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기심에 결국 봐버린 '신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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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고나니 허위광고 포스터...



제가 여기에도 관련글을 올렸었는데요. 제작발표부터 촬영, 후반작업, 개봉까지 몇달만에 후다닥 해치워버린 누가봐도 계엄-탄핵시국을 이용 조기대선 직전 특수를 노리려는 졸속기획이었죠.


실제 개봉 후 작품의 완성도에 대한 평가는 역시나 예상을 벗어나지 않았는데 그것과는 별개로 그동안 받아온 스트레스에 사이다였다는 등의 반응들도 있어서 스트리밍 올라올 때까지 기다려볼까 하다가 그냥 대여해서 봤습니다.(7700원)



역시나 기술적인 부분에서는 그냥 차라리 요즘 TV 단막극 같은 프로덕션이 훨씬 잘 찍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기대치를 완전히 내려놓으셔야할 것 같구요. 풀스크린 16:9 화면비인데 마치 아카데미 비율 영화를 보고있는 것 같은 답답한 프레임이 특히 인상적(;;)이었습니다. 나름 카체이싱 같은 액션도 나오는데 조악한 AI로 만든 티가 이런 거 잘 구분 못하는 제 막눈으로 보기에도 확 났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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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초에 그런 건 포기했으니까 통렬하게 그들을 잘 조소하고 비판하기라도 했냐는 부분이 중요한데 저한테는 이것도 많이 별로였습니다. 오히려 더 불쾌하게 만든다는 느낌이 강했네요.


이 영화는 정치풍자, 블랙코미디, 음모론, 탐사보도, 오컬트 등의 장르가 섞여있는데 다른 건 몰라도 영화에서 제일 진지하게 다루고 방점을 찍고싶어하는 부분은 하필(?) 오컬트입니다. 작년에 '파묘'가 초대박 났으니까 그런 후광까지 받으려 한 것 같은데 그동안 윤건희 무리에 대해 실제로 밝혀졌고 의혹을 받고있는 무속신앙 관련된 것들을 영화 속에서 신명의 실제 능력으로 묘사하고 있습니다;


그래 장르물로서 그렇게 풀어나갈 수는 있다고 보는데 이태원 참사같은 비극 마저도 단순히 수많은 시민들의 인신공양을 바쳐서 평생 권력을 유지하려는 사악한 주술이었다는 설정으로 넣은 건 아무리 영화라도 선을 쎄게 넘었다는 느낌이었어요. 심지어 비상계엄이 실패하고 탄핵-파면을 당하는 것도 그동안 비밀리에 이런 사악한 세력들과 맞서 싸워온 국내의 '선한' 주술가들이 오컬트 대결에서 승리한 결과로 그려지고 있습니다.


이래서 더 오락영화처럼 흥미롭게 본 관객들도 있겠지만 저에게는 방향이 빗나가도 한참 빗나갔다고 보이더군요. 차라리 그렇게 무속신앙에 집착하고 평생 공을 들였는데 실제로는 아무런 효과도 없었고 다 뻘짓이었다는 식으로 묘사하는 게 훨씬 통렬하고 그들을 조롱하는 맛이 강하지 않았을까요? 



또 좀 그랬던 건 제목부터 누군가의 본명을 뒤집은 '신명'이고 포스터부터 모든 홍보자료가 김규리 배우 위주라서 거의 원톱수준으로 이끌어가는 그런 작품일줄 알았는데 막상 본편은 안내상이 연기하는 정치 유튜브 채널 열공TV(영화를 실제 제작한 열린공감TV) PD가 주로 이끌어가는 전개입니다. 윤이 대통령 후보로 나서고 불거진 김 관련 의혹때문에 그녀의 과거사를 하나하나 파헤치면서 회상장면 형식으로 보여줘요. 그래서 김규리는 주연으로서는 정말 애매한 분량이고 차라리 좀 많이 나오는 특별출연이라고 하는 게 맞습니다.


어쨌든 본인 장면에서는 정말 혼신을 다해 열연을 펼치기는 하는데 이것도 결국 최대한 자극적으로 과한 장면만을 보여주려는 의도라서 초반 이후로는 계속 반복되는 관련인물 인터뷰 - 그녀의 과거회상 패턴이 지루하기도 하고 배우의 노력과는 별개로 이렇다할 볼거리는 되지 못합니다. 김규리씨는 김민선 시절부터 은근히 좋아하는 배우였는데 과거 몇몇 발언으로 극좌파(?) 배우로 프레임이 씌워져서 경력에 손해를 본 것 같아서 안타까웠는데 그래서 더 이를 악물고 이런 영화에 뛰어들었던 것인지 아니면 정말 달리 할 작품 제안이 없었던 것인지 둘 다인지 궁금해지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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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 나온 작중 사진이 없는데 왼쪽 흐리게 나오신 분 알아보시겠나요? 명계남 배우인데 아직도 연기하시는지 몰랐습니다. 뜬금없이 반가웠네요.



총 제작비는 17억이었고 손익분기점이 30만명이었는데 실제 스코어가 거의 80만명 가깝게 들어서 대박이 났고 아마 작품 성격상 2차매체에서 더 인기가 많을 것 같아서 평가, 반응과는 별개로 기획, 투자하신 분들은 참 짭짤하게 이득 보셨겠네요. 감독님은 촬영감독만 하다가 이게 연출 데뷔작인데 설마 이런 졸속기획작으로 데뷔하고 싶은 감독 지망생이 누가 있겠나 싶습니다만 뭔가 어른의 사정이 있었겠죠. 하하;;


호기심을 못 이겨서 결국 돈주고 본 저는 2시간 동안 불쾌하기만 하고 별로 사이다도 느끼지 못했으니 여러분들께 추천은 절대 못하겠어요. 정 궁금하시면 그냥 나~중에 어디 넷플릭스라도 올라오면 한 번 시도해보시길 

    • 글만 읽어도 불쾌해졌어요ㅜㅜ 아까운 7,700원…

      제작비 크라우드 펀딩하는 것도 본 거 같은데 흥행 부분 보고 궁금해서 찾아보니까 증권형 펀딩 투자가는 최대 90%이익을 보고 하반기에도 다른 영화 펀딩 중이라고 하네요.

      영화가 영 별로 일 거 같긴한데, 또 궁금하긴 합니다.
      • 최근 15만원 용돈 알차게 썼으니 이정도야 뭐... 하고 넘어가렵니다. 하하하 ㅋㅋ




        역시 이익을 많이 봤군요. 허접한 완성도야 제작과정을 생각하면 이해해줄 수 있지만 작품 전개방향이 저에게는 너무 별로였어요.

    • 글만 읽어도 불쾌 2...이런 영화에 사이다를 느끼는 사람들도 있으니 그것도 찝찝하네요. 

      • 초반에 두 부부의 성행위 묘사하고 그런 부분들도 있고 그걸 딱히 지적하는 관람평을 상영당시 보지 못했다는 것만 봐도 많이들 웃고 즐겼다는 건가 싶어서 더 찝찝해요.

    • 뭐 당연히 망작일 거라 생각했지만 레이디버드님 설명을 읽어 보니 예상 이상의 괴-망작이었군요;;


      시류 편승 기획이라면 오히려 더 이런 식으로 가면 안 되는 게 아니었을까 싶은데. 설마 탄핵이 안 될까봐 후환이 두려워서? ㅋㅋㅋ 


      암튼 감사합니다. 덕택에 궁금증을 풀었어요!

      • 그런 두려움이 있었다면 아예 제작도 들어가지 못했을 것 같아요. 둘을 우스꽝스럽고 한심하게 그리는 건 초반부터 한결 같거든요. 조기대선 전날이 개봉일이었는데 후반작업 하는 도중에도 실시간으로 뉴스를 보며 뭔가를 급하게 집어넣거나 했던 것이 아닌가하는 합리적 의심이 드네요. ㅋ




        정치풍자에 곡성, 파묘 같은 국내 무당 스타일 오컬트물을 진지하게 엮으려다가 이런 결과물이 나온 것 같은...

    • 궁금은 하지만 극장서 볼 영화는 아니라고 생각했는데 잘 피했네요. 특히 이태원 참사를 그런 설정으로 다룬 건 정말 부적절하게 들립니다;;;;

      • 제일 어이없는 설정이었습니다. 그것만 아니었어도 기분이 더럽진 않았을거에요. 퀄리티는 애초에 기대하지 않았으니까요.

    • 안봐서 천만 다행이네요 봐주시느라 고생한 레이디버드님에게 샤라웃...

      • 그냥 스트리밍에서 공짜로 봤어도 영 별로였을 것 같아요... 하지만 전 돈을 ㅠㅠ

    • <존> 살신성인 <경>




      대박 났다는게 뼈 아프네요…. 너무 안좋은 선례가 만들어진거 같아요.

      • 뭐 그만큼 계엄정국에 고통받으며 뭔가 해소할 거리를 찾던 한국인들이 많았다고 봐야할 것 같습니다. 특정 화제거리에 묻어가려는 기획이야 항상 있어왔습니다만 이렇게 제대로 대박난 건 국내에선 드물긴 한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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