존 밴빌 [바다] 잡담

존 밴빌의 [바다]를 읽고 조금 소개합니다. 2005년 부커상 수상작. 

밴빌은 아일랜드 출신으로 어릴 때 제임스 조이스의 [더블린 사람들]을 읽고 영향을 받았다고 합니다. 소설이 2016년 문학동네에서 나오고 금방 샀는데 이제야 꺼내 읽었습니다. 이분은 모더니즘을 고수하는 스타일리스트라고들 하고 조이스와 베케트를 잇는 아일랜드 작가라고들 합니다. 따라서 독자와의 소통을 우선하지 않는 경향일 테니까 읽는 과정이 녹녹치 않겠고, 스토리 위주의 소설은 아니라는 것을 알고 있었어요. 뒤늦게 꺼내 읽게 된 것은 올 초에 나온 [오래된 빛]을 좋게 보았다는 후기의 영향이 있었네요. [바다]는 2005년 부커상에서 가즈오 이시구로의 [나를 보내지 마]와 경합하여 수상작이 되었는데, 이시구로는 [남아있는 나날]로 이미 수상경력이 있어 불리했을 수도 있었겠지만, 예전에 이 책을 산 것도 그 부분에서 호기심이 동해서였던 것 같아요.


[바다]는 작가가 영향받았다는 정보에 따른 선입견도 들어간 것이나 [더블린 사람들]의 문장과 분위기를 떠올리게 하는 면이 있었습니다. 제가 읽은 조이스의 유일한 작품인 [더블린 사람들]은 비슷한 분위기여도 단편집이라 이 소설보다 깔끔하고, 수월하게 읽히며, 감흥을 느낄 수 있는 작품도 있었어요. [바다]는 우울하고 우중중한 분위기이면서 사건은 더욱 뒷전이고 '묘사'의 연속이네요. 인물의 일상은 현재와 과거가 불친절하게 섞여 전개되고요. 심리와 관계를 경치 묘사, 사물 묘사, 장면 묘사 위주로 전개시키며 전달하는 소설이었어요. 읽다 보면 이 나이든 남자의 우울한 기억을 왜 따라가야 하는지 의문이 일곤 합니다. 이 소설을 읽다가 '더 라스트 오브 어스'를 봤네요. 둘 다 상실감에 빠진 중장년 남자가 등장합니다. 한 작품은 그 상실감을 극한의 동적인 방법으로 방어하려 하였고, 한 작품은 자기 속에 빠짐으로써 극한의 정적인 상황 속에서 견뎌내려 한다는 생각을 해 보았습니다. 동시에 접한 두 작품이 '상실'을 주제로 하고 있으니 묘했습니다.

읽다가 중단했다면 독자를 괴롭히는 책 범주에 들어가며 부정적 인상으로 남았겠지만, 마음을 다잡고 완독하니 인물에 호의가 생기네요. 고통스런 시간을 겪고 있는 인물을 보면서, 어떤 일은 힘들 만큼 힘들어야 되고 거저 지나가 주진 않음을...끈질긴 상실감과 그에 따라오는 고문 같은 회상을 어떤 작가는 자기식으로 꼼꼼하게 복원함으로써 견디는 것이겠습니다. 이런 것이 주체의 희망대로 조절된다면 사는 게 편하겠지만 그저 아는 방식, 가능한 방식으로 견디는 수밖에, 어쩔 수 없는 것이로다 싶네요.

 

2005년 부커상을 [나를 보내지 마]가 아닌 [바다]가 수상한 것을 두고 '스타일이 멜랑콜리한 내용을 누른 승리'라고 가디언이 표현했답니다. 영국의 어떤 비평가는 이 책은 쓰레기통에 들어가야 할 책이라고 독설을 했다네요. 스타일리스트로서, 이분의 특징인 문장과 구조의 스타일을 직접 경험하기 힘든 번역된 책을 읽는 우리 같은 사람들은, 동의하지는 않더라도 더 잘 이해가는 측면이 있는 평이라는 생각도 합니다. 그런 반면 어떤 평론가는 '밴빌을 비난하는 사람은 1922년에 부커상이 존재했다 해도 제임스 조이스에게 상을 주지 않았을 것'이라 하며 밴빌의 가치를 알아 보지 못하는 이들을 야유하기도 했고요. 그리하여 이런 평을 읽으면서 저는 [율리시스]를 읽을 날이 더욱더 멀어지고 있는 것입니다. 당신네들도 그렇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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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아일랜드 특유의 우울함과 거침이 가득한 책인가봐요. 상실에 따른 고통의 시간은 그만큼 견뎌야 지나간다는 말씀에 공감하게 됩니다.

      마지막 문장엔 푹하고 웃었어요ㅋㅋㅋ 당신네들도 그렇구나…ㅎㅎㅎㅎㅎ
      • 우울하고 우중충한 가운데 독자로서 상황 파악하기 쉽지 않고 그랬습니다. 재미의 종류가 여러 가지지만 그 여러 가지 중에 걸려드는 게 없었어요. 좀 인내심이 필요했네요.

    • 제임스 조이스라면 '젊은 예술가의 초상'을 읽었습니다.


      ...읽기는 했습니다? ㅋㅋㅋㅋㅋ 이걸 읽고 '율리시스'는 읽을 생각도 하지 않았던 걸 떠올려 본다면 이 소설에 대한 제 소감도 음... 뭐 그렇겠구요.




      "따라서 독자와의 소통을 우선하지 않는 경향일 테니까" 에서 웃었습니다. ㅋㅋ


      근데 생각해 보면 신기해요. 아무리 본인 스타일로 뛰어나고 예술성 등등이 훌륭하다고 해도 소설인데요. 그런 경향과 스타일로 책을 쓰는 데도 결국 어느 정도 이상은 팔렸으니까 이렇게 인정도 받고 역사에 새겨지고 그런 거잖아요. 하긴 뭐 저도 '읽기만 했'을 지언정 어쨌든 찾아서 읽었으니... 이런 것이 비평의 순기능일까요. 하하;

      • 일단 문학이 언어를 갖고 하는 일이라 언어의 보편적인 소통에 신경쓰지 않는 작가군들은 어려울 수밖에 없겠지요. 다른 언어를 쓰는 사람들에게는 더우기 큰 장벽이고요. 단어나 문장의 의미조합이나 리듬을 만들어 의식의 흐름을 따라가는 이런 소설은 번역된 작품을 읽는 저로선 '음 거기서는 훌륭한갑다...' 감을 잡는 정도인데 '거기' 사람들도 힘들어 하기는 마찬가지라는 것ㅎㅎ. 




        이 작가는 평생 직장 생활과 (야간)글쓰기를 병행했다고 합니다. 기자와 편집자 생활을 했으니 역시 그 구역의 사람이었고, 다른 이름으로 장르소설을 쓰기도 했어요. 이분이 이런 작품을 알릴 수 있었던 과정이 맨땅에 헤딩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어쨌든 중요한 것은 꾸준히 자신의 방법을 소신 있게 밀고 나가는 (안 팔리는)작품들을 거듭 발표했고 작품이 쌓이고 듣보잡이 아니니 여러 사람들이 들여다 보고 그랬지 않을까 추측해 봅니다. 중요한 것은 꾸준한 거라는 생각이 드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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