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임스 건의 슈퍼맨 - 기원담을 건너뛴 건 좋은데...
밑에 DAIN님께서 분노의 장문 사자후(?)를 토해내셨기도 했고 저는 그냥 간략한 느낌만 적어보겠습니다.
슈퍼히어로 장르가 주류가 된지 이미 20여년이 됐고 유명 인기 캐릭터들은 워낙 리부트도 여러번 됐다보니 누구나 알고 이제 지겨울법도한 캐릭터 기원담은 스킵하는 경향도 생긴 것 같아요.
'스파이더맨: 홈커밍'에선 방사능 거미에게 물리는 것, 심지어 벤 삼촌의 그 대사도 건너 뛰었고 맷 리브스의 '더 배트맨'에서도 그 뒷골목은 나오지 않았죠. 그것 자체는 괜찮은데 이번에 제임스 건은 좀 너무 나갔어요. 어느정도냐면 이번 슈퍼맨 영화는 존재하지 않는 1편의 속편 같습니다.
크립톤 행성 폭파되고 지구에 와서 켄트 부부에게 키워지고 이런 부분을 건너뛴 건 괜찮은데 아예 슈퍼맨, 데일리 플래닛 기자로서의 첫 3년을 첫 화면 자막으로 대충 설명하고 넘어가버려요. 이미 슈퍼맨으로 활동하고 있는데 로이스 레인한테 커밍아웃도 했고 이미 연애도 하고 있습니다. 렉스 루터랑은 이미 서로 적대적인 관계이고 저스티스 갱이라는 메타휴먼 3인조 그룹이 있는데 얘네랑도 이미 안면 트고 친구/동료 비스무리한 사이에요. "이런 건 자세히 설명 안해도 다 알지?" 하고 바로 본론에 들어가는데 당황스럽더군요.
'더 배트맨'도 이미 배트맨으로 활동중인 시점에서 시작하지만 최소한 세계관 빌드업에는 상당한 공을 들이고 시작했었거든요. 리뷰들에서 슈퍼맨 새터데이 카툰의 중간 에피소드 같다는 표현들이 좀 있었는데 저는 그게 작품의 톤을 말하는 줄 알았지 아예 스토리도 중간에서 시작할줄이야;;;
아무튼 그런 부분은 넘어간다치고 본편이 재밌었냐 하면 그것도 좀 시큰둥했습니다. 이것저것 액션이나 제임스 건 특유의 캐릭터간 티키타카 유머 등의 볼거리가 많긴 한데 여태껏 이 감독이 만든 코믹북 영화 중에서 가장 별로였습니다. 가오갤 같은 아웃사이더들이 좌충우돌 히어로 팀으로 성장하는 내용이나 더 수스쿼처럼 아예 막나가는 범죄자들 얘기에서는 특유의 스타일을 잘 녹여냈지만 거대한 유니버스의 첫 시작을 알리는 슈퍼맨이라는 주류 중의 주류인 아이코닉한 히어로를 무게감 있게 그리기에는 잘 어울리는 감독이 아니었던 것 같아요. 이번엔 자제를 해서 그런지 유머도 별로 웃기지 않았고 가오갤에서 유사 부자, 가족관계를 그릴 때 괜찮았던 감동 자아내기는 이번엔 억지스럽고 잘 와닿지 않았어요.
액션도 뭐 많이 보여주긴 하는데 확 이거다 싶을 정도의 임팩트나 흔히 말하는 뽕차는 장면이 하나도 기억에 남는 게 없네요. 예고편 등에서 이미 지적이 나왔던 '슈퍼맨이 왜 저렇게 약하냐, 맞고 다니냐' 이런 부분은 본편에서도 확실히 그런데 저는 그것 자체는 괜찮지만 그냥 액션씬들 연출 자체가 다 취향에 맞지 않았습니다. 그나마 미스터 테리픽이라는 캐릭터가 제일 괜찮은 시퀀스 하나를 남겼는데 이건 좀 욘두 재활용 같아서...
막상 글을 시작하니 저도 가혹하게 자꾸 까게되서 이만 줄이겠습니다. 사실 막 엄청 못만들었다, 별로다 이런 물건은 아닌데 높은 기대치와 부담을 안고 시작하는 유니버스의 첫 영화인만큼 더 잘해냈어야한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럭저럭 2시간 잘 지나갔지만 이런 톤앤매너라면 DCU에 대한 기대감이 사라지네요.
그런데 또 현지에서는 전문가 리뷰도 대체적으로 호평이고 무엇보다 로튼 토마토 티켓인증 팝콘수치가 무려 96%나 될 정도로 초기 반응이 뜨겁네요. 북미 코믹스 팬들에게 유독 환영받을만한 부분이 있다는데 저는 보고도 잘;;
쿠키는 두 개인데 첫번째는 그냥 짧게 지나가는 보너스이고 두번째는 개그씬인데 굳이 엔드 크레딧 다 기다려서 볼 정도는 아닙니다. 이미 촬영이 완료된 DCU 차기작에 대한 예고는 엔딩 직전에 살짝 나오는데 이것도 참 별로 기대감이 안생기게 만든다 싶었습니다.
분량이 좀 많아 보일지는 모르지만 딱히 사자후라고 할 정도는 아닌데요. 시시한 영화라면 모를까, 분명 못 만든 건 아니지만 이게 최선입니까~ 하는 물건인거죠. ㅎㅎㅎ 양키들 코믹스 중간 에피소드 하나처럼 구성했다고 할 수 있기는 한데, 그게 과연 좋은 가에 대해선 좀 으음~하게 되는… ㅎㅎㅎ :DAIN_
하긴 케데헌 글에 비하면 단평 수준이네요. ㅎㅎ 근데 북미 현지관객들은 정말 열광적인 수준으로 초기 반응이 좋습니다. 그냥 상대적으로 이만하면 선방했다 이런 수준이 아니고 "이게 바로 내가 기다리던 슈퍼맨 영화야!" 하면서 간증하는 열혈팬들이라네요.
그게 생각해 보면 마지막으로 남긴 '스나이더 컷'이 조스 웨던의 '저스티스 리그' 대비 너무나도 선녀여서 여론이 뒤집혀서 그렇지 사실 스나이더가 연출했던 슈퍼맨 영화들이 그렇게 성적이 되게 좋고 일관되게 호평이었던 작품들은 아니었죠. 전 '맨 오브 스틸'은 물론 그렇게 욕 먹었던 '배트맨 대 슈퍼맨'까지도 재밌게 봤지만 암튼 그랬구요. 그래서 스나이더 풍이 아닌 좀 옛날식 슈퍼맨을 원하던 수요가 (특히 북미 쪽에) 많았던 게 아닌가 싶습니다. 지금 검색해 보니 오프닝 성적도 상당히 희망찬 모양이네요.
맨 오브 스틸은 장황했다고 하면, 이번 슈퍼맨은 난잡하달까 경박하달까… 분명 재미가 없는 건 아닌데, 어딘가 핀트가 잘못된 느낌이었다고 할까요… 시작부터 화면에 자막 글자 나레이션으로 대충 때울거면 "여기서 똥폼 가득 묻은 성우 음성으로 나레이션을 깔아야 진짜 코믹 원작이란 티를 내는 거지, 이 가짜 팬보이야"소리가 나오는 게 문제다~라고 봅니다. ㅎㅎㅎ
네 사실 브라이언 싱어가 그 크리스토퍼 리브스의 정통 후속작이 되겠다고 야심차게 만들었던 '슈퍼맨 리턴즈'가 이도저도 아닌 결과물이 됐고 결국 오랫동안 스나이더의 헨리 카빌 슈퍼맨이 대중들에게 익숙하다보니 그리워했던 팬들이 확실히 많았었던 것 같아요.
그런데 그런 반가움을 채워준 것과는 별개로 완성도가 이게 만족스럽나 싶은데 아무튼 현지 반응은 대만족인가봅니다.
전 여성캐릭터가 영 별로... 로이스는 괜찮았는데 웬 헐벗은 금발미녀가 신문사에... 웬 집창촌에서 스파이 만나기.. 메트로 폴리스 구현을 꼭 그렇게 마초식으로 했어야 했을까 아쉽습니다. 역시 제임스 건인건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