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에 본 일본영화 두 편 - 해피엔드, 이사


 실은 일본 영화를 참 좋아합니다.

 볼만한 일본영화를 스크린에서 많이 보고 싶은데 왠지 점점 그럴 기회가 그리 흔하지는 않은거 같아요.

 

 뭐랄까.... 개인의 힘으로 어쩔 수 없는 지진같은 거대한 자연의 힘? 혹은 국가나 체제에 의해 자행되는 거대한 폭력?에 휘둘리는것이 정해진 운명같은 그런 나라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의 기본 정서라는게 생각이란걸 좀 하는 감독이 만든 영화에는 어김없이 등장합니다. 그리고 그를 통해 보여지는 인간군상의 모습, 시선, 정서가 묘하게 매력이 있어요.


 

 해피엔드

 

 개봉한지 좀 되었지만 아직도 스크린이 있네요

 뻔한 하이틴 성장 영화일 수도 있지만 

 성장이란게 뻔할 수가 없죠 


 그런데 소년소녀들의 성장보다 더 인상적이었던 것은 이 영화를 통해 지금 일본을 살아가는 사람들을 그 안의 시선으로 들여보는 경험이었습니다

 피상적이고 형해화된 일본, 일본인, 일본의 사회적 문제 등을 좀더 내면 깊숙히 엿볼 수 있는 기회

 

 전지구적인 파시즘이 창궐하는 시대에  점점 더 전체주의 시스템이 집단과 개인을 옥죄어 오는 상황에서

 정체성에 따라 삶의 뿌리까지 흔들리는 청춘들의 이야기가 

 잔잔하고 소소하고 덤덤하지만 뭉클하게 흘러갑니다

 나는 이런  잔재주 안부리는 슴슴한 맛의 일본영화를 특히 좋아하는거 같아요


 한국의 청소년물에서 흔하게 나올법한 폭력, 괴롭힘에다 허파에 바람 든 머저리 같은 그런 낌이 없어서 좋았어요.

 그보다는 젊음, 뚝딱거리고 삐그덕거리고 아슬아슬하지만 외면하기 어려운 순수함이 그려지는게 좋았어요.


 그리고 꽤 중요한 요소로 등장하는 주일 외국인에 대한 차별? 뭐 그런 부분이 있어요. 

 그 주일 외국인 차별에서 가장 유별난 역사와 사회적 맥락에 해당되는 한국인들에게는 각별하게 보이는 장면들이 있습니다.

 하지만 그게 전부이거나 핵심은 아니었던거 같아요.

 그 문제를 추적하고 드러내는데 영화가 큰 힘을 쏟는건 아닌거 같아 보였어요. 

 그 보다는 교장실 점거농성 시퀀스의 피날레에 등장하는 '김밥'이 핵심이 아니었을까 싶습니다.  


 영화기법? 이랄까 그런 측면에서도 오랜만에 자극이 되는 영화여서 좋았습니다. 

 

 * 메가박스 아트나인에서 봤는데 영화관이 낡은 것은 참을 수 있었지만 답답한 음향 상태는 많이 아쉽더군요. 음향이 아주 중요한 영화였는데요.



 이사


 영화 시작하자 마자 등장하는 아이의 얼굴이 엔딩 크레딧까지 절대적으로 지배하는 영화입니다. 

 이 조그맣지만 차돌같아 보이는 아이가 달리는 장면은 보는 사람도 숨이 찰 지경인데 배우 오디션을 위해 혹시 육상경기장을 빌린게 아닐까 싶을 정도로

 이 주인공 아이는 정말 잘 달립니다.  

 성냥개비같은 몸으로 바람처럼 달립니다. 어른들이 따라 잡을 수 없을 정도로


 1993년에 개봉했던 영화를 리마스터링하여 2023년에 재공개된 영화인데

 무려 32년전 영화인샘인데 현재와 미묘한 차이와 아주 커다란 차이가 공존하지만 왠지 지금보다 더 때깔이 곱고 또 이상하게 요즘 트렌드에 얼추 맞아떨어지는 힙함이 넘칩니다


 살짝 지금의 영화를 보는 호흡에서는 느슨해지는 부분도 있고 클리세 같은 부분도 있어서 옥의티 같다는 생각도 들긴 했지만

 그럼에도 저 조그마한 아이가 그 자신의 커다란 딜레마랄까 인생의 숙제랄까 고비를 스스로 넘어서는 과정에서 전달되는 감정의 울림은 훼손되진 않더군요

 

 나는 이 영화를 살아가기 위하여 버려야만 하는 것들에 관한 이야기로 보았습니다.

 그 버림이 아이에게 얼마나 큰 고통이 될지 어른의 시각에서 알아채기가 쉽지 않을거 같은데

 이 영화는 그 어려운걸 해낸거 같아요

 그리고 어른이 된 이들에게도 많은 것을 버리고 이별하고 상처받고 고통 받아온 인생들에 부르러운 위로를 주는거 같구요


* 광화문 시네큐브에서 봤습니다. 

  이 영화관은 늘 유니크한 체험을 주는데 특히 관객의 구성이 다른 영화관들과 다르다는 점

  아주 힙하게 보이는 젊은이들과 뻔하디 뻔한 중년 아저씨 아줌마들 그리고 아주 근사해 보이는 노인들이 언제나 골고루 잘 섞여 있어요

   


미공개 스틸


비디오를 재생할 수 없습니다.

    • 듀게 기준 '이사'는 거의 손꼽힐만한 히트작인 것 같아요. 유난히 보신 분들 소감이 많이 올라오네요. ㅋㅋ 그래서 저도 덩달아 궁금해지고 그렇습니다.

      • 강력하게 추천합니다

    • 소마이 신지 영화 중 제일 처음 본 것이 '이사'인데 어린 주인공의 맹활약이 정말 인상적이었고요. 다음에 본 '여름 정원'에서도 각자의 개성과 장단점이 뚜렷한 주인공 남자애 3인방 연기가 뛰어나서 놀랐습니다. 다음 타자인 '태풍 클럽'은 청소년들이 나오는 영화라고 하는데요. 이렇게 어린 나이 주인공들의 눈높이에 맞춰서 그들의 깊은 갈등과 고민을 담아낸 감독이 또 있었나 싶습니다. 아직 안 본 '태풍 클럽'까지 모두 한여름을 배경으로 하고 있는데요. 영화 내용을 강조하는 뜨거운 태양과 쏟아지는 폭우가 현재 계절과 일치해서 저에게도 아주 근사한 경험들이었습니다.   

      • 저도 여름의 한복판에 스크린으로 보게 되어 럭키했습니다 :) 

    • 이사의 감상평이 아주 좋네요. 전적으로 동의합니다.


      다른 분이 이사 얘기를 또 듀게에서 하셨나요? 찾을 수가 없는데

      • 게시판을 띄엄 띄엄 보아서 그런지 저도  못본거 같은데 제목+내용으로 검색하니 두어분 정도가 언급한게 있더군요



      • 제 기억이 살짝 꼬였는지, 관련 글만 세 개 정도는 읽었다고 생각했는데 확인해 보니 글과 댓글을 섞어서 생각한 모양입니다(...)




        http://www.djuna.kr/xe/board/14400408




        여기 thoma님 글이 있구요.




        http://www.djuna.kr/xe/board/14402130




        여기 조성용님의 여러 영화 소감 중 하나로 들어가 있구요.




        지금 댓글 달고 있는 소부님 글까지 하면 셋이니 셋은 맞는 걸로... ㅋㅋㅋㅋ 죄송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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