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플릭스 [이 별에 필요한] / 미션 임파시블 파이널 레코닝


- 안녕하세요, 어디서나 겉도는 이유를 만들기 위해서~라고 캐릭터 잡기 상태로 삐딱한 척하고 있는 사람인 DAIN입니다. 


  1. 이 별에 필요한

  5월 말에 넷플릭스에 올라온 국산 애니 [이 별에 필요한]을 보았습니다. (개인적 생각으로는 해외 수출을 염두에 두었다면 좀 더 번역이 쉽고 보편적인 제목이 나았을 것 같긴 합니다만, 머 엔딩 크레딧을 보면 그런 제목을 굳이 고집한 본작 특유의 말장난스러움이 드러나와서 '이유는 있었다'라는 정도는 알겠습니다…)

  나름 잘 만들긴 했는데, 재미 있느냐는 사람마다 좀 갈릴 거라 생각되는 가작 급 장편 애니메이션이었습니다. 극장에 갔어야 할 물건이 어쩌다 넷플릭스로 왔나 같은 이유를 추측해 보면, 아직 K반도국의 일반 관객들이 '국산 애니메이션'을 보면서 기승전연애질~말고 여성서사나 트라우마 극복 같은 것을 좋게 평가하고 흥행할 수 있을 정도로 '소위 성숙한 시선'이 굳어져 있는지 확신은 없었다~라는 생각을 개인적으로 하고 있었습니다만, 뭐 현실적으로 그런 식의 매니악한 시선으로 일이 굴러가진 않았을 것입니다만.


 일단 이 작품의 목적이 한국 애니의 중흥이나 그런 거창한 건 아닌 건 딱 보지 않아도 다들 바로 알수 있을 것이겠습니다. 퇴마록 극장판처럼 '이젠 중년이나 노년이 되어버린 팬들이 눈물흘릴 걸 만들어 보겠어' 같은 식은 아니더라도 말이죠. 뭐, 목적이 거창하진 않더라도 상업적인 가치 이외에도 분위기 환기나 여러가지 문화적 흐름을 바꾸려는 의도로 노리건 만들어졌던 '대흥행'을 하면서 분위기를 만들 수는 있겠지요….

  하지만 결과물 자체는 디즈니와 픽사 등의 양키 수작 애니들과 TV와 다운 시장을 지배하던 섬나라 애니들을 염두에 두지 않을 수는 없으니, 그런 것들과 차별화하지만 영향을 숨기지 않고 남겨둔 자체로 뭔가 컴플렉스 같은 것을 승화시켜 보기보다는, 그냥 기존 기성품을 잘 따라가면서 나름 한국적인 작품이라는 기준 안에서 한계선을 만들려고 했었다~라는 느낌이라고 생각합니다. 


  신카이 마코토로 대표되는 21세기 섬나라의 새로운 애니 풍을 쫓아 갔다는 느낌이 없는 건 아주 아닌데, 좀 뒤에 다시 이야기할 색감이나 인물 묘사 등을 보면 사실 신카이 마코토 스타일보다는 한국의 '웹툰'스러운 느낌을 구현하면서, 사실 현실에 존재하지 않는 '가짜 웹툰'의 애니메이션 판이란 인상을 주려는 의도가 아니었을까 싶은 추측이 떠오르게 되었다는 소리입니다. 

  물론 진짜 웹툰 느낌을 의도하진 않았겠습니다만, 한국 젊은 층이 볼 때에 가장 무난한 인상을 주기 위한 선택이란 게 네이버 웹툰 스타일의 색감이었다면 '음 뭐 불가능한 이야기는 아니겠군' 하면서 혼자 납득할 정도는 되지 않나 싶습니다. 

 

 2018년에 나온 일본 애니 중에 "우주보다 먼 곳"이란 게 있습니다. 대략 지상에서 위로 1만 킬로미터를 날아오르면 우주로 갈수 있다고 할 때, 둘레 4만 킬로가 넘는 지구 위의 여러 나라 중인 일본에서 약 1만4천 킬로미터 떨어진 남극은, 일본에서는 '우주보다 먼 곳'이라는 말로 시작하죠. 이 "우주보다 먼 곳"이란 애니메이션에선, 남극에서 실종된 탐사대원이 부모였던 아이와 순수히 남극에 가는 게 꿈인 아이, 아역 배우 출신인 아이가 일에서 도피하고 싶어서 등등의 이유로, 아이들이 팀을 짜서 남극으로 가는 이야기가 소재인 애니입니다. 그 밖에도 [우주형제]라던가 문득 그런 기존 작품 들이 떠오르기도 하지만, 본 [이 별에 필요한]이란 작품의 분위기는 사실 이런 기존작들과 많이 다르죠. 

  좀 단순하게 주연 관계 설정만 갖고 말하면, 어머니를 우주에서 잃어버렸지만 그 어머니의 영향으로 어머니를 쫓아 과학자가 되어 우주 탐사대의 일원이 되고 싶어하는 여자 주인공과, 밴드 좀 하다 쉬고 있으면서 LP플레이어나 기계 수리 같은 걸 하는 알바생 남자의 사랑 이야기입니다. 조건과 환경이 다르지만 트라우마와 좌절 비슷한 걸 감정 속에 숨기고 있는 두 인물이 연애를 통해서 그걸 풀어나가나 싶었는데, 결국 각자 본래의 목적과 하고 싶은 일 때문에 '연애전선 이상 많다'가 되어버리고 상대적으로 불안한 환경인 남자 쪽의 컴플렉스도 좀 보여주는 와중에, 여주인공이 성장하고 트라우마를 극복하는 여성 중심의 여성 서사 드라마라고 하겠습니다. 


  소위 연예세포 따위는 핏속에서 다 말라비틀어진지 오래인지라, 이 기승전연애일 K반도국의 애니메이션을 보면서도 이야기적으론 그닥 흥미가 안 생기는 와중에 '생일 축하 플랭카드를 발룬으로 띄우는 80년대 센스'의 (남자쪽) 어필이 나오는 가짜 복고풍 작품이며 시대적으로는 2052년 무렵을 그린 작품인데도 현대와 별로 다르게 보이지 않는 세운상가 근처 같은 배경 등등(하지만 엇그제 불 났으니 곧 오세훈이 이상하게 다시 뜯어 고치겠거니 싶습니다만)이 보여도 신경 안쓰는 척 넘어가고 있는데…

 일단 내용의 시작이 2026년에 NASA의 화성탐사대에 합류한 과학자인 어머니를 둔 딸이 성장해서 2052년 무렵에 어머니의 뒤를 위어 화성탐사대에 가고 싶어하는 이야기입니다만, 정작 작중에서 여주인공이 화성에 가는 시간이 별로 길게 그려지지 않고 또 화성과 거의 동시 통신을 하는 듯한 느낌의 장면도 나오는지라 좀 어색하게 보이기도 합니다만, 하여튼 여타 잔뜩 있는 (DJUNA님이 보셨다면 어떻게 반응하실지 모를) SF적 구멍은 넘어가고…

   "관객이 보는 개연성 따위는 사실 아무런 판단 기준이 되지 않습니다. 작품 내의 인물들이 납득할 수 있는 내용 전개가 개연성이라고 주장합니다"라는 시선에서 일단 현대의 연장선에서 적당히 미래풍으로 보일려고 증강현실이나 AR효과 나오는 스마트워치나 기타 등등 이런 것도 마블 아이언맨 장비 등에서 이미 본거니 익숙해졌겠지 같은 식으로 "딱히 설명 없이" 그냥 "쿨하고 멋있지?"~랍시고 그려놓고 넘어가고 있습니다. 


  내용 자체는 까기도 좀 뭣할 정도로 은근히 복고풍인데 색감이나 연출만 21세기 애니의 기술로 그려지기만 한지라 묘하게 언밸런스한 느낌도 좀 있는 와중에… 그림은 그렇다 치고, 내용은 작중 연애 라인보다 인물의 트라우마나 내면 묘사 쪽이 그나마 낫다고 생각하지만, 전반적으론 (웹툰 스타일로) 시각적 인상 만으로 쿨한 척하기 바쁘다는 느낌만이 남은지라…

 일단 애니메이션 자체의 '움직이는 그림'을 보는 쾌감은, 분명 나쁘진 않은데 '폼을 잡기 위한 것'이기도 하면서 그걸 웹툰 식의 색감과 연출이란 느낌으로 잡고 그리고 있다는 생각도 들어서… 등장인물들이 못생겨 보인다는 시선도 있고 해서, 어디서는 "미대 입시풍 그림보다 예쁜 만화풍 그림이었으면 팔렸을 것이다" 같은 말도 나오고 있지만 사실 그 정도는 아니고, 이게 웹툰 원작이 있는 작품이 아니라는 게 신기할 정도로 그냥 잡탕스러운 결과물이었다고 생각합니다. 

  아예 아메코믹 인쇄물 특유의 망점을 뿌려놓은 소니 스파이더버스 애니메이션 같은 것과는 비교하기 좀 부족한 부분도 확실히 있고… 근래의 국산 애니 흥행작(?)인 퇴마록 극장판도 액션 이외는 좀 뻣뻣한 부분이 있었는데, 이 작품은 확실히 전반적으로 부드럽기 보다는 정서적 무게감을 주기 위해 적절히 정적인 부분과 동적인 부분을 확고히 차이를 두고 연출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음악은 좀 오버 하는 느낌이기도 했는데, 주제가가 솔직히 제 취향이 아닌 것을 제외하면 결과적으론 무난하다고 하겠습니다.


  어쨌든 이 [이 별에 필요한]을 처음 볼 때 인상은 색감이 좀 붉어서 '마치 고깃집의 빨간 불 켜놓고 보는 것 같다'~였습니다. 초반 색감이 묘하게 살짝 붉은 기가 나요. 과거에 미야자키 영감의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 초기 디스크 버전이 색감이 묘하게 붉은 느낌이 강했는데, 이건 광학매체 디스크 소스화하는 쪽에서의 문제였던 모양이지만 미야자키 영감이 의도했다는 식으로 넘어갔는데, 본 작품도 초반은 꽤 붉거나 진하게 느껴집니다. 재생 환경이 더 좋다면 덜 그럴 수도 있는데, 어쨌든 색상이 붉은 느낌이 아니더라도 전반적으로 초반 색감이 꽤 진하게 느껴질 수 있습니다. 아니, 전반적으로 LCD모니터의 RGB에 맞춘 영상물 색상 색감이 아니라, 웹툰을 인쇄한 단행본 종이책 느낌의 CMYK 색상 색감에 맞춰진 것처럼 좀더 콘트래스트가 강하고 진한 색감일 수도 있습니다. 작품이 어느 정도 진행되면서 그런 느낌이 없어지는 데, 아마 의도된 연출이라 생각합니다만… 어쩌면 단순히 재생환경 문제일 수도 있겠고요. 결국 기존 일본 애니 색감과 차별화된 웹툰 색감~이란 게 실제 창작측의 정확한 본래 의도일 수도 있겠지만, 특정 부분에서 더 어둡고 짙어보이는 부분이 강조되는 것이 거슬릴 수도 있겠다~라고 하겠습니다…. 실제로 작품 후반부로 가면서 인물들의 심리적 측면이 점점 해소되면서 색감이 조금씩 밝아지고, 막판은 확실히 밝게 느껴지기 때문에 초반의 자극적으로 짙고 붉은 느낌은 분명히 의도하긴 했겠다 싶습니다만, 막상 재생환경에 따라서 별로 신경 안쓰였다는 의견도 있는 것을 보면 그냥 개인적인 의견으로만 생각해 주시길 바랍니다.


  정작 이게 진짜로 '웹툰 원작' 애니가 아니라는 게, 이젠 국산 애니 작품 중에서도 가장 큰 장점 중 하나라고 느껴질 지경이긴 한데, (빌어먹을 나혼렙 애니 따위!) 정작 느낌 만으론 하라 히데노리의 “내 집으로 와요” 같은 연애물을 한국 드라마풍 필터로 한번 걸른 뒤에 소위 웹툰 감성을 살짝 얹은 가짜 카페라테 같은 느낌이라고까지 (좀 세게) 말하고 싶지만, 일단 잘나온 신작이니 칭송하자고 슬슬 여론몰이 들어갈 듯한 반도국 인터넷 안에서는 그런 말하면 안 될 분위기라는 생각도 좀 듭니다.

  하지만 일단 이 애니가 왜 극장에 못 갔냐고 물으면, 극장가서 망하면 '역시 반도국 창작 애니는 안되잖아'라고 투자자나 평자나 똑같이 말할게 뻔하니까~라고, 소위 구세대의 사업적 시선 아래에 존재하는 편견을 말하게 되는게, 이 작품이 공정하게 객관적으로 평가받지 못한다는 것보다 더 서글플 듯한 물건이기도 합니다. (사실 ‘남주가 별로’라고 작중에서 말하는 게 이유 아닐까 싶을 정도로, 여성 중심 서사 이야기이긴 한지라 그 쪽도 무시못할 이유일 것입니다만…)


  어쨌든 여주는 어머니를 따라서 우주로 가야하고, 남주는 다시 노래를 부르기 위해서 밴드에 돌아가야 합니다. 이 와중에 신카이 식이었다면 수컷스러운 정서를 극대화하기 위해 One more time~ 같은 노래를 깔면서 분위기 팍팍 '울어라 기타줄~'식으로 잡아주겠지만, 이 작품은 그렇지는 않습니다. 저희 어머니는 응답하라 시리즈를 좋아하시지만 저는 전혀 매력을 못 느끼는 드라마였기에 제대로 보진 않았지만, 이 애니는 결국 응답하라 같은 시대적 정서를 담기 위해 옛날로 간게 아니라, 그냥 현재의 연장선에서 미래를 그리면서 복고풍인 이야기를 하는 걸 감추기 위해 이런저런 작화에 뽕과 힘을 넣어서 눈 속임을 하고 있는 것처럼 보여질 지경이란 것이었습니다. 


  어찌저찌 사건이 해결되고 해피 엔딩을 맞이하게 되어(…) 엔딩 크레딧이 뜨기 전에 '이별에 필요한'에서 '이 별에 필요한' 것이라고 띄어쓰기가 조절되면서 좀 더 연애물 웹툰에서나 나올 말장난스러운 뉘앙스를 의도했음에도 내용적으로 별로 잘 살리진 못했다는 생각도 들고, 둘 다 결국 이별이나 상대보다도 더 중요한 개인의 목적이 있고 그걸 이루기 위해서 노력하는 입장이었기 때문에, 보는 입장에선 잘 되었으면 하지만 깨지던 말던 상관없다는 생각이 들기도 한단 말이죠. 

  도중에 남자 입장에서 특별한 존재인 여자에 대한 컴플렉스를 토로하는 부분에 있어서는 '이게 대체 어느 세대 이야기냐' 싶기도 할 정도로 시대착오적인 느낌도 있기도 하고, 어쨌든 신카이 였다면 둘이 영원히 헤어지고 BAD나 SAD하지만 나름 풋풋한 내용처럼 꾸미겠지만… 예, 이 작품은 21세기 'New신파'입니다. 


 이 퀄리티로 차라리 한낙원의 아동용 SF소설 [우주항로]를 애니화해서, 고양이형 우주인 '마가스성인'과, 개구리형 우주인 '화성인'의 전쟁을 지구인이 중재하는 코메디 액션물을 만들었다면,  솔직히 그 쪽이 아이들에게도 더 쉽게 어필하고 좀 더 쉽게 팔 수 있는 더 일반적이고 보편적인 애니가 되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도 들지만, 만드신 분들이나 투자하신 분들이나 제공 채널인 넷플릭스나 그런 유치하고 천박한 건 하고 싶지 않았겠죠. 암요.

 하여튼 결과적으로 이 작품은 만든 사람들이나 보고 있는 K반도국의 애니팬들이나 거대한 컴플렉스 덩어리 같아보이기도 합니다. 

 연예인 더빙에 대해서는 굳이 말하지 않겠습니다만, 사실 일본에서도 연예인 더빙은 꽤 있고… 애니 더빙과 드라마 더빙, 다큐 나레이션 등등 부분을 더 세밀하게 나눠서 성우 팬층도 꽤 크게 갈라져 있을 지경이거든요. 그리고 오덕계에선 아이돌 물이 범람하면서 아이돌 성우라는 부류가 생기면서 경쟁이 너무 심해져서 성우라는 직종의 수명도 엄청 짧아진 게 일본인데, 한국은 반대로 신인 성우는 있지만 공중파 방송에서 영화나 드라마 더빙이 사라진 이후로 신인 성우가 어필할 창구 자체가 줄어들어 버렸고 해서 무대와 일이 없는게 성우라는 생각마저 들 지경인지라… 그리고, 본작에서는 주연 두 명이 연예인 더빙인 게 좋지도 나쁘지도 않은 게 현실에선 그나마 다행이었다고 하겠습니다. 외려 주변 성우들도 비중이 적은 와중에 나름 열심히 하고 있고, 벌써 노망난 듯한 여주인공의 아버지 성우가 작중 비중은 적지만 해당 성의의 기존 연기 이미지와 좀 차별화되는 나름 열연입니다.


 결국 본 작품 1회차 감상의 개인적 감상은 "21세기에 들어서고도 25년이 지난 뒤에나 겨우 나오는, 50년전 80년대 감성을 21세기 기술과 제작력으로 다시 만든 New신파." ~라고 반쯤 적나라하게 빈정거리고 싶어 집니다. 

 물론 내용 까발림은 최대한 줄이면서 처절하게 까고 싶었습니다만, 스스로의 편협한 시선은 모두가 공감할 정도로 까는 게 될 수 없음만 확인할 뿐일지도 모르겠습니다.


  차마 'New신파'라고 까지 말하게 된 이유는, 이 작품 마지막에 주인공의 생사 관련 연출 관련으로 (좀 어거지스럽게) 그려진 부분에서, 과거 80년대에 소련이 KAL기를 격추했을 때 '새소년'이었나 '보물섬'이었나의 아동 만화에서 바닷속에 비행기가 가라앉았지만 탐승객들이 바닷속에서 기적적으로 살아있는 만화가 있었는데, 그런 올드한 감성이 막판에 나와서 쫌… 평가하기 어려우진 부분도 있고 미묘하게 느껴지긴 했기 때문에…, 어쨌든 여기서 "시작이 절반이다" 같은 소리를 하기도 뭐한 영역이었다고 하겠습니다.

   그리고 작중에서 주인공이 하는 일을 위업이라고 언급하는 부분에서, 80년대의 한국도 잘살아 보자~에서 '한국이 어떻게든 세계에 공헌해야 한다'~라는 식의, 괴이한 80년대 풍 '새마을의 노래'가 변형발전된 21세기 '선진국의 노래'를 이런 애니에서도 보여준다는 게, 조금 까탈스러운 시선으론 "잘난척해봤자 결국 선진국 입구컷 밑바닥 K반도국에서 뭘 이런 걸 또"~라고 생각하게 되는 삐딱함을 자극하게되는 '기성품' 흉내만으로 끝날 법한 아슬아슬한 감동몰이 타협점이 눈에 쉽게 들어오는 것도 문제였다고 하겠습니다.

  그렇습니다, [마션]이었으면 죽었을지도 모르는 상황에서 주인공이 살아남아서 뭔가 발견하고 지구까지 돌아와서 해피 엔딩이라는 자체가 K반도국 신파~다운 영역이긴 한데 그 위에 "한국인이 세계를 위해서 뭘 했다"라는 식으로 살이 더 붙어 버리는 자체가 보든 와중에 미리 김 빠져 버리는 거죠. 게다가 그 업적을 말하는 방송이 나오는게 여주인공이 돌아와 남주인공과 다시 만나는 것보다 먼저입니다. 한심해요. 이 정도까지 가면 대충 넘어간 구출작전 따위는 개연성이고 뭐고 아무것도 아닌 겁니다.


  결국 색감이나 배경 잡는 느낌 때문에 이젠 기성품화된 신카이 작품의 느낌도 조금 떠올릴 수 있겠습니다만, 개인적으론 신카이보다도 우라사와 나오키 그림 풍이 눈 작게 그리는 일본 만화가들 그림풍 섞이면서 변화된 듯한 느낌에, 하라 히데노리의 "내 집으로 와요" 같은 90년대 일본 청년만화의 정서를 섞고, 그 위에 80년대 후반 올림픽 이후에 한국에 은근히 누적되어 있다가 2002월드컵 이후에 아예 디폴트 고착화된 "우리도 할 수 있다"라던가 "한국도 세계에 공헌할 수 있고 공헌해야만 한다" 같은 식의 21세기의 이상한 내쇼날리즘 픙의 자기실현이 뒤섞인 느낌에, 덤으로 불특정 다수의 웹툰 스타일까지 더해진 "New신파"라는 식으로 우려진 잡탕 같은 종합 정서의 영역 아닌가 싶어졌을 정도입니다. 결국 완성도와 퀄리티를 떠나서 이런 'New신파'에 이렇게 공을 들여 나왔다는 것도 좀 미묘하고 농을 치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그리고 왜 이 정도로도 극장에 가지 못했는지, 그 이유가 설마 여성 중심의 여성서사라서 그랬다고 그러면 더 서글플 거고요. 


 이것저것 길어졌습니다. 하지만, 지금 지구에 진짜 필요한 건 사랑일까요, 정의일까요.

 결론이나 대답은 사람마다 다를 거고, 그 결과에 도착하는 방법도 사람마다 다르겠죠. 

 어쨌든 이 작품은 완전히 새로운 독창적인 뭔가를 만들겠다는 것을 정답으로 하기 보다는, 기성품을 따라가는 것을 정답으로 하는 작품이고, 해당 정답 하에서는 꽤 괜찮은 연구 페이퍼로 내놓은 수준은 된다고 하겠습니다. 하지만 이게 극장 개봉 했을 경우 과연 퇴마록 극장판 만큼이나 팔렸을까?~에 대해서는 좀 판단이 어렵네요. 

 어떤 의미론 넷플릭스에 가서 시리즈화를 노렸어야 하는 퇴마록 극장판은 극장에서 무리한 끝에 동정점수를 얻었는데, 정작 극장 단발 승부를 노렸어야 하는 이런 작품은 넷플릭스로 도망왔다는 기분이 좀 들어서 괜히 이상한 느낌만 남기도 합니다. 

 어쨌든 언젠가 더 좋은 걸 볼 수 있을 거라고 기대하고 기다리고 있을 뿐인 거죠. 물론 지금 현재 한국 공중파에서도 낮 시간에 아동 대상의 국산 애니들은 방송되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미 80년대를 거쳐온 애니 덕후들은 K드라마나 웹툰 같은 걸로 만족할 수 없는 경우도 많습니다. 결과적으로 영원히 채워지지 않는 갈증 만을 갖고서 편견과 집착을 듬뿍 담은 시선으로 어떤 것을 바라는 지 확실히 알지도 못한 체 그냥 지금 멋있다고 생각하는 것을 재미있다고 착각하거나 스스로 세뇌하면서 보고 있을 거라 생각할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리고 이 [이 별에 필요한]같은 K반도국의 애니가, 더 일반 보편적이 되어서 K반도국의 애니를 대표할 수작이 따로 필요하게 되지 않을 것은, K반도국이 세계를 정복할 때 밖에는 나오지 않을 뿐이라고 생각해야겠죠. 세계 평화를 위해서 반도국은 애니 따위 저급 문화로 뭔가 하겠다는 생각을 버려야 하는 것이었던 것입니다. (농담) 물론 K반도국의 하청 없이는 일본도 미국도 애니를 만들기 힘든 것이 진짜 현실이겠습니다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 애니도 좀 잘 만들어서 히트시켜보자 하기엔 K반도국은 허접한 연애 드라마 따위는 높이쳐줘도 애니 만은 이미 선진국인 일본과 미국 따위에 절대 못 이긴다고 작정하고 있는 모양입니다만.


  어쨌든 가작입니다. 좀 비꼬는 시선처럼 보이겠지만, 나쁘지 않게 잘 봤어요. 극장에서 봤으면 좀더 정서가 폭발해서 괜찮게 보지 않았을까 싶습니다. 이런 식의 이런저런 잡탕식 문화 코드 내용 짜깁기 직전의 작품은 [원더풀 데이즈]로 충분하다 생각했지만, 원더풀 데이즈보다는 훨씬 더 '자체적 스타일'이 나오긴 한 지라, 평가를 낮출 수는 없습니다. 그 자체적 스타일이 '웹툰 느낌의 New신파'라는 건 명백한 헛점입니다만, 단점은 아닌 거죠. 

  결국 이 정도면 극장으로 갈 만하다고 싶기도 한데, K반도국의 상업적 컴플렉스 때문인지 극장에는 못 갔지만요. ㅎㅎㅎㅎ 

 (일본어 더빙으로 2회차를 보니 여주인공 성우가 하야미 사오리인데 여전히 잘 합니다만, 상대적으로 이 성우는 좀 특이한 성격이나 환경의 여캐를 많이 하던 편인지라 이 작품의 전형적인 K반도국 직장인 히로인 역에는 좀 안 맞는다 싶기도 할 지경이었습니다. 연기를 못 한게 아니라 애시당초 이미지가 좀 안 맞는 거인 거죠.)




 2. 미션 임파시블 파이널 레코닝

  미션 임파시블 파이널 레코닝을 어머니와 보았습니다. 제5전선을 좋아하시고 톰 크루즈의 미임파도 거의 다 보시고, 지난 편 데드 레코닝도 보신 어머니는 솔직히 시큰둥 하셨습니다. 

 진짜 솔직히 전작보다 더 구립니다. 스콜세지 영감이 예전에 마블이나 DC 히어로 무비에 대해 걱정하는 척한 잔소리를, 오히려 이 배우 개인의 도파민과 에고 충족에 돈을 낭비한 이런 쪽들에 더 크고 대차게 욕좀 섞어서 싸질러야 하는게 아닌가 싶을 정도였습니다.

  무리해서라도 하나로 나왔어야할 내용을 두편으로 나누니 내용 없이 지리하고, 막판에 핵미사일 쏘내마내 하는 상황에 한편에선 복엽기로 서커스 하는 꼴을 교차편집으로 오가는 걸 보다 보니, 이 정도면 진짜 터미네이터3 막판이 재평가받아도 될 지경 아닌가 싶어지더라는… 

  톰 형의 액션 연기는 분명히 목숨 걸고 열심히 했다고 할 수 있긴 하지만, 영화 자체로는 "이게 최선입니까"~라고 묻고 싶어지는 수준이었습니다. 교차 편집도 어색하고 이런저런 면에서 인물들도 편의적으로 빠지고 있다고 밖에 안 보여서 이거 참 "이제는 모든 것을 끝내야 할 때!"라고 그냥 별 생각 없이 달리고 있다 싶을 지경이었습니다. 어쨌든 수고했으니 담엔 진짜로 [키아누VS크루즈] 쇼에 해당할 '콘스탄틴 VS 스웜프 씽 VS 루시퍼' 같은 거나 나오기를 기대해야겠다 싶어집니다.


 1. 전작 데드 레코닝도 극장에서 보신 어머니가, 파이널 레코닝 도중에 하품을 하셨음. 

 2. 배우 개인의 열연을 떠나서 항공모함 가는 씬에서 "이 형, 아직 탑건 매버릭 뽕이 안 빠졌네" 싶어지더란 슬픈 느낌. 

 3. 잠수함 탈출 이후로 특히 집중도 떨어지고, 여자와 해피 박스 들어가는 007 따라하는 거 나오니, "형 은퇴하고 싶구나" 싶어질 지경이더라…


  이 시리즈가 30년 넘게 끌어오면서 나름 기존 작들의 요소나 이것저것 가져와서 마무리를 거창하게 해보겠다는 의도는 이해하지만, 결과물은 팬 서비스는 좀 했지만 결국 배우의 에고와 도파민 충전을 위한 쇼였다는 생각이 먼저 들어서 안타깝습니다.

  소올직히 내용 전혀 모르는 체로 보는 [그리드맨 유니버스]가 이것보단 재미있었을 겁니다. 같은 30년에 걸친 긴 시리즈의 연속 끝에 나온 겨우겨우 나온 1부 끝 완결편이란 시점에서, 10대 취향의 쥬브나일 히어로물답게, TV시리즈에서 결국 고백을 못한 남주가 극장판에서는 고백하겠다고 결심하고 있으며, 고백 전에 히로인을 지키기 위해 먼저 변신하려 달려나가는 걸 보고 "나가기 전에 고민이란 걸 좀 하라고" 투덜거리는 히로인이 나오며, 막판에 고백하면서 끝나는 극장판 [그리드맨 유니버스]는 이것저것 다른 기존 시리즈의 내용을 몰라도 충분히 본편 이야기 만으로도 납득 가능했던 물건이란 말입니다. T_T

  어쨌든 톰 형은 수고했지만 이 감독이랑 다른 액션 영화 찍을 생각은 안하시는 게 어떨까 싶네요.




  3. 대통령 선거 다들 잘 하시고. 

 진보는 나가기 위해 모든 걸 버리고 무시하는 게 아니고, 보수는 안정을 위해서 변화와 성장을 포기하는 게 아닙니다. 

  덕질이건 영화보는 거건, 기본을 하는 게 중요함을 다시 한번 생각해볼 기회였음을 근래 본 작품들에서 느낍니다. 

  (기본은 할 거라 생각할 좀 구린 후보가 있고 애시당초 썩고 비틀어진 보수 후보와 가짜 진보 후보들이 상대인데 왜 기본을 고르지 않는지 저는 모르겠습니다만.)

  어쨌든 다들 좋은 주말 되세요.


:DAIN_EOM.



    • 1. 전에도 했던 얘기지만, 이런 작품들이 꾸준히 해마다 (최소한) 두 자릿 수 이상으로 만들어져 나오는 환경이라면 작품 하나 하나가 시행 착오 경험 비슷한 게 되어 쌓여서 다방면으로 칭찬 들을 무언가가 뽑혀 나올 수 있을 텐데... 라는 생각에 늘 아쉽습니다. 어쨌든 넷플릭스에 올라왔다니 나중에라도 한 번 챙겨 보긴 해야겠네요.




      2. 파이널 레코닝은 아직 못 봤지만 데드 레코닝을 바탕으로 생각할 때... 그보다 못하다고 하시면 톰 크루즈의 마지막 미션 임파서블이니 그래도 극장에 가 보자! 라던 제 결심이 100보 뒤로 후퇴하게 되는데요? ㅋㅋㅋ 액션 장면 빼면 거의 아쉬움 덩어리가 아닌가. 라고 생각했는데 적어주신 걸 보면 제가 데드 레코닝에서 느낀 단점이 최종편에서 오히려 더 강화된 것 같아 난감하군요. 음(...)




       덤으로 나이 탓에 '돌아온'이 붙긴 하지만 어쨌든 제 5전선을 좋아했던 입장에서 톰 크루즈가 빠지게 된다면 티비 시리즈 미션 임파서블의 스타일을 강화해서 새롭게 만들어 봐도 좋지 않을까... 라는 생각을 합니다만. 안 되겠죠 아마. 극장용 영화 보단 티비 시리즈에 더 어울리는 컨셉이기도 하구요.




      3. 저희 어머니께선 그 '기본은 할 거라 생각하는 후보'를 떨어 뜨리기 위해서라도 꼭 김문수에게 표를 주겠다고 다짐하시더라구요. 가족끼리 정치 얘기 같은 건 하는 게 아니기 때문에 그냥 '아 네...' 하고 웃고 말았습니다만. 그 양반이 적립해 놓은 비호감이 정말 강력하긴 하구나 싶었습니다. 어머니께선 국힘 지지자가 아니시거든요(...)

      • 1. 올해는 그나마 많이 나오긴 했습니다 싶긴 한데… 분위기보면 정말 반도국 사람들은 반도국 애니 따윈 없어도 되는 것 같다는 생각만 들 정도네요 ㅎㅎㅎ


        2. 극장에서 보는게 그나마 나을 겁니다. OTT로 보면 도중에 꺼버리고 싶을 지도요. 


        3. 특정 후보의 악마화는 언론과 교회 등의 지분이 크긴 한데, 본인이 이미 당한게 있어서 그런지 딱히 이미지 개선을 할 생각이 없이 자기 할일만 하고 퉁칠 생각인지 모를… :DAIN_EOM.

    • 오늘 미임파 봤는데, 저는 그렇게 혹평을 하고 싶진 않지만 지루하게 본 분들도 이해는 갑니다. 설명도 너무 많고 영화가 추구하는 바에 비해 불필요한 감정들이 많이 들어갔더군요. 전 이런 것들이 아마 감독이나 작가가 아니라 이런이런 장면들은 꼭 넣어줬으면 한다는 톰 크루즈의 입김 때문이 아닐지 추측하고 있습니다..
      • 제게도 조금 안타깝지만 댓글 다신 것처럼 배우 개인의 에고와 도파민 충족에 지나치게 몰입한 결과물이란 생각을 지울 수가 없네요. 이 영화에서 뭔가 좀 넘치는 게 굳이 꼭 불필요한 감정이라기보다는, 아무래도 제대로 정리를 못한 체로 계속 전작에서 부터 쌓여온 것들이 어찌저찌 각을 못 잡고 해매다 보니 어색하게 느껴지는 '과잉' 상태 아닌가 싶기도 하고 그러네요. :DAIN_EOM.

    • 저희 허접단순한 소개글과는 비교가 안되는 빠삭한 해당 장르 지식과 중간중간 빵터지는 시니컬한 유머가 돋보이는 장문의 리뷰 재밌게 잘 읽었습니다. 저는 진짜 이런 신작이 나오는줄도 몰랐고 아무런 생각없이 한번 봐볼까? 했었기 때문에 의외로 너무 짜치지 않은데? 하면서 대충 만족했죠. ㅋㅋㅋ 그래도 이 리뷰를 읽다보니 보면서 종종 느끼곤 했던 묘한 기시감들이 이래서였구나 싶네요. 저는 다른 것보다 여주인공이 화성으로 떠나는 시점이 너무 늦다고 봤어요. 물론 몽타주를 통해 나름 시간이 휘리릭~ 많이 지나갔다는 걸 보여주긴 하지만 체감상으로는 거의 가자마자 사고가 터지고 엔딩으로 직행하는 느낌이었던? 하여간 참 반도국 애니는 지금 형편에서 이정도만 나와줘도 냉소적인 게 아니라 나름 진심 들어간 박수를 쳐줘야하는 게 답답한 현실인 것도 같은데 신카이 마코토 같은 스타감독도 결국 쌓여온 윗세대에서 영향을 받고 레퍼런스가 있었으니 나올 수 있는 것 같아서 말이죠.




      여담으로 인터뷰 찾아보다가 이거 연출한 한지원 감독이 나름 젊고 배우가 아닌 것 치곤(?) 외모가 출중하셔서 괜히 호감도가 더 상승했습니다. 차기작도 생각보다 빨리 착착 진행중이라는데 그래도 기대해보고 싶어요.

      • 시니컬한 유머인지는 모르겠지만, 90년대 VT통신 시절부터 제 글은 길고 장황해서 읽기 힘들고 재미없다는 이야기를 더 많이 들었었네요… (허허허) 일단은 연애코드 중심 작품이니 큰 갈등을 위해서는 둘이 한번 헤어지던가 떨어지던가 해야 하는데 그러기 위해서는 적당히 감정이 쌓이는 빌드업도 필요했을 거고, 타이밍적으로 어느 시점에 남녀 양쪽의 문제가 튀어나와야 할지 고심한 흔적은 보이긴 하지만 결과적으로 살짝 타이밍이 뒤틀렸다는 느낌은 있네요. 어쨌든 감독의 차기작이 빨리 나올 수 있으면 좋겠는데, 과연 어떨지 모르겠군요. 잘 안풀려서 하츄핑이니 티니핑이니 같은 아동물 쪽의 극장판으로 끌려가지 않기를 빌어야 할지도요… :DAIN_E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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