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런데 이게 과연 나쁘기만 할까. 자기방어적 유머의 보호 아래 할 수 있는 것은 한계가 있다. <배트맨 대 슈퍼맨>의 뻔뻔스러운 난장판은 그렇기 때문에 오히려 더 생산적으로 보인다. 어차피 처음부터 말도 안 되는 이야기라면 그걸 부끄러워하지 않고 정공법을 취하는 것이 차라리 나을 수도 있다. 그러니 <배트맨 대 슈퍼맨>보다는 이 작품이 품고 있는 가능성을 생각해보기로 하자. 앞으로 DCEU에 속한 영화를 만들 감독들은 모두 자기 목소리가 큰 사람들이다. 이들 영화가 MCU의 영화들처럼 자연스러운 하나의 흐름 안에 통합될 것이란 생각은 안 든다. 대신 엇맞추어진 큰 덩어리들이 불균질한 구조물처럼 쌓일 가능성이 크다. 이들 중 얼마나 성공할 수 있는지, 얼마나 슈퍼히어로영화의 피로감을 뚫고 살아남을 수 있는지는 모른다. 내가 말할 수 있는 건 <배트맨 대 슈퍼맨>이 기반의 일부로서 충분했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