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바낭] J-RPG를 닮았지만 J-RPG는 아닌 그 무언가. '씨 오브 스타즈' 소감입니다
- 역시나 트레일러 먼저 하나 올려 보구요.
- 얼핏 보기엔 완전히 일본풍 게임이지만 캐나다에 위치한 인디 제작사가 만들었습니다. 이 회사는 바로 전작이자 대호평 히트작이었던 '메신저'로 유명한데요. 그 역시 옛날 일본 게임풍의 도트 그래픽을 자랑하지만 장르가 다릅니다. 그것 본격 메트로바니아 - 플랫포머 액션 게임이었어요. 그래서 갑자기 rpg를 만들어 내놓는다니 큰 기대는 안 했지만 그래도 전작이 워낙 그래픽, 연출, 스토리, 액션까지 거의 모든 면에서 고루 호평을 받았던 작품이었던지라 기본 이상은 해주겠지... 라고 생각했었죠. 그리고 그런 예상대로 이 게임 또한 호평도 받고 꽤 잘 팔리기도 하고 그랬는데요. 그런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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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드맵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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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드맵도 모두 도트 게임 '느낌' 나게 잘 만들어져 있습니다. 보기도 좋고 할 것도 많아요.)
- 게임을 시작하고 몇 시간이 지나면 '아 메신저 만들었던 회사 맞구나' 라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그냥 보기엔 전형적인 일본식 rpg 같은데 전투 말고 맵 이동에 플랫포머 요소가 엄청 많이 들어가 있어요. 거의 맵을 가득 메웠다고 할 수 있을 정도로 사방팔방이 플랫포머이고 퍼즐입니다. 그런데 그게 적당한 난이도로 적절하게 설계되어 있어서 맵 돌아다니는 게 단순 이동이 아니라 플랫포머 플레이가 되고 그게 꽤 즐거워요.
역시나 전작과 마찬가지로 도트 그래픽을 꽤 보기 좋고 아기자기하게 잘 디자인 해 놓았고 그런 그래픽에다 21세기스런 애니메이션이나 조명 효과 같은 걸 잘 결합해 놓아서 '저렴하지만 고퀄' 기분이 들게 하구요. 가끔씩 나오는 애니메이션 연출도 아주 훌륭한 편입니다. 게임 속 도트 그래픽 그대로 연출되는 애니메이션도 있고 작정하고 따로 그린 고화질 '만화 영화' 애니메이션도 있는데 둘 다 불만 가질 구석 없이 훌륭합니다.
그 외에도 뭐... 전투 시스템도 턴제지만 아주 살짝 액션 요소를 가미해서 게이머가 잠에 빠지는 일을 방지하고 있으며 적당히 넓은 맵에 숨겨진 아이템과 그걸 찾으러 가는 퍼즐 플레이를 잘 배치해 놔서 지루해지는 느낌도 적구요. 스토리도 큰 틀에서 볼 때 적당히 '왕도'를 따라가면서 막판엔 '큰 그림과 반전' 같이 사람들 좋아하는 요소도 꽤 신경 써서 구현을 해놨습니다. 이렇게 두루두루 좋긴 한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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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퍼즐도 가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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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거대 보스전도 많구요. 보기 좋고 하기도 좋고 다 좋은데 괴상하게도...)
- 희한하게 몇 시간 하다 보면 그만 하고 싶어집니다. ㅋㅋㅋ 이게 2023년 8월에 나온 게임인데 제가 이제사 엔딩을 본 것도 그런 이유 때문이었어요. 와 생각보다 잘 만들었네! 근데 왜 그만하고 싶지? 이런 생각을 하다가 그냥 안 해버렸던 거죠. 그러다 최근에 '그래도 이미 몇 시간 했으니까 & 메신저는 정말 재밌는 게임이었으니까' 라는 맘으로 다시 잡았던 거죠. 그리고 다시 플레이 해보니까... 왜 그렇게 '잘 만들었지만 안 하고 싶다'는 괴상한 느낌이 들었는지 이해가 되더라구요.
가장 큰 문제는 전투입니다. 바로 위에 '전투 시스템도 잘 만들었고' 라고 적어 놓고 이렇게 말하니 좀 이상하지만 사실이 그렇습니다. 시스템은 무난하게 괜찮은데 그냥 재미가 없어요. 이유가 뭐냐면,
레벨업을 하고 새로운 장비를 얻고 해도 게임 플레이에 변화가 안 생깁니다. ㅋㅋㅋ 예를 들어 각 캐릭터에게 고유의 역할(말하자면 '직업' 비슷한)이 있는데 그게 시작부터 끝까지 안 바뀌구요. 새로 얻는 무기들은 모두 자기 역할에 맡는 것만 장비 가능하구요. 그래서 더 좋은 새 장비를 얻으면 이전과 모든 것이 똑같은 가운데 장비 스탯만 올라가는 겁니다. 게다가 이 모든 무기들이 스토리 진행에 맞춰 차례로 얻어지게 되어 있으니 (보스 해치우고 다음 지역으로 이동하면 캐릭터별로 딱 하나씩의 새 무기가 등장합니다. 선택지도 없음. ㅋㅋ) 플레이어의 노력 여하에 따라 달라지는 것도 없고, 또 딱히 파워업 한 걸 실감할 방법도 없어요.
그리고 스킬이 거의 추가되지도, 파워업되지도 않습니다. 과장이 아니라 게임 시작할 때부터 장착되어 있는 기본 1번 스킬이 마지막 보스랑 싸울 때까지도 가장 좋은 기술이에요. 아무런 변화 없이 그냥 처음 그대로인데도 그렇습니다. 원래 일본 rpg라면 처음엔 작은 불꽃 공 하나 던지다가 나중엔 큰 거 던지고, 다음엔 큰 거 세 개 던지고, 그러다 마지막엔 우주 저 멀리에서부터 날아온 운석이 떨어지고... 이런 식의 스킬 발전이 있고 거기에서 뽕(?)을 채우는 것 아니겠습니까. 이 게임엔 그런 요소가 아예 없다고 봐도 무방해요. 그러니 전투가 재미가 없고 + 보람도 없어집니다. 이게 참 치명적인 단점이 되는 거죠.
덧붙여서 스토리도... 이걸 요약해서 뜯어 보면 괜찮은데, 캐릭터들이 별 매력이 없는 가운데 최강 무매력이 바로 주인공 2인방이구요. 스토리를 가만 뜯어 보면 진짜 주인공이 따로 있는 식의 이야기인데 이 '진짜 주인공'은 주인공 2인방보다도 더 매력이 없습니다. 하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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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매력 주인공 2인방과 더 무매력 진짜 주인공 한 분 단체 샷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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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경도 보스도 다채롭게 바뀌지만 주인공들이 발전이 없습니다. 저 스탯 보이십니까. 이게 거의 최종전 직전의 보스전인데 상태가 저래요... ㅋㅋ)
- 그래서 결국 이 게임은 전투가 재미 없고 캐릭터가 매력 없는, 그러면서 플랫포머가 참 격하게 강조된 일본식 RPG가 되는데요. 일본식 RPG가 주력하는 재미의 핵심이 바로 전투와 캐릭터... 라는 걸 생각하면 다른 장점들이 여럿 있다고 해도 그냥 다 의미가 없어지는 거죠. ㅋㅋ
그래도 이를 악 물고 버텨서 그냥 엔딩도 아니고 엔딩 후의 진엔딩까지 다 봐 버리긴 했습니다만. 결국 마지막의 마지막까지 '전투 재미 없고 캐릭터 매력 없음'이란 성격은 변함이 없었습니다. 역시나 그래픽은 끝까지 좋고 플랫포머도 끝까지 괜찮았지만, 핵심이 망하고 부가 서비스만 훌륭한 걸 좋은 작품이라고 칭찬해주긴 좀 어렵지 않겠습니까. 그래서 '잘 만들었지만 아무에게도 추천 안 할래'라는 괴상한 결론을 내리게 만드는 작품이었네요. 하하. 끝입니다. 제작사는 그냥 메신저 속편이나 내줬음 좋겠어요. 그게 정말 재밌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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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도 전투를 대폭 강화한 속편을 내놓는다면 속는 셈치고 다시 한 번 플레이해 볼 의향은 있습니다만. '대폭' 강화해야 할 거에요. ㅋㅋㅋ)
보스전인데 HP와 MP가 레벨 5정도군요..
엔딩은 못봤지만(그런 게임이 수두룩한데) 한국게임인 포가튼 사가가 생각나네요. 창세기전 서풍의 광시곡이나, 드래곤퀘스트 5라던가. 잘 읽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