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 [강원도의 힘] 봤는데 정말 충격이네요

어쩌면 이게 제가 극장에서 제대로 보는 최초의 홍상수의 영화입니다.
굳이 추측으로 쓰는 이유는 제가 예전에 극장에서 [남자는 여자의 미래다]를 본 적이 있기 때문입니다.
다만 그 때는 정말 멋모르고 영화를 무작정 봐서 그 작품을 제대로 봤다고 할 수 있을지 모르겠습니다.
영화를 보면서 어떤 행간이나 의미 같은 것들을 읽는 법을 배운 뒤에 보는 홍상수 영화라 작은 호기심이 있었습니다.
영화를 보는데 당최 알 수가 없더군요.
굳이 지선의 1부와 재완의 2부로 나눈다면 1부와 2부가 묘하게 맞물리고, 또 인물들이 어떤 행동들을 반복하면서도 그게 완전히 같지는 않다는 점만 느꼈습니다.
문제는 이걸 어떤 이야기로 조립해느냐는 것일텐데, 저는 그걸 완전히 실패했습니다.
그러니까 이게 어쨌다는 건가?
또 홍상수식 구질구질한 술자리와 남자들의 껄떡쇠짓 감상인가 싶었습니다.
그저 인상깊었던 건 1부에서 자꾸 카메라가 어떤 인물들이 떠난 뒤에도 그 자리를 지키고 있다는 것...?
인물이 떠났는데 그 빈자리를 카메라가 남아있다는 건, 누군가의 마음이 몸을 못따라가고 있다는 신호일까 막연히 추측만 해보았습니다.
https://www.kmdb.or.kr/story/10/73
이 비평을 읽고 정말 뒤통수를 맞은 것 같았네요.
아, 거기서 그게 그거였구나 하는.
정말이지 홍상수는 영화를 허투로 찍지 않는다는 걸 느꼈습니다.
제가 영화를 독해하는데 아직 모자란 게 많으니까 그렇겠지만 왜 이렇게까지 영화를 못쫓아갔는지 가만히 복기를 해보았는데요.
그건 아마 이 영화의 일상적 묘사가 저에게 낯설었기 때문인 것 같습니다.
에릭 로메르 영화를 볼 때 좀 이런 느낌을 받곤 했습니다.
[여름 이야기]를 보면 저건 뭐하는 놈팽이인가 하는 생각만 했는데요.
그런 걸 홍상수 영화를 보면서 느낍니다.
그 안에서 오고가는 욕망이나 도덕의 충돌을 제가 직관적으로 받아들이지 못하는 것 같아요.
인물들이 정말 너절한 대화만 늘어놓습니다.
대화를 듣다보면 정말 어쩌라고...? 입니다.
넌 너무 상투적이야, 넌 날 몰라.
진짜 술자리 주정 그 자체입니다... (저는 이래서 술자리 자체를 별로 안좋아합니다 쓸모없는 말의 향연...)
물론 나중에 가면 그게 어떤 대화인지 감이 잡힙니다만 실시간으로는 당최 알 수가 없습니다.
1부를 보면서는 이 사람들이 강원도에 물고기 생매장하러 왔나 싶었습니다.
(아니 계곡에 발 담그던 사람이 왜 물고기를 저렇게 산 채로 묻나 싶었지만 그것도 다 의미가 있었던...)
2부에서는 이게 더 하더군요.
특히 약국에서 무슨 안약을 사는데 일제인가요? 국산 주세요 할 때는...
이런 대화를 내가 왜 보고 있나 싶었습니다 ㅋㅋㅋ
거기다 홍상수 특유의 구질구질한 베드씬에는 정말 적응이 안되더군요.
대학교 남성교수들을 위한 성교육 교재로 쓰여도 될 정도입니다 ㅋㅋ
아~ 저게 다 뭐고 난 뭣때문에 저런 장면을 보고 있나~
취향으로는 당연히 불호인데, 이걸 단순히 넘기기 어려운 잔향 같은게 따라오네요.
저한테 제일 충격이었던 건 너무 일상적인 장면들이었습니다.
의미가 있죠. 의미가 있는데 영화가 담고 있는 그 톤이 충격이었습니다.
그 어떤 아름다움도 없고 이게 우리들의 진실되고 추레한 모습이다~ 라는 것 같달까요.
언젠가는 저도 홍상수 영화의 아름다움에 빠지고 싶지만... 아직은 내공이 모자라네요.
강원도의 힘 같은 완전 초기작이나 <여자는 남자의 미래다>같이 홍상수의 가장 못 만든 작품에서의 특징만 말씀하신 듯 합니다. <하하하>나 <잘 알지도 못하면서> 같은 작품을 보면 굉장히 유머러스하고 난해하지 않으며 너절함도 적어집니다. 역겨운 베드신도 사라지구요. 어쩌면 새로운 충격을 받으실 수도 있어요. 그리고 <지금은맞고그때는틀리다>에서 정점을 찍고 그 후로는 정말 아예 다른 영화를 만들기 시작합니다. 최근작 십여편은 말씀하신 것들과 아예 다릅니다. 흔히 말하는 '홍상수영화' 가 아닌 홍상수의 영화.
그래서 제가 홍상수 작품은 하하하, 잘 알지도 못하면서 시절을 제일 좋아하고 재밌게 봤었습니다. 누구의 딸도 아닌 해원, 자유의 언덕 등도 좋았고 아무래도 불륜 스캔들 이후로 말씀하신 그런 다른 영화들로 바뀐 느낌인데 난해해져서 저에게는 별로더라구요.
저도 레이디님 좋아하시는 그 시절 영화들을 좋아하고 지금은맞고 까기자 딱 좋았습니다. <밤의 해변에서 혼자> 는 뭔가 김민희와 홍상수 자신의 변명, 한풀이 느낌이었고 <그 후> 좋았으나 그 뒤 영화들은 그저 그런데 <당신 얼굴 앞에서>는 좋았습니다.
그렇군요. 저 비평에서도 그렇게 홍상수 영화의 원점을 말하길래 모든 작품들이 저러지 않을까 싶었거든요. 나중에 또 다른 작품들을 봐봐야겠습니다.
궁금하네요... 그 시간의 마법을 저도 느껴보고 싶은데 말이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