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뒤늦은 추모글 1) 다르덴 형제의 걸작 <로제타>의 천재 배우, 에밀리 드켄을 추모하며

(글의 형태로 작성해서 말투가 이런 것이니 양해 부탁드려요.)


다르덴 형제의 걸작 <로제타>(1999)로 혜성같이 등장해서 단번에 칸국제영화제 여우주연상을 수상하고 다르덴 형제에게 황금종려상을 안겨줬던 천재 여배우인 에밀리 드켄이 젊은 나이에 세상을 떠났다. 향년 43세. 한창 활발하게 활동할 나이에 희귀암으로 투병 중에 사망했다는 게 너무 안타깝고 슬프다. 그녀의 인스타그램에 들어가서 그녀가 마지막으로 올린 사진을 보는데 사진 속의 그녀가 밝게 웃는 모습을 보면서 눈물이 났다. 이자벨 위페르, 줄리엣 비노쉬, 장 뒤자르댕, 다이앤 크루거, 오드리 디완, 비르지니 에피라 등 수많은 영화인들이 그녀에 대한 추모글을 올렸다. 


<로제타>와 엠마누엘 무레의 걸작 <러브 어페어: 우리가 말하는 것, 우리가 하는 것>(2020)만으로도 에밀리 드켄을 추모하지 않을 수 없다. <로제타>에서의 로제타 역으로 에밀리 드켄은 세계영화사에 길이 남았다. <로제타>를 본 사람이라면 영화의 오프닝에서 마구 돌진하며 해고당한 것에 대해 격렬하게 항의하는 로제타의 움직임과 엔딩에서 프레임 밖에 있는 친구 리케를 바라보는 로제타의 얼굴을 잊을 수 없을 것이다. 친구 리케까지 배신하고 살려고 몸부림치지만 가난의 굴레에서 벗어날 수 없는 로제타는 가스가 다 떨어지자 삶의 무게가 실린 듯한 무거운 가스통을 들고 오다가 결국 쓰러진다. 그리고 울기 시작한다. 그러자 오토바이로 굉음을 내며 로제타의 주변을 돌던 리케는 멈춰서서 로제타를 일으켜 세운다. 카메라는 울먹이는 가운데 복잡한 감정이 응축된 로제타의 얼굴을 포착한다. 이때 리케를 바라보는 로제타의 숨소리는 점차 안정된다. 영화가 끝나도 그녀는 꿋꿋이 버티며 살아갈 것이다. 벨기에에 <로제타>로 인해 ‘로제타법’이 제정된 것도 에밀리 드켄의 뛰어난 연기에 힘입은 바가 크다고 본다. 

<로제타>에서 드켄이 10대에 걸맞은 생동감있는 날 것으로서의 연기를 보여줬다면 <러브 어페어…>에서 그녀는 우아한 연기의 진수를 보여준다. 그녀는 이 영화로 세자르영화제에서 여우조연상을 수상했다. 무레식 ‘천일야화’의 구조로 다양한 사랑 이야기가 펼쳐지는 빼어난 작품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저평가된 영화라고 생각하는 <러브 어페어…>에서 드켄은 자칫 잘못하면 막장 드라마로 흘러갈 수 있는 이야기에 절제되고 우아한 연기로 품격을 부여한다. 그녀는 극 중 루이즈로 등장하는데 남편 프랑수아를 극진히 사랑했던 루이즈는 어느 날 프랑수아가 외도를 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고 절망에 빠지지만 이를 계기로 진정한 자아를 찾아가는 단계로 나아가는 인물이다. 드켄의 훌륭한 연기 덕분에 이 영화를 보는 관객은 ‘불륜’이라는 사건에 집중하기보다 프랑수아와 루이즈가 각각 처한 상황에 대해 적절한 거리를 두고 판단해볼 수 있는 기회를 얻게 된다. 극 중에서 루이즈가 배려심을 갖고 타인을 지켜보는 모습이 영화를 보고 있는 관객에게까지 영향을 미치는 셈이다. 

<러브 어페어…>에서 성숙기에 접어든 드켄의 연기를 보면서 앞으로의 그녀의 연기에 대해서도 많은 기대를 갖고 있었는데 그녀가 이렇게 빨리 세상을 떠나게 되다니 너무 슬프다. 뒤늦게 루카스 돈트의 <클로즈>(2022)에 드켄이 출연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클로즈>를 보면서 그녀를 진심으로 추모하고 싶다. 언제까지나 로제타의 마지막 얼굴이 내 기억 속에 남아있을 것 같다. 에밀리 드켄 배우님, 그동안 정말 감사했어요. 영원히 ‘로제타’로 기억할게요. 이제 아픔 없는 곳에서 편안히 쉬세요. 

P.S: 에밀리 드켄의 우아한 연기의 진수를 경험할 수 있는 엠마누엘 무레의 걸작 <러브 어페어...>에 관한 제 글 링크를 남겨드려요. 관심이 있으시면 읽어보세요. ^^ http://www.djuna.kr/xe/breview/14383263
    • 제가 부고 글을 여기 올렸었는데 한창 이른 나이에 갑자기 죽었다는 소식에 너무 놀랐고 희귀암 투병 중이었다고 하니 더욱 안타까웠어요.




      역시나 '로제타'로 평생 기억될 배우겠죠. 다르덴 형제가 잘 연기지도를 했기 때문이기도 하겠지만 모든 행동과 대사, 작은 표정까지 연기로 보이지 않는 에밀리 드켄의 거칠면서 진솔한 연기는 정말 영원히 잊지 못할 것 같아요.




      '클로즈'에서 조연이지만 역시나 그 얼굴로 몇몇 씬에서 감정 풍만한 연기를 보여주기 때문에 꼭 챙겨보시길 바래요. '러브 어페어...'라는 작품은 몰랐는데 덕분에 알아갑니다. 다시 한번 훌륭한 배우의 명복을...

      • 제 글을 읽어주셔서 정말 감사해요! <클로즈>를 꼭 봐야겠어요. 추천 감사해요! <러브 어페어...>는 정말 훌륭한 작품이니까 꼭 보세요. ^^

    • 추모글을 읽고서 추모글을 올리신 분께 감사한 마음이 드는건 처음인듯 합니다. 


      정말 감사합니다.


      그리고 다시 한번 에밀리 드켄의 명복을 빕니다.

      • 제 글을 읽어주셔서 정말 감사해요! 많이 늦어서 고민하다가 올린 글인데 추모글을 올려주셔서 감사하다고 말씀해주시니 제가 더 감사하고 추모글을 올린 보람을 느끼네요. 앞으로도 늦더라도 soboo님 같은 분을 위해서라도 추모글은 꼭 올려야겠어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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