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저런 일상대화...(푸대접)
1.요즘은 진짜 돈을 안 써요. 술을 마시러 갈 때도 최대한 싼 걸 마시죠. 예전엔 맥켈란이나 조니블루 같은 걸 마셨거든요. 골든블루 같은 국산 위스키는 마시기 쪽팔리다고 생각했으니까요.
한데 요즘은 그 골든블루조차 안 마셔요. 요즘은 그보다도 싸구려인, 아예 처음 들어보는 국산 위스키를 하나 시켜서 한병만 마시죠.
2.술집에서 시키는 술 브랜드라는 건 여자에게 명품백과 비슷해요. 글렌리벳 18이면 대충 구찌백 정도. 발렌타인 30이면 샤넬백. 로얄샬루트 38이면 에르메스백을 든것 같은 느낌이죠. 글렌피딕 12정도면 그냥 코치 백을 멘 느낌이려나. 그리고 요즘 내가 마시는 국산 위스키는 말 그대로 그냥 가방인거죠. 그리고 손님이 어떤 술을 마시고 있냐에 따라 손님의 급이 결정되고요. 나는 그냥 가방을 멘 사람이라고 해야겠죠.
원래라면 이런 술을 시켜먹고 있으면 묘하게 푸대접을 받아도 감수하고 가는 건데...그래도 사장은 내게 친절해요.
3.하지만 직원들은 그렇지 않죠. 술을 사봐야 사장이 돈을 버는 거고, 직원들은 기본 월급에 팁을 받는 게 수익이니까요. 그래서 요즘 나는 술집에 가봤자 귀한 손님 대접은 못 받아요. 직원들이 내 테이블에 안 오고 한참동안 혼자 마실 때도 있고, 내 테이블에 들르더라도 옆에 안 앉고 앞에 앉는 거죠.
하지만 요즘은 그런 푸대접을 받는 것 또한 신선한 경험이예요. 오히려 마음이 편할 때도 있어요. 예전처럼 비싼 술 시키고 팁 많이 주고 그러면서 좋은 대접을 받을 때보다, 그냥 이렇게 방치되어서 혼자 마시다가 돌아가는 것도 괜찮아요.
4.휴.
5.왜 마음이 편한가...하면, 그렇게 적게 돈을 쓰면 아무도 내게 기대하지 않거든요. 아무도 나에게 기대하지 않는 공간에서 약간 방치되어 있는 느낌이 묘하게 홀가분하고 적절하게 고독하단 말이죠. 건너 건너서 허세부리는 아저씨들과 까르르 웃는 직원들의 웃음소리가 들려오면 '난 영 인기가 없구만...'이라는 생각에 피식 웃음이 나오기도 하죠.
그리고 또 깨닫곤 해요. 나는 사실 원래 인기가 없었다는 사실을 말이죠. 그리고 예전에 부자인 척 하면서 다닐 때에 겪어본 것들은 얼마나 거짓된 인기였는지 말이죠.
그렇게 혼자 주억거리며 마시다가 '나 이만 갈께.'하고 떠나면 딱히 인사를 나오는 직원도, 마중을 나오는 직원도 없어요. 혹시 누가 잘 가라고 인사라도 나오려나...싶어서 가게 앞에서 5초 정도 기다려 보지만 아무도 나오지 않죠. 그러면 또 '역시 영 인기가 없구만...'하고 그냥 돌아가요.
6.어쨌든 사장은 그게 신경이 쓰였는지, 요전에 내 테이블에 찾아와서 한 마디 했어요.
'은성씨 내가 뭐 하나 말해줄께. 은성씨가 팁을 주긴 주는 건 알지만 충분하지 않은 것 같아. 얼마를 주는지는 모르겠지만...'까지 말했을 때 나는 말을 끊고 '애들마다 고정으로 5만원. 아주 가끔 10만원.'이라고 대답했어요. 사장은 고개를 끄덕이고 '어쨌든 팁을 한번 많이 줘봐. 그러면 애들이 은성씨에게 좀더 잘할 거야.'라고 말했어요.
그야 그건 당연한 소리지만, 나는 궁금해서 한번 물어봤어요. '많이 준다는 게 얼마인데?'라고 묻자 사장은 '20, 30만원? 진짜 많이 주는 사람은 100만원,'이라고 대답했어요.
7.나는 사장이 내게 와서 그런 소리를 한다는 것에 좀 놀랐어요. 내가 그 정도 팁을 사람 머릿수대로 뿌릴 수 있는 사람인 것처럼 보이나 싶어서요. 나는 거기서 정말 돈을 쓰는 걸 보여준 적이 없거든요. 사장이 나의 어딜 봐서 그런 사람으로 여기고 있는 건가...싶어서 좀 갸웃거렸어요.
내가 가만히 있자 사장은 '어쨌든 그래야 애들이 은성씨에게 신경을 많이 쓸거야.'라고 말했어요. 거기다 대고 '그런 건 10년전에 이미 실컷 해봤어.'라고 대답하고 싶었지만 참았어요. 그런 말은 입밖에 내봤자 허세에 불과하니까요.
8.어쨌든 사장에게 대답했어요.
'앞으로는 그런 부분을 신경쓸 필요 없어. 난 진짜 혼자 마셔도 상관없거든.'이라고 말하자 사장은 '보는 게 안타까워서 그러지.'라고 대답했어요. 이쯤 되자 나는 오히려 불안해졌어요. 누군가가 나를 그렇게 신경쓰고 있다는 사실이 말이죠. 그래서 단단히 일러 뒀어요.
'혹시나 해서 말하는데, 애들한테 나를 좀더 신경쓰라느니 내 테이블에 가보라느니 하는 말은 절대 하지 마. 나는 그런 압력이 있는 걸 좋아하지 않거든. 앞으로도 걔네들이 하고 싶은 하게 냅둬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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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쨌든 그 사장도 다른 사람들도 이해하지 못하겠지만...나는 진짜 그래요. 나는 그 술집에서 귀한 경험을 하는 중이거든요. '푸대접받는'경험 말이죠. 그리고 그 경험 또한 일종의 구매예요. 지갑을 최대한 닫아야만...살짝만 열어야만 살 수 있는 경험인거죠. 내가 그 가게에서 vip대접을 받으려 했다면 진작에 받았겠죠.
그리고 그건 매우 아슬아슬한 것이, 만약에라도 내가 발끈하거나 폭발해서 돈지랄을 해버리면 그 귀한 경험은 끝나는 거예요. 왜냐면 한번 돈지랄을 하고 다시는 안 하기로 마음먹어도, 그 다음부터는 내가 돈지랄하기를 바라면서 나에게 친절하게 대해줄 거니까요.
뭐 마지막으로 갈 때는 한번쯤 돈지랄을 할 수도 있겠죠. '고마워! 그동안 나를 열심히 푸대접해줘서. 아주 귀한 경험이었어.'라고 감사인사를 하면서 말이죠.
화류계(?)쪽 종업원을 '직원'으로 칭하는게 어색하게 느껴지는데요.. 제 감성이 어색한가요? 참치집 종업원은 직원인데.. 30만원~100만원씩 팁 받는 '직원'이 있나요? 복무원(북한식) or 접대녀 or 아가씨가 맞지 않나요? 마담 or 마마상을 '사장'으로 칭하니까 뭔가 회사 방문해서 일하는 것 같잖아요. 직원 옆에 앉혀놓고 조니 블루 깐다니...술집가서 아가씨 옆에 끼고 고급술 마시는 것..팁 적게줘서 푸대접 받는 얘기... 에 자체 의미 부여..좀 역하네요..
↑화류계가 아니니까. 정확한 용어를 참 좋아하는 것 같은데 화류계였으면 내가 호스티스랑 실장이라고 했겠죠. 잘 모르면서 급발진 각 잡아대는 본인모습은 개역하지 않음?
그리고 팁이야 받는사람이 아니라 주는사람의 문제지. 파인다이닝에서 디쉬 서빙만 하는 직원한테도 100만원 건네려는 아저씨들 자주 있음.
잘 몰라서 그런데, 여자 인지 남자 인지 모를 직원(?)과 사장, 팁주고 술마시는 장소는 화류계가 아닙니까? 어디 회사 같은 곳인가요? 그런 장소나 문화가 한국에 있나요? (팁을 100만원씩 주는. 돈 많은 사람들이 별도로 향유하는 문화 공간이 있나요?) 진짜 몰라서 그럼. 괜한 관여로 역하다고 말한것은 사과드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