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플릭스바낭] 독일산 코믹 범죄 스릴러, '명상 살인' 잡담입니다
- 2024년작이구요. 시리즈입니다. 근데 에피소드 여덟 개에 편당 30분 정도 밖에 안 돼요. 스포일러는 안 적도록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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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보면 '오자크' 같고...)
- '디멜' 이라는 변호사가 주인공입니다. 로펌에서 일하는 월급쟁이 변호사인데 이 분의 가장 큰 고객은 다름 아닌 조폭 두목이에요. 정확히는 그 조직 일을 다 봐 주고 있죠. 사고 친 놈들 꺼내주기, 범죄 수익 돈세탁과 탈세 돕기 등등. 그래서 본인의 고생으로 소속 로펌을 먹여 살리다시피 하고 있지만 인정은 못 받고 승진에서도 누락되고. 시도 때도 없이 불러대는 조폭 놈들 사정 돌봐주느라 가정에 쓸 시간이 없어 아내와의 사이는 매우 안 좋은 가운데 딸래미에게도 미안해 죽겠고.
그러던 어느 날 또 한바탕 싸운 후 마누라가 권한 명상 수업을 충동적으로 찾아가면서 디멜의 인생이 바뀝니다. 처음엔 정말 1도 신뢰와 기대 없이 시작했지만 싱기방기한 사부님의 가르침을 하나씩 받아 들이다 보니 일도 수월해지고 스트레스도 줄어들고... 하지만 기본적으로 디멜의 환경이 바뀐 건 아니니까요. 결국 우리 조직 보스님이 화려한 사고를 치고 디멜을 호출하면서 그나마 좀 나아졌던 일과 개인 생활의 밸런스가 중대 위기를 맞자 디멜은 정말 과감하게 사부님 조언대로, 자신에게 가장 소중한 딸을 위해 나머지는 다 미뤄 버리기로 결심합니다. 문제는 그 '나머지'가 디멜이 자기 차 트렁크에 숨겨 둔 조직 보스님이었다는 거고. 이틀간 폭염 날씨 땡볕에 방치된 보스님은 세상을 떠나셨고. 디멜은 한 순간에 조직과 경찰 양 쪽의 표적이 되어 버리지만 괜찮습니다. 디멜에겐 영험하신 사부님의 명상 수업이 있었으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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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보면 또 '브레이킹 배드' 같고... 그렇습니다. ㅋㅋㅋ)
- 쌩뚱맞은 얘기지만 제가 컴퓨터를 쓰는 방엔 에어컨이 없습니다. 집에서 유일하게 침대가 필요 없는 방이라서 창문 열어도 환기도 잘 안 되는 구조인데 컴퓨터와 모니터의 따스한 온기가 전해져오니 그냥 앉아만 있어도 땀이 줄줄. 그래서 정말 대충 짧게 적겠어요. ㅋㅋㅋ
'브레이킹 배드'의 대박 이후로 헤아리기 어려울 정도로 줄줄이 양산된 '어쩌다 범죄에 발을 들여 놓은 평범 가장 생존기' 장르에 속하는 이야기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좀 더 구체적으로 콕 찝어 말하자면 '오자크'의 매우 가볍고 코믹한 버전이라고 말하면 가장 비슷할 듯 하구요. 사실 전 제목을 보고선 뭔가 환타지스런 요소가 들어가는 (명상으로 살인을 하다니!!) 연쇄 살인 스릴러 같은 걸 예상하고 틀었는데, 어쨌든 재밌었으니 된 걸로... 치겠지만 역시 제목은 좀 내용과 안 어울립니다.
그러니까 대충 이런 식이에요. 주인공은 계속해서 아주 '오자크' 스럽게 위기에 몰립니다. 이쪽 조직 때문에, 저쪽 조직 때문에, 아내와 딸 때문에, 경찰 때문에 산 너머 산 너머 산으로 콤보 공격이 들어오고 그럴 때마다 주인공은 사부님에게 배운 명상과 인생 지식을 떠올립니다. 그리고 그 덕에 위기를 모면하긴 하는데 사실 이게 스스로를 더 깊은 늪으로 밀어 넣는 선택인 거죠. 그래서 수십 번의 위기를 돌파하는 동안에 주인공의 도덕성이란 완전히 파탄에 이르게 되고. 마지막 화에 도달하면 그동안의 업보들이 몰려들어 가장 위험한 상황에 처하게 되고... 정말 딱 '오자크'잖아요.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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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기 상황마다 플래시 백으로 튀어나와서 참으로 도움 되는 말씀 전해주시는 저 명상 스승님도 웃기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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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폭들조차 딱 봐도 별로 위협적으로 안 보이는 않... 는 가운데 주연 배우가 유난히 맥어보이처럼 보이는군요. 엑스맨인가!!)
- 보시다시피 편당 30분에 에피소드 여덟 개. 짧습니다. 하지만 주인공이 넘어야 할 위기들은 참 많이도 준비 되어 있어요. 그러니 자연스럽게 전개 속도는 아주아주 빨라지구요. 깊이 있는 드라마 같은 걸 파 볼 시간은 없구요. 캐릭터들은 거의 다 종잇장처럼 얄팍한 캐리커쳐들이며 찾아온 위기는 종종 피식 웃음이 나올 정도로 쉽게 해결이 됩니다. 특히나 시즌 피날레를 장식하는 사건을 해결하는 장면은 참... '진심입니까? 최선이에요??'라는 생각이 들었을 정도. ㅋㅋㅋ
그런데 정작 이 드라마를 보고 있노라면 이런 한계들이 문제점이라는 생각이 별로 안 듭니다. 그게 이 드라마의 참 비겁한 점이자 장점인데요. 장르가 코미디잖아요. 코미디가 가미된 스릴러가 아니라 그냥 범죄를 중심 소재로 삼는 코미디에 가깝다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사실 되게 웃기고 폭소가 터지고 이러진 않아요. 그냥저냥 피식피식 웃음 나오는 정도인데, 어쨌든 이야기 전개의 비약이나 구멍들을 각 잡고 따져 볼 생각은 안 들게 합니다. 애초에 주인공이 자꾸만 시청자들에게 직접 말 걸며 수다를 떨어대는 드라마에서 뭘... ㅋㅋ
그리고 보다 보면 이렇게 장르가 코미디라는 게 은근 꽤 큰 장점이에요. '브레이킹 배드'나 '오자크'나 전설의 레전드급, 최소한 매우 많이 수작 정도로 인정 받고 대 히트한 시리즈들이지만 이게 보다 보면 참 피곤하고 부담스럽잖아요. 이 드라마는 그런 부담이 아예 없다시피 합니다. 다 보고 나서 가만히 돌이켜 보면 사람 죽는 모습을 대놓고 보여주는 장면도 거의 없고 노출, 섹스씬 하나 없고 그렇습니다. 넷플릭스 드라마, 그것도 범죄 드라마들 치곤 참 드문 경우 아니겠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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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인공이 범죄에 물들어갈 수록 몰입은 어려워지지만 그럴 때마다 이 딸래미 한 번 보면 다시 확 이입 되고 이해되고 그럽니다? ㅋㅋㅋ)
- 다시 정리하자면, 매우 작고, 가볍고, 빠르면서 웃긴 버전의 '오자크' 같은 걸 생각하면 대충 맞습니다. 사건 전개도 엄청 빠르다 보니 위기 상황 하나가 오래 끄는 일도 없어서 여러모로 시청자들에게 스트레스 줄 요소가 거의 없는, 참으로 쾌적한 시청을 보장하는 범죄물이 되겠구요.
범죄물로서 아주 훌륭하지는 않고, 코미디로서도 아주 웃기진 않지만 둘의 조합과 비율이 꽤 잘 되어 있어서 서로의 단점을 적당히 덮어 주며 장점은 살려 주고. 뭐 그런 느낌입니다. 덧붙여서 주인공을 비롯한 몇몇 주역 캐릭터들은 보다 보면 나름 정 들게 잘 짜여져 있고 배우들도 잘 해주고요. 여러모로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그것도 비 영어권 작품으로서는 이 정도면 충분히 수작이지 않을까. 라고 생각하며 잘 봤습니다. 고로 가볍게, 짧게 즐길만한 범죄/스릴러 물을 원하신다면 한 번 틀어보셔도 괜찮을 거에요. 늘 말하듯이 뭐, 재미 없으면 끄면 되니까요. ㅋㅋㅋ 그러합니다. 끝.
+ 계속해서 벌여 놓은 이야기들 중 거의 전부를 마무리하며 깔끔하게 끝... 나는 것에 가까도록 짜여진 이야기지만 당연히 후속 시즌용 떡밥 하나는 남겨 줍니다. 다행히 별 신경 안 쓰고 '이걸로 끝이야'라고 생각하는 것도 가능한 수준이구요. 덧붙여 시즌 2 제작은 이미 결정 되었습니다. 원작 소설에서도 아직 남은 이야기가 있다네요.
++ 첫 장면을 여는 시체 처리 장면은 아무리 봐도 '파고' 오마주인 것 같은데요. 그 정도로 귀여운 양말은 아니었지만 그래도 대충 맞을 것 같습니다. 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