델마와 루이스 사운드트랙 'Thunderbird'
7월에 4K 리마스터링 버전으로 재개봉한다는 소식이 있더군요. 이미 오래 전에 명작의 반열에 올랐고 거의 모든 면들이 훌륭하지만 저는 이 작품하면 무엇보다 이 곡이 떠오릅니다. 첫 음이 들리자마자 낭만적인 갬성이 바로 넘쳐버리죠. 결국은 비극적으로 끝나버리는 이야기라서인지 가슴저린 아련함을 자아내기도 하구요.
원래는 집에 있던 델마와 식당에서 일하던 루이스가 서로 여행계획을 확인하는 장면이 오프닝이었는데 완성된 썬더버드 곡을 듣고 제대로 꽂혀버린 리들리 영감님이 이렇게 마지막에 둘이 달렸던 장소를 미리 보여주는 식의 오프닝 크레딧 씬을 새로 구상해냈다고 하네요. 한스 짐머 본인도 이 곡 자체는 매우 자랑스럽게 생각하지만 사운드트랙 전체는 그냥 이 곡의 몇가지 변형곡들과 적당한 록스타일 곡 몇개로 떼웠기에 자기 커리어를 대표하는 앨범 중 하나로 꼽긴 좀 그렇다고
그래도 역시 이 영화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을 하나만 꼽으라면 100명 중 99명은 엔딩씬을 선택하겠죠. 엄근진하게 현실적으로만 따지면 당연히 이후 추락해서 끔살엔딩이겠지만 이건 어쨌든 영화니까 저 둘은 저렇게 함께 계속 날아갔다 라던가 그냥 저 프리즈 프레임 그대로 영화 속 세상의 모든 것이 멈춰버렸다 이렇게 자기 맘대로 생각해도 좋겠죠.
스튜디오 높으신 분들은 그래도 둘 다 살아남는다던가 이런 식으로 어떻게든 희망적으로 바꾸면 안되겠냐고 은근 압박을 줘서 리들리 스콧도 마지막 순간에 루이스가 델마를 발로 차서 내보내고 혼자만 희생한다던가 이런저런 궁리를 해보다가 도저히 안된다고 그냥 원래 각본대로 찍었고 그래서 참 천만다행이죠.
참고로 고 로저 이버트 옹은 이 작품 리뷰에서 별 네개를 주려다가 엔딩 때문에 반개 깎아서 세개 반을 줬다고 하는데 왜냐면 당연히 프리즈 프레임 까지는 완벽했는데 이후 관객들이 이 순간의 감흥에 젖을 시간을 충분히 주지않고 너무 빨리 두 주인공의 작중 행복했던 순간들 몽타주로 넘어가는 것이 첫번째, 그리고 엔딩 크레딧에서 흐르는 경쾌한 컨츄리 곡이 엔딩의 감동을 와장창 부수는 것이 두번째 이유라고 했습니다. 지금 다시 확인해보니까 확실히 파이널샷 직후에 너무 빨리 넘어가네요. 이후 몽타주는 그렇다쳐도 노래가 확실히 깨긴 합니다.
오리지널 엔딩 이후를 약간 더 보여주는 삭제된 엔딩인데 이것도 나름 느낌이 있고 하비 카이텔의 표정 연기도 좋지만 역시 오리지널이 완벽하죠.
생각해 보면 하비 카이텔과 마이클 매드슨이 나란히 둘 다 이렇게 괜찮은 남자 역할로 나오는 영화가 또 있나... 싶어서 귀한 영화이기도 하구요. ㅋㅋ
그 시절 한국 영화 잡지에 페미니즘 영화 관련 글 같은 게 실리면 늘 함께 언급되던 '바그다드 카페'가 덩달아 떠오르네요. 왓챠에 리마스터링 버전이 있던데 그것도 조만간 다시 보면서 그 전설의 뱀 부르는 노래 'Calling You'도 다시 들어볼까 싶구요. ㅋㅋ
암튼 덕택에 오랜만에 추억의 음악, 장면 잘 감상했습니다.
+ 사실 전 이 썬더버드는 시작부터 1분 근처까지만 기억하고 뒤는 잊어요. 도입부가 가장 좋습니다. ㅋㅋㅋㅋㅋㅋ
그러고보니 그렇네요. 타란티노랑 인연이 깊은 둘이기도 한데 '저수지의 개들'에서 유독 서로 으르렁 거리던 사이였던 걸 생각하면 더 재밌어요. ㅋㅋ 예전에 뒷이야기 찾아보니까 매드슨은 처음에는 그 강간범... 역할을 제안 받았는데 안그래도 타고난 인상 때문에 그런 거칠고 질 나쁜 범죄자 역할만 들어와서 거절했다가 결국 지미를 맡아서 다행이었다고 하더군요.
+ 사실 제 생각에도 도입부에 비해 뒤는 상대적으로 덜 인상적이고 좀 약한 것 같아요. 그런데 또 이런 테마곡들은 시작되자마자 듣는 사람들을 사로잡는 그런 훅이 중요하기도 해서 그거면 된 것도 같구요. ㅋㅋ
아... 영화음악 정은임입니다와 관련된 그런 추억이라니 역시 탑골갬성이군요. 저는 사실 당시 나이가 좀 어려서 그런 쪽으로 문화적 소양(?)이 모자랐고 그냥 우연히 동네 영화 좀 보는 형의 추천으로 비디오로 빌려다봤었어요. 뭐 여성영화, 페미니즘 잘 몰랐지만 유머러스하면서도 나름 스릴 넘치는 액션도 있고 마지막은 왜 그런 선택을 하는지 다 이해는 못했지만 충격적이기도 했고 묘한 여운에 젖었던 것 같아요.
극장을 나오면서 참 찡했던 기억이 있어요. 아무 정보 없이 봤는데, 당시에 페미니즘이란 단어에 익숙하지 못했지만 이 영화가 여성문제를 의식적으로 전면에 내건다는 생각은 분명히 했던 거 같아요. 극장에서 그런 의식이 뚜렷한 영화를 본 체험은 처음이 아니었나 생각이 됩니다.
찡했다는 표현이 딱인 것 같아요. 저는 당시에 우연히 재밌게 본 여배우 3인이 주연인 '조강지처 클럽' 등을 보면서도 여성문제라는 의식을 잘 못했던 것 같습니다. 아무튼 이렇게 시간이 많이 지나서 돌이켜보면서 그냥 생각없이 즐겼던 때 못지않은 감흥을 받을 수 있어서 참 좋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