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상수 '그 자연이 네게 뭐라고 하니' 아주 짧은 감상 소감


 한국영화를 일년에 한 두편 정도는 보는데 홍상수는 왠만하면 챙겨보는 편입니다.

 이번에는 너무 늦어 아슬아슬하게 남아 있는 스크린을 찾아 겨우 봤네요



 화질이 마치 90년대 홈비디오 영상같습니다

 4K, 8K가 넘처나는 세상에서 구린 화질에서부터 낯설고 흥미로운 홍상수 영화입니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배우들의 대사는 꽤 잘 들립니다

 대부분의 한국영화들이 자막 없이는 감상이 곤란한 경우가 종종 있는데.....

 여느 홍상수 영화처럼 대사량이 엄청 많은데 귀에 쏙쏙 박히게 잘 들어 옵니다.

 이게 기술적인 문제인지 아니면 워낙 출연하는 배우들 발성이 좋아선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위에 올린 베를린영화제 공홈에 올라온 트레일러의 섬네일에 나오는 두 사람

 오른쪽은 여자의 아버지고 왼쪽은 그 여자의 남자친구입니다

 

 여자와 남자는 3년간 사귀고 있는 관계였고 한번도 양가의 부보님들에게 인사를 드린적은 없었죠

 그런데 어느날 남자는 점심시간이 되기전에 여자의 친가에 차로 바래다 주는데

 그런데 뭔가 둘 사이가 매우 어색합니다. 

 마치 이제 그만 만나자는 이야기가 나온건지 아니면 잠시 시간을 갖자는 이야기가 나온건지 그런 묘한 어색함이 흘러나옵니다.

 하지만 홍상수 영화는 원래 이런 관계의 어색함과 삐그덕거리고 어긋나는게 매력인지라 딱히 사연이 궁금하지는 않고 그냥 뭐 그런갑다 합니다. 

 그런데 그만 덜컥 집마당으로 차가 들어가다가 마침 정원일을 하던 여자의 아버지와 마주치게 되고

 남자는 빈손으로 얼떨결에 여자친구의 부모님에게 인사를 드리는 매우 불편하고 긴장감이 넘처 흐르는 상황을 맞게 되는데....

 이  가여운 남자의 운명은 어찌 될것인가? 두둥


 만 하루가 채 못되는 시간에 벌어지는 아주 작고 소소하지만 어떤 개인에게는 큰 사건일 수 있는 그런 소재를 다룬 영화입니다.

 홍상수 영화를 즐기시는 분이라면 꼭 놓치지 말라고 권합니다.

 재미 있었고 웃겼고 찝찝한 부스러기 하나 남지 않는 아주 게운한 영화였습니다.

 


 * 홍상수의 전작에도 나왔었다가 이번에도 여자의 아빠와 엄마로 나온, 실제 부부인 권해효와 조윤희 부부의 취중 수다는 개인적으로 가장 흥미진진한 시퀀스입니다.

 * 영화속에 등장하는 여주신륵사 장면에서 남자가 감동받았던 삼층석탑은 국보도 보물도 아닌 지방문화유산이지만 유홍준의 '나의문화유산답사기'에서 이 절에 있는 보물인 '다층전탑'보다 더 많은 애정을 갖고 묘사하여 유명해진 바로 그 탑입니다.  왠지 홍상수가 유홍준의 책을 읽은건지 아니면 코드가 맞는건지 궁금해지던 장면.


 


 

 

    • 홍상수 영화는 '지금은맞고그때는틀리다' 까지는 항상 나름대로 재밌게 봤었는데 김민희랑 그렇게 되고 한국 영화계에서 귀양이 아닌 귀양을 떠나게 되면서부터 이후 작품들은 기분탓인지 전보다 무거워진 것도 같고 더 어려워진 것 같아서 예전만큼 즐기진 못하고 있어요. 그래도 '여행자의 필요'까지는 어떻게 다 챙겨봤네요. '수유천'이랑 이건 아직인데 찝찝하지가 않다니 이것부터 봐야겠다는 생각이 드네요.




      조윤희 배우는 권해효랑 결혼 후 은퇴한 상태였다고 알고 있는데 '그 후'에 뜬금없이 캐스팅 된 이후로 사실상 홍상수 사단이 되서 남편분과 꾸준히 출연중이라는 게 괜히 웃기고 보기 좋습니다.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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