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바낭] 괴물 아포칼립스 + 니콜라스 케이지, '아카디안' 잡담입니다
- 작년에 나왔다네요. 런닝 타임은 1시간 32분. 스포일러는 마지막에 흰 글자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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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스터는 좀 구립니다. 영화 분위기랑도 영 안 맞고... 무슨 3인조 범죄물 같잖아요. ㅋㅋ)
- 어딘지 모를 시골 마을에, 전쟁이라도 일어난 듯 총 소리 대포 소리가 울려퍼지는 가운데 니콜라스 케이지가 어느 집(아마도 자기 집?)에 들어가 뭘 한참 뒤져요. 그러다 찾아낸 물건은 곰인형이고, 그걸 소중히 들고 또 몰래몰래 한참을 도망쳐서 깊은 숲속 오두막으로 들어가니... 갓난 아이 둘이 있습니다. 앵앵 우는 아가들에게 괜찮아. 걱정마. 라고 말하며 인형을 주고 꼭 끌어안는 케이지옹.
그래서 또 괴물의 습격입니다. 자세한 설명 다 생략하고 암튼 인류는 괴물 때문에 망했어요. 15년이 흐른 지금 케이지옹은 잘 자란 아들래미 둘과 셋이서 집을 요새처럼 만들고 괴물을 피하고 막고 애를 쓰며 매일매일 간신히 살아남는 중이네요. 그러다 어찌저찌해서 일이 꼬여 아빠가 큰 부상을 입게 되고, 때마침 시작된 괴물들의 맹렬한 공세 속에서 아들래미 둘이 아빠도 지키고 본인들도 살아 남겠다고 아둥바둥 애 쓰는 이야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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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이 망했다'라는 내용 전달은 이 한 컷으로 끝. 아껴야 잘 살죠!!!)
- 당연히(?) 저예산 B급 호러인데요. 컨셉 잘 잡고 꼼꼼하게 머리를 굴린 게 바로 느껴집니다. 도입부의 15년전에서 전쟁처럼 보이는 장면은 머얼리 건물들 사이로 슬쩍 보일 뿐이고 주로 사운드로 해결을 해요. 괴물들은 햇빛이 약점이라 밤에만 돌아다닙니다. 그나마 그 괴물의 모습도 처음엔 소리만, 대략 10~20분 지나면 팔뚝이나 그림자만... 이러다가 런닝 타임 절반은 넘어간 시점에야 제대로 보여주고요. 클라이막스엔 당연히 대량으로 몰려들지만 어두컴컴한 집안에서 횃불 조명으로 보이기 때문에... ㅋㅋㅋ 스필버그가 참 훌륭한 일 하셨고 죠스는 정말 위대한 영화고... 라는 생각을 하며 봤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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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한 어버이 상'이라도 드려야할 것 같은 우리 케이지옹의 캐릭터입니다만. 사춘기 아들래미들이 금쪽화 되는 것까진 막지 못했고... 비극은 시작되고... ㅋㅋ)
- 이런 전략 자체야 상식선의 것인데, 이 영화는 이걸 상당히 잘 해냅니다.
배경 설명을 다 생략해 버리고 괴물의 모습조차 숨겨 버리면서 미스테리를 유발하고 주인공 가족의 생존을 위한 양식들을 하나씩 떡밥처럼 던져 가면서 '뭔가 있어 보이는' 분위기를 참 잘 잡습니다. 그러다 펼쳐지는 첫 싸움 부터 이어지는 몇 번의 전투 장면들은 모두가 각기 아이디어를 하나씩 갖고 있어서 보는 재미가 있구요. 거의 마지막까지도 뭔가 숨겨뒀던 아이디어가 하나씩은 나와요. 그러니까 최대한 아이디어를 비축한 후에 그걸 아주 아껴가며 감질나게 하나씩 꺼내주는 식으로 재미를 만드는 거죠. 사실 그 괴물의 실체는 그닥 크게 참신하거나 충격적인 게 아닌데도 이런 전략 덕택에 꽤 흥미로운 무언가처럼 보이는 착시 현상이 생겨요.
호러 장면들도 이 정도면 칭찬해줄 수 있을 정도로 잘 연출한 편이에요. 적어도 대충 흉측한 무언가가 튀어나와서 마구 날뛰면 인간 캐릭터들이 우와아앙아!! 하면서 뛰고 구르고 카메라 흔드는 걸로 때우는 게으른 영화는 아닙니다. 긴장감이 필요한 장면은 긴장되게, 깜짝 놀라야할 장면은 놀라게, 징그러워서 몸서리를 쳐야 할 장면은 충분히 징그럽게... 전반적으로 잘 뽑았습니다. 감독님이 호러 쪽으로 꽤 재능이 있는 사람 같다는 생각을 하면서 잘 봤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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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러 장면들을 넣고 싶어도 괴물 생긴 게 많이 비호감(...)이라 그냥 인물 사진으로 때웁니다. ㅋㅋ 좌측 청소년 기억하시죠? '그것'에서 빌 역할을 했던 어린이가 이렇게 컸습니다!)
- 다만 문제는 스토리입니다. 정확히는 스토리와 캐릭터요.
이야기가 나쁘지는 않아요. 근데 너무 뻔하고 전형적이라서 말이죠. 특히 '콰이어트 플레이스'의 영향은 상당히 노골적이구요.
그리고 그렇게 뻔한 이야기라고 해도 캐릭터들이 잘 구축되어 있고 또 감정 이입할만한 면모를 잘 보여준다면 괜찮을 텐데... 그게 큰 문제입니다. 니콜라스 케이지의 아빠 캐릭터는 그래도 배우 버프를 받아서 그냥저냥 해 주는데요. 쌍둥이 아들래미들은 참 뭐랄까. 보면서 울화통도 많이 터지고요. 마지막에 이루어지는 '성장! 레벨 업!!' 도 되게 건성이라서 아 작가님... 이란 생각이 들고 그랬습니다. ㅋㅋ 왜 그런 거 있잖아요. '슬슬 엔딩 다가오니 이제 레벨업 해야지?' 이런 느낌. 그래서 꾸준히 잘 유지되던 몰입이 클라이막스 즈음에는 좀 풀어져 버리더라구요. 차라리 끝까지 찐따(...) 상태를 유지하며 이야기를 좀 암울하게 맺는 게 낫지 않았을까 싶을 정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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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반부터 합류하는 여성 캐릭터님이 활약하시는 걸 보면 대체 인류는 왜 멸망당했나 싶고...)
- 그래서 결론은... 흉측한 크리쳐들 나와서 뛰어다니는 아포칼립스 호러물을 좋아한다. 라면 한 번 보실만 합니다. 딱히 참신할 것도 없고 대단할 것도 없지만 이런 류의 영화에 꼭 필요한 것들, 적당히 개성 있는 크리쳐와 적당히 잘 뽑아낸 호러/액션씬들, 그리고 그럴싸한 분위기가 있어요. 바로 위에서 캐릭터들은 좀 깎아내렸지만 아들래미 배우도 연기도 괜찮고 케이지야 늘 하던만큼 준수하게 해 주고요.
결국 큰 기대 없이 킬링 타임용으로 즐길만한 B급 크리쳐, 호러물을 찾는다면 잘 하면 기대 이상으로 즐길 수도 있겠습니다만. '콰이어트 플레이스'처럼 확실한 개성과 존재감을 갖고 모두가 즐길만한 이야기를 원하신다면 좀 실망하실 겁니다. 대략 그런 느낌으로 적당히 즐겁게 잘 봤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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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껏 케이지 캐스팅에 성공했으면 좀 더 알차게 우려 먹었음 좋았을 텐데. 원래 각본이 그러니 어쩔 수 없었겠지만 아쉬웠습니다...)
+ 이런 이야기에서 크리쳐들의 능력치란 상황 따라 널뛰기가 되게 마련이고 위에서 비교 우위로 언급한 '콰이어트 플레이스' 조차도 이런 한계는 전혀 극복하지 못했습니다만. 이 영화의 클라이막스에서 크리쳐들이 보여주는 모습은 좀 당황스럽습니다. 15년 동안 한 번도 보여준 적이 없는 패턴, 그것도 연합 전술을 갑자기 선보이게 만들 거면 뭐라도 이유를 만들어 줘야 하는 게 아니었는지... ㅋㅋ
덧붙여서 이 크리쳐들 때문에 인류가 아포칼립스를 맞게 되었다는 건 아무래도 납득하기가 어려워요. 시골 농장의 낡아 빠진 장총으로도 조준만 잘 하면 무리 없이 원샷 처치가 가능하고, 낮에는 햇빛 때문에 돌아다니지도 못하고... 어차피 밤에만 활동 가능한 놈이라 일시에 전세계를 노리지도 못했을 텐데 대체...?
++ '콰이어트 플레이스' 마냥 시리즈로 이어갈 수 있을 법한 엔딩을 보여주는데요. 검색을 해 보니 속편 소식은 전혀 없군요. 아마도 흥행 탓이겠죠. 제작비가 아주 적게 들긴 했겠지만 월드와이드 123만 달러 흥행으로 속편을 만들기란 좀 난망하지 않겠습니까. 어쨌든 재미가 없는 건 아니어서 고작 이 정도로 팔리고 끝나는 건 아쉽기도 하구요.
+++ 스포일러 구간입니다.
케이지 아저씨는 15년간 갈고 닦은 아주 든든한 안전 공식을 갖고 자식들을 관리하며 잘 살아남고 있었어요. 충분히 칭찬 받아도 될만한 수퍼 아버지가 되겠습니다만. 다 큰 아들놈들, 특히 첫째 토마스가 문제입니다. 이 놈이 머릿 속에 생각이란 건 없고 늘 너드 성향 동생을 놀리고 시비 걸면서 딱 꼴보기 싫은 미국산 튼튼 골빈 청소년 캐릭터거든요. 덧붙여서 집에서 좀 떨어진 곳의 다른 생존자 그룹, '로즈 농장'의 딸래미와 썸 타느라 걸핏하면 아빠의 안전 수칙을 어겨댑니다. 결국 이야기가 꼬이는 것도 이 놈이 여자애 보러 그 농장 놀러가서 집에 돌아올 시간에 늦어 버렸고. 그래서 무리하게 와다다 달리다가 미끄러져서 괴물 소굴로 굴러 떨어져 기절해 버렸기 때문이구요.
그래서 케이지 아저씨는 둘째 조셉을 집 지키게 두고서 한밤중에 출동해요. 그래서 토마스가 떨어진 굴을 찾아내지만 거기에서 괴물과 맞서 싸우다가 빈사 상태로 간신히 살아남기만 합니다. 조셉은 어떻게든 우리끼리 알아서 아빠를 돌봐야 한다지만 토마스는 그래도 도움을 청해야 한다며 아빠를 차에 싣고 로즈 농장까지 찾아가구요. 조셉의 예상대로 로즈 농장 사람들은 아빠를 받아주길 거부합니다. 특히 약품이 문제였던 거죠. 이건 자기들이 농사 지어서 만들어낼 수 없는 귀한 자원이라 남에게 쓸 수 없다는 것. 대신 니네들 비축 물자를 아낄 수 있도록 토마스는 며칠 받아주겠다... 고 제안하고. 그것 보라며 화를 내며 '이게 다 너님 때문이잖음!!' 이라고 맞는 말을 하는 동생 조셉을 적당히 두들겨 팬 후 토마스는 로즈 농장에 남습니다. 그러고 조셉은 혼자 아빠를 데리고 집에 돌아오는데... 어라. 집 구석 한 곳의 바닥이 부숴져 있어요. 괴물 놈들이 이제 땅굴을 파서 들어오려는 겐가! 하고 경악해서 대책을 강구하는 조셉이구요.
토마스는 로즈 농장에서 막 여자 친구가 된 샬럿과 첫 키스도 하면서 관객들 복장 터지게 만들다가... 한참 뒤에야 본색을 드러냅니다. 이 집안 사람들이 약을 안 주니까 자기가 훔쳐서라도 가져가려고 남았다. 라는 거구요. 그러다 샬럿에게 들키지만 샬럿은 이해해주고. 그래서 '꼭 돌아올게!' 라며 약을 들고 뛰쳐 나가다가 농장 사람들에게 들통나서 지하실에 꽁꽁 묶여서는 죄값을 치러라!! 라며 총 들고 달려드는 나아쁜 아저씨들에게 위기에 처하는데... 이럴 땐 늘 괴물이 나타나서 주인공을 돕는 게 인지상정 아니겠습니까. ㅋㅋ 아까 조셉이 발견한대로 갑자기 땅이 풍풍 꺼지면서 토마스를 위협하던 아재들은 다 괴물에게 도륙 당하고. 이미 거의 모든 사람들이 괴물에게 털려 버린 상황에서 난데 없이 당차게 장총을 팡팡 쏴제끼며 나타난 샬럿의 도움을 받아 구사일생으로 탈출 성공. 둘이 함께 자기네 집을 향합니다.
재회한 형제는 대충 (뭐 상황도 상황이고 하니) 수습의 화해를 하고. 너드 겸 천재 엔지니어 조셉이 괴물들을 한 방에 물리칠 무언가를 준비하는 동안 토마스 커플이 괴물들과 액션을 벌여요. 그러다 드디어 절체절명의 순간이 찾아오는데... 이젠 또 그동안 빈사 상태로 누워 있던 아빠님께서 갑작스레 일어나서 쇠몽둥이로 괴물들을 막 쥐어패요. 당황스럽지만 뭐 니콜라스 케이지를 그대로 눕힌 채로 끝낼 순 없었나벼... 어쨌든 액션은 괜찮네... 하면서 조금 보고 있노라면 조셉의 비장의 무기가 완성되는데. 황당하게도 그건 그냥 수제 소이탄 비슷한 거였어요. 괴물들을 거실로 유도한 후에 옆방으로 도망가 철제 커다란 아이스박스 같은 물건에 들어가고. 괴물들이 문을 박살내기 전에 소이탄이 폭발하면 고민 해결~ 뭐 이런 거였는데요. 생각보다 거센 괴물들의 공세에 시간이 부족해지자 우리의 든든한 아빠님께서 자식들과 미래의 며느리를 옆방에 넣고 문을 잠가 버립니다. 그리고 괴물들에게 당하려는 순간 폭탄이 터지고, 집은 다 활활 타버리지만 젊은이 3인조는 튼튼한 아이스박스(?) 덕에 살아남았네요. 허허.
그러고서 아버지의 시신이라도 찾자고 뒤적뒤적... 하는 찰나에 온몸이 불타면서도 달려드는 다수의 괴물들을 마주치구요. 으아아악 하고 차를 타고 도망가는데 이 괴물들이... 자기들끼리 똘똘 뭉쳐서 불타는 바퀴 같은 형상이 되어 겁나 빠른 속도로 쫓아옵니다!! ㅋㅋㅋ 하지만 조셉의 훌륭한 운전 기술과 여자 친구의 총질로 쫓아오던 괴물들을 물리치는데 성공하고. 평온해진 밤의 도로 위에 차를 멈추고 일생 동안 밤에는 집안에만 갇혀 있느라 본 적이 없는 아름다운 별자리를 보며 낭만에 젖네요.
그리고 다음 날, 죽은 사람들의 묘를 만들어주고 추모의 시간을 가진 후 셋은 한 차에 함께 올라타고 근방 어딘가에 숨어 지낸다는 소문의 다른 생존자들을 찾아 힘차고 씩씩하게 모험 여행을 떠납니다. 할렐루야. 끝이에요.
전 이런 게 있는 줄도 모르고 그냥 틀었거든요. ㅋㅋ 우려(?)보단 훨씬 잘 뽑은 기특한 B급 호러이긴 했는데, '콰이어트 플레이스'를 아직 안 보셨다면 그냥 그걸 보시면 됩니다. 이 영화 감독님에겐 죄송한 이야기지만 그쪽이 훨씬 재밌습니...
비슷한 설정의 영화가 워낙 많아서 요새는 잘 안보게 되더라구요. 그래도 케서방은 계속 볼 수 있어 좋네요.
심지어 좀 회춘한 것 같은 느낌도 들고 그렇습니다. 아무래도 요즘 다시 폼을 되찾고 있다 보니 어둠의 세월보단 관리를 열심히 하게된 것 같아요. 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