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빙바낭] '절대 고요를 찾는 남데브 아저씨' 잡담입니다
- 2018년작입니다. 런닝 타임은 1시간 24분. 스포일러는 마지막에 흰 글자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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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 국제 영화제 덕에 한국에 수입 되었고, 덕택에 이렇게 vod 서비스도 되고 있지요. 영화제 만세!)
- 인도에서 가장 큰 도시 뭄바이. 남데브 아저씨는 대략 50대 정도 되어 보이는 운전 기사입니다. 아내, 딸과 함께 살구요. 근데 사람이 거의 말이 없고 늘 언제나 화나고 삐진 표정을 하고 있어요. 영화 제목을 봐도 그렇고 초반부 연출을 봐도 그렇고 아마 뭄바이의 시끌벅적한 분위기에 지친 모양인데 집구석에 들어 와도 아내의 잔소리와 딸의 수다 때문에 영화의 사운드는 잠시도 비질 않습니다.
그러다 결국 결단을 내린 우리의 남데브 아저씨. 그동안 몰래 야금야금 모아 꽤 큰 액수가 된 비상금을 아내에게 쾌척하며 기특한 딸래미가 스크랩 해 준 '세상에서 가장 고요한 장소 다섯 곳'이라는 기사를 품에 간직한 채 홀연히 길을 떠납니다. 과연 남데브씨는 절대 고요를 찾고 마음의 평화를 찾을 수 있을 것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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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의 주인공 '남데브 바우' 아저씨 되겠습니다. 그냥 들리기로는 성과 이름을 붙여서 '남데바우'처럼 발음하더군요.)
- 제목이 워낙 특이해서 국내에서 상영할 당시 어느 기사에서 접한 제목이 단번에 꽂혔었죠. 그래서 기억만 하고 있다가 얼마 전에 티빙에 올라온 걸 보고 찜 해두고. 그래서 봤습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예상보다(?) 재밌게 봤어요.
기본적인 장르는 코미디입니다. 사바 세상에 물려서 신비로운 인도의 대자연을 누비며 무려 '절대 고요'를 찾아다니는 사람의 이야기지만 흔히 말하는 '구도자' 이야기라든가. 무슨 도 닦고 명상하는 느낌 같은 건 전혀 없어요. 왜냐면 우리 남데브 아저씨가 그렇게 사고가 복잡하고 우월하신 분이 전혀 아니기 때문이죠. 오히려 인간의 탈을 쓴 물소 같은 느낌이랄까... ㅋㅋㅋ 그저 '나는. 간다. 고요한 곳으로!' 라는 생각 하나로 뚱한 표정을 하고서는 주변 사람들이랑 말도 섞지 않으면서 특유의 어기적 어기적 걸음걸이로 갑니다. 계속 갑니다. 마구 가구요. 그냥 쭉 쭉 가요. 하지만 자꾸만 주변 상황이, 사람들이 남데브씨를 가만 두지 않고 남데브씨는 계속 뚱... 하게 있다가 절망을 해요. 하지만 잠깐 버럭! 하고선 또 곧바로 다음 장소를 향하고... 이런 식의 이야기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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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의 대략 90% 이상을 저 표정 하나로 소화해 내는 뚝심의 연기자! 찾아보니 본명도 '남데브'더군요. ㅋㅋ)
- 약간 20세기 전설의 영화 중 하나였던 '내 친구의 집은 어디인가' 생각도 나고 그랬습니다만. 처음만 조금 그렇고 조금 보다 보면 '아 이건 코미디구나'라는 생각이 들면서 그 생각은 사라져요. 느긋하기 그지 없는 호흡에 원경으로 자연 풍광 잡아 내고, 그 안에서 조그만 점 같은 느낌으로 남데브씨가 영차영차 걸어가고. 대사는 거의 없고... 라는 식의 장면이 전체의 절반을 차지할 지경이니 뭔가 시각적으로는 분명히 아트하우스 스타일인데. 계속해서 깨알 같은 개그 포인트나 남데브 아저씨의 귀여움을 자랑하는 장면들이 들어가기 때문에 그렇게 느리단 생각은 안 들고 재미도 있구요.
특히나 중반 이후로 남데브의 여행길에 합류하는 동료(?)가 등장하면서 이 슴슴하던 드라마는 그냥 드라마(?)가 됩니다. 동기도 목적도 짐작하기 힘든 요 캐릭터는 그냥 봐도 귀엽고 남데브 아저씨랑 화학 작용도 기가 막혀서 덕분에 이야기가 빈틈 없이 재밌어지는데요. 이 때부터가 사람마다 조금 호오가 갈리겠다... 싶은 느낌이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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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문제의 초딩 녀석... 입니다만.)
- 그러니까 '절대 고요를 찾겠다!' 라던 남데브 아저씨의 이야기가 이 캐릭터 때문에 방향을 틀게 되거든요. 그리고 그렇게 틀어진 방향이 영화가 진짜로 의도한 목적지인 겁니다. 그래서 살짝 속았다는 기분도 들고. 또 이때까지 유지해 온 이 영화의 극단적인 단순 명쾌함이 좀 약해지면서 '만들어진 이야기' 느낌이 다소 들어갑니다. 참 좋은 이야기를 하는 건 변함 없는데, 심지어 이런 방향 전환 덕에 기대치 못했던 강한 드라마를 체험하게 되기도 하는데... 그래도 역시 좀 속은 듯한 기분이. ㅋㅋㅋ
하지만 뭐 크게 나쁘다 싶을 정도는 아니었구요. 방금 적은 대로 이렇게 튀어 나오는 새로운 드라마는 충분히 이입해서 감동할만하게 잘 짜여졌고. 또 이 드라마를 거쳐 마지막 장면을 보고 나면 아. 그게 이렇게 연결되는구나. 주제가 바뀐 것까진 아니었네... 라는 생각을 하면서 대략 흡족하게 마무리하게 돼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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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그림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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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아하시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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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 배부르게 구경하실 수 있습니다.)
- 혹시나... 해서 확인해 보니 역시나 우리 남데브 아저씨는 연기 경력이 없는 실제 뭄바이의 택시 운전사셨다고 하더라구요.
그래서 이 분은 끝까지 특별한 테크닉이 필요한 연기는 안 하십니다만. 그래도 정말 완벽하다 싶을 정도로 남데브스럽습니다. 독특하고 개성 넘치면서 뭣보다 지켜보기에 재미가 있어요. 적절한 각본과 연기 지도 덕에 마지막엔 감동까지 충분히 자아내 주고요.
이런 남데브 아저씨를 통해 현대인의 삶에 대해, 뭣보다도 세상과의 소통에 대해 이야기하는 귀여운 동화 같은 작품입니다. 귀엽다지만 마지막엔 콕 찌르는 부분도 하나 있고. 상당히 만족스럽게 잘 봤습니다. 그냥 평소 주로 보는 거랑 좀 다른 맛의 착하고 좋은 이야기 하나 보고픈 분들께 추천해드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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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쨌든 재미도 있고 감동도 있었다는 거!!)
+ 스포일러 구간입니다.
그래서 남데브 아저씨는 여기저기 열심히 다닙니다. 근데 조금이라도 고요를 즐길만 하다 싶으면 자꾸만 자기에게 다가와 주절주절하는 사람들을 만나서 만족을 못해요. 기껏 좋은 곳 찾아내서 하루 노숙까지 해가며 좋아했더니만 다음 날 아침에 '여기 진짜 조용해서 좋죠? 저도 여기서 살아 보려구요'라며 뚝딱뚝딱 집을 짓는 놈을 만나질 않나. 그나마 좀 조용하다 싶었더니 밤새 곤충이랑 동물들 소리 때문에 좌절하질 않나...
그렇게 두어 군데를 실패한 후 다음 목적지로 가는 길에 갑자기 초딩 남자애 하나가 달라 붙습니다. 저엉말 잠시도 쉬지 않고 입을 놀리는 이 초딩은 남데브의 어디가 맘에 들었는지 정말 찰싹 달라 붙어서, 저리 꺼지라며 화를 내고, 빨리 걷고, 심지어 구타까지 '시도' 하는 남데브를 졸졸졸졸 따라다니며 떨어질 줄을 모르는데요. 특히 남데브의 다음 목적지를 알고난 후엔 그 근처가 자기 목적지라며 더 적극적으로 달라 붙죠. 그러다 함께 노숙하던 중에 요 초딩이 내미는 컵라면의 유혹에 못 이겨 남데브도 아이와 짤막하게나마 대화를 하기 시작하는데. 이야길 들어 보니 더 괴상한 아입니다. 엄마 아빠가 '게임'을 좋아한대요. 그러니까 일상에 어떤 조건 같은 걸 걸고 임무 수행을 시켜서 성공하냐, 못하냐를 다루는 건데 이번엔 부모 없이 그 의문의 목적지 '붉은 궁전'을 찾아가는 게임을 하는 중이라는 거죠. 그리고 그 조건 중에 '너를 그 곳까지 데려다 줄 믿음직한 어른을 만나라'라는 게 있었고. 얘는 그걸 남데브로 선택했던 거에요. 뭐 어쨌든 우리 남데브씨는 그냥 웃기는 놈일세... 그러면서 제 갈 길 가고. 다만 남자애를 떼어내려는 노력은 그만 둡니다.
그러다 결국 최종 목적지에 도착은 했는데. 뭐 애초에 신문에 실린 장소 아니었겠습니까. ㅋㅋ '세상에서 가장 조용한 곳'이라는 팻말 옆에 단체 캠프를 온 초딩들과 그 인솔자들이 와구와구 떠들며 집단으로 무슨 놀이를 하고 있고 난리가 났어요. 완전히 좌절해 버린 남데브씨는 딸이 스크랩해줬던 그 기사를 찢어서 던져 버리고 버럭버럭 화를 내며 혼자 걸어가 버리는데. 이 초딩이 한참 앉아서 뭘 하다가 남데브를 쫓아와서 슥 내미는 것이... 투명 아크릴판을 풍경에 들이대며 그린 그림에 '완전 조용한 곳'이라 적어 놓은 귀여운 물건입니다. 아저씨가 원하는 조용한 곳이라며 위로를 하고. 다시 자길 데려다 달라고 부탁을 해요. 그리고 이런 귀여운 짓에 마음이 흔들린 남데브는, 어차피 망해 버린 여행이고 하니 걍 애를 데려다 주기로 결정하구요.
그래서 또 끝없이 조잘거리는 남자애를 데리고 걷고 또 걸어서 목적지 근방에 도착하고. 또 하룻밤 노숙을 한 후에 일찍 일어나서 혼자 근처 식당에 가서 밥을 먹는데... (적는 걸 깜빡했는데 이 아저씨 엄청 쪼잔합니다. 자기만 먹을 게 있으면 늘 남자애한테 등 돌리고 혼자 먹어요. ㅋㅋㅋ) 거기에 티비가 있고 뉴스가 나오는 거죠. 뭄바이에서 일어난 명예 살인. 하층 계급 남자와 도망가서 결혼한 여자의 가족들이 기어이 그들을 찾아내서 목을 졸라 죽였고. 그들이 키우던 열 두 살짜리 아들은 보이지 않는데 아마도 살해된 걸로 추정된다...
소년에게 돌아온 남데브는 '너 이 게임을 정말 엄마 아빠가 시킨 거 맞아?'라고 묻고요. 소년은 뭐 그런 당연한 걸 묻느냐는 듯이 대답합니다. "아니 학교 다녀오니 집에 둘이서 진짜 죽은 척 하면서 바닥에 누워 있더라구요. 하지만 엄마가 오래 전부터 혹시 이런 상황이 되면 게임이 시작되었단 신호이니 바로 침대 아래 숨겨둔 가방을 꺼내서 그 안에 적혀 있는 설명대로 게임을 플레이 해라. 이걸 다 완료하면 우릴 다시 만날 수 있을 거다. 라고 가르쳐줬기 때문에 저는 곧바로 게임을 시작해서 여기까지 온 거에요."
영화가 시작되고 처음으로 격한 감정이 어린 표정을 짓는 남데브입니다만. 그럼 대체 붉은 궁전은 뭔가... 하는 마음에 소년을 데리고 그 곳에 도착을 해 보니 그건 바로 사찰이었습니다. 지붕이 붉은 색. 그 곳에서 만나라고 되어 있는 붉은 옷의 왕은 당연히 승려겠구요. 그러니까 뭄바이에서 아주 멀리 떨어진, 외딴 곳에 있는 큰 사찰에 가서 승려의 삶을 살아라... 라는 게 혹시라도 자기들이 살해당했을 때 자식을 살릴 유일한 방법이었던 겁니다. '붉은 왕'에게 전해 주라는 편지에 이런 사연도 적어 놓았구요.
사원 앞에서 남데브는 한참을 고민합니다. 그러다 소년에게 '나랑 같이 가서 살지 않을래?'라는 제안까지 하지만 순진한 소년은 제안은 고맙지만 이제 곧 엄마 아빠 만나니까 괜찮아요. 라고 거절하구요. 그래도 한참을 고민하던 남데브는... 결국 설명을 포기하고 소년을 꼭 안아 줘요. 소년도 말 없이 남데브를 꼭 안아 주고. 그렇게 둘은 헤어집니다.
곧 눈물이 터질 것 같은 표정으로 터덜터덜 홀로 산을 내려오는 남데브의 모습. 그리고 '미션 수행'으로 사찰에서 머리를 자르고 있는 소년의 모습이 번갈아 보여지구요. 내려오던 곳의 식당에 들러 멍하니 한참 앉아 있던 남데브는 무슨 잔치가 있는지 흥겨운 음악과 함께 행진하는 행렬를 발견합니다. 이전까지 고요만을 원하던 남데브는 길가로 나와 행렬을 물끄러미 바라보다가 자길 이끄는 사람들을 따라 행렬에 합류해요. 함께 걷고, 그러다 춤까지 추는 남데브의 뭔지 모르겠지만 암튼 한층 편안해진 표정을 보여주고. 잠시 후 영화의 시작처럼, 어딘가에 서 있는 문짝을 열고 들어와서 밝은 표정으로 걸어 프레임 밖으로 떠나가는 남데브의 모습을 보여주고는 엔딩입니다.
잘 읽었습니다. 솔직히 아직 안 본 영화입니다만, Btv+에 올라와 있더군요. 지금 진행 중인 일이 끝나면 보기는 해야 겠다고 생각했습니다. 언제나처럼 부지런한 영화 소개글에 감사드립니다. :DAIN_
요즘 보면 iptv들도 '다양성 영화' 라고 카테고리 만들어서 이런 영화들 적지 않게 올려 놓더라구요. 어차피 들여 놓는 가격도 저렴할 거고 소수 유저들이나마 꾸준히 봐 줄 테니 큰 손해는 안 보고 소소한 윈윈일 것 같기도 하구요. ㅋㅋ 언제나 뻘글에 좋은 말씀 감사합니다!
최근에 본 인도 영화인 '우리가 빛이라 상상하는 모든 것'에서도 뭄바이 배경이 꽤 중요한 요소로 등장하는데요. 이건 뭐 사람이 터져나게 많은 도시이고, 노숙자/빈민들이 길거리에서 생활하고 부대끼는게 정말 숨막히는 느낌이 있습니다. 이 영화도 중반 이후에 갑자기 시골로 배경을 바꾸는데요. 뭄바이와 대조되는 해안 마을에서 주인공들이 극적인 순간을 마주하는게 아주 감동적이어서 인도 영화를 다시 보게 되었습니다. 춤과 노래, 로맨스와 액션이 주도하는 발리우드 스테레오 타입으로 한계 짓기에는 인도 영화도 범위가 넓은 듯 합니다.
안 그래도 iptv에 그 영화가 보이길래 찜은 해놨습니다만. 말씀대로라면 그것도 아주 좋을 것 같아 기대가 되네요!
요즘엔 발리우드 벗어난 인도 영화들도 많이 보이더라구요. 소재도 다양해지고 쏟아내는 작품 수도 많아서 잘 뒤져보면 수작들도 많을 텐데 그럴 부지런함까진... ㅋㅋ 한동안 넷플릭스로 많이 보긴 했는데 그건 넷플릭스라서 그런지(?) 타율이 좀 낮았어요.
오 웨이브에도 있어요. 잘 보겠습니다. 인도 영화는 '할머니' 이후로 다시 보게 된 거 같습니다.
엄청 큰 기대만 하지 않으면 적당히 소소하게 즐겁고, 소소하게 감동적인 소소한 이야기였습니다. 재밌게 보시길 빌구요!
'할머니' 참 인상적이었죠. 찾아보니 제가 옛날에 적었던 글이 있네요.
http://www.djuna.kr/xe/board/13931351
많이들 보셨으면 하는 영화인데 아직도 넷플릭스에 있는지는 모르겠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