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왓챠바낭] 도배질에 사죄드리며, '파괴 공작원' 아주 짧은 잡담입니다
- 1942년작입니다. 런닝 타임은 1시간 48분. 스포일러는 없어요. 손가락도 손가락이지만 내용이 너무 산만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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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스터는 아주 맘에 듭니다만. 영화가...)
- 어느 군수 공장의 식사 시간입니다. 이번 이야기의 주인공인 공장 노동자 배리 케인은 라랄라 걸어가다 '프로이'라는 이름의 직원과 부딪히면서 프로이가 떨어뜨린 편지랑 돈 같은 걸 주워주다가 얼굴과 이름을 익히네요. 그런데 잠시 후 공장엔 불이 나고, 프로이가 불 끄라며 건네 준 소화기를 배리의 절친이 대신 뿌려주는데... 거기엔 소화액 대신 가솔린이 가득 들어 있었고 공장은 아작이 나며 배리의 절친은 화재로 끔찍하게 사망해요.
다음이야 뭐 대략 익숙하고 예측 가능하지 않겠습니까. ㅋㅋ 경찰 조사 결과 그 공장에 프로이라는 직원은 없었고. 경찰은 배리를 범인으로 지목하며 배리는 경찰 따위 못 믿겠다고 죽어라 도망치며 프로이를 찾아 미국 각지를 헤매는 가운데 금발 미녀를 만나겠고... ㅋㅋ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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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망가다 수갑 풀기는 언제나 힘든 일이죠.)
- '레베카'를 히치콕의 헐리웃 진출작이라고 한다면 이후로 만들어낸 영화가 '해외 특파원', '스미스 부부', '의혹'이고 그 다음이 이 작품이니까 대략 히치콕이 미국에서 처음으로 만든 '누명 쓴 남자의 모험' 장르라고 할 수도 있겠습니다. 그렇습니다만...
음. 재미가 없습니다. ㅋㅋㅋ 히치콕 영화 잡담 시리즈를 쓰면서 처음으로 하는 얘기네요. 재미가 없어요... orz
그게 뭣 때문이다! 라고 콕 찝어서 말하기도 애매합니다. 그냥 이야기가 전반적으로 허술하고 산만하면서 또 되게 쉽게, 대충 흘러가거든요. 그리고 이 '허술하다'라는 건 요즘 스릴러들과의 비교도 아니고 그 시절 영화들로 생각해 봐도 그렇고. 같은 양반이 만든 몇 년 전 영화 '39계단'과 비교해 봐도 그렇습니다. '39계단'도 그렇게 막 타이트하게 짜여진 이야기는 아니었지만 그래도 보는 입장에선 쉬지 않고 얻을 수 있는 즐거움이 있었거든요. 긴장감이나, 유머나, 로맨틱이나... 그런데 이 영화엔 그런 것도 거의 찾아 보기 힘들어요. 심지어 캐릭터들도 다 밋밋하면서 성격이 영문을 알 수 없게 휙 변해 버리는 등... 솔직히 히치콕 이름 달고 있지 않으면 오래 전에 잊혀졌을 영화가 아닌가 싶었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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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날에는 극장 가면 이런 사진들이 붙어 있어서 구경하는 재미가 있었는데 말입니다. 뭐 요즘엔 인터넷으로 다 볼 수 있긴 하지만...)
- 또 한 가지 난감한 부분은 영화의 정치색. 혹은 미국 시민 짱짱맨! 이라는 식의 프로파간다입니다. 히치콕은 원래 이런 거 별로 안 좋아하고 (그래서 굳이 독일이 악당으로 나오는 이야기에도 독일이란 말을 한 마디도 안 넣는다든가... ㅋㅋ) 그래서 정치색 같은 게 있는 이야길 써도 열심히 탈색하던 걸로 유명한 사람이라 알고 있는데요. 이 영화에 한해서는 전혀 그렇지가 않아요. 미국 건너간지 얼마 안 돼서, 게다가 전쟁 중이니 사상 검증이라도 통과해야 했던 걸까요. ㅋㅋㅋ
암튼 산속에 홀로 사는 맹인 현자부터 시작해서 중간에 신세 지는 서커스단 사람들도 그렇고 자꾸 굉장히 난감하고 비현실적이며 닭살이 올라오는 연설을 막 해대는 데다가 그나마 떽떽거리면서 밸런스를 잡아 주던 금발 미녀님도 어느 순간엔가 갑작스레 조국을 사랑하는 민주주의 투사가 되어 목숨을 걸고 싸우고 있구요. 주인공 역시 누명 대충 벗겨낸 후에도 과도한 열정으로 히어로 놀이를 하고 있고... 뭐 참 난감 그 자체였습니다. 왜 이랬을까요. 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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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명하고 성숙한 미쿡 시민의 힘을 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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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외된 민중들 역시 조국과 민주주의를 사랑하는 마음은 다르지 않다능!!!)
- 그래도 어쨌든 히 감독님 특기가 어디 가는 것은 아니니 부분 부분을 떼어 놓고 보면 좋은 장면들도 많습니다. 도입부의 공장 화재 장면이라든가, 주인공이 찾아간 목장에서 빌런 할배를 대면하는 장면이라든가. 빌런들이 장악하고 있는 파티장에서 벌이는 눈치 대결 장면도 좋았고 대미를 장식하는 자유의 여신상 장면 역시 그 노골적인 상징성에도 불구하고 긴장감 있고 좋았습니다만.
이렇게 맘에 드는 장면들 만큼이나 난감한 장면들이 많고. 또 영화란 걸 부분 부분만 떼어 놓고 즐길 수 있는 게 아니잖아요. ㅋㅋ 그래서 지금껏 제가 본 히치콕 영화들 중에 제일 별로... 였고 그냥 이 영화만 놓고 봐도 재밌게 봤다는 말은 못 하겠네요. 그냥 '히치콕도 사람이었어!'라는 한 마디로 마무리 합니다. 끄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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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의 여신상 액션!!)
+ 몇 달 전에 '사보타주' 글을 썼던 게 생각나서 괜히 또 웃기네요. 히치콕 아저씨가 사보타주를 좋아했던(?) 건지. ㅋㅋㅋ 암튼 영화는 그 쪽이 낫습니다.
++ 이번의 히치콕 아저씨는 보면서 실시간으론 못 찾았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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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튼 중후반 쯤에 이렇게 슥 지나가셨답니다.
옆에 함께 서 있는 사람도 배우가 아니라 감독님 비서였다고. ㅋㅋ
그렇더라구요. 히치콕 감독님도 인간이었던 것!! ㅋㅋㅋ
아마 대략 15편(?) 정도까진 가지 않을까 싶습니다. 왓챠랑 지니 티비에 있는 걸 합하면 그보다 조금 더 많은데... '해리의 소동'은 전에 글을 올린 적이 있어서 생략하고 '현기증'이랑 '싸이코'는 너무 많이 봐서 또 보기가 주저 되고... 뭐 그렇네요. 하하.
오늘 8월 13일이 바로 히치콕 감독님 생신인데(탄생 126주년) 이런 생일빵을 날리시다뇨!
으아니 전 당연히 전혀 몰랐는데요. ㅋㅋㅋ
뭐 괜찮지 않을까요. 설사 히감독님이 저승에서 이런 얘길 듣는다 한들 그냥 '지깟 게. ㅋ' 이러고 마시겠죠. 하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