기 멈추고 아 놔 내가 왜 이러지?? 하다가 다시 죽이려고 하고. 그러다 또 곧바로 아 대체 왜?? 라며 짜증을 내고... 를 반복하다가 갑자기 엄청난 깨달음을 얻습니다. 루스, 나는 외계인이지만 동시에 해리거든? 나는 너를 사랑해!!! 도망갈 필요 없어, 난 너를 해치지 않아! 사랑하니까!!!! 라며 사랑의 기쁨에 차올라 싱글벙글 웃고 난리를 쳐요. ㅋㅋㅋ 그러면서 추가로 털어 놓는 것이, 사실 난 그냥 선발대 겸 정찰병이고 이제 곧 본대가 도착해 니네 세상을 정복할 거다. 그러니 이런 위험한 데서 안 좋은 꼴 보지 말고 우리 별로 가서 함께 살자. 라며 바닷가에 주차해 놓은 우주선으로 데려가요.


 어쩔 수 없이 순순히 끌려가던 루스는 바닷가 파도 속에 어른거리는 상어들을 발견하고는 순간적으로 기지를 발휘합니다. 해리의 바지에 꽂혀 있던 나이프를 뽑아내서 해리의 심장을 찌르고 바다로 뛰어들어가요. 너 대체 왜 이러는 데에에에 사랑하다니끄아아아아아!!! 하며 쫓아들어간 해리는 가슴에서 펑펑 나오는 피냄새를 맡은 상어 어택으로 휘리릭 저 멀리 끌려가 버리고 루스는 죽어라고 뛰어나와 다시 숲으로 도망을 치죠. 그러다 아까 그 불쌍한 커플이 차려 놓았던 캠프로 가서 허겁지겁 우걱우걱 식사를 하는데... 안타깝게도 해리는 그 무적 손톱으로 상어를 처단하고 곧바로 따라와 버렸습니다. 몸에서 촉수를 꺼내 루스를 기절시키는 해리.


 정신을 차려보니 무슨 고치 같은 것에 머리통만 내놓은 채로 감금되어 있는 루스. 발버둥을 쳐도 소용이 없구요. 해리는 '너에겐 정말 실망했다!'고 화를 내며 대신 새로운 계획을 세웠다고 하네요. 그 내용인 즉, 난 너를 진심 사랑하지만 니가 날 이렇게 거부하니 내가 네가 되어서 너 대신 행복하게 살아주겠다. 는 거에요. 니 고통, 트라우마 모두 자기가 극복하고 당당하게 살아줄 테니 넌 슬퍼말고 이쯤에서 죽어달라... 는 개소리를 떠는 가운데 해리는 루스의 모습으로 변하고. 그렇게 고치 속의 원본 루스를 죽이려는데, 그 순간 저쪽에 뒹굴고 있는 자신의 빈 약병을 발견한 루스는 마지막 두뇌 풀가동으로 역습을 시작하는데 그게 뭐냐면...


 뭘 극복하겠다고? 그게 가능할 줄 알아? 넌 무조건 실패할 거야. 고통이란 건 극복되는 게 아니야. 그냥 끝도 없이 되돌아와서 널 괴롭히고 무너뜨리는 거지. 니가 나의 고통에 대해 뭘 알아. 할 수 있으면 어디 한 번 해 보시지?


 라며 정신 공격을 시전하는 루스. 그리고 우리 외계인 루스님은 첨엔 이게 무슨 개소리야... 하다가 점점 표정이 굳어지며 움찔거리기 시작합니다. 원본 루스의 의도대로 트라우마가 마구 살아나며 공황 장애가 나타나기 시작한 거죠. ㅋㅋㅋ 허겁지겁 달려가서 아까 말한 약병을 열어 보지만 이미 다 먹고 또 쏟아 버려서 약은 없을 뿐이고. 결국 쓰러져서 부들부들 떠는 불쌍한 외계인에게 다가가 '침착하게 호흡해'라며 꿀팁을 전수해 준 루스는 곧바로 옆에 있는 짱돌을 집어다가 외계인 루스의 머리통을 으깨버립니다. ㅋㅋㅋ 그러고선 비틀비틀 걸어 나가는 루스입니다만. 성격 안 좋은 감독님께선 으깨진 외계인 루스의 머리통이 천천히 재생되는 걸 보여주시고...


 결국 트래킹 출발 지점으로 돌아온 루스는 해리와 함께 타고 온 차를 타고 길을 떠나는데. 둘이 함께 들으며 왔던 노래가 중간에 끊기면서 아까 그 외계인 루스의 목소리가 흘러 나옵니다. 이봐 나는 너라고. 너에 대해 모든 걸 다 알고 있는데 니가 도망칠 수 있을 것 같아? 게다가 이제 곧 종말이고 넌 그걸 막을 수 없어!! 다시 고통스런 표정을 짓는 루스. 그리고 먼 하늘에서 붉은 유성 같은 게 여럿 떨어지는 모습이 보이며 엔딩입니다.

    • 오랜만의 신체 강탈물이군요!!

      사진의 분위기가 좋아서 기대됩니동


      제가 어제부터 쿠팡플레이 셋방살이 자리를 얻었지 말입니다!!! 우하하하!!

      그래서 올려주시는 쿠플 후기 영화도 볼 수 있어요!!(일단 지금은 둠 패트롤 보는 중입니다)
      • 둠 패트롤 재밌어요!!!


        근데... 본지 하도 오래 돼서 줄거리는 고사하고 몇 시즌까지 봤는지도 기억이 안 나서 난감해하고 있습니다. ㅋㅋㅋ


        그래도 쿠팡이 마지막 시즌인 시즌 4까지 다 들여 놓았고 제작 측에서는 스토리도 완결이 되는 식으로 끝내줬다니 언젠간 정주행 시도해 보려구요.

    • 제 취향에 딱 맞는 영화네요. 남녀의 드라마 로맨스로 잘 가다가 SF 공포물로 변주하는..
      리뷰를 보고 앤솔로지 환상특급에 적당한 스토리라 생각했는데 스포일러까지 읽고는 나름 재미있게 볼 수 있는 영화다 싶습니다. 
      이 정도면 6점대 초반의 별점이겠지 하고 imdb를 보니 딱 그 정도네요. 글 잘읽었습니다. 
      • 그러고보니 theforce님께서 얼마 전에 글 올려주신 영화도 이거랑 비슷한 패턴이었군요. ㅋㅋ 다만 이 영화는 시작부터 외계 생명체를 보여주고 정직하게 흘러가긴 합니다.




        그동안 지켜본 바로 imdb 평점은 대략 6점이 커트라인(?) 비슷한 역할이더라구요. 악평이 많은 영화는 거의 그 아래이고 호평이 많은 영화는 그것보다 조금 높거나 7점대 정도. 이런 유저 평점 같은 건 최대한 선택에서 배제하려고 애를 쓰는 편입니다만, 또 그 많은 사람들의 반응이 모인 수치이니만큼 아예 무시하기도 쉽지는 않더라구요.

    • 남자 분 눈에 익다....했더니 '화이트 로투스' 시즌 1에서 약간 밥맛 떨어지는 역할의 그분이시로군요. ㅎㅎㅎ


      그나저나 요샌 메인이 쿠플입니다. 넷플릭스는 아~~~주 가끔만...이 영화도 보고 싶습니다!

      • 쿠팡 플레이가 요즘 아주 작정하고 컨텐츠들을 확충하고 있죠. 몇 년간 크게 신경 안 쓰다가 스포츠 중계로 대박 내길래 그냥 저 쪽으로 가려나보다... 했는데 이젠 영화/시리즈까지 투자하면서 정말로 국내 서비스 원탑을 먹으려고 결심한 것 같아요. 그게 꼭 바람직한 건진 모르겠지만 일단 컨텐츠가 다양해지니 좋기는 합니다. 하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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