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크래프트 1과 임요환

* 스타크래프트 1 이야기입니다


스타크래프트 1의 프로씬을 이야기할 때 임요환은 리그의 창시자이자 최초의 군주처럼 표현되곤 합니다. 그렇지만 저는 임요환을 조금 더 정확하게 평가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임요환이 스타크래프트 1에서 뭐가 그렇게 대단했습니까? 기발한 전략을 자주 써서? 화려한 전술을 보여줘서? 스타크래프트 1을 보고 즐기는 경기로 만드는 데 공이 큰 슈퍼스타라서? 연습을 독하게, 성실하게 한 게이머라서? 몇몇 평가는 게임 외적인 평가들입니다. 그리고 임요환의 전략 전술은 당대 최고의 쇼맨십이긴 했으나 그것만 가지고 임요환을 평가하기에는 다른 전략가들과 전술천재들이 공정하게 평가를 받지 못하는 것 같습니다. (테란의 전략사에 제일 큰 족적을 남긴 것은 임요환이 아니라 '원배럭 더블'이라는 전략을 정석으로 만들어낸 최연성이라는 평가도 꽤 있습니다)  


임요환이 대단한 것은 그가 스타크래프트 1, 그리고 모든 게임계에 콜럼버스의 달걀을 세웠기 때문입니다. 그것은 그가 스타크래프트 1을 '전장'으로 바꿔버렸다는 것입니다. 누군가는 물을 것입니다. 스타크래프트 1은 원래 전쟁 게임이잖아요? 다 '전장'에서 이기는 걸 목적으로 하고 있지 않았나요? 스타크래프트 1 대회가 우후죽순 열리던 초창기 동시대 프로게이머들의 평가가 임요환의 이질성을 증명합니다. 김동수, 강도경, 송병석 등등의 게이머들이 임요환을 어떤 게시판에서 "비겁하다"고 공개디스를 했습니다. 왜냐하면 임요환이 너무 '얍삽하게', '치사하게' 게임을 한다고 평가했던 것입니다. 그러니까 임요환 전까지는 프로게이머들조차도 어떤 게임은 정정당당하고, 어떤 게임은 치사하고 교활한 것이라고 미학적 구분을 하고 있던 것입니다. 임요환 전까지 스타크래프트 1은 일종의 스포츠였습니다. 전략시뮬레이션 게임이지만 그래도 정해진 타이밍에 자원수급을 더 늘리고, 마지막에는 최후의 대결을 통해 승패를 가려야 한다는 고정관념이 있었습니다. 


임요환은 이 무의식적인 규칙을 다 부숴버렸습니다. 이길 수 있으면 하면 됩니다. 왜 일꾼으로 자원채취만 해야합니까? 일꾼이 든든한 맷집이 되어준다면 끌고 나가서 초반에 작은 병력으로 후벼파면 이길 수 있는데? 왜 방어기지인 벙커를 꼭 방어하는데만 써야됩니까? 상대 기지 안에 건설하고 그걸 계속 수리하면 적은 자원채취를 못해서 굶어죽는데? 테란은 병력생산 기지를 건설한 뒤 띄워서 어디로든 공중이동을 시킬 수 있습니다. 그럼 바깥에서 지어서 안쪽으로 날린 다음 몰래 병력을 생산해 기습을 할 수 있지 않습니까? 언덕 위에 탱크를 배치해놓으면 사거리가 짧은 다른 종족의 병력은 맞대응을 하기 힘듭니다. 그러면 얄밉든 어떻든 멀리에서 탱크로 공격하는 건 왜 안됩니까? 다시 떠올려보면 임요환의 제일 유명한 경기이자 최대 논란인 경기는 그 유명한 "3연벙"입니다. 상대방이 병력이 없는 공백을 노려, 상대의 생산 기지 바로 앞에 자신의 방어기지인 벙커를 지어서 공격을 하는 것입니다. 비겁하고, 영악하고, 깨끗하지 못하고... 이런 거 다 필요없습니다. 이기면 그만입니다. 이것은 극단적 실용주의입니다.


임요환은 스타크래프트 1 프로게이머 중 최초로 안티 팬클럽(임싫모)이 결성되었던 사람입니다. 그 정도로 그의 실용주의는 보는 사람들조차도 불쾌하게 만들었던 것입니다. 상대방이 싸울 틈도 주지 않고 뭔가 초반에 손쉬워보이는 승리를 챙겨가는 그를 시청자들은 미워했습니다. 왜냐하면 '보는 게임'에는 감동이 있어야하고, 감동이 있을려면 서사가 있어야하고, 서사가 있을려면 기승전결이 있어야하고, 기승전결은 초반과 중반의 치열한 싸움 끝에 장엄한 결말로 이어져나가야하는 것이니까요. 그 당시 사람들은 임요환이 열어놓은 장르에 아직 적응하지 못하고 있었습니다. 왜 게임을 저따위로 하냐는 안티들의 불만에는 '승부란 두 사람이 모든 전력을 맞부딪히는 것이어야 한다'는 고전적 미학이 너무 강하게 자리잡고 있었습니다.


임요환의 이런 실용주의는 그를 반대하던 게이머들조차도 금새 학습하였고 얌생이스러운 전략은 '허를 찌르는'이라는 수식어로 대체되어 갔습니다. 승부의 책임은 전적으로 패자의 것이 되었습니다. 기발한 전략에 당한 상대는 조연으로서의 위치에 머물러야했습니다. 무엇보다도, 임요환의 위상에 비해 점차 떨어져가는 실력이 그의 실용주의를 더 빛나게 했습니다. 그가 강자일 때는 비호감으로 찍혔던 부분이 그의 실력이 쇠퇴할 수록 약자의 재치로 팔려나갔습니다. 물량을 잘 못뽑는다는 비판에 처할 수록 그의 드랍십은 더 날카로운 것이 되었고 타이밍 러쉬는 찰나의 필살기가 되었습니다. 그리고 놀라운 것은 이런 전략전술이 임요환의 커리어 후기를 버티게 해줬다는 것입니다.


그는 인간 자체로도 이야기할 게 많습니다. 집요함, 승부근성, 치열함... 그러나 프로게이머로서 왜 대단한지를 이야기하려면 가장 근본적인 변화를 일으켰던 부분을 빼놓을 수 없을 것입니다. 임요환은 여러가지 의미에서 게임체인저라고 불릴 수 있겠죠. 


    • 지난번에도 스타 이야기 한번 쓰신적있죠.


      모르는 게이머라 그냥 읽고 지나갔는데 오늘은 아는 이름이 있어 몇자 적어봅니다.


      스타 처음 출시당시 반년정도 빠져있었던것 같아요.


      주종은 프로토스였지만 임요환 경기. 송병구 경기를 많이 봤구요.


      임요환 경기는 묘하게 빠져들어 손에 땀을 쥐며 봤던 기억이.


      송병구 이름이 갑자기 기억 안나 찾아봤는데 그때 그 청년이 맞나 싶을정도로 외모가 달라져서 다른 사람인줄 알았어요.


      외모만큼 기민한 경기를 했어서 인상적이었는데 말이죠.


      당시 게임방에서 2대2/1대1  맵은 주로 로템에서


      피씨방 아저씨가 겜하는거 보시더니  1대1로 해보자 하심.


      초반러시로 3게임 연속 이겨서 GG받아냈던 기억이 나네요. 음료수 엄청 많이 주셨어요.


      세월이 많이 흘렀네요.  그렇게 반년을 여가시간을 겜을 했던 기억인데..그후로는 게임을 끊었습니다.ㅋㅋ


      이게 시작은 쉽데 끝은 어렵더라구요.  Sonny님만큼 디테일하게 쓸 내용이 없어서...여기까지 쓰는걸로 하겠습니다.ㅎㅎ




      • 어우 너무 반갑군요. 저도 송병구를 제일 사랑했던 사람으로서 더 반갑습니다! 송병구는 나이가 든만큼 기량이 떨어지긴 했지만 그래도 클래스는 여전하다는 소리를 들을만큼 번뜩이는 경기를 가끔씩 하고 있습니다.


        피시방 아저씨가 그래도 대인이시군요 ㅎㅎ 스타 지면 진짜 열받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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