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저런 일상 대화...


 1.친구와 만났어요. 식사를 하고 커피를 마시며 그에게 물었어요. '인류가 존재했던 기간이 얼마나 되지?'라고요. 그는 '대략 50만년. 우리같은 호모 사피엔스를 기준으로 하면 10만년.'이라고 대답했어요. 나중에 안 사실이지만 인류의 출현은 약 300만년 전이고 호모 사피엔스의 출현은 약 35만년 전이더군요. 뭐 어쨌든. 그래서 친구에게 말했어요.


 "자넨 놀랍지 않나? 그 10만년 중에 방구석에서 '딸깍'으로 돈을 벌 수 있던 기간은 고작 요 20년뿐이야. 그리고 우리가 그 긴 시간들 중에 이 20년 안에 존재한다는 사실은 터무니없이 엄청난 거야."


 정말 그렇잖아요? 방안에 앉아 딸깍으로 돈을 벌 수 있는 시간선은 인류가 체험했던 모든 역사의 시간들 중 0.01%도 안 된단 말이예요. 이 세상에 존재하는, 또는 존재했던 모든 시간들 중에서 딱 최근 20년동안만 가능했던 일이란 말이죠. 내가 이 시간대에 태어날 수 있었던 것은 큰 행운이긴 해요. 



 2.여러분은 아닐 수도 있겠지만 나는 그 사실을 상기할 때마다 몸이 부르르 떨리거든요. 수렵 시대, 중세 시대, 산업혁명 시대, 근대, 근현대...그 어느 시대에 태어나도 나는 평범했을 거니까요. 그래서 친구에게 그런 감동이랄까, 감격을 전하고 싶어서 계속 떠들었어요.


 '그 어떤 시대에 태어나든 나는 이 정도는 못될 거거든. 안 그래? 우리같은 사람들은 사람들과의 협업에 익숙해질 수 없으니까.'라고 말하자 친구는 '그래도 자넨 잘 됐을거야.'라고 말해 줬어요. 하지만 그게 사실이 아닐거라는 건 우리 둘다 잘 알죠. 그래서 다시 말했어요.


 '나는 어느 시대에 태어나도 하루에 천만원 버는 건 불가능해. 아니. 하루에 천만원 버는 건 어디 가서 자랑할 수나 있지. 이젠 자랑할 수도 없게 됐다고. 내가 어디 나가서 사람들한테 하루에 2, 3억 번다고 하면 욕만 먹을 거니까. 비싼 밥 먹고 왜 거짓말하고 다니냐고 말이야.' 



 3.설명을 덧붙였어요. '소름끼치는 건, 나는 10년만 일찍 태어났어도 이렇게 못 됐어. 한 번은 실패를 맛봐야 하는데 20대에 한번 실패하고 30대부터 잘 해야 투자에 성공할 수 있거든. 하지만 30대에 첫 실패를 맛봐버리면 성공은 힘들어. 실패를 맛보기에 유일하게 좋은 나이가 20대니까. 내 인생에 30대부터 온라인 투자가 존재했다면 그것 또한 실패로 가는 루트였을거야.'


 말 그대로 그래요. 만약 내 인생 20대 초반에 온라인 투자가 없었다면 나는 투자를 안했을 거고, 첫 실패를 20대에 맛볼 기회조차 없었을 거니까요. 위에 쓴 것처럼 인류 역사의 0.01%가 아니라 0.005% 정도의 확률로 이 시간대에 동기화될 수 있었던 거는 엄청난 우연인거죠. 만약 내 인생의 30대부터 인터넷 온라인 투자가 있었다면 나는 불나방처럼 달려들었을 거고...아마 잘 안됐을 거예요. 20대에 첫번째 실패를 누릴 특권은 바늘구멍보다 더 작은 틈을 뚫고 태어나야만 얻을 수 있었던 권리인거죠.



 4.휴.



 5.어쨌든 계속 얘기했어요. 


 '쟁기의 디자인은 380년동안 바뀌지 않았어. 말 그대로, 중세에 농부로 태어났으면 죽을 때까지 똑같이 생겨먹은 쟁기를 가지고 똑같은 풍경을 보며 농사를 지어야 했단말이야. 하지만 우리가 본 걸 생각해보라고. 우리가 지난 20년동안 본 변화는 역사상 그 어떤 사람이 목도한 변화보다도 더 많단 말이지.'



 6.정말 그래요. 역사를 보면, 한 명의 인간이 평생에 걸쳐 목도하는 변화에는 한계가 있거든요. 역사의 그 어떤 순간에도 단 80년동안 여러 번의 변화는 없었어요. 하지만 우리는, 그리고 이 글을 보고 있는 여러분은 지난 20년동안 패러다임의 변화를 여러번 보고 겪었죠. 한 명의 인간의 인생에 허용된 변화의 크기가 이렇게 커도 되는건가 싶을 정도로요.


 하기야 그래서 세대갈등이 심한 거겠죠. 쟁기의 디자인이 380년간 변하지 않던 시기에는 노인이기만 하면 존경받을 수 있었을 거니까요. 그 나이까지 살아남았다는 건 곧 남을 가르치고 훈수를 둘 만한 자격을 갖췄다는 뜻이니까요.


 하지만 이렇게 빨리 변하는 세상에서는 노인이라는 게 페널티로 너무 심하게 작용한단 말이죠. 그건 슬픈 일이긴 해요.



 7.지금 이 글을 보고 있는 여러분이라면, 유튜브에 대문짝만한 글씨로 '이재명 큰일났다! 트럼프가 윤석열을 구하러 곧 입국한다!'라고 써있어도 믿지 않겠죠. 그렇게 써 있다고 해서 사실인 건 아니니까요.


 하지만 노인들은 안타깝게도, 유튜브에 '트럼프, 이재명 패스하고 윤석열과 독대할 계획.'이라고 써 있으면 열광한단 말이죠. 그리고 그것에 자신의 시간과 열정, 그리고 분노를 소비하죠. 그건 그들의 잘못이 아니예요. 그저 세상이 너무 빠른속도로 바뀌는 지점에 태어나버린 탓인 거죠.


 한 사람의 인생에서 패러다임에 한 번 적응하는 것조차 어려운 일이예요. 하지만 두번, 심지어는 세번씩 새롭게 적응해야 한다는 건 미친 세상인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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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어나기 전에 친구에게 말했어요. '우리가 오래 전 미국의 시골 마을에 살던 아이였던 전생을 생각해 보게. 마을에는 막 철도가 깔리고 하루에 두 번 정도 열차가 다녔을거야. 그러면 우리에게 가장 설레는 일은 열차를 보는 거였겠지. 하루종일 철도 근처를 서성거리다가 지나가는 열차를 보며 소리지르는 게 우리에게 허용된 유일한 컨텐츠였을 거야. 그리고 열차가 지나가던 그 광경의 감동을 마음에 담고 잠드는거지.'


 그때 미국의 시골 마을에 살던 아이들은 알까요. 한 백년만 늦게 태어났으면 컨텐츠가 비처럼 쏟아져내리는 세상이 도래할 거라고 말이죠. 그저 열차가 지나가는 것을 보며 환호하는 게 전부였던 삶이 내 전생이었다면, 매일매일 허기진 채로 보내야 했을 거예요. 컨텐츠에 굶주린 채로요. 이 허기짐의 근원이 무엇인지도 모른 채 다음 생에는 꼭 무언가가 좀더 있길 바라며 평생을 살았겠죠.








    • 그런 걸 인식하고 깨달을 수 있는 것도 지금 우리가 2025년에 살고 있기 때문 아닐까요.


      열차가 지나가는 걸 보며 환호하는 게 삶의 낙이던 시절에 태어났다면 매일 열차가 지나가는 걸 보면서도 매일 다른 디테일을 찾아내며 '열차가 없던 시절을 살아갔던 조상들이 불쌍해!' 라고 생각하며 살았을 확률이 높지 않을지... ㅋㅋ 어차피 더 화끈한 볼거리라는 개념이 존재하지 않았을 테니까요.

    • 말미잘, 해파리처럼 인간도 하나의  관(pipe) 이라 믿습니다. 이 관에 음식물을  투입, 잘 통과, 배출 시키고자 하는 모든 활동이 인생의 본질이고, 나머지는 자동차의 많은 옵션처럼 모두 부수 활동이죠. 


      인간이 돌을 씹어 먹거나, 똥을 안 싼다든지 하는 관 통과 양식의 변화는 이제껏 없었죠. 이런 의미의 패러다임 변화는 언제 올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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