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성일 평론가와 남다은 평론가의 대담(?)을 보고 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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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주 토요일에 한국영상자료원에서 하는 영화비평에 대한 두 평론가의 강의를 듣고 왔습니다. 남다은 평론가님이 여기 모인 분들이 다 정성일 평론가님의 팬들이라는 걸 안다... 라는 식으로 약간 조크를 던지셨는데 좀 뜨끔하더라고요. 제가 봐도 매번 보는 얼굴들이었습니다. 


정성일 평론가님이 먼저 이만희의 [휴일]을 이야기했는데 저는 이 영화도, 영화비평총서 책도 안읽었기 때문에 큰 감흥은 없었습니다. '설마 이 영화를 안 보고 오신 분들은 없겠죠~?' 라고 했는데 그게 저여서 좀 머쓱했습니다. 다만 영화를 보지 않았어도 그 해석이 좀 흥미로웠는데 현장에서 틀어줬던 그 영상은 제가 봐도 좀 이상하긴 하더군요. 왜 신성일은 외투를 벗어주는 것도 아니고 중간에 내팽개치는 것처럼 두고 오는 것일까 같은 것들. 그런 디테일에서 새로운 해석을 뽑아내는 과정 자체가 듣는 사람으로서 즐거웠습니다. 


남다은 평론가는 봉준호 감독의 살인의 추억을 이야기했는데 아무래도 제가 봤던 영화이고 또 워낙 많이 이야기되어 익숙한 영화이니 이 편이 조금 더 듣기에는 재미있었습니다. 예전에 제가 듀게에 올렸던 [살인의 추억]의 재현의 문제를 비슷한 시점으로 보고 있어서 괜히 반갑기도 했습니다. (그 때 너무 까탈스럽다고 하신 분들이 많았어서 ㅎㅎ) 그러니까 실제 살인자인 이춘재가 잡혀버린 이 시점에 [살인의 추억]은 조금 더 허구로서의 자유로움을 부여받게 되는 것인가, 이 영화를 속편하게 장르영화로 즐길 수 있을 것인가 이런 이야기들이 오갔습니다. 특히 남다은 평론가님이 지적하신 이 영화 군데군데의 어떤 폭력적인 남성성은 봉준호감독이 그걸 꼭 유머로 넣었다기보다는, 서늘한 시선으로 그걸 바라보고 있는 것처럼 보인달까요. 예를 들어서 4년제 대학에서 엠티가면 XX하냐? 이런 대사들은 주인공 형사들이 단지 천진난만한 사람들이고 이들을 웃기게 보라는 게 아니라 이 남자들 역시도 이 폭력적 남성성에 복무하는 것처럼 느껴진다는 취지의 말을 했습니다. 저도 사실 이 영화를 다시 보면 저런 부분들이 굉장히 걸립니다. 대중들이 이 영화를 공권력의 폭력이라고는 해석을 하는데, 두만과 용구의 남성성에 대해서는 이야기를 덜 하는 것 같기도 합니다.


정성일 평론가는 이 영화를 좋아하지 않는다고 한 것도 의외였습니다. 실화 소재의 사건을 너무 미학적으로 다루고 있다고 하셨는데, 저도 그런 부분이 조금 걸리거든요. 이를테면 조지 밀러의 [매드 맥스]를 둘러싼 찬양과도 비슷하달까요. 엄청난 명작이라고 하지만 그 영화의 메시지나 그 영화가 바라보는 현실에 대해서는 놀라울 정도로 일언반구가 없는 그 현실이 어떤 점에서는 영화의 실패처럼 느껴지기도 합니다. 이 영화를 명작이라고 칭송하는 사람들, 특히 남성 관객들은 이 연쇄살인이 일어난 한국현실에 대해 충분히 이야기를 하고 있는지는 모르겠습니다. 그러니까 국가 폭력까지는 성찰하는데, 이춘재와 크게 다르지 않거나 이춘재만큼 지독해지지만 않았을 뿐인 남성들에 대해서는 이야기를 하고 있는지. 이 날 오프더레코드로 한 이야기도 재미있었습니다.


이 날 비도 오고 정말 피곤했지만 가길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다만 정성일 평론가님이 남다은 평론가님에게 어떤 질문들을 던질 때 남다은 평론가님이 어휴 또 이러신다는 표정으로 진력을 내는 건 좀 웃기기도 했지만... 너무 집요하다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평론가들끼리의 대화를 볼 수 있어서 그게 무엇보다도 즐거웠습니다.

    • 시간을 보니 오후 내내 이어진 강의네요. 강행군인데 대단하십니다. 모처럼 시위를 안 가며 쉬고 싶으셨을 건데요. 저는 요즘 저런 장소에 앉았으면 금방 잠들 거 같습니다. 예전부터 강의를 잘 집중 못해서.... 


      엉뚱한 얘기지만 정성일 님은 수십 년 전이나 지금이나 외모가 달라지지 않아 보여요. 사진이 작아서 그렇게 보이는 건가.  

      • 중간에 쉬는 시간이 있어서 그렇게까지 힘들진 않았습니다 ㅎㅎ 저도 핸드폰 슬쩍 만지고 그랬습니다.


        정성일 평론가님은 저 외모가 고정된 채로 계속 사시는 거 같아요 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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