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팡플레이] 소년이여 늑대가 되어라. '디브' 잡담입니다
- 2014년작입니다. 당시에 아카데미 후보까지 올라갔던 영화라네요. 런닝 타임은 딱 100분. 스포일러는 마지막에 흰 글자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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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은 소년의 이름이자 저 나라 말로 '늑대'라는 뜻이라고 하네요.)
- 1차대전의 말미 즈음. 요르단 사막입니다. 주인공 소년 디브는 얼마 전에 강력하고 명성 높던 족장 아버지를 잃었고 이제 형과 함께 부족 사람들과 살아가고 있어요. 아직 아버지만큼은 못 되어도 듬직하고 다정한 형에게 이제 좀 컸다고 총 쏘는 법, 염소 도축하는 법 등등을 배울 뻔도 하지만 아직은 좀 덜 커서 제대로 하진 못하네요.
그러던 어느 날 다른 부족 사람 하나가 영국 군인을 데리고 찾아옵니다. 사막의 어느 지점까지 가서 동료들을 만나야 한다는 영국인의 길 안내를 부탁받고. 아버지의 명예를 걸고 형이 출동하는데... 못 말리는 형바라기였던 디브는 꼬박 하루를 사막을 달려 형 일행을 쫓아가고. 그렇게 형제의 사막 모험이 시작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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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로 요 사막에 사는 부족들 중에서 캐스팅한 일반인 배우들로 찍었다는데 어처구니 없게도 연기는 다들 좋습니다. 역시 지도가 중요한 것인가...)
- 그러니까 대략 '아라비아의 로렌스'와 시대와 배경을 공유하는 영화입니다. 다만 이 영화의 국적은 미국도 영국도 아닌 요르단이구요. 그러니까 남의 나라 작품들로 여러 번 다뤄졌던 자기들 역사를 자기들 시점에서 바라본 작품이라는 것에 큰 의의가 있겠죠.
하지만 이 영화는 쪼들리는 제작비를 붙들고 현지인들을 즉석에서 캐스팅하고 연기 훈련을 시켜 가며 만든 영화이니만큼 '아라비아의 로렌스' 같은 스펙터클 같은 건 0.1도 없습니다. 심지어 시대상에 대한 설명도 전혀 없어요. 이 이야기는 기본적으로 세상의 쓴 맛을 모르는 순진한 소년 디브의 입장에서 흘러가는 성장(?)담이구요. 따라서 모든 이야기는 주인공인 어린 소년 디브의 관점에서 전개됩니다. 디브가 모르면 우리도 모르는 거에요 그냥. ㅋㅋㅋ 그래서 당시 상황에 대한 배경 지식이 없으면 종종 머릿 속에 물음표가 떠오릅니다만. 알면 더 좋지만 몰라도 이야기 따라가는 데 지장은 없는 식으로 잘 만들어져 있어서 별 문제는 아니었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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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거슨 요르단 - 웨스턴!!! 말 대신 낙타를 탄 서부극 되겠습니다.)
- 장르는 서부극입니다. 그리고 복수극인데요.
다만 멋쟁이 초절정 마스터 총잡이 같은 건 안 나오겠죠. 주인공이 어디까지나 총도 제대로 다루지 못하는 어린 소년이니까요. 이게 이 영화의 가장 큰 장점인 동시에 단점인데... 그러니까 막 알고 보니 디브가 타고난 총잡이이자 살인 병기였다! 죽어라 악의 무리들!!! 이런 걸 기대하시면 매우 곤란해집니다. ㅋㅋㅋ 사실 제가 초중반까지 그런 전개를 좀 기대하면서 봤거든요. 하지만 그런 이야기 아니에요.
그러니까 디브가 복수를 결심하는 장면까지는 꽤 전형적으로 흘러가는데요. 여기까지가 영화에서 가장 '재미있는' 부분입니다. 돈 안 들여도 능력만 있으면 맘껏 활용할 수 있는 장대한 사막의 스펙터클 속에서 긴장감에 절어서 사막을 여행하는 디브와 영국 군인 팀. 그리고 결국엔 벌어지고야 마는 처절한 총격전. 여기까지는 그냥 재밌어요. 긴장감도 강하고 총격전 연출도 좋습니다. 사막의 바위산에서 '타앙! 타아아앙!!' 하고 귓전에 울리는 총소리들과 함께 벌어지는 싸움이 꽤 볼만했고 그랬는데요...
이후부터는 말하자면 안티 클라이막스입니다. 세상이 그렇게 만만하지가 않고 사막도 마찬가지이며 디브는 어디까지나 어린 소년이죠. 그래서 비장하고 멋들어진 복수극 같은 건 나올 틈 없이 디브와 누군가의 관계를 그린 드라마로 흘러갑니다만. 처절한 액션과 통쾌한 복수!!! 를 포기하고 따라간다면 이 파트 역시 재미가 없는 건 아니에요. 오히려 진지하게 생각해 볼만한 꺼리를 적절하게 던져주는 좋은 이야기이고 마무리도 인상적으로 잘 맺어줍니다만. 어쨌든 초중반까지의 그런 '재미'는 없습니다. 혹시 이 영화에 관심이 가는 분이라면 꼭 기억하세요.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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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 먼 옛날의 머나먼 은하계까지 가지 않아도 이런 풍경 쯤은 거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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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 멋지지만 절대로 가 보고 싶지는 않은 장관입니다. ㅋㅋㅋ)
- 오늘은 매우 일찍 자야 하는 날인 관계로 여기서 그냥 마무리 해 버리겠습니다.
그러니까 1차 대전의 요르단을 그 나라 사람들 입장에서 그려낸 작품이라는 데 큰 의의가 있겠구요. 우리에게 문화적으론 참 생소한 나라에서 이렇게 근사하고 그럴싸한 웨스턴 무비를 만들어냈다. 라는 부분에 감탄하며 즐길 수 있는 그런 영화입니다. 본인들 입장에서 충실하게 그려낸 그 나라 사람들 문화나 정서 구경하는 재미도 있고 동시에 소년의 삐뚤빼뚤 남다르게 비틀린 성장담을 보면서 안타까워하는 경험도 좋구요.
그렇게 두루두루 잘 만든 영화지만 어쨌든 '사막의 한 마리 늑대 디브의 상처 입은 불꽃 카리스마!' 같은 걸 기대하진 마시라는 거. '세상에 그딴 게 있겠냐'는 식으로 서글프면서도 안타깝고 동시에 시니컬하게 마무리되는 잔잔한 영화에요. 혹시라도 관심 가는 분들께선 꼭 참고하시길... 전 꽤 인상적으로 잘 봤습니다. 끄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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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르단에는 아무 사막 부족이나 찾아가 봐도 그 곳에 어린 원빈들이 굴러다닌다는 전설이...)
+ 파리가 정말 많이 나오는 영화입니다. 진짜 이렇게 파리가 많이, 꾸준하게 나오는 영화는 처음이었던 듯 싶은데요. 원래도 그렇게 파리가 많은 동네인지 배우들이 얼굴에 붙은 파리들을 떼지도 않고 다 그냥 연기해서 쌩뚱 맞은 리얼리티가... ㅋㅋㅋ 아니 근데 사막에 뭐 먹을 게 있다고 파리가 그렇게 많은 거죠. 왜죠.
++ 이게 얼마나 돈이 없었냐면, 다 찍은 후에 특수 효과를 넣은 후반 작업을 미국의 영화 학교 학생들에게 부탁했다고 합니다. 해 준 그 분들도 대단... ㅋㅋ 아카데미 외국어 영화상에 노미네이트는 되었지만 수상은 '사울의 아들'에게 돌아갔네요. 그리고 여기 출연한 배우들, 감독님들 모두 이후엔 별다른 작품 활동이 없어요. 아마도 모국의 영화 산업이 그렇게 발전하질 못 했으니...
+++ 스포일러 구간입니다만. 이야기는 뭐 특별한 게 없어요.
그래서 디브는 형한테 찰싹 붙어서 영국 국인과 그 길잡이와 함께 위험 천만한 여행길을 떠나죠. 그러다 드디어 목적지에 도착했는데, 영국 군인을 기다리고 있을 거라던 동료들은 모두 이미 죽어서 우물 속에 들어차 있습니다. 그리고 그때 매우 수상한 한 무리의 불한당들이 멀리서 어슬렁거리는 게 보이구요. 그래서 당장 돌아가야 한다! 는 결정을 내리지만 문제는 우리의 영국 군인 아저씨. 디브에게 절대 손 못 대게 하는 아주 수상한 나무 상자 속 물건을 끌어 안고 "난 임무를 위해 반드시 가야 한다! 니들이 포기하면 나 혼자라도 갈 거야!!!" 라며 낙타를 달리고. 안 그래도 까칠해서 재수 없던 영국 군인 따위 내버리고 집으로 돌아가자고 말하는 디브지만 부족의 명예, 사람간의 의리를 중시하는 형의 결정으로 결국 다시 4인조가 함께 길을 가요.
그러다 쉴 곳으로 선택한 바위산 사이에서 이들은 매복하고 있던 적들의 기습을 받고, 디브를 제외한 모두가 죽습니다. 홀로 남은 디브도 죽을 위기에 처했지만 총에 맞으려는 순간 발을 잘못 디뎌 우물로 떨어지는 바람에 살아남고. 적들이 떠나간 후에 이를 악물고 암벽 클라이밍을 시전하여 밖으로 나오죠. 흑흑 슬퍼하며 형이 죽은 그 자리에 바로 형의 무덤을 만들어 주고. 길도 모르고 낙타도 없으니 살아날 희망도 없이 그 옆에 널부러져 있는데... 다음 날. 멀리서부터 누군가를 태운 낙타 한 마리가 타박타박 걸어오는 걸 목격합니다. 그리고 거기에 타고 있었던 건... 다름 아닌 전날 디브를 습격했던 그 무리 멤버 중 하나였네요. 디브의 형이 쏜 총알을 다리에 맞고 낙오되었는데, 동료들에게 가차 없이 버림 받은 모양이에요.
제대로 걷지도 못하는 그 남자와 혼자선 살아남을 방법을 모르는 디브는 한참의 신경전 끝에 결국 서로를 돕게 됩니다. 디브는 그 남자의 상처 치료를 돕고 남자는 디브를 낙타에 태워 디브의 부족까지 태워다 주기로 하며 길을 떠나요. 그러면서 디브는 그 남자의 파란만장 인생 이야기도 듣고, 밤하늘의 별을 보면서 길을 찾는 법도 배우고 하면서 한층 더 성장합니다. 그렇게 마치 유사 부자 or 형제 관계처럼 맺어지는 두 사람입니다만.
이제 디브네 동네 근처까지 도달했을 때, 남자는 군 주둔지에 들러 디브를 기다리게 한 후 낙타의 짐을 들고 들어갑니다. 호기심에 따라가서 뭐 하나... 하고 지켜보니 바로 자기 형과 영국 군인을 죽이고 털었던 물건들을 이쪽 군인들에게 팔고 있네요. (중요한 건 아닌데, 여기에서 영국 남자가 아끼던 수상한 상자의 정체가 밝혀집니다. 오스만 제국의 기차길을 파괴하기 위해 준비한 폭탄과 기폭 장치였어요.) 이때 이쪽 군인이 디브를 보고는 선심 쓰듯 동전 하나를 던져 주는데, 디브는 받기를 완강히 거부하고 먼저 낙타 옆으로 와서 기다려요.
잠시 후 남자가 나오고, 디브는 남자가 낙타에 실어 놨던 영국 군인의 권총을 꺼내 남자를 겨눕니다. '이렇게 될 줄 알았다'는 듯 달관한 표정으로 디브를 바라보는 남자. 디브는 방아쇠를 당기고 남자는 죽어요. 총소리를 듣고 달려 나온 군인들에게 디브는 "이 놈은 내 형을 죽인 원수다." 라고 이야기하고, 군인들은 디브를 보내주면서 죽은 남자를 뒤져 방금 지불했던 돈을 챙겨갑니다.
뒤를 돌아 한결 어른이 된 표정을 하고선 남자가 남긴 낙타를 타고 자신의 부족이 있는 곳을 향해 터덜터덜 떠나는 디브의 모습으로 엔딩이에요.
워낙 여행에 관심이 없다 보니 전혀 몰랐던 얘기네요. ㅋㅋ 나라 이름은 익숙하지만 워낙 세계사, 세계 지리 지식도 없고 그래서 이렇게 영화로나마 대략 느껴봅니다만. 말씀하신 그런 기계가 있다면 저도 열심히 이용하다가 여행 충동을 느끼게 될 수도 있겠어요. 다만 그 날이 생전에 올 것인가... 라는 문제가 있네요. 하하.
광활한 사막이 영화 배경으로 그럴 듯 해서 그런지 요르단을 배경으로 한 헐리우드 영화는 여럿 봤는데(듄: 파트 2(2024), 제로
다크 서티(2012), 마션(2015)) 요르단 국적
영화는 저도 처음 들어보네요. 영화관에서 보면 더 좋을 영화인데 기회가 없어서 아쉽습니다.
같은 황야여도 미국 황야랑 비슷한 듯 다른 느낌이 있어서 영화 로케이션으로 인기가 많을만 한 것 같더라구요. 그걸 자국민들이 이렇게 괜찮은 작품으로 만들어낸 것에 의미가 큰 작품 같은데... 말씀대로 극장에서 보는 게 훨씬 압도적인 느낌 받았을 것 같아요. 그림도 그림이거니와 사운드도 꽤 인상적인 장면이 조금 있어서요.
모래가 씹히는 딱딱한 빵이 그림에서 느껴집니다 .
어떻게 아셨죠. 딱 그 빵 만들어서 모래와 함께 아그작 씹어 먹는 장면이 두어 번 나옵니다. ㅋㅋ
후기를 읽으니 보고 싶어졌습니다. 왓챠에도 있어서 조만간!
정확한 위치를 몰라서 요르단을 찾아 봤어요. 이스라엘과 사우디를 접한 나라였네요. 모르는 나라야 많지만 지역적으로 이 방향으로 가면 참 아는 게 없는 거 같습니다.
만들 때는 우리가 영화는 무슨. 같은 분위기에 돈 없이 힘들게 만들었는데 다 만들고 호평 세례에 아카데미 진출까지 해서 뒤늦게 나라에서 대대적으로 홍보하며 자랑스러워했다는 후일담이 있습니다. ㅋㅋ 근데 잘 만든 건 사실이라 자랑스러워할만 한 것 같구요.
저도 그렇습니다. 가끔 이렇게 몰라도 되나 싶지만 이만큼 살아 놓았으니 이제 와서 아주 잘 알아야 할 필요는 없는 것 같기도 하고(...) 그냥 이렇게 영화나 드라마 같은 걸 통해서 가볍게라도 알게 되면 잘 기억해 두려구요. 하하;
네 엄청 나옵니다. 계속 나옵니다. 배우들, 낙타 클로즈업만 하면 파리 파티입니다. ㅋㅋㅋㅋㅋ 근데 미국 서부극도 보면 이렇게 파리 많이 나오잖아요. 아마도 황야 특화 파리 종류가 있는가 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