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션 임파서블: 파이널 레코닝]을 보면서 관객의 감각을 자문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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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영화를 처음 볼 때는 만족스럽지 않았습니다. 이야기는 너무 길고, 설명조 대사는 많고, 인물들은 종종 감정과잉에 빠지고, 영화는 전체적으로 진지한 톤을 지키지 못합니다. 영화에서 팀 플레이의 비중은 줄었고 이든 헌트의 액션은 영화적 과장으로 허용해주기에는 현실적 경계를 너무 쉽게 넘어갑니다.

 

두번째 봤을 때는 이상하게도 액션 시퀀스들을 더 깊이있게(?) 즐길 수 있었는데요. 그건 아마 줄거리를 이미 익히고 났기 때문에 액션 장면들에만 더 몰두할 수 있었던 결과일 거라고 생각합니다. 세바스토폴 침투 장면은 진짜 굉장했는데요, 아마 미션 임파서블 시리즈를 통 틀어도 제 기준에는 제일 재미있고 아찔했던 장면이었습니다. 이 씬을 제가 좋아하는 이유는 그 동안 톰 크루즈의 액션은 매달리는 것, 혹은 자신을 추락시키려는 중력과의 일직선 방향의 싸움이었는데 이 시퀀스에서는 정말 사방 팔방으로 육체의 통제권을 잃고 허우적대는 게 인상적이었습니다. 개인적으로 이 시퀀스가 앞의 음산한 분위기를 시간적으로 더 오래 끌었어도 괜찮았을 것 같아요. (혹은 팀플레이로 이든 헌트를 누군가 구해주는 임무를 더블 미션으로 해서 진행해도 좋았을 것 같습니다. 그레이스가 너무 몸난로로만 나와서 영...)

 

이후 경비행기 씬을 보면서 정말 감탄했습니다. 정말 살떨리는 위기감을 느끼면서 봤습니다. 다만 그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 영화를 처음 보았을 때는 이 경비행기 액션 시퀀스에 온전히 몰입할 수가 없었는데 그건 과연 시나리오의 탓일까... 저는 확신하는데 이 장면의 진가는 10년, 20년 후에 더 정확히 평가될 것입니다. 톰 크루즈가 현재진행형으로 살아있는 동안에는 이 장면을 관객들도 당연하게 받아들이는 부분이 있죠. 어떤 가치는 사라졌을 때 회고하면서 비로서 제대로 평가를 받는 것처럼, 이 경비행기 시퀀스도 개봉 중인, 혹은 미션 임파서블이 완전히 끝났다는 실감이 안드는 지금은 과소평가를 받을 수 밖에 없는 것 같습니다. 

 

이 장면에 놀라면서 제가 제 자신에게 던졌던 질문은 리얼리티에 관한 것이었습니다. 더 정확히는, 제가 관객으로서 리얼리티를 온전히 받아들일 수 있는가였습니다. 이것은 톰 크루즈가 몸을 던져 최대한 실제에 가깝게 스턴트를 하는 의도와도 정확히 부합하는 질문이었습니다. 톰 크루즈는 관객이 최대한 사실에 가까운 장면을 보고 느끼기를 바랍니다. 그렇다면 관객인 우리는, 그런 장면을 보면서 이건 진짜다, 이건 실제다, 라고 온전히 느끼고 그걸 정확히 평가할 수 있냐는 것이죠.

 

왜냐하면 2025년에 영화를 보는 저희는 이미 CG에 오염된 세대의 관객이기 때문입니다. 그 전에도 특수효과는 있었지만 컴퓨터 그래픽과 그린 스크린으로 없는 것을 완전히 있는 것처럼 보이게 하는 이 기술의 등장 이후를 저희는 살고 있습니다. 즉 저희는 없지만 있는 것처럼 보이는 기술이 너무 발전한 시대를 살면서 진짜를 진짜로 받아들이는 감각 자체가 퇴화된 것일지도 모릅니다. 저희는 이제 모든 이미지를 기본적으로 다 의심하고 있습니다. 이 의심의 힘은 생각보다 강력해서 저희가 진짜를 봐도 먼저 ‘이거 AI 아님?’이라고 반문하게끔 하고 있습니다. 진짜를 진짜로 바로 받아들이지 않고, AI인지를 먼저 자기검열한 다음에 진실이라고 뒤늦게 납득하는 의식구조를 가지고 있습니다. 이것은 영화를 볼 때도 “CG 아님?” 이라고 동일하게 작동합니다. 그것이 제가 “오염”이란 단어를 쓴 이유입니다. 선의심, 후수용의 구조가 저희의 인지체계에 이미 자리잡고 있습니다.

 

이 강력한 의심의 힘이 영화계를 통해 언제부터 저희를 장악했는지는 모릅니다. 스필버그의 [쥬라기 공원] 때부터일 수도 있고, 제임스 카메론의 [타이타닉] 때부터일 수도 있고 마이클 베이의 [트랜스포머]때부터일 수도 있고, 혹은 CG를 아주 많이 사용한 다른 영화를 보면서 시작됐을 수도 있습니다. 그 자체는 나쁜 게 아닙니다. 그건 그냥 특수효과의 일종이니까요. 다만 가짜를 진짜처럼 보이게 하는 CG를 접하면서 저희는 언제부터인가 영화를 볼 때 저 모든 건 다 CG일 것이라고 전제하는 습관이 길러졌습니다. 그 결과 진짜를 전제하는 영화의 스토리에 온전히 몰입하지 못하게 됩니다. 왜냐하면 영화의 이야기란 것은 관객이 눈으로 보고 납득하는 것인데 눈으로 보는 장면들을 믿을 수가 없으니까요. 

 

그 전 세대들도 아날로그 특수효과를 의심하거나 비웃으면서 봤을 수 있습니다. 그러나 21세기 현재 특수효과의 정교함은 이제 무에서 유를 창조하는 수준입니다. 관객이 완전히 속을 수 밖에 없는 수준이죠. 실체가 0인 상태에서 보이는 이미지만을 만들어낼 수 있고, 쫄쫄이만 입고도 괴물이나 공룡을 만들어낼 수 있습니다. 이제 CG 기술은 단순히 “진짜처럼 보인다”의 수준을 지나 “없는데 있습니다”의 수준에 다다랐습니다. 그러면 당연히 보는 관객도 이전에는 “진짜같음”을 의심하는 게 아니라 “없는데 있음”, “없음” 부터 의심하게 되죠. 아예 어떤 상황이나 대상을 0의 수준이라고 의심하게 된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영화 속 장면이 비현실적일수록, 그 장면의 리얼함을 본능적으로 거부하고 비현실성, 즉 언리얼리티를 자동으로 납득하게 됩니다. 이제 관객들은 그 어떤 장면을 실제로 찍어도 그 실제성, 리얼리티를 받아들이기 어려운 상태일수도 있습니다.

 

그런 점에서 톰 크루즈가 스턴트를 하는 의도를 곱씹게 됩니다. 그는 관객들의 이 의심이라는 무장을 해제시키려고 스턴트를 합니다. 어떤 장면에서의 박진감을 관객들이 온전히 느끼게 하려면, 이건 씨지도 아니고 다른 어떤 특수효과도 아니며 배우가 진짜로 찍었다고 아예 사실을 알리고 시작합니다. 그렇게 해서야 관객은 이 진짜와 가짜의 구분을 할 수 있게 됩니다. 즉 톰 크루즈의 스턴트는 단지 열심히 하려고 하거나 미세한 감각의 차이를 살리기 위해서만이 아니라, 실제로 찍어야만 어떤 장면을 의심하면서 보는 그 전제를 최대한 해제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고생을 해서 감격시키려는 차원이 아니라, 그렇게 안하면 관객이 CG에 길들여진 그 의심의 인지체계를 아예 버릴 수 없기 때문이라는 것을 그는 본능적으로 느꼈던 것 같습니다.

 

그렇게 사실을 주지시켰을 때 관객은 비로서 관객으로서의 미션에 들어서게 됩니다. 리얼한 장면의 리얼리티를 정말로 받아들일 수 있냐는 것입니다. 저는 톰 크루즈의 미션 임파서블이 관객에게 은연중에 질문을 던지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어떤 장면의 리얼리티를 어느 정도로 감각할 수 있냐고 묻는 거죠. 그런 점에서 저는 2025년의 리얼리티라는 걸 다시 생각하게 됩니다. 고급 CG와 그린스크린, 그리고 수많은 특수효과 앞에서 무뎌진 우리의 감각이 쌩으로 찍은 장면들을 다 받아들일 수 있는지요. 어떤 면에서 톰 크루즈의 스턴트는 인공지능과 컴퓨터 그래픽에 ‘절어있는’ 저희의 감각을 초과하는 것인지도 모릅니다. 왜냐하면 진짜로 찍은 어떤 상황을 저희는 상상하거나 감각하는 게 쉽지 않기 때문입니다. 

 

@ 미션 임파서블이 원래 서커스같은 장르이니 어쩔 수 없겠지만, 경비행기 스턴트를 조금 더 공포스럽게 찍었다면 관객들도 더 잘 수긍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낙하산이 불타는 장면에서 톰 크루즈의 당황하는 연기가 회자되지 않는 걸로 봐서는 스턴트의 리얼리티를 ‘실감’했을지는 조금 미지수긴 하지만...

    • 액션의 현실성을 받아들인다는 측면에서 개인적으로 가장 아찔하게 느꼈던 톰 크루즈의 액션은 2편의 맨손 암반 등벽 오프닝 씬이였습니다.
      촬영이나 실제 액션 난이도가 8편이나 기타 후반 M I의 시그너쳐 액션 보다는 낮을지 몰라도 관객입장에서는 위험의 리얼리티가 충분히
      그리고 용이하게 전달되지 않았었나 싶네요. CG가 아닌 리얼인 것을 인지하고 관람한다는 것 자체가 더 몰입하게 만드는 요소인 것 같아요. 
      • 아하 그 장면 엄청났죠... 저희 아버지가 그 장면 보면서 저걸 실제로 찍었을리 없다고 저한테 엄청 화내던게 생각나네요 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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