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od바낭] 계속되는 히치콕, '의혹(서스피션)' 잡담입니다

 - 1941년 작입니다. 런닝 타임은 1시간 39분. 스포일러는 아래 설명(?)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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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에 느낌표가 있는데 포스터 한정이려나요. 의혹!!!!! ㅋㅋㅋㅋ)



 - 교외 마을의 알부잣집 딸래미 리나는 곱고도 바르게 자란 옛날 말로 요조숙녀입니다. 언제나와 다름 없이 바르고 건전하게 잘 살고 있었지만 우연히 기차에서 만난 양아치 불한당 조니를 만나면서 인생이 꼬이기 시작하죠. 캐리 그란트의 형상을 한 이 요물이 적극적으로 들이대고, 한 발짝 떨어져서 애태우기를 시전하는 등 현란한 스킬을 구사하자 넋이 쏘옥 나가서는 부모의 반대를 배 째버리고선 와다다 조니에게 달려들어 결혼까지 성사 시켜 버려요.

 유럽 각국을 순회하는 랑만적인 신혼 여행을 마치고 돌아오니 조니가 준비한 럭셔리 하우스에 하인들까지 거느린 원더풀 마님 라이프가 기다리고 있지만... 그와 함께 산적한 청구서와 빚이 함께 날아 옵니다! 조니는 때깔만 좋은 개털이었고 당당하게 '자산? 난 그런 게 있어 본 적이 한 순간도 없는데 ㅋㅋㅋ' 거리면서 리나의 멘탈을 무너뜨리지만, 위대하고 위대한 사랑의 힘! 과 위기 상황마다 기가 막히게 터져 나오는 조니의 임기응변 말빨의 협공에 휘말려 버린 순박 시골 처녀의 마음은 현명한 판단을 내리지 못 하고... 그렇게 상황은 꼬여만 가는 가운데 치명적인 위협이 떠오릅니다. 아무래도 조니는 돈을 위해서라면 사람도 죽일 수 있는 사람 같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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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누구보다도 기차를 사랑하신 우리 히감독님!)



 - 이게 스포일러 없이 뭘 적기가 어려운 영화라서요. 일단 결론부터 내고 그 다음 문단부터 내용 이야길 해보겠습니다.


 히치콕이 직접 말했던지 히치콕에 대한 책에서 읽은 내용인지 기억이 가물가물합니다만. 히치콕에게 서스펜스란 주인공들은 보지 못하는 시한 폭탄을 갸들이 앉은 테이블 밑에 숨겨두고서 관객들에게만 보여주는 것... 과 같다는 얘길 들은 적이 있지요. 그래서 이 영화는 시작부터 끝까지 그 서스펜스의 연속으로 점철되는 이야깁니다. 

 특이한 점이라면 이 폭탄은 절대 폭발하지 않아요. ㅋㅋ 째깍째깍 타이머가 흘러가다가 터지기 직전에 연장. 또 째깍거리다가 터지기 직전에 연장. 이러면서 결말까지 가는 이야긴데요. 나쁘게 보면 한 방이 없이 계속 반복으로 흘러가는 이야기라고 볼 수도 있지만 이 '스릴' 방면으론 자타공인 명장 자격을 획득하신 히치콕이 만든 영화니까요. 계속해서 폭발을 유보 시키며 보는 사람 지칠 정도로 강렬한 스릴로 몰아가는 작품이라고 볼 수도 있고 저는 후자 입장으로 아주 재밌게 보았습니다. 오히려 순수한 재미로 치자면 대표작, 명작 취급 받는 이 감독님 영화들보다 더 좋은 듯 하기도 했구요. 뭐 그랬습니다.


 그리고 아래 문단부턴 결말 스포일러가 있으니 피하고 싶으신 분은 읽지 않으셔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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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시 아직 30대였던 캐리 그랜트의 비주얼이 극중 개연성으로 이어집니다. 저 정도 생겨야 눈 멀어서 저딴 것(...)을 참고 살겠지! ㅋㅋㅋ)



 - 그러니까 이게 히치콕이 제작사의 압박에 굴복한 케이스로 꼽히는 작품이었더라구요. 


 원작 소설 내용도 그렇고 히치콕의 생각도 그렇고 리나의 남편은 결국 살인자가 맞다는 게 원래 아이디어였다고 합니다. 그리고 그걸 다 눈치 채고도 마지막 한 줄기 희망을 버리지 못한 리나가 반 자발적으로 남편에게 살해당하는 걸 결말로 정해 놓은 이야기였다는데, 회사 측에서 '캐리 그란트에게 살인마라니 그건 아니되심!' 이라며 압력을 넣자 어쩔 수 없이 결말을 바꿔서 지금의 결말, 계속해서 살인범인 것처럼 끌어가다가 마지막 반전으로 아니지롱! 하고 끝내게 되었다고 해요. 그래서 엔딩 타이틀 올라갈 땐 참으로 평화롭고 행복한 음악과 함께 희망찬 주인공의 표정을 보여주며 끝나긴 하는데...


 당연히 감독이 일부러 그랬을 텐데, 그 음악을 빼 버리고 보면 이게 애매합니다. ㅋㅋ 왜냐면 그동안 깔아 놓은 떡밥들, 조니가 살인범이라는 방향을 가리키는 단서들 중에 확실하게 부정된 게 하나도 없구요. 마지막에 조니가 궁상 맞게 털어 놓는 해명들도 딱 그 장면에서 조니 본인의 대사로만 흘러갈 뿐 그게 사실이라고 증명을 하고 끝내는 게 아니니까요. 말하자면 해피 엔딩으로 치장한 열린 결말이라는 느낌이었습니다. 윗 사람들 주문을 따르면서도 최대한 본인 의도를 남겨 두고 싶어서 그랬... 겠죠?


 근데 이렇게 애매한 엔딩 덕에 오히려 영화를 더 흥미롭게 봤습니다. 왜냐면 뭐, 감독 스타일 상 당연히 조니가 살인마이고 마지막엔 리나와 조니의 대결 같은 게 벌어질 거라고 생각하고 영화를 보고 있었으니까요. 근데 그런 일이 안 벌어져요. 그렇게 될 듯 말 듯 하면서 계속 '폭발'이 지연이 됩니다. 그래서 뒤로 미루고 미루고 하다 보니 막판엔 제 기대(?)가 최대치까지 올라가고. 그런데 뜻밖의 방향으로 가니 당황했다가. 끝나고 나서 내용을 더 생각해 보게 되고. 이랬는데요. 그냥 예상대로 조니가 막판에 본색을 드러내고 깔끔하게 끝내 버렸으면 '응 평소의 히치콕 영화구나. 재밌네.' 이러고 말았겠죠. ㅋㅋ 제작자들의 부당한 압력 덕분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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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럭지가 하도 좋아서 검색해 보니 키가 184cm. 근데 이게 80년 전이니 미국인 기준으로도 엄청 큰 거였겠네요.)



 - 이 외에도 영화가 좀 재밌는 것이, 역시 서론이 되게 깁니다. 

 리나와 조니가 우연히 만나고, 다시 마주치고, 밀고 당기기를 주고 받고 그러다가 리나가 완전히 반해서 결국 결혼을 저지르고... 하는 과정을 상당히 오랫 동안 보여줘요. 그리고 이러는 동안엔 정말 그냥 정상적인 로맨스물이거든요. 그리고 로맨스 파트가 끝나고 결혼 후 리나가 조니란 놈이 얼마나 심각한 개차반인가... 를 알게 되고 고생하는 부분도 한동안은 스릴러 느낌 전혀 없는 그냥 드라마입니다. 사실 흔한 이야기잖아요? 허우대 멀쩡하고 때깔 좋은 남자의 사탕발림에 넘어가 인생 꼬인 순진한 여자의 인생역정 이야기. 딱 그 정도 수준으로 전개 되다가 조니의 절친 비키라는 양반이 등장하면서부터 슬슬 스릴러 느낌을 불어 넣기 시작하는데... 


 저야 뭐 80여년 후에 감독도 다 알고 인터넷으로 이런저런 정보 같은 거 다 얻은 상태에서 감상하는 거지만, 1941년의 관객들은 과연 얼마나 많은 정보를 갖고 극장에 갔을까요? ㅋㅋㅋ 역시 어떤 영화를 최대치로 즐길 수 있는 건 그 시절 관객들이었겠지. 라는 생각을 하면서 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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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중에선 그냥 절친으로 나오는 우측의 비키 아저씨 배우는 검색해 보니 캐리 그랜트보다 열 살이 많습니다. 미국인들의 친구 개념이란!)



 - 워낙 소품이고 거의 대부분의 액션(?)이 대화로 이루어집니다. 역시나 캐스팅은 투 톱이고 캐리 그랜트가 짱이었겠지만 이야기 상의 실질 주인공은 조안 폰테인 원탑이고 캐리 그랜트는 주연급 조역이랄까. 이런 식인데요. 히치콕과 함께 한 두 영화 연속으로 결혼 잘못해서 인생 꼬이는 순진한 여자 연기를 보여준 조안 폰테인이 참 잘 했습니다. ㅋㅋ '레베카'에서의 무명씨와는 다르게 이 영화의 리나는 연기할 거리도 많고 존재감도 확실한 역할인데 충분히 잘 해줬어요. 나중에 확인해 보니 아카데미 받으셨다고.

 캐리 그랜트의 매력 터지는 진상 연기도 훌륭했고 가끔씩 살벌한 모습 보여줄 때도 좋았지만... 이 캐릭터에서 가장 중요했던 건 그 비주얼로 개연성을 세워주는 거였겠죠. 그토록 대놓고 수상하고 노골적으로 쓰레기 인간인데도 멀쩡히 잘 살던 여자가 퐁당 빠져서 헤어나지 못하는 상황을 납득 시키려면 이 정도 비주얼은 되어야지. 라고 생각하며 즐겁게 봤습니다. 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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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분히 미인인데도 어딘가 평범한 인상이 있어서 그런지 자꾸만 결혼으로 인생 꼬인 평범녀 역할을 보여주시는 조안 폰테인 여사님. 연기 좋았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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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명한 '빛나는 우유' 장면인데요. ㅋㅋㅋ 암튼 캐리 그랜트 연기도 훌륭했습니다. 그냥 얘가 살인마 맞는 걸로 끝냈어도 잘 했을 듯.)



 - 뭐 결론은 앞부분에 이미 적었으니까요.

 뭔가 내용을 좀 압축해서 '알프레드 히치콕 프레젠트' 시리즈 에피소드 중 하나로 넣어도 됨 직한 소품입니다만. 잘 만들었어요. 

 그래서 '레베카' 같은 대작 혹은 야심작... 만큼의 존재감은 없지만 '큰 야심은 없지만 단단한 소품' 류를 좋아하는 분들이라면 재밌게 보실만한 이야기였습니다.

 배우들 연기 구경하는 재미도 좋고. 끝없이 연장되는 스릴 속에서 대체 결말을 어찌 내려고... 라고 궁금해하는 즐거움도 좋았구요.

 그랬다는 얘기(?)입니다. ㅋㅋㅋ




 + 이 영화는 왓챠에 없어서 지니티비 vod로 봤는데요. 지니티비에는 이 영화가 '서스피션'이란 제목을 달고 뭔지 모를 한국 영화 속 한 장면을 썸네일로 달고 있습니다. 근데 이게 몇 년 째 그대로... 암튼 그 썸네일에 속아서 하마터면 안 보고 지나칠 뻔 했어요. ㅋㅋㅋ



 ++이번 히치콕은 좀 소심하게 나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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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인공들 산책할 때 저렇게 소박하게 비춰지는 걸로 끝!

    • 얼마 안 남은 방학을 히치콕 감독님 작품으로 위로 받고 계신건가요ㅎㅎㅎ(많이 많이 써주세욤)

      요거 찜 해놓은거라 본문 안 읽고 쓰는 뻘 댓글입니동ㅎㅎ 요즘 배리 보고 있어서 일단 배리부터 다 본 담에 영화 봐야지. 하고 있어요.

      아 근데 로이님 왓챠 망하면 포커페이스 시즌2는 영영 못 들어오는 걸까요?
      • 손가락 인대 통증의 여파로 다른 놀이는 아무 것도 못하고 영화만 본 결과 이미 봐 둔 히치콕 영화가 열 편 남짓(...) 한 보름 정돈 히치콕 글만 적을 것 같은데 어차피 아는 것도 없고 '우왕 재밌어요!'가 전부인 글들이라 걍 몰아서 적어 버릴까 고민 중입니다. ㅋㅋㅋ




        배리 재밌죠! 끝까지 재밌게 보시길 기원하구요. 포커페이스는... 생각도 못 하고 있었네요. 이미 망한 거나 다름 없으니 새 컨텐츠 들여 놓을 돈 나올 곳도 없을 텐데. 다른 서비스에서 업어가 주지 않으면 힘들겠네요. 어흑.... ㅠㅜ

    • 제목은 유명하고 제가 좋아하는 배우들이 나오는데 이상하게 극장에서 안해주더군요. 결국 '아트나인'에서 보았어요.


      안해주는 이유가 있더군요! 영화 내내 캐리 그랜트 때문에 불편해서 혼났어요. 조안 폰테인은 이 영화로 오스카상을 탔어요. 


      정작 연기는 [레베카]가 더 좋은데요. 결혼을 일찍 해서인지 좋은 작품을 못만났나서 그랬는지 나중 커리어는 그저그래요. 

      • 그래도 그 불편함이 캐리 그랜트는 연기를 잘 하고 히치콕은 연출을 잘 해서 그런 것이니 괜찮은 걸로... ㅋㅋ


        아무래도 '여우 주연상' 같은 걸 받으려면 레베카에서의 그런 캐릭터보단 이 영화의 진짜 주인공 같은(?) 캐릭터가 유리했겠죠. 보여줄 것도 더 많았구요.


        대충 구글로 검색해 보면 대표작이 '레베카'이고 그 다음 대표작이 이 영화이고 그렇더라구요. ㅋㅋ 뭐 그래도 아카데미에서 주연상까지 받으셨고 히치콕 영화에도 나오셨으며 그 작품들이 지금까지 회자되고 있으니 성공한 배우 인생이지 않나. 라는 생각을 하게 되네요.

    • 대부분 재미가 없어 설렁설렁넘어갔는데, 마지막 장면은 또렷이 기억납니다. "나 그렇게 나쁜 놈 아니여~ 내가 다 책임을 질겨~" 라고 억울한 표정으로 다 해명하는 캐리 그란트. 캐리 그란트니까 납득이 다 가고 그렇구나, 딱히 가벼운 놈이지 나쁜 놈은 아니었구나 고개를 끄덕끄덕하며 감상 끝

      • 전 오히려 '야 이 구라를 믿냐!!!'고 주인공에게 화를 내고 있었는데요. ㅋㅋ 게다가 설사 살인자가 아니었다고 쳐도 나쁘긴 정말 나쁜 놈이었죠. '이런 남자 만나면 인생 망한다'의 샘플 같은! 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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