팔레스타인 연대 집회 다녀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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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간만에 나간 건 아니고, 그 동안 쭉 나가긴 했는데 오랜만에 후기를 올려봅니다. 이 날 시위에서 조금 다른 감흥을 느꼈달까요.


현장에 도착했을 때 녹색, 검은색, 빨강색으로 나눠진 옷을 입고 사물놀이 공연을 하는 풍물패가 있었습니다. 그걸 보며 '리듬과 민주주의의 상관성' 같은 엉뚱한 도식을 혼자 상상했습니다. 장례식에서는 리듬이 생략되거나 거의 소거된 채 엄숙한 멜로디만을 깔아놓습니다. 그렇다면 반대로, 멜로디가 거의 소거된 이 리듬만의 향연은 그 효과도 반대로 일어나는 것이 아닐까 생각하게 되더군요. 리듬 역시도 소리는 소리입니다. 다만 소리가 연속되는 패턴이 높낮이가 아니라 빠르기와 강약으로만 나눠진다면, 그 소리의 흐름이 결국 도모하는 '고양'이란 것이 어떤 것일까요. 다양하게 정의내릴 수 있겠지만 그 고양감은 결국 우리를 움직이게 하는, 역동성이 아닌가... 


그러니까 장례식장 같은 곳에서 반대로 멜로디만 나오는 것은 우리르 움직이지 않게 하는 것, 그 자리에 머무르게 하는 것이라고도 할 수 있을 것입니다. 다시 리듬으로 돌아온다면 리듬이 이끌어내는 이 역동성이란 인간이 움직이는 존재라는 전제 하에 본능적으로 공감하게 되는 것일지도 모르겠습니다. 한발짝, 한발짝, 앞으로, 앞으로. 움직이는 것은 반드시 마찰을 전제로 하기에 우리가 타악기의 마찰음에 이렇게 흥분하는 것일지도 모릅니다. 이 민주주의라는 것도 결국 우리가 몸으로 한발짝씩 움직이며 대지를 연주하는 리드미컬한 과정 같습니다.


이 날 시위는 주로 돌게되는 종각역 - 안국역 - 광화문 코스가 아니라 을지로입구역에서 명동쪽으로 도는 코스였습니다. 가는 길에 고공투쟁하는 김형수님도 잠깐 봤습니다. 명동으로 돌았던 게 이번이 처음은 아니었지만 조금 새로운 느낌이 들었습니다. 기존의 코스와는 반응이 사뭇 달랐습니다. 일단 저희에게 박수를 쳐주시는 분도 있었고, 저희를 보고 핸드폰으로 찍는 외국인 관광객들이 많았습니다. 그게 어떤 느낌으로 담는 것일지는 모르지만 어쨌든 주목은 하고 있었으니까요. 광화문 쪽으로 돌면 시민들이 저희를 외면하려고 하는 게 느껴지거든요. 명동 쪽에서는 조금 더 환대받는 것 같아서 즐겁고 신도 났습니다. 


행진을 돌면서 다시 한번 실감했습니다. 21세기의 모든 정치적 움직임과 집단행동은, 그 반대 집단이나 집권 세력을 향하지 않습니다. 자본주의 안으로 들어갑니다. 자본주의 안에서, 소비자의 위치에 있는 시민들에게 동참을 권하는 것입니다. 그래서 명동 시내 안은 조금 분위기가 달랐습니다. 왜냐하면 명동 역시도 물건이나 음식을 사고 파는 곳이지만 이곳은 외국인들이 모이고 섞여있는 (다)문화적 공간의 의미가 더 크기 때문입니다. (물론 몇몇 스트리트 푸드는 대단히 비쌉니다만...) 외국인들이 모여서 한국을 느끼고, 외국인들이 모여있는 한국 내의 외국적 집결지라는 그 문화적 특수성이 자본주의보다 더 짙게 깔린 곳이기도 할 것입니다. 그러니까 그 안에서 팔레스타인이라는 외국의 현실을 이야기하는 것이 그렇게 어색하지 않았던 것 같기도 합니다. 수많은 사람들이 이방인인 곳에서 또 다른 이방인의 정체성을 이야기하는 것은 외면당할 일은 아닌 것이죠.


그래서 저항이나 시위는 자본주의의 단계적 해체를 노려야한다는 생각도 했습니다. 어떤 정치적 흐름이 나쁘다고 우리 사회의 도덕과 책임을 요구하는 것이 본질은 맞습니다. 그럼에도 그 본질이 전달되기 전까지 이런 정치적 움직임을 낯설어하지 않을 수 있는, 그 정치적 움직임이 문화적으로 전파될 수 있는 공간을 많이 만드는 것도 중요하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저는 예전에 윤석열 탄핵 행진을 홍대 쪽에서 돈 적이 있는데 그 행진이 제일 뻘쭘하고 스스로 어색했던 경험이었습니다. 왜냐하면 그곳은 정말 자본주의가 짙게 깔린 공간이라고 느꼈거든요. 그래서 이런 명동같은 분위기가 다른 곳에도 많이 조성이 됐으면 좋겠단 바람을 갖게 되더군요. 누가 시위를 하더라도 아 저런 일이 있구나, 잘 해결되면 좋겠다 하고 그냥 앉은 자리에서도 어색해하지 않고 잠깐 포용은 할 수 있게끔요. 물론 이런 사람들이 많아지고 또 이런 시위가 여기저기서 더 자주 일어나면서 어떤 문화가 축적되어야 가능한 변화이겠지만요. 


이 날 시위 현장에서 네오 소라 감독의 [해피 엔드] 포스터를 구매했습니다. 그냥 얇은 신문지 재질 같은 종이라서 좀 비싸다는 생각은 했지만, 전액 기부가 된다니 불만도 금새 사그러들었습니다. 이 영화의 포스터를 사는 것이 한편으로는 영화와 연결되는 것 같아서 조금 묘하기도 했습니다. 자본주의 세계에서 마냥 순응하지 않기 위해서는 코우의 분한 마음과 유타의 삐딱함이 조금 더 필요할지도 모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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