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왓챠바낭] 문자 그대로 옛날 로맨스. '유령과 뮤어 부인' 잡담입니다
- 1947년작입니다. 런닝 타임은 1시간 47분. 스포일러는 마지막에 흰 글자로... 적겠지만 역시 제 손가락 건강을 위해 짧게요.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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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단의 조연들 이름을 읽어 보면 미래에 크게 되실 분 한 분의 이름이 보입니다.)
- 뮤어 부인은 시작부터 남편이 없습니다. 죽은지 시간도 좀 지났구요. 한동안 계속 같이 지냈던 시어머니와 시누이에게 작별 선언을 하고 있네요. 뭔가 낭낭한 시월드의 기운이 풍기지만 씩씩한 뮤어 부인, 그러니까 루시는 상쾌할 정도로 단호하게 탁 탁 끊어내고는 딸 안나, 하녀 마사를 데리고 탈출에 성공해요. 아직 남편이 남긴 금광에서 나오는 수익금이 있다는 걸 믿고 저지르는 일이긴 하지만 떠날 생각을 하는 게 어딥니까.
그러고 새로 살 곳을 찾기 위해 부동산 업자에게 이 집 저 집 추천을 받지만 다들 너무 비싸구요. 결국 감당 가능한 건 바닷가 아주 외딴 곳에 처박힌 집 하나 뿐인데 다행히도 그 집이 루시에겐 아주 맘에 들어요. 그래서 사려고 하니 이 집엔 심대한 문제가 하나 있었으니 그것은 당연히 귀신이 산다는 거겠죠. 이전에 이 집 주인이었다는 선장 아저씨의 유령이 설치는 이 곳에서 루시는 과연 어떻게 살아 남을 수 있을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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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 귀신님 초상화가 자화상이라는 게 밝혀질 때 낄낄 웃었는데. 그것도 나중에 보니 캐릭터 빌드업이더라구요.)
- 라고 적었지만 좀 뻥이죠. 이 영화의 장르는 로맨스니까요. 귀신과 산 여자의 러브 스토리에요.
스토리 진행에 따라 자연스럽게 조금씩 장르가 섞여 있긴 합니다. 처음 귀신이 등장할 땐 잠시, 미약하게나마 호러 분위기를 좀 잡구요. 귀신과 루시가 티격태격 하는 동안에는 코미디, 그러다 잠잠해지고 나면(?) 밝고 경쾌한 로맨스로 가다가 막판엔 정통파 멜로 드라마로 마무리를 해요.
일단 여기에서 이 영화의 좋은 점 하나. 이런 장르 변화가 그냥 이야기와 인물들의 상황, 감정 흐름에 따라 자연스럽게 흐릅니다. 그래서 장르의 혼합이니 뭐니 이런 생각하고 따져볼 것 없이 단단한 하나의 이야기로 느껴져요. 심지어 요즘 영화들과 비교해 봐도 큰 무리수 없이 술술 흘러가는 것이 역시 창작자들 능력치란 시대를 초월하기도 하는구나... 라는 생각을 하게 됐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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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에 적은 크게 되실 분... 그러니까 나탈리 우드의 어린 시절 되겠습니다. 매우 귀엽네요! 비중은 거의 없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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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옛날 로맨스 영화에 단골로 나오는 성격 좋고 입 걸쭉하게 직설적인 하녀... 캐릭터가 세상이 변하면서 주인공의 호구 절친 캐릭터로 변화한 걸까요. 역할이 비슷하죠.)
- 그 옛날의 로맨스 영화이고 포스터는 저렇게 생겼지만 사실상 진 티어니의 뮤어 여사가 원톱 주인공인 이야기입니다. 뮤어 여사의 인생이 메인이고 여기에 다니엘 선장의 귀신이 나타나서 영향을 주는. 뭐 그런 식으로 흘러가거든요. 그리고 우리의 뮤어 여사는 꽤 훌륭한 주인공입니다. 시대의 한계상, 그리고 남자 주인공에게도 할 일은 줘야 하니 좀 모자란 구석들이 보이긴 하지만 그 근본(?)이 꽤 좋아요. 쉽게 말해 똑똑하고 당찬 캐릭터인데 거기에 은근 현실적인 디테일이 들어가 있거든요. 아무래도 곱게, 그 시절의 다른 여성들과 다를 바 없이 자라 온 사람이라 경제적 능력이 부족하다든가, 사랑에 대해 대책 없이 순진하다든가... 이런 부분들이 있는데 이게 섞여서 캐릭터가 망가지는 게 아니라 좀 더 이해하고 납득하며 따라갈 수 있게 해 주는 긍정적인 방향으로 작용을 해요.
그리고 다니엘 선장도 괜찮습니다. 역시나 그 시절 남자 캐릭터답게 쓸 데 없이 남성적이고 거친 말투를 쓰거나 하찮은 일로 앵앵대거나... 하는 구석들이 없지 않은데요. 뭔가 '사랑이 뭐길래'의 최민수 같달까요. 터프 가이 행세를 하면서도 결국 뮤어 부인에게 뭐 하나 이기지 못하는 스윗남(...)인데, 역시 자기 과거 이야기 하는 걸 잘 들어 보면 이게 그냥 로맨틱 가이인 게 아니라 '애초에 못 배우고 빡세게 자라나서 그렇지 내면은 부드러운 사람'이라는 식으로 캐릭터가 만들어져 있어서 납득이 돼요.
그러면서 이 둘이 티격태격 대며 노는 모습들이 상당히 귀엽습니다. 그러니 자연스레 이 말도 안 되는 로맨스에도 설득력이 생기고 그렇죠. 캐릭터 잘 잡는다는 게 이렇게 중요한 거다. 라는 교훈의 샘플로 들이댈만한 이야기라고 생각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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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고 보면 문학과 미술 양쪽에 소질이 쩔었던 우리 귀신님... 인데 이 역시 그냥 대충 써먹는 게 아니라 캐릭터 성격 형성의 벽돌로 쓰이구요.)
- 또 한 가지 맘에 들었던 건, 이렇게 몽상스러운 설정을 가진 이야기이고 장르가 로맨스임에도 어른스러운 성향이 묻어난다는 겁니다. 위에 이미 적었듯이 이게 은근슬쩍 현실을 무시하지 않는 이야기에요. 후반에 가면 로맨스 영화의 전형적인 갈등 상황이 튀어나오며 클라이막스를 장식하는데, 이걸 그냥 쉽게 로맨틱!! 파워 오브 럽!!!! 으로 넘겨 버리지 않고 진짜 현실적인 방향으로 갑니다. ㅋㅋ 그래서 잠시 어라? 하고 당황하게 되지만 결국 최종적으로는 요 환상적 로맨스를 현실 감각까지 고려한 아주 적절한 엔딩으로 마무리를 해요. 개인적으론 '이건 뮤어 부인이 주인공이니까' 라는 관점에서 아주 잘 쓴 엔딩이란 생각이 들어서 더 맘에 들었네요. 이제 반 세기를 넘게 산 아저씨를 납득 시키는 로맨스라면 이 정도는 해 줘야... (쿨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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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세기 영화에서 본다면 당혹스러울 장면이 그 시절 영화 속에선 아주 자연스럽고 심지어 감동적으로 보이는 기분. 이런 기분 때문에 옛날 영화를 봅니다.)
- 제가 위에다 적어 놓은 내용을 다시 읽어 보니 뭔가 옛날 영화지만 현대적인... 이런 식으로 읽힐 것 같아서 좀 당황스러운데요. 왜 그랬지. ㅋㅋ
어디까지나 아주 옛날 영화입니다. 다만 그게 촌스럽다는 느낌 거의 없이 그냥 '옛스럽다' 쪽이고. 또 '옛스럽게 좋다'라는 쪽이다... 라고 이해해주심 되겠습니다.
아마도 당시에 명장면으로 회자되었을, 잠든 루시 옆에서 다니엘이 주절주절 '감동적 명대사'를 읊는 장면 같은 게 그래요. 음악이든 배우 연기든 간에 정말 고풍스럽기 짝이 없고 이건 정말 죽었다 깨어나도 요즘 감각으로 관객들 설득하기 힘들 텐데 이 영화는 그게 됩니다. 그냥 옛날 영화니까요. ㅋㅋㅋ
그렇게 오래 전, 정말정말 오래 전 헐리웃 영화들의 감성을 좋아하신다면 아마 거의 즐겁게 보실 수 있을 겁니다. 그런 거 특별히 안 좋아하셔도 재미가 없진 않겠지만 그래도 말이죠. 맨날 살벌한 장르물만 보다 보니 가끔 이런 영활 보면 그렇게 좋더라구요. 하하. 그렇게 아주 만족스럽게 잘 보았습니다. 끝이에요.
+ 루시가 마사를 대하는 태도가 종종 좀 거슬리긴 합니다만. 뭐 1900년 언저리를 배경으로 하는 이야기에서 주인이 하녀 대하는 거니까... 라고 납득해야겠죠. 마사가 계속 쿠사리를 먹으면서도 결국 지 하고픈 말(그리고 매우 옳은 말!)은 다 하는 모습들을 적극적으로 보여주기도 하구요. ㅋㅋ
++ 음악이 버나드 허먼이에요. 이 분이 히치콕 아닌 감독 영화에서 음악 담당으로 이름을 올리면 늘 신선한 기분이 드는데 심지어 이 영화의 음악은 장르에 맞게 아주 감정적이고 화려하게 낭만적이란 말이죠. ㅋㅋ 음악 좋았단 얘깁니다.
+++ 스포일러 구간입니다. 슬슬 손가락이 아파서 정말 간단하게!
둘은 곧 의기투합해서 티격태격을 빙자한 꽁냥꽁냥을 벌이며 둘도 없이 가까운 사이가 되고. 런닝 타임 30분쯤 지나면 뮤어 여사님께서 "어쩌면 좋아. 사랑에 빠져 버렸네." 같은 독백도 하시고 그래요. 그러다 갑작스레 찾아온 경제적 위기를 다니엘이 불러 주는 이야기로 소설을 내서 성공하는 걸로 극복하는 식의 전개도 나오구요. 근데 출판사를 오가다가 만난 매우 열정적이고 로맨틱한 남자 때문에 위기가 찾아오는데... 결국 루시는 현실의 인간 쪽으로 마음이 기울고. 이걸 눈치 챈 다니엘도 루시의 현생 행복을 위해 포기하기로 맘을 먹습니다. 그래서 잠든 루시의 곁에 서서 매우매우 낭만적인 고백을 홀로 읊은 후에 "깨어나면 당신은 나와의 기억은 모두 꿈으로 생각하게 될 거야." 라는 주문(?)을 외어 주네요.
그리하야 깨어난 루시는 정말 다니엘을 잊고 현실 남자와의 로맨스에 집중하려 하는데... 그러다 이 남자가 사실은 유부남인 데다가 그런 상태로 닥치는대로 아무 여자들에게나 찝쩍거리는 바람둥이라는 것까지 알게 되죠. 그래서 좌절해서 돌아오는 루시지만 이미 다니엘은 곁에 없고...
그러다 세월이 한 번 흐르고 성인이 된 딸이 약혼자를 데리고 집에 찾아와서 루시와 대화를 나누다가 '내가 원래 선장에 대한 환상이 있잖아 ㅋㅋㅋ' 같은 얘길 해요. 어 그래? 하고 대화를 이어가는데 딸래미가 갑자기 '사실 나 어렸을 때 이 집에서 선장 아저씨 유령이랑 친구 맺고 놀았던 기억 있는데 다 꿈이겠지? ㅋㅋㅋㅋ' 라고 고백합니다. 놀란 루시가 어 사실은 나도... 라며 잠시 대화를 이어가지만, 결국 '그냥 꿈이지. 신기한 우연이네.' 라고 마무리 짓고... 또 세월이 흐릅니다.
이제 루시는 노인이 되었어요. 딸래미는 결혼하고 떠나 자기 딸을 낳아서 루시를 할머니로 만들었고. 여전히 그 집에서 충직한 마사님과 함께 삽니다만. 그 날 따라 하염 없이 창 밖의 바다를 바라보다가 따뜻한 우유 마시라는 마사에게 성질 땡깡을 부리고 자리에 누워요. 그리고 잠시 후 마사에게 화 낸 걸 후회하며 우유를 마시려다가 잔을 바닥에 떨구며 세상을 떠나는데... 그 순간 침대에 다가온 남자의 그림자. 이 날까지 루시를 지켜보며 기다려왔던 선장님이 루시에게 손을 내밀고, 둘이 처음 만났을 때의 형상을 한 루시의 영혼이 반갑게 그 손을 잡고 나란히 걸어 저택을 나서는 모습으로 엔딩입니다.
안 그래도 왓챠 곧 망할 거라는 소식에 왓챠에 우루루 올라온 고전 영화들 몇 개 보고 있는 상태이긴 합니다. ㅋㅋ 근데 왓챠에 있는 고전 영화는 거의 지니티비에도 있어서 왓챠 잡담을 해도 대부분 거기랑 겹칠 거에요.
그리고 덕택에 장기 고객 쿠폰 안 놓치고 잘 받았는데... 전에는 여러 장을 한 번에 받아서 아주 신났는데 이번엔 3000원짜리 한 장이라 아쉬운 기분이네요? ㅋㅋㅋ 이걸로 유료 vod 뭘 보나 고민 좀 해봐야겠습니다. 정보 감사합니다!
이리 봐도 저리 봐도 한 장인데요. 저도 엄청 오래 썼는데!! 흑흑. 삐져서 약정 끝나면 다른 데로 갈아타 버릴 겁니다!! ㅋㅋㅋㅋ
시트콤 버전도 있지요.
전 선장이 실존인물이 아니라는 데에 한 표 던집니다. 혼자 힘으로 살아가려 노력하는 이성애자 여성이 만들어낸 판타지가 아니었을까요.
원작자 아빠가 해군 장교인가 그랬답니다.
원작 소설이 있다는 것만 알고 있었는데 말씀 듣고 확인해 보니 작가님 인생이 적잖이 반영된 이야기로 보이기도 하네요. 다만 작가님은 주인공보단 그 딸 역할에 좀 더 가까운 듯 하구요. 자기가 태어날 때 선장이었던 아빠가 죽었고, 엄마가 혼자 키웠고... 이런 걸 생각하고 보면 영화 내용이 다르게 받아들여지는 것 같아요.
렉스 해리슨이 나오는군요. 렉스 해리슨의 '마이페어 레이디'를 티비에서 봤는데, 당시 당연히 국내 성우 더빙이었죠. 마이페어 레이디는 영어의 액센트, 어휘 등을 교정하면서 '고급'언어와 매너등을 가르치는 것이 주 내용인데요, 한국어 더빙으로 어떻게 표현 했는지 지금 새삼 궁금해 지네요. 국내 사투리로로써 표현 한 것 같은데 기억이 가물가물 합니다. ㅋㅋ
그 배우님 대표작이 이 영화랑 그 영화더라구요. ㅋㅋ 근데 매우 성질이 더러워서 헐리웃 사람들이 안 좋아했고 히트작이 많이 나오진 않아서 주로 연극 활동을 많이 했다는 후일담이 뭐뭐 위키에 적혀 있습니다. 일생 동안 동료들에게 욕 먹고 사후에도 계속 먹었다니 대체 어떻게 사셨길래... ㅋㅋㅋ 마이 페어 레이디는 저도 어렸을 때 티비로 본 것 같은데 그래서 당연히 아무 것도 기억이 안 납니다. 이것도 언젠가 다시 봐야겠어요.
좋아하는 영화입니다. 남편 가족과 앉아 대화하는 시작 부분부터 예사롭지 않은 기운에 자세를 바로하면서 봤었어요. 선구적인 시선과 오래 전 영화의 장점들이 조화로왔어요. 선장과 뮤어 사이의 대화는 재미있어서 로맨틱 영화에서 대화가 얼마나 잘 써져야 하는지도 생각하게 하고요.
오랜 세월에 걸친 쓸쓸한 인생 이야기이기도 한데 그것을 이렇게 우아하고 아름답게 영화 한 편으로 담아내니 이래서 고전 영화구나 싶어요.
당시 여성 관객들은 이 영화를 보며 어떤 생각을 하고 어떤 기분을 느꼈을까? 하고 생각하며 보게 되더라구요. 주인공이 구성한 가족의 구성원이 다 여성들이라는 것도 그렇고 원작자가 막 그렇게 급진적인 사람까진 아니었을지 몰라도 분명히 말씀처럼 '선구적인' 성향을 가진 사람은 맞았을 것 같구요.
웃기는 쪽으로든 슬픈 쪽으로든 극단적으로는 가지 않으면서 주인공의 인생 이야기에 집중하는 게 참 좋았어요. 원작도 원작이겠지만 각색한 분들도 참 잘 해냈다는 느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