헨리 맨시니의 '매기의 테마' 때문에 너무 사랑하는 드라마 '가시나무새'의 배우, 리차드 체임벌린을 추모하며

(글의 형태로 작성해서 말투가 이런 것이니 양해 부탁드려요.)

우리에게 미니시리즈 '가시나무새'로 친숙한 배우 리차드 체임벌린이 타계했다. 향년 90세. 체임벌린은 내가 '토요명화'에서 본 영화들 중에 손에 꼽을 정도로 재미있었던 리차드 레스터의 <삼총사>(1973), 스티븐 스필버그의 <인디아나 존스> 시리즈의 모방작이 분명하지만 극장에서 너무 재미있게 보았던 J. 리 톰슨의 <킹 솔로몬>(1985)에서도 멋지고 인상적이었지만 내가 그를 추모하지 않을 수 없는 것은 '가시나무새' 때문이다. 나는 어린 시절에 이 드라마를 너무 사랑했었다. 체임벌린의 타계 소식을 듣고 유튜브에서 이 드라마의 음악부터 찾아서 들어보았다. 이 드라마의 음악 작곡을 위대한 영화 음악 작곡가인 헨리 맨시니가 했었다는 걸 잊어버리고 있었다. 너무 유명한 테마곡을 오랜만에 다시 들으면서 '가시나무새'를 보았던 당시로 이동했다. 테마곡을 듣는데 문득 내가 이 곡보다 좋아하는 곡이 있었다는 게 떠올랐다. 그래서 유튜브에서 '가시나무새' 음악을 뒤지다가 그 곡이 바로 '매기의 테마'였다는 것을 알고 오랜만에 들어보았다. 잊고 있었던 '매기의 테마'는 내가 지금까지 들었던 모든 음악을 통틀어서 가장 사랑하는 곡 중의 하나라는 것을 깨달았다. 다시 들어도 정말 너무 슬프고 아름답고 가슴에 사무치는 곡이다. 뭔가 ‘매기의 테마’가 내가 정말 사랑하는 또 하나의 곡인 류이치 사카모토의 <마지막 황제> 테마곡과도 유사하다는 생각도 들었다. 이 곡을 들으면서 나도 모르게 눈물을 흘렸다. 

도저히 참을 수가 없어서 '가시나무새'의 마지막 장면을 찾아보았다. 그리고 마지막 장면을 보는데 너무 신기하게도 어린 시절 TV에서 그 장면을 보던 순간이 생생하게 떠올랐다. 마루의 불은 꺼져 있었고 오직 TV 화면만 보이는 가운데 작고한 어머니와 그 드라마를 보던 순간으로 돌아갔다. 랠프 신부 역을 맡은 리처드 체임벌린과 매기 역을 맡은 레이첼 워드와의 마지막 애절한 모습이 화면에 펼쳐졌다. 랠프 신부는 매기에게 가시나무새에 대한 이야기를 한다. '그래. 나는 이 순간을 기억하고 있었어.' 매기가 울면서 랠프 신부를 껴안는 순간 나는 또 다시 눈물을 흘렸다. 이때 '매기의 테마'가 흐르기 시작했다. 그리고 아름다운 꽃의 이미지로 드라마는 끝난다. 결국 이루어지지 못한 랠프 신부와 매기의 순수한 사랑의 모습을 보면서 너무 슬프지만 뭔가 마음이 정화되는 것 같은 느낌을 받았다. 신과 인간 사이에서 고뇌했던 랠프 신부에게 동정심이 일었던 걸까. 요즘에는 이런 드라마가 없다는 생각에 더 슬프기도 했다. 유독 오랜만에 '가시나무새'의 장면을 보면서 눈물을 흘릴 정도로 사무쳤던 것은 그 드라마가 나에게 이제는 돌아갈 수 없는 시절을 상징하고 있기 때문이라는 생각도 들었다. 그 시절의 음악이나 영상을 통해 완전히 순간 이동을 한 것처럼 그때의 시간을 기억해내고 그때의 감정을 느낄 수 있다는 건 아무리 생각해도 너무 신기하고 마법 같다. 잠시나마 그런 순간을 허락해준 '가시나무새'가 너무 고마웠다. 어릴 때는 몰랐는데 알고 보니 '가시나무새'에는 리처드 체임벌린을 제외하고도 바바라 스탠윅, 진 시몬스, 크리스토퍼 플러머, 파이퍼 로리 등 명배우들이 많이 출연했고 스티븐 스필버그의 <죠스>(1975), 랜달 클라이저의 <그리스>(1978) 등을 촬영한 빌 버틀러가 촬영을 했다는 사실을 알고 깜짝 놀랐다. 과거에 미국 드라마는 정말 영화에 버금가는 수준이었던 것 같다. 

음악만 들어도 가슴에 사무치는 ‘가시나무새’ 한 편만으로도 리차드 체임벌린은 나에게 평생 잊혀지지 않을 존재이다. '가시나무새'를 다시 찾아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에게 영원히 순수한 랠프 신부로 기억될 리차드 체임벌린의 죽음을 깊이 애도하고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빈다.

P.S: 내가 너무 사랑하는 '매기의 테마'를 링크로 첨부한다. 꼭 들어보기를 바란다. https://youtu.be/AvQDaiPQtUI?si=0g6NgqHDVo5Vcbqn

    • '가시나무새' 음악이 헨리 맨시니였군요. 올려 주신 곡을 들었더니 저도 이 드라마를 보던 어린 시절의 장면들이 떠오릅니다. 음악의 힘이란 얼마나 큰지. 말씀처럼 마법이란 게 있다면 음악의 힘이 그것 아닌가 합니다. 잘 들었습니다.

      • 제 글을 읽어주시고 음악도 들어주셔서 정말 감사해요! '가시나무새'를 보셨던 분이라니 많이 반갑네요. 음악의 힘이 참 대단한 게 몇 시간 전에 난생 처음 신기한 일이 있었어요. 누워있는 가운데 유튜브 쇼츠로 바흐의 'G선상의 아리아'를 우연히 듣게 됐는데요. 음악을 들으면서 댓글을 읽었어요. 그런데 댓글의 대부분이 이 음악 때문에 과거의 어떤 순간들이 떠올랐다는 감동적인 내용이 많더라구요. 그 글들을 읽으면서 반복 재생되는 음악을 계속 듣는데 하염없이 눈물이 나더라구요. 눈물이 그쳤다가 다시 또 흐르고 그쳤다가 다시 흐르고. 이 음악을 이전에도 여러 번 들었었음에도 불구하고 태어나서 이런 경험은 처음 했어요. 왜 제가 그랬는지 논리적으로는 정말 설명이 안돼요. 평생 잊지 못할 아름다운 경험이었네요. ^^

    • 리처드 체임벌린이 돌아가셨군요. 이 글 보고 알았네요.


      저는 매기의 아들이 죽고 나서 매기와 딸이 화해(매기의 딸이 매기를 용서했다는 말이 더 맞을지도...)하는 장면에서 펑펑 울었었네요.


      매기가 너무 불쌍했고 매기 딸은 더 가여워서..


      • 게시판에 자주 안 들어와서 댓글을 이제서야 봤어요. 글을 읽어주셔서 정말 감사해요! 말씀하신 내용은 기억이 안 나는데 다시 드라마를 봐야할 것 같아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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