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히치콕바낭] 오늘은 '이창'과 '나는 결백하다' 차례입니다
1. 이창 (1954년작이구요. 런닝 타임은 1시간 50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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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넓은 세상을 돌아다니며 모험을 즐기는 사진 작가 제프리. 지금은 다리 하나를 다쳐 방구석에 처박혀 깁스 속에 뭘 넣어서 박박 긁고, 또 자기 집 창으로 보이는 맞은 편 건물 사람들의 일상을 훔쳐보는 고상한 즐거움을 낙으로 삼아 뒹굴거리고 있지요. 아무리 생각해 봐도 자기랑은 인생 길이 다른 연인, 갑부집 딸래미 리사와의 관계가 좀 스트레스구요. 좋아하긴 하는데 아무리 생각해 봐도 결혼은 좀... 이라는 배부른 고민을 하며 투닥거리는 가운데 맞은 편 집 한 곳에서 아무리 봐도 남편이 아내를 살해한 것 같은 정황을 목격하고. 주변에 얘길 해봐야 다 뻘생각 말고 남들 훔쳐 보지 말라는 잔소리나 듣겠죠. 하지만 그러다 저엉말로 자기 의심이 맞는 것 같은 정황을 리사와 함께 목격해 버린 엿보기 중독자 제프리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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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튜디오 안에다가 땅을 파고 아예 통째로 지어 버렸답니다. 이 중 몇 채는 실제 거주도 가능했다고. ㄷㄷㄷ)
- 나 이 영화 정말 좋아해요! 라고 말하는 게 멋쩍을 정도로 유명하고 인기도 많은 작품입니다만. 정말로 저는 그 어마어마한 히치콕 명작 리스트 중에서도 이 영화를 가장 좋아합니다. 그냥 이 영화의 모든 게 좋아요. 근데... 사실 그 좋아하는 이유란 게 이 영화에 대한 진지한 비평들을 생각할 때 굉장히 핀트가 안 맞습니다. ㅋㅋㅋ 왜냐면요...
제게 요 '이창'은 히치콕 영화 주제에 너무 귀엽고 사랑스러운 영홥니다. 제프리, 리사, 간병인 아줌마, 경찰 친구까지 제프리 방 멤버들 모두 하나도 빠짐 없이 귀엽고 서로 주고 받는 대사들도 재치 있구요. 건너편 건물 사람들도 살인범 아저씨 하나 빼면 거의 정이 가고 짠하고 좋아요. 이들이 서로 무관심하고 삭막한 관계라는 걸 보여주는 장면도 있긴 하지만 영화가 마지막에 그 론리하트 아줌마나 미스 토르소를 챙겨주는 장면을 볼 때면 어쩔 수 없이 매번 미소가 지어지고 그러네요.
물론 영화 속에서 제프리가 그 고생을 하고 마지막에도 그렇게(...) 되고. 또 간병인 아줌마에 눈알을 뽑아 버려야 한다느니 하면서 호되게 혼내기도 하고. 여러모로 이런 훔쳐보기 행위를 비판하고 있을 뿐더러 그게 주변으로 감염되고 확산되는 모습들까지 그려내는. 뭐 그런 이야기라는 건 아는데요. 그래도 귀여운 걸 어떡합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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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자해도 즐겁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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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둘이 하면 더욱 짜릿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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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정한 친구들과 함께하면 더 더 신나는 훔쳐 보기!!! 쿨럭;)
- 이런 스릴러 영화의 중심 소재로 삼기엔 좀 임팩트가 약한 그 살인 사건을 조금씩 보여주고 등장 인물들과 관객들이 함께 상상하게 만들어서 엄청 대단한 무언가로 만들어내는 솜씨도 봐도봐도 질리지 않구요. 이 사건을 파헤치려는 주인공들의 어설픈 아마추어 탐정 놀이 또한 귀여우면서도 흥미진진하죠. 거기에 제프리를 방 안에 두고 리사에게 위험한 일을 시켜서 그걸 지켜보는 제프리와 함께 긴장감을 자아내는 그 연출. 빌런과 대면할 때 제프리의 그 직업 아이템을 활용한 어설픈 방어 장면까지. 정말 최고의 아마추어 탐정물이라고 생각하구요.
벌써 다들 수백만번씩 어디서 듣고 읽으셨을 얘기지만 '훔쳐보기'를 소재로 삼아서 갈등도 만들고 스릴도 만들고 또 이걸 관객들의 '영화 보기'와 연결 지으며 이야기에 이입하면서도 또 스스로 자아 비판(...)을 하게 만들고... 이런 아이디어도 정말 효과적으로 딱 딱 들어맞게 잘 짜여져 있으니 뭔가 의미를 찾아내고 해석하며 즐기고 싶은 관객들에게도 아주 훌륭하게 만들어져 있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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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쁜 짓인 거 다 압니다... ㅠㅜ)
- 뭣보다 그레이스 켈리의 몇 안 되는 작품들 중에 제 눈엔 가장 매력적으로 나온 작품이기도 합니다. 우아하게 아름다운데 귀엽고 씩씩하고 그냥 혼자 다 하시죠. ㅋㅋ 이런 분을 두고 튕기고 있는 제프리의 심정에 이입이 안 된다는 문제가 있긴 하지만 애초에 제프리는 좀 철 없는 캐릭터로 그려지니까요. 이렇게 정말 왕비님 그 자체 포스를 풍기시던 분이 나중에 실제로 왕족이 되었다는 것도 좀 재밌구요.
암튼 그렇게 매번 하찮은 사심 가득한 시선으로 즐겁게 보게 되는 영화이고 이번에도 어김 없이 즐거웠습니다. 현기증 북북서 싸이코 새 의혹의 그림자 다 명작이고 저도 좋아하지만 결국 저한텐 '이창'이 최고라는 거. 그러합니다. 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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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프리 이 놈이 감히 어디서 튕기고 난리여!!! 라는 생각을 계속 계속 하게 됩니다. 왕비님이시어...)
+ '이창'이란 표현을 이 영화 말고 다른 데서 본 적이 아예 없었는데 역시나 일본식 단어였군요. 일본 개봉 제목을 그대로 갖다 썼대요.
++ '다이얼 M을 돌려라'랑 같은 해에 나온 영화입니다. 할배님 진짜 능력도 좋으셨지...
+++ 히치콕 할배는 아주 머얼리서, 작곡가의 집 방문객으로 슬쩍 등장하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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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나는 결백하다 (1955. 1시간 4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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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아래 자랑스럽게 엠블렘을 붙여 놓은 '비스타비전'이 큰 일을 하는 영화였습니다.)
- 한밤중에 유럽 동네 지붕 위를 쏘다니는 고양이의 모습과 "으악! 다 도둑 맞았어!!!" 라고 절규하는 사람들의 목소리가 교차 편집되는 괴이한 장면으로 시작합니다만. 나름 은유였네요. '도둑 고양이'라는 별명으로 악명을 떨쳤던 전직 보석 도둑 존 로비가 주인공이구요. 이후에 레지스탕스에 협력한 공적을 인정 받아 사면 받은 후 이제 손 씻고 산 속 별장에 짱박혀 산지 10년이 훌쩍 넘었는데 갑자기 주인공의 현역 시절 수법을 꼭 빼닮은 방식으로 활동하는 도둑이 나타나요. 경찰은 일단 로비 부터 잡고 보자고 쳐들어 오고. 로비는 일단 체포부터 피하자고 도주한 후에 진범을 잡으러 다닙니다. 나는 결백하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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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괴도 애옹이의 짜릿한 모험!! 같은 걸 기대하시면 좀 실망하기 쉽습니다.)
- 일단 이 영화에서 가장 눈에 들어오는 건 확 트이고 시원시원, 화려한 비주얼입니다. 갑자기 영화가 시대를 점프한 것 같은 느낌이 들 정도에요. 와이드 화면비에 화사한 컬러 화면으로 잡아낸 유럽 여기저기 휴양지와 고오급 호텔 모습들이 펼쳐지며 볼거리를 제공하는데 (제가 본) 이전 히치콕 영화들 중엔 이런 게 없었거든요.
그리고 이야기에 긴장감이 없어요. 전개도 정말 느슨하고, 우리의 주인공 로비는 그 어떤 상황에서도 느긋한 미소를 띄고 드립을 쳐 가며 여유롭게 행동합니다. 물론 늘 멋나게 빼 입은 정장 차림에 여자들에게 들이대는 스킬도 매우 훌륭하고. 흡사 이것은 007 영화가 아닌가... 싶을 정도인데 나중에 검색해 보니 정말로 케리 그란트가 제임스 본드 제안까지 받았다고 하더군요. ㅋㅋㅋ 나이가 너무 많아서 결국 무산되었다고는 하는데. 그런 문제만 아니었으면 초대 제임스 본드로 정말 손색이 없는 사람이었구나... 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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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 괴도지? 괴도 맞지?? 라며 들이대고 직접 난폭 운전으로 경찰 따돌려주는 천생연분 여자 친구와 명승지를 배경으로 치킨을 뜯습니다.)
- 이런 분위기에 맞게 주변 인물들도 거의 코믹합니다. 물론 빌런은 심각 진지하지만 빌런이 등장하질 않아요(...) 진짜 클라이막스에서, 그것도 그게 마무리될 때 쯤에야 짜잔~ 하고 모습을 드러내니 거의 안 나오는 거나 다름 없구요. 그때까지는 계속 즐겁고 코믹한 분위기. 주인공은 능글능글 여주인공은 사랑스럽고 나머지 인물들은 경찰이든 절도 피해자든 다 그냥 코믹 영화 속 캐릭터 느낌으로 하나도 안 진지하고 안 부담스러운 모습으로 일관합니다.
사실 엄밀히 말하면 주인공 로비의 활약도 마지막 직전까진 거의 없는 수준이면서 계속 유람 다니며 라 이건 범죄 스릴러라기 보단 케리 그란트와 그레이스 켈리의 밀당 연애질을 보여주는 게 첫 번째 목적인 로맨스물이 아닌가... 라는 생각을 진지하게 하게 되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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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켈리 엄마도, 뒤에 보이는 존 윌리엄스 배우님의 보험 회사원 캐릭터도, 그냥 모두모두 귀엽기만 합니다.)
- 그렇게 좀 싱겁지만 지루하지는 않고. 부담 다 내려 놓고 편안한 맘으로 즐길 수 있는 오락물이었습니다.
풍경도 좋고 배경도 의상도 예쁘고 스타들은 반짝반짝 빛이 나고 농담도 즐겁고 두 주인공의 귀염뽀짝 연애질도 즐겁구요.
뭐 특별하게 정색하고 따져볼만한 부분들은 별로 없어 보였지만 이 정도면 충분한 것 아니겠습니까. ㅋㅋ 이후 헐리웃의 가벼운 코믹 범죄물들의 원형이 대략 여기에서 나왔구나... 라고 생각하며 즐겁게 잘 봤습니다. 끄읕.
+ 그레이스 켈리의 마지막 히치콕 영화입니다. 이듬해에 '백조'와 '상류 사회'를 남기고 그 이후는 다들 아시는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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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비님 되실만 하죠...)
++ 히 영감님은 요렇게 나오시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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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리 그란트의 시선과 표정 때문에 유난히 웃기는 출연이었습니다. ㅋㅋㅋ
1954년은 정말 그레이스 켈리의 해였지요. [이창], [다이얼 M을 돌려라], [원한의 도곡리 다리], 그리고 [회상 속의 연인]로 그 해의 스타 배우로 입지를 굳혔고 마지막 영화로 오스카 여우주연상도 받았지요 (그 때 당시 각축적을 벌였던 [스타 탄생]의 주디 갈란드를 제치고 받아서 욕 좀 먹고 있지만요).
히치콕의 단골 촬영감독이었던 로버트 버크스는 [나는 결백하다]로 유일한 오스카 수상을 했지요. 참고로, 마지막 협연작인 [마니]가 나온 지 얼마 안 되어 불운한 화재 사고로 사모님과 함께 사망했습니다.
[회상 속의 연인]에서 주인공의 헌신적인 아내를 연기하기 위해 글래머 및 아우라 최대한 줄였지만 여왕님은 여전히 아름다우십니다.
그렇게 확 떠 놓고 갑작스레 모나코로 사라져 버렸으니 당시 팬들은 얼마나 황당했을꼬... 라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ㅋㅋ 결혼해서 커리어 중단되거나 약해지는 거야 요즘도 흔한 일이지만 왕비라뇨. 하하;
아뇨 안 이상합니다. ㅋㅋ 댓글 감사하구요.
오래 전부터 히치콕 영화들 몰아 보면서 그동안 못 본 것들도 챙겨 봐야지... 하다가 올 여름에야 시작했네요. 별 내용도 없는 얄팍한 글 좋게 읽어주시니 역시 감사할 뿐입니다!! 하하.
'이창'은 저도 재미있게 보았고 히 감독님 작품 중 좋아하는데 본지는 오래 되었네요. 재미와 의미가 잘 조화되어 그런지 tv에서도 자주 해줬던 거 같아요.
네 저도 티비로도 봤던 기억이 있습니다. 영화가 직접적으로 자극적인 걸 보여주는 게 거의 없어서 티비에서 틀어주기 좋았을지두요.
암튼 그렇게도 보고 또 VHS 테이프로도 봤고 DVD로도 봤고 이젠 VOD로도 보고... 좋아하는 영화가 맞긴 한가 봅니다. 하하.
잘 읽었습니다. 저도 이창을 좋아하지만 개인적으로는 새와 싸이코 쪽을 더 높이치긴 합니다. 그리고 이제 이창의 비공식 리메이크 '디스터비아'를 보시면 되겠군요 ㅎㅎㅎ :DAIN_
근데 희한하게 '새'는 또 vod로는 다른 안 유명한 영화들보다도 잘 없더라구요. 지니티비에도 원래 있었는데 이번에 몰아 보면서 검색해 보니 그새 사라져 버렸고...;
디스터비아는 결국 법정까지 가서 다투게 되었던 기억이 나네요. 결국 표절이 아니라고 판명이 났는데, 사실 '이창'부터가 코넬 울리치 소설과 저작권 시비를 벌이다 결국 돈을 지불하고 원작임을 인정했던 이력이 있는 작품이란 걸 생각하면 좀... 그렇기도 합니다. 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