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브스턴스, 어웨이
어제와 그제 뒤늦게 챙겨 본 영화 두 편입니다.
'서브스턴스'에 대한 저의 감상을 한 마디로 하면 '과잉'이었습니다. 좋고 나쁘고 가치 판단이 안 들어간 말 그대로 의미인데 이 영화를 다 본 후의 전체적인 인상이 그랬습니다.
에어로빅하는 몸을 초근접해서 보여 주는 장면이 길게 나오는데, 의도적으로 불편함을 유도하는 장면이었죠. 감독의 그런 의도가 tv를 통해 자신을 보는 주인공에게는 의문의 지점으로 연결되지 않는다는 것은 이상했습니다. 분노가 외부를 향하지 않고 자신을 향한다는 게 이상했어요. 이 업계에서 외부로 분노를 표한다는 건 결국 세상 전체와의 싸움이니 밑도끝도 없는 일이긴 합니다. 시간이 필요한 일이기도 하고요. 당장 자신이 어찌 해 볼 수 있는 건 자기 자신 뿐이라며 과도하게 스스로를 착취하는 면모일 수는 있겠지요.
영화가 절제 안 하면서 가는 데까지 가보자는 거니 인물들의 이상스런 반복적 선택에 대한 납득을 포기하고 그냥 보았고, 어쨌든 끝까지 호기심을 유지하고 보게 하는 힘은 있는 영화였습니다.
제 경우에 끔찍해서 보기 힘들 정도는 아니었어요. 공포영화 즐기지 않는데 소리 효과로 긴장감 내다가 놀래키는 유형을 안 좋아하는 거 같고 이렇게 대놓고 들이대는 건 잘 보는 편이군요.
나를 혐오하는 너(나)를 혐오하는 나의 마지막에 자기 파괴가 기다리는 건 당연하겠습니다.
우리 나이드는 자기 육신과 친해지도록 합시다.ㅎ

'어웨이'가 왓챠에 있습니다.
'플로우'의 감독 긴츠 질발로디스의 2019년 영화입니다. 찾아 보니 감독님 94년 생이네요. 넘 젊으셔서 놀랐습니다. '플로우' 좋았지만 '어웨이'도 못지 않게 좋습니다. 상황이 먼 길을 떠나야 한다는 것, 큰 불안 속에서 작은 생명들과의 만남, 대사가 없다는 것 등 두 작품이 비슷한 점이 많습니다. 다만 이 영화는 그림이 좀더 단순하고요, 조역이 있으나 거의 주인공이 중심인 모험인데 '플로우'는 여러 동물들의 협업이라는 점이 다릅니다. 감독의 인터뷰를 보니 '어웨이'는 모든 작업을 '홀로'했고 '플로우'는 여러 동료들과 '함께'해서 그런 실제 작업의 과정과 감독의 성장 과정이 영화에 투영된 바가 많다고 합니다.
외로움과 불안을 안고 그에 지지 않으면서 작은 동물들과 교감하며 길을 나아가는 내용입니다. 이렇게 단순한데 마음 깊이 다가오는 영화라니...구독 중이시면 추천드립니다. 저는 넘 좋았어요.

'서브스턴스'는 쇼비지니스만이 아니라 이 사회 전체가 그렇게 여성들이 자기혐오에 빠져들도록 하는 걸 보여주려는 것이 의도로 보였고 감독도 인터뷰에서 그렇게 얘기하긴 했는데 확실히 말씀하신 그런 과잉 표현, 연출 때문에 아예 반대로 받아들이거나 의아해하는 반응들도 많은 것 같아요. 전작이었던 '리벤지'에서도 일반적인 강간복수극에서의 메일게이즈를 뒤집으려는 의도였지만 그러기 위해 초반에 일부러 마이클 베이 영화처럼 여주인공의 몸매를 위아래로 자세히 훑는 그런 장면이 나오죠. 그런 샷에 민감한 관객들은 "이게 다른 강간복수극이랑 딱히 다를게 뭐야?"라는 반응이 나올법하죠.
그래도 이렇게 자긴 개의치 않는다는 식으로 페미니즘 영화의 길을 가는 감독님들도 필요한 것 같아서 행보를 응원하고 있습니다. 차기작은 리벤지-서브스턴스보다는 텀이 좀 짧길 바래요.
저는 '리벤지'는 장르영화로 통쾌하게 봤는데 '서브스턴스'는 좀 여지를 두게 됩니다. 여성들이 자기혐오에 이르는 환경 보다는 자기파괴로 넘어가는, 자신 속에 갇힌 혐오의 과정에 집중하고 있는 거 같습니다. 예전에 메스컴에 나왔던 선풍기 아줌마를 보는 애처러움, 그 이상을 나아갔을까...이런 생각도 들었어요.
하지만 굉장히 에너지 있는 감독이고 저도 다음 영화가 기대됩니다.
확실히 말씀대로 사실상 자신 대 자신의 싸움으로 표현되는 자기 자신 속의 혐오 과정에 집중하고 있죠. 그렇다고 아무 이유없이 혼자 젊고 이뻐지고 싶어서 그렇게 그려지는 건 아니고 '하비' 캐릭터와 그 방송국 간부들 같은 사람들을 통해 풍자, 비판하는 부분도 분명히 있으니깐 저는 그럭저럭 수긍은 했습니다.
네, 방송국 간부, 이사들은 하찮게 표현되어 있고 주인공이 혐오스러워하지만 그 우스꽝스러운 인간들의 논리에 대항하지 않고 순응하다가 패배한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이 영화가 말하는 바 테두리를 벗어나는 것을 요구하는 감상이긴 합니다. 그리고 영화의 시각적인 재미는 언급도 하지 않았네요. 좀 까다롭게 본 거 같아요.
그런 질문도 가능한 영화네요. 요즘은 인스타나 유튜브로 누구나 데뷔가? 가능한 시대라 외모 관심이 더 커지기도 하는 거 같아요.
과장된 카메라 접근이 두드러지는 게 여러 군데 있고 그런 부분은 영화를 그로데스크하게도, 코메디로도 보이게 했습니다.
이 감독님의 표현 방식은 절제와 거리가 먼 것은 확실합니다.ㅎ 과도함이 몰입되게 하기 보다는 거리감을 만들고 웃음을 유발하기도 합니다. 쾌감이 있는 것도 분명하고요. 다만 자신에 갇혀서 벗어나지 못하며 전개되고 마무리까지 그러는 것이 저는 좀 그러했습니다.
'플로우'는 아직 유료 같고 왓챠에 '어웨이'는 구독하시게 되면 여유 있으실 때 함 보시길.
소소하게 딴 짓하느라 글쓰는 습관을 잃어가네요. 말이 되든 말든 자주 쓰고 싶어요. 넘 허무하게 시간만 자꾸 가는 거 같아서요.
정말 모든 면에서 극과 극의 영화를 이어서 봤네요.ㅎ 나중에 기회되시면 '어웨이' 꼭 보셔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