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왓챠바낭] 실종 미스테리이긴 한데... '반드리카 초특급' 잡담입니다
- 1938년작입니다. 런닝 타임은 1시간 37분. 스포일러는 마지막에 간단하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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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번역제의 '반드리카'까진 이해 하겠는데 [초]특급의 '초' 자는 어찌하여 들어가게 된 걸까요... ㅋㅋ)
- 제목 그대로 반드리카라는 나라의 어딘가인데... 어차피 가상 국가니까 신경 안 쓰셔도 됩니다. ㅋㅋ
암튼 폭설로 기차가 연착 되어 수많은 사람들이 호텔에 꽉꽉 들어차 요란한 밤을 지내고, 그 와중에 길에서 기타를 연주하며 노래하던 누군가가 살해 당하지만 아무도 몰라요. 그리고 다음 날 즐겁게 기차를 타고 출발한 직후에 승객 중 한 명이 실종이 되죠. 하지만 그 사람을 기억하고 실종 사실을 눈치 챈 사람은 탑승 직전에 그 할매와 도움을 주고 받은 젊은 여성 한 명 뿐이고. 몹시도 씩씩 당당한 이 처녀는 사람들이 아무리 미친 놈 취급을 해도 굴하지 않으며 달리는 기차 속에서 굳세게 할매를 찾아 헤맵니다. 이건 영화니까 당연히 찾긴 찾겠지만 어떻게 찾을 것이며 사건의 진상은 무엇인가!!! 과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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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런 사건도 위기도 없는 군상 개그 파트가 한참을 흘러가서 대체 주인공이 누군데? 하고 있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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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연히 그 중에 가장 잘 생긴 애 & 가장 예쁜 애가 주인공입니다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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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은 이 분이 단독 주인공이고 남자는 조력자에 가깝습니다. 알고 보면 히치콕 아저씨는 그 시절 여성 관객들이 특히 좋아하는 감독이었을지도.)
- 근데 사실 저 실종 사건의 진상이 그렇게 중요한 영화는 아닙니다. 그게 다 해결된 후에도 런닝 타임이 거의 절반 가까이 남아 있으니까요. 할매는 당연히 존재하는 사람인데 이건 스포일러가 아니에요. 처음부터 이 할매... 그러니까 프로이 여사님은 존재하지 않을 수가 없다는 게 뻔히 보이고 실종된 후에도 금방 조연 캐릭터들이 자기들끼리 주고 받는 대화로 '이게 다 거짓말이고 프로이는 존재한다!!!' 라는 걸 확인 사살 해주니까요. 그럼 대체 무슨 이야기냐면...
이 역시 장르 혼합이랄까. 그런 스타일입니다. 일단 영화가 시작되고 20여분을 '갑작스레 하루 더 묶게 된 호텔 손님들의 난리법석'을 다룬 코믹 군상극으로 채워요. 여기까지만 봐선 주인공이 누구인지도 애매할 정도로 진짜 군상극입니다. ㅋㅋ 그러다 30분 께가 되어서야 실종 사건이 벌어지지만 앞서 말했듯이 그녀의 실재 여부는 십여분 만에 밝혀지고 범인도 관객들에겐 알려집니다. 그럼 여기서부턴 그 사악한 범인의 음모에서 주인공들이 살아 남으려는 스릴러가 되구요. 그러다 막판이 되면 전쟁 영화 비슷한 분위기의 스파이물로 대망의 마무리가... 이런 식이에요.
그러니까 '나 빼고 아무도 모르는 실종 미스테리'는 이야기의 가장 큰 블럭 정도. 가장 큰 비중인 건 맞지만 그게 전부는 아니고 사실은 전쟁을 배경으로 하는 스파이물이다... 라고 이해하심 되겠습니다.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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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도 모르는 나만의 실종 사건! 이 발단이 되긴 하지만 이걸로 '시작'해서 다른 이야기로 한참 더 뻗어 나가는 이야기였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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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션 임파서블 1의 클라이막스가 기차 액션이었던 것도 사실은 드 팔마 아저씨의 히치콕 덕질이었던 게 아닐까 하는 의심을...)
- 그리고 이게 진지 심각한 실종 미스테리로 달리기도 어려운 것이, 근본이 코미디이기 때문입니다.
분명 진지 심각한 일들이 벌어지긴 하는데 그래도 기본적으론 계속 웃겨요. 도입부의 기나긴 군상극 파트로 관객들에게 각인 시킨 주요 등장 인물들을 갖고 이리 써먹고 저리 써먹고 저글링을 하면서 상황을 계속 이어 나가고, 그러면서 꾸준히 조금씩 웃깁니다. 상황상 진지 심각해야할 격투 장면 같은 데에도 개그는 꾸준히 섞여 들어가구요.
뭣보다 이런 성격을 가장 강하게 대표하는 게 바로 주인공들이에요. 그 누가 뭐라 해도 어떤 상황에도 굴하지 않고 아주 쌩뚱 맞을 정도로 집요하고 억척스럽게 미스 프로이를 구하겠다는 일념으로 전진하는 아이리스나, 그냥 아이리스에게 잘 보이고픈 맘에 계속 편들어주고 따라다니며 허허실실 드립을 날려대는 길버트나... 둘 다 그렇게 현실적인 캐릭터는 아닌 관계로 그냥 가볍게 구경하게 되고. 또 이 둘이 애초에 도입부의 군상극에서부터 전형적인 스크루볼 코미디 커플로 시작을 했기 때문에 더더욱 맘 편히, 웃으면서 보게 되죠. 대략 바로 어제 적었던 '39계단'과 닮은 영화라는 느낌이 강했습니다. 이야기는 전혀 다르지만, 성격이나 분위기 같은 부분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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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인공들 제외하고 가장 맘에 들었던 개그 콤비. 영화 시작할 때 잠시 얘들이 주인공인 척 해서 속았습니다.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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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 이 시절에 이렇게 '당찬 여성 주인공 & 스윗한 남성 조력자' 공식이 만들어져 있었건만 왜 후대의 창작자들은...)
- 그런 관계로 뭐 딱히 긴장 된다든가, 강렬한 카타르시스가 밀려 온다든가, 충격적이라든가... 이런 거랑은 거리가 먼 영화입니다만.
그냥 대중들을 휘어 잡는 스킬 면에선 이미 뭘 하든 다 잘 하는 만렙이었구나... 라는 생각을 하게 만드는 작품이었습니다. 도입부의 소동극도 캐릭터들 개성 확실히 전달하면서 하하 호호 즐겁구요. 멀쩡히 있던 사람이 사라졌는데 아무도 기억을 못해! 라는 환장할 상황에 빠진 주인공 심리도 막막하게 잘 그려 주고요. 정체를 숨긴 악당이 나타나서 암약하기 시작하면 본격 스릴러 재미도 나고. 주인공 둘이 티격태격하며 기차를 누비고 다닐 때는 코믹 발랄 모험극 재미가 있고. 또 그 좁아 터진 기차라는 공간을 알뜰하게 활용해서 지루하지 않게 보여주는 센스도 좋고... 등등 그냥 특별히 빠지는 구석 없이 골고루 재밌습니다. 심지어 이전 영화에 비해 비중이 커진 액션 장면들 연출까지도 꽤 그럴싸합니다. 38년작이니 대단한 걸 바라면 안 되겠지만요.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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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날 영화들 특유의 이 만화경 헤롱헤롱 효과는 볼 때마다 참으로 정겹습니다. 하하.)
- 그래서 역시 재밌게 봤습니다... 만.
요즘 영화들에 익숙해진 입맛으로 볼 때 뭔가 '한 방' 같은 게 없기는 해요. 이야기에 놀라움이 있는 것도 아니고 굉장히 인상 깊은 촬영이나 캐릭터 같은 게 등장하는 것도 아니고. 게다가 영국 시절 영화니까 세계적으로 대히트를 해서 아주아주 유명해지기도 어려웠을 거고.
그래서 어디서 히치콕의 대표작으로 꼽히고 그러는 일은 많지 않아 보입니다만. 그냥 '허허 그거 참 재밌네' 라는 기준(?)으로 본다면 나중에 나올 대표작들과 견주어도 부족함이 없게 잘 뽑힌 영화라고 생각했습니다. ㅋㅋㅋ 어디서 읽어 보니 이 영화가 영국에서 꽤 크게 흥행해서 헐리우드가 러브콜을 보내게 만들었다고 하기도 하구요.
암튼 굳이 둘 중에 하나 골라 보라고 하면 저번에 본 '39계단'이 좀 더 제 취향이긴 합니다만. 그냥 둘 다 재밌는 걸로 하며 마무리합니다.
+ 전에 '플라이트 플랜' 글을 적고서 댓글로 추천을 받은 영화였죠. 근데 보다가 깜짝 놀란 것이, 주변 사람들의 설득과 압박에 '아, 내가 정신이 나갔나??' 하고 흔들리던 주인공이 앗! 하고 다시 확신을 갖게 되는 장면... 이 (아이디어가) 똑같습니다. 당연히 플라이트 플랜 만든 양반들이 의도적으로 넣은 오마주였을 텐데 제가 못 알아 본. 무식해서 죄송합니다(...)
++ 위에도 적었듯이 이 영화엔 '액션' 씬이 좀 많은 편이고. 또 그 액션들을 포함한 내용의 대부분이 기차 안에서 진행 되고... 그렇다 보니 그 시절의 화면 합성 기술이 참으로 자주 등장합니다. 스크린에 비추는 배경 앞에서 연기한다든가, 원경을 그림이나 사진으로 때운다거나... 근데 그게 희한할 정도로 꽤 그럴싸해 보여요. 흑백이라서 그런 걸까요.
+++ 그래서 히치콕 아저씨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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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가 거의 끝나갈 때 쯤 기차역을 지나가는 아저씨로 등장합니다.
++++ 매우 짧고 대충이라 알아 먹기 힘든 스포일러 구간입니다.
곧 그다지 당기지 않는 결혼을 하기 전에 마지막으로 처녀 친구들과 여행을 온 아이리스. 드디어 모두와 작별하고 영국행 기차를 타... 려다가 미스 프로이라는 할머니가 흘린 물건을 주워서 갖다 주다가 높은 데서 떨어진 화분에 머리를 맞고 다쳐요. 사실 이 화분은 할머니를 노리고 누군가 떨어뜨린 거였지만 주인공들은 모르죠.
기차는 무조건 출발 해야 하기에 병원도 마다하고 기차에 오른 아이리스는 프로이 할매의 보살핌을 받고 차도 한 잔 마신 후 다시 잠이 드는데. 그러고 일어나 보니 할매가 없습니다? 주변 사람들에게 물어봐도 다 못 봤다 그러고 속이 터져서 사방에 화를 내며 찾아 다니던 와중에 전날 밤에 숙소 문제로 다투었던 민속 음악 연구자(?) 길버트가 아이리스에게 흑심을 품고선 조력자를 자처하구요. 그렇게 이런저런 노력을 해 보지만 증거는 안 나오고, 갑자기 프로이와 똑같은 차림새를 한 할머니가 나타나서 '니가 본 건 나였나벼?'라고 주장하고. 갑자기 등장한 상냥한 의사 아저씨가 "응 그건 니가 머리통에 충격을 받아서 생긴 착각이야." 라며 약 먹고 누워서 잠이나 자라네요. 그래서 진정하고, 잠들기 전에 차나 한 잔 하려고 보니... 아까 프로이와 앉았던 그 자리 창문에 아까 프로이가 본인 이름을 알려주며 차창에다가 적어 놓은 이름이 그대로 남아 있습니다!
역시 나는 틀리지 않았어!! 라고 신이 난 아이리스와 그의 시종 길버트는 할매를 찾아 헤매다 마술사 빌런과 쌈박질도 하고, 하이힐을 신은 가짜 수녀 옆에 누워 있는 전신 붕대 환자를 의심도 하고... 해 봅니다만 결국 이도 저도 안 되고 의사의 위로를 받으며 술을 받아 마시는데... 그러자마자 우하하! 웃으며 "니들이 마신 술엔 마취제가 들어 있지! 얌전히 잠이나 주무시게!!"라며 사라지는 의사님. 그래서 헤롱거리는 가운데 길버트가 약효 돌기 전에 찾아야 해! 하고 전신 붕대 환자가 있는 칸으로 들어갔더니만. 옆에 앉아 있던 가짜 수녀가 갑자기 순순히 커밍 아웃을 하며 '의사가 빌런이고 그건 프로이가 맞으며 내가 의사의 말을 거역하고 술잔에 약을 안 타서 괜찮다'며 데리고 도망치라고 해요. ㅋㅋ 이때 잠들지 않기 위해 혼자 계속 맨손 체조를 하고 있는 아이리스가 괜히 웃기구요.
암튼 주인공들은 다음 기차역에서 의사가 내린다는 걸 알고 가짜 프로이를 진짜 프로이와 바꿔치기 해서 붕대로 감아 놓고 자기들 칸에서 잠든 척을 합니다만. 마지막 순간에 의사가 사람이 바뀐 걸 눈치 채는 바람에 빌런들은 다시 기차에 탑승하고. 주인공들이 탄 칸 뒤를 떼어 버리고 출발해서는 원래 행선지가 아닌 다른 길로 가다가 인적이 드문 곳에서 멈춰 버립니다. 거기엔 의사와 한 패인 군인들이 대기하고 있었고. 총격전이 벌어지고. 갑자기 애국적인 분위기가 펼쳐지며 대치하는 승객들이지만 중과부적. 프로이는 "사실 난 스파이였고 중요한 암호를 전달해야 해. 혹시 내가 죽으면 니들이라도 영국 가서 어디어디에 찾아가 이 멜로디를 전해주렴." 이라며 짧은 곡조 하나를 남기고 기차를 떠나 달려가다가 총소리와 함께 픽 쓰러집니다. 그리고 주인공들이야 뭐... 밥값 하기 위한 남자 주인공의 활약으로 어찌저찌 다시 기차를 움직여서 결국 영국에 도착을 하죠.
그러자마자 둘이 후다닥 프로이가 말한 곳으로 찾아가는데, 높으신 분들이 있는 방 앞에서 대기하다가 갑자기 길버트가 멜로디를 다 까먹어요. 그래서 아 망했다... 하고 있는데 방 안에서 들려오는 그 멜로디. 이게 뭐꼬! 하고 달려 들어가 보니 프로이가 사실 안 죽었네요. ㅋㅋ 그래서 다 함께 얼싸안고 어화둥둥 즐거워하고. 아이리스는 무매력 약혼남 대신 길버트와 데이트하기로 맘 먹으면서 행복하고 즐거운 엔딩입니다.
그 매력남 담당 배우님이 영국의 명문 배우 집안 사람이시면서 깐느 남우 주연상도 받으셨고 작위까지 받아서 '경'이신 데다가 덧붙여서 바네사 레드그레이브의 아버지시라네요? ㅋㅋㅋ 전 그냥 허허 그 젊은이 참 인상 좋네 이러면서 보고 말았는데 말입니다. 알고 보니 대단한 분이셨던!
정말로 거의 100년 묵은 영화인데 말입니다. 진짜 능력자(?)들의 능력이란 시공은 대충은 초월하는 듯 합니다. 그냥 재밌더라구요. 하하.
ㅋㅋ이것도 보고 시빌 셰퍼드의 리메이크 작도 봤읍죠. 오래전에 MBC에서 주로 토요일이던가....학교 갔다 오면 1시 쯤에 뜬금없이 오래된 흑백 영화를 많이 틀어줬는데 이건 그때 본 것 같아요. 이런 영화에서 기억에 남는 건 총 소리 효과에요. 땅! 땅! 땅! 딱총 소리 나는 거 ㅎㅎㅎ
저는 이 영화를 시빌 셰퍼드 리메이크로 먼저 봤습니다. 텔레비전에서 방영했을 때 저도 본 듯 해요. 새틴 홀터탑 이브닝 드레스를 입은 셰퍼드가 얼굴에 콧수염 그리고 히틀러 흉내내던 장면이 기억나는데, 영화 내에서 왜 그런 행동을 했는지는 전혀 생각이 안나는군요^^
아니 저도 옛날에 시빌 셰퍼드 아주 많이 좋아했는데요. 그런 영화는 있는 줄도 몰랐네요. ㅠㅜ
옛날 영화들이 다 그랬죠. 정말로 그런 줄 알다가 군대 가서 진짜 총소리 듣고는 당황하고... 하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