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스펙트'와 '헤레틱' 봤어요.
'프로스펙트'(2018)
변두리 행성을 배경으로 한 SF영화인데요, 좋았습니다.
이 영화의 우주선은 중고 느낌이 나고 부실해 보였습니다. 그리고 중심 인물들이 입은 우주복도 훗날 일반인이 우주에 나갈 때 저런 것을 입지 않을까 싶은 좀 허접하면서도 일상적인 것으로 보였어요. 일단 시각적으로 우주의 웅장함이나 기상 같은 건 나오지 않습니다. 배경이 되는 행성에는 채굴이 까다로운 고가의 귀금속 같은 것이 묻혀 있어서 그 먼 미래의 시간에도 여전히 먹고 살기 팍팍한, 일확천금을 노리는 밑바닥 인생들이 모여 듭니다.
앞 부분을 보자니 부녀가 우주선을 타고 오래 생활한 거 같습니다. 아빠는 이런 여행에 이골이 나 있어 실력은 좀 있습니다만 그리 믿음도 안 가고, 보호자로서도 신통찮습니다. 딸은 아빠를 따라 우주를 떠돌며 불안정한 생활을 하던 중이었어요. 그런데 이 행성에 내려서 전환을 맞습니다.
SF의 외양이지만 이야기 전개는 골드러시 시기의 서부극 같아요. 여기에 공간 배경이 위험 요소를 더하고 또 어린 여성 청년이 그 중심에 있어서 영화의 색을 좀더 다른 느낌으로 받아들이게 됩니다. 저예산 영화겠죠? 때깔이 좋지도 않고 장엄한 우주가 멋지게 펼쳐지는 장면도 한 번 정도 외엔 없으니까요. 우주선 비롯 장비들이 다 반짝이는 미래 세계를 보장하는 신기술의 이미지와 거리가 멀고 화려하고 신나는 활극 같은 것도 없어요. 그냥 범죄로 만연한 동네에서 일이 꼬인 인물이 그곳을 벗어나기 위해 애쓰는 그런 전개입니다. 다만 복장이 우주복인 겁니다. 하여튼 영화의 크기와 이야기가 적절하게 맞고, 저는 재미있게 보았습니다.
짐작하셨을지 모르겠는데 청소년 여성과 아빠의 등장, 이것은, 이 영화는 너무나도 '라스트 오브 어스'를 떠올리게 하는 것입니다.(또다시 이 드라마 얘길하는 저의 끈질김) 여기 행성에서 만나는 채굴꾼이 페드로 파스칼이고요, 주인공 청소년은 소피 대처가 연기합니다. 소피 대처 배우는 이름은 들었으나 이 영화로 처음 만났어요. 이 배우의 첫 출연작인 듯합니다.
이야기 전개에 있어 이 두 인물의 동행과정이 납득이 되고요, 과한 부분 없고, 조촐하면서도 뜻밖에 만족스러운 감상을 하게 된 영화라 추천드리고 싶네요. 웨이브에서 보았습니다.

'헤레틱'(2024)
원래 보려고 생각하고 있던 영화였는데 소피 대처 배우의 탄력을 받아 이어서 보게 되었어요. 이 배우가 2000년 생인가 봅니다. '프로스펙트' 때와 머리 색이 달라서 그런지 이미지가 좀 달라 보이기도 하고 원숙해진 듯했네요.
영화가 진행되면서 반전이 있었는데 한 편으로는 긍정적인 느낌도 있었지만 다른 한 편은 의아했어요.
좋은 쪽으로는 착오적인 종교 활동을 하는 어리숙해 보이던 두 여성이 앞 부분에서 보이는 것만큼 그렇게 어리석지도 어설프지도 않은 사람들이었다는 점이 드러난 것입니다. 그리고 그것은 종교의 영향으로 갖게 되는, 통제로 인한 정답 같은 걸 장착하고 있기 때문에 그런 게 아니었죠. 꽉막히지 않았고 독립적으로 사고하는 사람들이었습니다.
좀 의아한 점은 위의 긍정적인 면과 연관된 것인데요, 둘 중 한 여성의 경우에 예상을 벗어나는 똑똑함이 지나치다는 느낌입니다. 나중에 하게 되는 여성의 추리 경우에 너무 어이없이 똑부러진 정답으로 나아간 것 아닌가 해요. 어리숙해 보이더니 아니네,라서 반전의 즐거움을 주기 보다 이상할만치 똑똑해졌네,니까요. 인물의 일관성이 받아들일 수준을 깨버리니까 좀 어색하달까요. 갑자기 웬 명탐정 코난?
한 가지만 더 맥락없이 느껴진 것을 짚으면 중세에서 뛰어온 듯 베일을 쓰고 나온 인물이었어요. 왜 그런 모습이어야 하는지 잘 모르겠더군요.
부정적인 종교상의 화신이자 통제병에 걸린 종교인 - 이것을 온화하고 어여쁘고 지각있는 모르몬 신도 두 여성을 통해 대조하여 보여 주니 이 정도면 모르몬교 쪽에서는 감사의 마음이 들 것 같아요.
배우들 연기도 좋았고 제한된 장소에서 실속 있게 만든 영화였네요. 짧은 편이기도 했지만 시간이 금방 간 것 같습니다.

소피 대처가 '프로스펙트'로 데뷔해서 평단의 호평을 받긴 했지만 짐작하신대로 저예산 소품이었고 대중적으로 알려진 작품은 아니었는데 최근에 TV 시리즈 '옐로우재킷', 영화 '헤레틱', '컴패니언' 등에서 활약하며 주목받는 젊은 배우로 뜨는 것 같아요. 헤레틱에서도 좋긴 했지만 아무래도 역할 자체가 조금 손해를 보는 면도 있고 지적하신대로 마지막에 남는 주인공의 각성이 조금 뜬금없긴 했죠. 컴패니언에서 제대로 배우의 진가를 볼 수 있어서 이 작품도 추천드립니다.
페드로 파스칼은 유사 부모자식 관계로 누군가를 보호하는 그런 역할들을 은근히 여러번 맡았어요. 스타워즈 시리즈 '만달로리안'에서도 귀여운 친구를 데리고 다녀요.
소피 대처는 무난하지 않은 마스크의 소유자면서 연기도 괜찮은 거 같아요. '컴페니언'도 꼭 보겠습니다.
페드로 파스칼은 아비 역할로 누군가의 보호자로 자주 나왔지만 라오어나 프로스펙트를 보면 누군가의 보호도 곧잘 받네요. 보호하다가 나중에는 보호받으며 물러나는 구세대 캐릭터를 한 느낌입니다.
'프로스펙트'는 몰랐던 영화인데 봐야겠다! 하는 순간 웨이브... 음... ㅋㅋㅋ 언젠가 웨이브 계정을 살리는 날이 오면 꼭 보도록 하겠습니다.
맞아요. 저도 딱 thoma님과 똑같은 생각을 하면서 봤습니다. ㅋㅋㅋ 와 알고 보니 얘네가 사실은 똑똑하고 알 거 다 아는 애들이었는데 전도 때문에 참고 있었다는 거구나. 각본 영리한데? 하며 감탄하다가 음... 그렇다고해서 이쪽 애도 아니고 저쪽 애가 갑자기 명탐정 모드는 좀 아니지 않음? 하고. ㅋㅋㅋ 그래도 영화가 워낙 소품인 데다가 배우들도 잘 해주고 하니 대충대충 묻고 넘어가긴 했구요.
이미 보신 영화겠지만 '칠드런 오브 맨'이 '라스트 오브 어스'가 대놓고 베낀 이야기죠. '칠드런 오브 맨'의 기둥 줄거리에다가 좀비 스킨을 끼얹고 '게이머들이 정 붙이게 하려면 여자애를 귀엽게 만들고 비중도 키워야겠지'라는 식으로 만들어진 게 원작 게임의 스토리였는데. 아마 드라마 버전은 게임보다 디테일이 엄청나게 확장되면서 '칠드런 오브 맨'과는 전혀 달라 보이는 이야기가 된 것 같더라구요.
웨이브에만 있는 영화들이 있어서 저도 얼마 전에 되살렸답니다.
가만 보면 어떤 영화는 그냥 묻으면서 어떤 영화는 자꾸 따지게 됩니다. 장르 취향 탓일지? 장점이 단점들을 눈감게 하는 영화들도 있는데 편향성은 확실히 있는 거 같아요.
드라마는 '칠드런 오브 맨'의 큰 뼈대만 같지 많이 다른 느낌입니다. 게임이 좀 비호감이셨을까요. 저는 드라마 엘리 캐릭터가 넘 좋았습니다.(약간 존경심까지 생길라고...) 방학 때 드라마 함 보시고 비교해 주시면 좋을 텐데요...
사실 게임은 괜찮고 저도 재밌게 했습니다만. 과도할 정도로 찬양하면서 남들에게 시비 걸고 다니는 진상 팬보이들 때문에 좀 많이 싫어진 경우였습니다. ㅋㅋㅋ 그 팬들이 특히 '차원이 다른 스토리'에 대해서 엄청 자랑을 하고 다니다 보니 늘상 '그거 다 다른 영화에서 가져온 거잖아...' 라고 속으로 투덜거리고 있었죠. 10년이 넘었는데도 아직도 그 기분이 제 안에 많이 남아 있나봅니다. 하하.
'프로스펙트' 추천합니다. 기억해 주셔요. 소박하면서 특색 있고요, 이런 영화 좀 사랑합니다.
안 보고 있는데 결제만 되는 게 싫어서 떠돌이 생활 시작했죠.ㅎ 애플은 영업했지만 업데이트 더 되면 하세요. 한두 작품 보고 나니 또 눈가는 게 없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