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od바낭] 나름 전설이라면 전설. '크로우' 잡담입니다
- 1994년작이니 이것도 30년이 넘었... (쿨럭;) 런닝 타임은 1시간 42분. 스포일러는 마지막에 흰 글자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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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랜든 리의 이름에서 맨 앞의 BRAN을 빼면 마동석이 됩니...)
- 사랑스런 연인 셀리와 동거하며 약혼까지 해놓은 상태였던 동네 락가수 에릭. 어느 날 느닷 없이 들이 닥친 동네 갱들에게 셀리가 성폭행 당하고, 저항하던 본인도 살해 당합니다. 셀리도 병원 실려가던 중에 사망했으니 그냥 둘 다 죽은 거죠. 그런데 1년 후 영문을 알 수 없게 되살아나서 무덤을 파고 나온 에릭은 대충 상황을 파악한 후 곧바로 지난 1년 간의 소원, 피의 복수를 시작합니다. 라는 심플한 설정으로 시작하는 이야기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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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릭은 자유의 몸이에요! 이제부터 복수를 시작할 거에요!!!)
- 이야기가 저엉말로 심플합니다. 진짜로 저게 거의 다에요. 억울하게 살해당한 남자가 살아나 복수를 감행한다. 여기에 주인공 편에 서는 경찰 하나, 동네 아이 하나가 있긴 하죠. 주인공을 따라 다니는 까마귀가 사실 힘을 주는 원천인 동시에 약점이라는 설정도 있고. 또 악당 보스가 이래저래 사악하게 폼 잡는 모습들이 많이 나오긴 합니다. 하지만 곁가지는 어디까지나 곁가지일 뿐이고 이야기는 단순 명쾌. 그래서 영화도 거의 머뭇거리는 틈 없이 직진이에요. 복수하고, 누군가와 잠시 대화 나누고, 복수하고, 또 누군가와 대화 좀 나누고, 또 복수하고... 그래서 참 심플하니 좋고 빨라서 좋고 강렬해서 좋습니다.
게다가 그 '곁가지'들이 분량 대비 상당히 효율적이에요. 이렇게 복수를 해나가는 와중에 동네 소녀의 집안 사정과 얽힌 서브 플롯이 전개되지만 옆길로 새는 일 없이 그 복수 행진 속에서 완벽하게 소화되구요. 주인공의 정체를 알아내려는 경찰의 수사도, 상황을 파악하고 주인공을 해치우려는 악당들의 리액션도 모두 딱 중간중간 곁들임 정도로 깔끔하게 커버가 됩니다. 그러니 단순하고 특별할 것 없는 이야기일지언정 상당히 경제적으로 잘 쓴 각본이라고 칭찬해 줄 수 있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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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크로우=에릭의 이 얼굴은 원래 이렇게 부활한 게 아니라 부활한 후 정성껏 셀프 메이크업을 한 결과물이라는 거... ㅋㅋㅋ)
- 이소룡의 아들! 브랜든 리!! 라고 홍보해서 당시 관객들을 기대 시킨 것에 비해 주인공 크로우의 액션은 그다지 무술스럽지는 않아요. 조금씩 들어가는 무술스런 장면들은 그렇게 과시적인 느낌 없이 심플하게 넘어가고. 또 가끔 나오는 화려한 장면들은 와이어도 쓰고 특수 효과도 쓰고 해서 여러모로 이소룡 느낌과는 거리가 멉니다. 게다가 어차피 주인공이 총 맞고 칼에 베여도 금방 회복해서 달려드는 불사신이니 긴장감 같은 것도 잘 안 생기구요.
하지만 어쨌거나 폼이 나고 보기가 좋습니다. 감독이 그 알렉스 프로야스 아니겠습니까. ㅋㅋ 전성기를 그렇게 오래 유지한 경우는 못 되지만 리즈 시절의 임팩트 하나는 확실했던 분이고. 이 영화에도 그런 프로야스의 '나는야 스타일리스트!' 느낌이 낭낭하게 살아 있습니다. 이제와서 다시 보니 '매트릭스'에 끼친 영향도 선명하게 막 보이고. 여러모로 앞서갔던 분이구나... 싶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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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색감이 이상하죠. 근데 영화에 원래 이런 색감이 자주 나와요. Mtv의 시대란... ㅋㅋ)
- 당연히 배트맨 생각도 참 많이 납니다. 영문을 알 수 없게 범죄 조직에게 완전히 장악된, 선인이란 게 거의 존재하지 않는 듯한 지옥 같은 동네 풍경은 영락 없이 고담 시티의 가난한 구역 보는 느낌이구요. 주인공 크로우는 뭐... 하는 짓은 돈 없어 몸으로 때우는 배트맨에 비주얼은 조커 아닙니까. ㅋㅋ 이렇게 적어 놓으니 뭔가 분열적인 느낌이지만 그것까지도 이 캐릭터의 매력 포인트니까요.
그런데 또 보다 보면 그렇게까지 닮았단 생각은 안 드는 것도 좋습니다. 우리 크로우님의 과한 메이크업과 가죽 패션은 '락스타'라는 컨셉에 맞춘 것이고. 액션을 할 때나 광기 어린 표정을 지을 때나 '레퍼런스는 락스타'라는 느낌이 확실히 들어서 배트맨과도, 조커와도 차별화 되는 느낌이 확실히 있어요. 애초에 '그 조커'가 나오기 한참 전의 영화이기도 하구요. 그리고 이런 라커스러움이 크로우가 펼치는 액션 장면들에 확실히 묻어 있어서 액션씬들도 나름 개성이 느껴지구요. 뭣보다 크로우라는 캐릭터는 배트맨 같은 변태 느낌(...)이 없는 굉장한 로맨티스트거든요. 그래서 시각적으론 비슷해도 느낌은 확실히 달라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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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히 훌륭하진 않아도 자기들 맡은 역할은 확실히 하는 빌런님들. 담당 배우도 좌측 안경은 토니 토드, 우측 동양 여성은 바이 링이고 그렇습니다.)
- 참 의외였던 점 하나. 영화를 다 보고 나면 알렉스 프로야스의 그 화려한, 지금 봐도 촌스러움을 별로 느낄 수 없는 (아예 없진 않습니다. 초반에 나오는 요란한 락음악과 함께하는 정신 없는 편집들이라든가... ㅋㅋ) 볼거리들보다도 확실하게 뇌리에 새겨지는 것이... 브랜든 리의 비주얼과 연기였어요.
이게 참 근사합니다. 비록 거의 런닝 타임 내내 극단적인 메이크업을 떡칠하고 나오긴 하지만 그 메이크업이 잘 소화가 되어서 아빠보다 훨씬 잘 생겨 보이구요. 또 아빠와는 다른, 뭔가 섬세한 내면 같은 게 느껴지는 마스크와 표정 연기 덕에 크로우 캐릭터의 낭만적인 면이 잘 살아나요. 그래서 먼저 적었던 그 단순 무식하기 짝이 없는 이야기 전개에도 불구하고 보다 보면 감정적으로 설득되는 느낌이 있고. 정말 로맨틱 그 자체인 마지막 장면도 확 살아나구요.
또 아빠만큼의 고난이도 액션을 100% 스스로 소화하고... 그런 건 아니지만 그래도 액션씬에서 이 양반이 보여주는 몸짓들은 상당히 우아하고 근사한 느낌으로 보기가 좋습니다. 영화를 다 보고 나니 진심으로 아쉬워지더라구요. 이 분이 그 사고 없이 무사히 영화 다 찍고 개봉해서 성공했더라면. 이후에 헐리웃의 동양계 배우로서 뭔가 선구자적인 행보를 보여줄 수도 있지 않았을까. 스타로서의 자질을 충분히 갖춘 분이었는데 말입니다. 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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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고 보면 최후의 센티멘털 로맨티스트였던 크로우님. 그리고 유망한, 좋은 배우였던 브랜든 리... 아쉽습니다.)
- 암튼 그래서 의외로(?) 기대보다 훨씬 만족스럽게 본 영화였습니다. 부자간의 대를 이어 받은 드라마틱하기 짝이 없는 비극이 아니었어도 충분히 성공했을 영화였고, 꽤 오래 기억될만한 작품이었어요. 감독의 출세작으로든, 주연 배우의 히트작으로든 말이죠.
흥행도 꽤 크게 성공해서 이후로 줄줄이 속편들이 제작되었지만 뭐. 당연히 그 감독도 이 배우도 없는 속편들이었던지라 존재감을 남긴 작품은 없었죠. 후배 크로우들이 나름 뱅상 페레에 에드워드 펄롱, 작년엔 빌 스카스가드까지 출동했지만 음... 뭐 그랬구요.
혹시 아직 요 1번 타자를 안 보신 분이 계시다면 지금이라도 한 번 보셔도 괜찮겠다 싶습니다만. 아쉽게도 제가 볼 땐 넷플릭스에 있었는데 어느샌가 내려가 버려서 이제 OTT들 중에는 서비스하는 곳이 없네요. 하하; 하지만 저라도 내려가기 전에 봐 둬서 다행이다... 라는 약올림(?)으로 오늘의 뻘글은 끝입니다.
+ 이 영화에서 브랜든 리의 스턴트 더블이자, 사후에 대역을 맡으셨던 분이 나중에 먼 훗날 영화 감독이 되어서 만든 작품이 '존 윅'이라죠.
++ 스포일러 구간은 졸려서 매우 간단하게.
애초에 크로우, 그러니까 에릭과 그 애인 셀리를 죽인 놈들이 그다지 대단한 놈들이 아니었습니다. 낡은 건물에 세들어 살다가 건물주가 세입자들을 무턱대고 쫓아내고 재개발을 하겠다니 요 커플이 항의 시위를 벌이고. 이 놈들에게 쓴 맛을 보여주겠다며 갱단 보스님께서 막나가는 똘마니 몇 명 보낸 거였는데... 그래서 에릭의 복수도 딱 요 똘마니들 한정으로 벌어집니다. 그리고 그 중엔 둘을 잘 따르던 동네 소녀의 엄마를 마약으로 길들여 폐인 생활 시키던 놈도 하나 있어서 복수의 와중에 요 엄마를 정신 차리게 만들고. 그래서 소녀의 삶이 조금은 훈훈해지는 효과도 따라오고 그래요. 그동안 크로우의 정체를 추적하던 이 동네 유일한 정의의 경찰관님도 등장하지만 클라이막스 전까진 딱히 크게 하는 일은 없구요.
암튼 그래서 똘마니들을 다 해치우고 이제 크로우가 할 일 다 했나... 하는 찰나에 갱단 보스님께서 자기 구역을 아작내며 부하들을 죽여 나가는 크로우를 혼내 주겠다며 크로우의 약점인 동네 소녀를 납치해가요. 그러고서 크로우를 불러내는데. 이때 크로우의 약점이 까마귀라는 걸 눈치 챈 악당들이 까마귀를 죽여 버리고. 무한 체력 리필과 부활 서비스가 사라진 크로우는 부상을 입고 고생을 하다 결국 정의의 경찰관님에게 도움을 받으며 간신히 싸워나갑니다.
하지만 그나마도 이미 적립된 부상으로 인한 한계와 최종 보스님의 남다른 전투력 앞에서 무너져 내리고. 교회당 꼭대기에서 죽으려는 찰나에 보스님의 머리통을 부여잡고 갑작스런 필살기, 상대방에게 자신의 한과 고통 주입하기를 시전하고 그 엄청난 고통 앞에 보스님은 혼절해서 옥상에서 떨어져 죽습니다.
그래서 이제 복수도 다 하고 소녀도 구한 크로우, 에릭은 다 이루었다... 는 표정으로 자기가 파고 나왔던 무덤으로 돌아가구요. 거기에서 셀리의 묘비 앞에 쓰러지는 순간 셀리의 영혼이 나타나 죽어가는 크로우와 입을 맞춰요. 잠시 후 동네 소녀가 에릭을 찾아 왔을 때 두 사람은 이미 사라진 후였고. 안타까워하는 소녀의 표정, 그리고 배경이 된 도시 하늘을 날아가는 까마귀의 모습으로 엔딩입니다.

크로우 보면서, KISS의 이미지가 뇌리에 연상되었습니다. 서양 악마성의 패턴이 있겠죠?
서양에서 저런 컨셉 잡던 밴드들 메이크업, 스타일링에 비슷한 연관성이 있긴 한데, 또 어떤 팀들은 일본 전통극 분장 느낌이 더 강하기도 하구요. 알쏭달쏭합니다. ㅋㅋ
이 작품이랑 '다크 시티'도 그렇고 다크한 무드 연출에 일가견이 있는 감독이셨던 것 같아요. '아이 로봇'도 그럭저럭 재밌게 봤었는데 가장 최근작이었던 '갓 오브 이집트' 대차게 말아먹으시고 커리어가 끊긴 것 같던데;;
자세히 찾아보니 그 총기사고가 난 씬이 원래 각본에도 없고 그닥 필요하지도 않은 걸 추가로 촬영하다가 일어난 일이라고 해서 더 비극적이고 안타깝더군요. 상대 배우분도 참 오랫동안 죄책감에 시달리셨다고... 당시 할리우드에서 동양계 배우가 맡을 수 있는 역할들의 한계를 생각하면 향후 커리어가 쉽지는 않았겠지만 막 희망차게 시작하려던 인생과 커리어가 이렇게 끝나버린 건 생각할수록 아쉽습니다.
메인 빌런 배우님은 조던 필의 '놉'에서 포스 쩌는 촬영감독님으로 나오셨을때 반가웠었죠. 바이 링은 은근 당시 전형적인 이국적인 섹시함을 풍기는 동양녀 역할로 자주 봤던 것 같은데 어느샌가 안보이시더군요.
맞아요 다크하면서도 기괴하고 화려한 비주얼 연출에 강하셨죠. '다크 시티' 막판의 결전 장면처럼 (당시 기준) 좀 황당하다 싶을 정도로 막 나가는 것도 잘 하셨고... 대체로 멀쩡하고 평범한 이야기들 중엔 호평 받은 게 별로 없었던 걸로 기억합니다.
게다가 그렇게 세상을 떠난 방식이 아버지의 유작 및 사망 원인 등과 닮은 구석이 워낙 많아서 이게 무슨 영화 스토리도 아니고... 라는 생각을 했던 기억이 있어요. 영화 평가까지 좋아서 더 아쉬웠구요. 모 유명 평론가 양반께선 '아빠가 찍은 영화들보다 훨씬 좋은 작품이었다'라고까지 평했더군요.
아 그 분이 그 분이었군요. 전혀 몰랐구요. ㅋㅋㅋ 바이 링은 미국에서 찍은 영화들, 역할들이 딱 그 시절 헐리웃 영화에서 동양인 여배우에게 줄 법한 것들 뿐이어서 잘 나갔지만 잘 나갔다고 말하기 뭐한... 그런 경력이었죠. 그래도 어쨌거나 지금껏 살아 남아서 계속 작품 활동 하고 계시니 성공하신 걸로... ㅋㅋ
대여점 비디오로 잘 봤던 작품이군요. 단순명료한 스토리와 분위기가 좋았고 심지어 뱅상 페레가 나오는 2편도 괜찮게 보았습니다. 새로 리메이크를 한대서 출연진을 보고 기대가 컸는데, 평을 보니 원작의 간단해서 잘 먹히던 설정에 복잡한 이야기를 넣어서 망쳤다는 것 같네요. 원작을 뛰어넘는 리메이크는 생각보다 어려워요.
2편까지는 그래도 볼만했다! 는 분들도 많더라구요. 3편부턴 거의 일괄로 악평이 시작되지만(...) 리메이크는 정말 출연진, 특히 주연 배우님을 보면 대충 만들어도 볼만할 것 같았는데 본 사람들 평이 하도 험악해서 감상을 포기했습니다. ㅋㅋ 아마도 요즘 세상에 원작만큼 단순 우직하게 밀고 나가기도 쉽지 않았을 것 같고. 또 딱 재능 폭발 모드 시작 시점이었던 알렉스 프로야스의 연출력 따라가기도 쉽지 않을 것 같고... 그렇네요.
저도 학생 시절 비디오방에서 봤던 영화로군요. 어렸을 때엔 이소룡이나 그 아들을 특별히 좋아하거나 관심이 없어서 그냥 불운한 사람의 마지막 영화라는 느낌으로 봤는데, 덕분에 좀 더 상징적이고 예언적인 내용이 된게 아닌가 싶어졌던 기억이 있군요. 다시 볼 생각은 안들지만 추석이나 여유가 생기면 한번 또 찾아 틀어 볼까 싶어지기도 합니다 허허허 :DAIN_
죽은 사람이 살아 돌아와 복수하는 내용의 영화를 찍던 배우가 죽었고. 또 그 사람의 아빠도 촬영 중에 죽었고. 아들이 죽은 사연이 아빠가 남긴 영화에 비슷하게 나온 적이 있고... 등등의 주변 상황들이 이 영화에 거의 주술적인 느낌을 불어 넣었죠. 뭐 당시엔 '컴퓨터 그래픽으로 죽은 배우를 대체했다!'라는 엄청난 과장 홍보도 한 몫 했던 것 같구요. 그래도 다 떠나서 볼만하게 잘 뽑은 장르물이었습니다. 일부러 찾아볼 정도까진 아닐 수도 있겠지만요. 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