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화책바낭] 전설의 그 무언가. '게게게의 기타로' 간단 잡담입니다
- 열 권 짜리 종이 만화책 박스 세트를 구매했었지요. 마지막 권에 실린 정보에 따르면 1965년에 연재를 시작해서 이리저리 옮겨 다니며 1970년까지 정기, 부정기 연재를 이어갔던 모양입니다. 적어도 제가 구입한 책 기준으로는 그렇구요. 이후로도 좀 띄엄띄엄 시리즈를 이어가서 90년대까지도 신작이 나왔던 모양입니다만 어쨌든 제가 본 것은 한국에 정식 출간된 요 세트 한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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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려서 작품은 못 보고 그림만 볼 땐 저 눈알이 아빠인 줄도 몰랐어요. 그냥 괴상해서 좋았을 뿐. ㅋㅋ)
- 어렸을 때. 그러니까 대략 80년대 시절에 불법 해적판으로 한국에 들어와 어린이와 청소년들의 시선을 끌던 다양한 일본 만화, 애니메이션 관련 상품들 중에 유독 눈에 띄고 기억에 남았던 작품들 중 하나가 바로 요 기타로였습니다. 이유는 간단했죠. 당시의 건전 발랄했던 한국 어린이 만화들과는 전혀 다른 음침한 분위기와 (이젠 뭐 대략 익숙해져 버렸지만) 기괴하기 짝이 없던 일본 느낌 가득한 요괴들 디자인이 워낙 임팩트가 컸던 겁니다.
하지만 여기저기서 단편적으로 보이던 그림 몇 장, 아주 간단한 설명들. 그리고 믿을만한 정보지도 없고 PC 통신 조차 없던 시절 특유의 아무 말 대잔치 괴담들. (완전 잔인 끔찍한 이야기이고 어른들만 볼 수 있는 작품이며... 등등등. ㅋㅋㅋ) 이런 하찮은 정보들 외엔 뭘 더 자세히 알 방도가 없었기에 그냥 너무나도 기괴하고 궁금한 작품으로 오랜 세월 남아 있었습니다. 그러다 슬슬 잊었고 관심 저 편으로 흘려 보냈었죠.
그러다 얼마 전에 문득 (아마도 다인님의 글 때문에? ㅋㅋ) 기억이 살아나서 검색해 보니 정식 발매된 만화책 세트가 있길래 구입해서 읽은 건데... 초판 발행 연도를 확인해 보니 2021년입니다. 어익후. 제가 이 작품의 존재를 알게 된지 거의 40년이 흘렀네요. 오래도 걸렸습니다. 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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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시엔 이 그림체를 보고서도 이게 절반 이상은 개그로 채워지는 만화일 거라는 건 상상도 못 했죠.)
- 먼저 2025년의 아저씨 독자로서 이 전설의 만화책을 처음 읽고 느낀 부분을 매우 정직하게 적어 보자면요.
일단 '우왓! 너무 재밌어요!!!' 같은 쪽은 아닙니다... ㅋㅋㅋㅋ
60년 묵은 (그러고 보니 올해가 딱 60주년이군요!) 어린이 만화... 라는 한계가 있으니까요. 특히 초반에는 거의 대부분의 에피소드가 1회 연재 분으로 끝이 나는 구성이고 그 짧은 분량 동안 [요괴 출현 및 난동 -> 의뢰 받은 기타로 출동 -> 대결 -> 승리] 요 패턴을 다 때려 박아야 하다 보니 거의 대부분의 에피소드가 (요즘 작품들 기준으로는) 급전개 중의 급전개를 보여줘요. 심지어 상당히 높은 비중으로 이야기 중간 단계를 텍스트로 요약해서 넘겨 버리는 식의 전개가 등장합니다.
그리고 제대로 그려지는 기타로와 못된 요괴들의 대결 장면들은 또... 요즘 식의 배틀물 같은 걸 기대하면 아주 곤란해요. 늘 되게 쉽게 쉽게 풀립니다.
1. 기타로가 잡아 먹혔다! 근데 요괴 뱃속에서 부활해 내부에서 공격해서 무찔렀다!! 2. 기타로가 토막나 죽었다! 하지만 요괴 조끼 or 나막신 or 손목이 대신 싸워서 이기고 아무튼 기타로는 부활한다! 3. 기타로가 완전히 무력화 되었다! 하지만 친구들이 달려와 구해줘서 어쨌든 이겼다!!
대충 요 세 가지 패턴이 전체 이야기의 80% 이상은 차지하는 것 같아요. 이것도 좀 웃기는 게, 기타로는 되게 자주 패하고 죽습니다. ㅋㅋㅋ 근데 그런 상황을 아무렇지도 않게 금방 스윽 해결하고 '아무튼 이김!'으로 끝나요. 그래서 이게 내용 구성상으로 보면 분명 배틀물인데, 진짜로 배틀물 느낌이 나는 에피소드는 정말 거의 없습니다.
덧붙여서 제가 본 분량만 놓고 말하자면 이 이야기에는 '큰 그림' 같은 게 없습니다. 기타로나 눈알 아버지에 대한 어떤 설정 같은 것도 없고. 중심이 되어 주는 메인 스토리 같은 것도 없구요. 그렇다 보니 '다음 이야기가 궁금해!' 라면서 한 번에 주욱 달리게 되고 그런 스타일도 아니에요. 정말 여러모로 요즘 스타일은 아니구나... 싶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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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식으로 말하자면 작품의 근간 정서는 뭐랄까... 대한민국 학교에서 좋아하는 표현으로 '풍자와 해학' 정도 되겠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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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 옛날엔 이 그림을 보고도 무서울 거란 생각만 했는데... ㅋㅋ)
- 근데 이런 이야기를 저희 아들은 이미 여섯 번 이상을 반복해서 읽었단 말입니다? ㅋㅋ 정말 읽고 읽고 또 읽더라구요. 그러니 분명히 시대를 초월해서 먹히는 부분이 있는 것인데...
일단 누가 뭐래도 인정할 수 밖에 없는 것이 그 상상력입니다. 이상하고 괴상한 요괴들이 매 화마다 하나씩도 아니고 몇 개씩 우루루 튀어나오는데 그 생태나 생김새 같은 것이 참 다양도 하구요. 그러면서 또 디자인도 요즘 보기에도 충분히 기괴할 정도로 잘 되어 있구요. 물론 그 중 상당수는 많이 익숙한데... 라는 느낌이지만 사실 이게 원조인 거잖아요. 그러니까 '많이 익숙하다'고 느끼는 게 오히려 칭찬이 되는 거죠. 그러다 후반 까지 가면 외국 요괴들, 서양 것도 조금 나오고 중국 것도 나오고 한국 것(!)도 한 번 나오는데요. 특히 한국 에피소드를 보니 작가 양반이 이걸 대충 그리는 게 아니라 계속 꾸준히 조사를 해서 뭐라도 바탕으로 삼을 자료들을 구해다 만드는 거였구나... 라는 깨달음을 얻게 되어 한층 더 뤼스펙(...)을 바치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캐릭터들이 다 개성이 확실하면서 좀 셉니다. 대표적으로 기타로의 영원한 파트너 생쥐 인간 같은 녀석은 요즘 기준으로 봐도 걸작이에요. 돈과 음식만 밝히면서 늘 상황 봐 가며 자기 유리한 편으로 붙으며 아무 거리낌 없이 진영을 갈아타대는 녀석인데. 이 놈이 고작 밥 한 끼 얻어 먹겠다고 기타로를 죽인 것만 수십 번은 될 겁니다. '죽인' 것만 그 정도이고 배신은 그냥 아예 디폴트에요. ㅋㅋㅋ 아무리 개그 캐릭터라지만 그 시절 애들 만화에 이런 놈을 고정으로 계속 활용하다니 작가님 취향도 참 대단하셨던 것.
마지막으로 그렇게 아이들용 만화답게 가벼운 톤을 유지하면서도... 특유의 그림체와 장면 연출 덕분에 기괴하고 음침한 분위기는 또 제대로 살아 있구요. 그 와중에 작가가 세상을 바라보는 냉정한 시선 같은 게 계속해서 바탕에 깔립니다. 위정자, 권력자, 자본가들에 대한 비판적 태도라든가. 전쟁이 남긴 비극과 상처. 빈부 격차. 집단으로 움직이는 사람들의 이기심. 환경 파괴 등등등. 이런 부분들이 아예 에피소드의 주제가 되는 경우도 많고, 그렇지 않을 때도 늘 스쳐가는 세상의 풍경으로 이야기 속에 녹아 있어요. 그래서 애들 만화지만 애들 만화 같지 않은 느낌이랄까. 그런 느낌이 들어서 좀 더 매력적인 작품이 되고 그렇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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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타로 없는 기타로 그림입니다.)
- 그래서 열 권을 다 읽고 난 최종 소감은요.
아무래도 그 시절에 읽었어야 진짜 재밌게 즐길 수 있었겠죠. ㅋㅋ 60년대 말구요, 제가 어린이였던 80년대 쯤에 이걸 제대로 접했다면 아마 인생 작품이 되었을 텐데. 대략 40년 쯤 늦게 접하게 된 것이 많이 아쉬웠구요.
요즘 기준으로 봐도 재밌게 읽을 수 있긴 한데, 또 작품 특성상 한 번에 열 권을 좌라락 달리게 되고 그러진 않습니다. 그냥 하루에 에피소드 몇 개씩 깨작깨작 읽는 게 가장 즐거운 작품이었고 그래서 다 보는 데는 시간이 좀 걸렸네요.
마지막으로... 다 보고 나면 작가에 대한 존경심이 생기는 작품이었습니다. 이만한 스타일과 개성. 그걸 바탕으로 하는 독특한 미적 감각에다가 거의 장르 하나를 창조 및 완성하다시피 한 상상력. 그리고 자기 나라 역사를 과감하게 비판, 풍자하는 스피릿에 균형 잡힌 정의감까지. 대체 이런 클래스의 작가들이 하나 둘도 아니고 단체로 우루루 쏟아져 나왔던 일본의 60~70년대 만화판은 무엇이었을까요. 데즈카 오사무에 나가이 고에 후지코 후지오에 요 작가님에 뭐뭐뭐...;;
뭐 그랬습니다(?) 끝이에요.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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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딱 봐도 보이듯이 센터에 앉아 계신 분이 작가님 본인이십니다. ㅋㅋ 이젠 '전원 옥쇄하라!'를 구입해 볼까 하구요.)
이제 극장판 키타로 탄생 게게게의 수수께끼도 보셔야 할 듯한 ㅎㅎㅎ
이미 보았답니다. ㅋㅋㅋㅋ 원작을 읽고 나서 보니 뭔가 여러가지로 생각해 볼 부분이 많아지는 작품이었네요.
ㅎㅎ 감상 기대하겠습니다 흐흐흐
언제나 그렇듯 뭔 소린지 글 쓴 본인도 이해하기 힘든 뻘글로 완성되었습니다.... (쿨럭;)
티비 시리즈도 있고 요 극장판도 있는데 시리즈는 어린이도 볼 수 있는 가볍고 코믹한 쪽인 듯 하고 극장판은 무겁고 진지한 사회 비판물(...)입니다. ㅋㅋ 취향대로 시도해 보심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