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4제곱미터 감상...좀 하나만 하자(약스포)


 1.아무 정보도 없이 영화를 보고싶어서 84제곱미터-이하 84-를 봤어요. 일단 보는데 이 영화의 장르가 뭔가 싶었어요. 사실 장르색이 진한 영화는 아무 정보 없이 봐도 장르를 곧 알수 있어요. 컨저링을 보면 이게 무슨 장르인지 1분이면 알수있는 것처럼요.



 2.한데 이 영화는 도무지 장르를 모르겠는 거예요. 처음에는 아파트 영끌에 성공한 청년의 군상을 그리는 건가 싶었어요. 그 부분은 솔직이 재밌었어요. 얄미운 팀장 캐릭터에 적당한 티키타카를 보여주는 회사 친구. 대출금을 갚기 위해 힘겹게 일하는 주인공의 모습 등등. 그냥 이대로 가면 되겠다 싶었죠. 그 부분은 스피디한 편집까지도 좋았어요.


 그런데 층간소음이 나오더라고요. 그래서 '아, 층간소음 범인찾기를 좀 하다가 아파트 층과 층 사이에 숨어있는 범인을 잡는 거구나.'라고 생각했어요. 여기까지 왔는데도 장르가 또 바뀔 리는 없을듯해서 스릴러물일 줄 알았어요. 주인공에게 원한이 있는 누군가가 이간질을 하는 반전이 있을수도 있고.


 1301호 아줌마가 나타나는 장면에서는 스릴러가 아니라 호러인가 싶었어요. 물리적인 등장인물이 아니라 영적 존재가 층간소음을 일으키는 건가 헷갈렸죠.



 3.그런데 또 갑자기 주인공의 친구가 코인 작전정보를 들고 오는 거예요. '어라? 층간소음은 들러리고 코미디물인가.'싶었어요. 그 부분도 솔직이 재밌었어요. 하다하다 안 돼서 아파트를 매물로 내놓고, 나중에 계약금을 더블로 갚겠다니? 제법 신박했어요.


 한데 나는 알았어요. 주인공의 친구가 가져온 정보는 사실일 거란 걸요. 왜냐면 저런 정보가 가짜라는 전개는 이제 식상하거든요. 2025년에 나온 영화라면, 반전으로 저 작전정보가 리얼이어야 하는 거니까요. 


 물론 주인공이 돈을 못버는 결말로 가긴 가야 해요. 그건 국룰이니까요. 하지만 저 작전정보가 진짜면서 주인공이 돈을 못버는 결말은 대체 어떻게 하면 되나...하면서 봤어요.



 4.휴.



 5.한데 이 영화는 중반부부터 잡탕이 됐어요. 물론 잡탕밥을 잘 만들면 맛있긴 해요. 하지만 많은 사람들이 중국집에서 잡탕밥을 안 시키는 이유가 있죠. 잘 만든 짜장면보다는 못하거든요. 솔직이 빌런의 목적이 공감도 안 가고 재미도 없어요. 


 더하기를 많이 한다고 해서 야심이 있는 게 아니거든요. 이 영화는 최대한 단순하게 만들었어야 해요. 주인공이 생활고를 이겨내고 대출금을 갚기 위해 이리 뛰고 저리 뛰는 풍자물이 되던가, 확실하게 호러 스릴러로 가서 층간소음의 원인이 되는 빌런찾기를 하던가. 위에도 썼지만 코믹물의 냄새가 풍기던 때, 호러 스릴러의 편린이 엿보일 때는 정말 재밌었거든요. 아주 근원적인 갈등. 돈 문제로 인해 좌충우돌을 하거나 미지의 존재가 내는 층간소음을 해결하는 방향으로 갔어야 했단 말이죠. 그러나 감독은 맛있는 볶음밥이 될 수도 있었던 영화에 자꾸 뭘 집어넣어서 괴상한 잡탕밥을 만들었어요.



 6.초반의 편집이나 연출, 캐릭터들끼리의 티키타카는 정말 괜찮았어요. '한국 영화치고는'이라고 하면 내가 너무 건방져 보일까? 어쨌든 뭐 재밌었단 말이죠. 


 물론 내가 재밌었다고 하는 부분은 사실 센스있는 유튜브 작가 정도만 돼도 만들수 있는 장면들이긴 해요. 그런 부분들은 서사가 아니라 묘사, 캐릭터 빌드업의 영역이니까요. 거기서 좀더 발전된 무언가가 있어줘야 서사의 영역으로 가는 거죠. 그래도 초반에 주인공이 회사에서 구르고 전기세 아끼고 배달 다니는 묘사는 참 재밌었는데.



 7.ps-나는 잡탕밥이 맛이 없어서가 아니라 비싸서 안 먹어요. 잡탕밥을 마지막으로 먹어본 게 언제인지도 모르겠네요. 남이 사주면 맛있게 먹긴 하는데...흠. 누가 잡탕밥 좀 사주시면 안될까요? 여기 사람들은 내가 뭐 사달라고 하면 장난이라고 생각하는 거 같은데 진짜예요. 쪽지 ㄱㄱ.


 ps2-1301호에 사는 아줌마 예쁘지 않아요? 위키를 보니 배우 이름이 김현정인 거 같은데 정보가 없네요. 연극 쪽이라서 정보가 없는 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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