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문의 발신자: 고등학교 캣피싱 사건' 충격과 공포다 그지 ㄲ...


넷플이 공식화해서 무한히 뽑아먹고 있는 대표적인 장르 하나가 바로 이 실화 범죄 다큐일텐데요.


진짜 추천할만하다 싶은 완성도를 갖춘 작품은 손에 꼽을 정도지만 우리가 살고있는 이 세상은 쉴새없이 충격적인 사건들이 터지기 때문에 좋은 소재 하나 골라잡아서 관련인들 인터뷰에 의미심장한 배경음 깔아서 적당히 잘 편집하면 '아니 세상에 이런일이...' 하면서 적당히 시간 떼우기 좋은 컨텐츠가 뚝딱 만들어지죠.


저는 개인적으로 정말 시선을 확 끌만한 내용이 아니면 이런 장르는 그렇게 즐겨보진 않는 편이고 이것도 포스터만 보고 그냥 지나쳤었는데 최근 해외 소셜 미디어 상에서 상당히 화제가 되고 있다길래 급 호기심이 생겨서 감상했습니다.



동네 주민, 학부모, 학생들이 웬만하면 다 아는 얼굴들인 미국의 작은 시골 마을에서 생긴 사건인데요. 어린시절부터 친구로 지내다가 자연스레 연인사이로 발전한 이 동네에서는 제법 선망의 대상으로 꼽히는 로린과 오언이라는 선남선녀 커플이 있었는데 어느날 갑자기 익명의 발신번호로 둘의 사이를 음해하는 문자 메시지가 오기 시작합니다.


로린에게 각종 외모비하에 인신공격을 일삼으며 나가 죽으라고 하면서 오언은 사실 나를 사랑하고 자기가 차지할 것이라는 내용이 대부분이었는데 이게 몇번 정도에 그쳤다면 모를까 점점 빈도가 잦아지더니 하루에 수십, 수백건 이상이 날라오는 지경이 됩니다. 익명 번호를 무한생성하는 앱을 사용했기에 번호차단은 소용이 없었고 무엇보다 이 커플의 친한 친구, 가족 등의 측근들만 알 수 있는 정보들을 알고있는 사람이라는 티가 났기 때문에 피할 방법이 거의 없다시피 한 상황이었다네요. 전화를 걸면 끊어버리고 바로 또 문자가 오구요.


결국 그 작고 좁은 동네에서 몇몇 유력 용의자들이 정식 수사선상에까지 오르게 되고 서로 의심하는 등 사이까지 멀어지고 로린, 오언은 물론 주변을 포함 마을 사람들 거의 모두의 심신이 피폐해지게 됩니다. 학교 측과 마을 보안관 선에서는 도저히 해결이 안되는 수준이었고 결국 연방 수사관까지 엮이게 되는데...



다행히 계속 고구마만 먹는 걸로 끝나지는 않고 결국 범인이 밝혀지긴 했습니다. 그런데 그 범인의 정체가 워낙 충격과 공포였기 때문에 완성도 자체가 특별난 것은 없는 이 다큐가 최근 그렇게 언급이 되고 당시 뉴스들까지 파묘되고 있더군요. 요즘 사회문제의 많은 지분을 차지하고 있는 SNS와 아주 직접적으로 연관이 있지는 않지만 무언가가 아주 많이 결핍되고 비뚤어진 사람이 이렇게까지 심하게 이런 일을 벌일 수가 있었다는 점에서 일맥상통하는 면이 있고 충격과 더불어 탄식을 자아내게 하는 사건의 진상이었다고 할 수 있겠네요.


총 90여분의 러닝타임에서 50분 정도에 범인의 정체가 나오고 이후는 후폭풍을 다루고 있는데 가해자에게 너무 길게 마이크를 대주고 서사를 만들어줬다는 평들이 간간히 보이는데 저는 오히려 제작진이 이 사람이 자기 합리화, 변명하는 모습을 자세하게 보여줌으로써 더 바닥까지 보여주려했다는 의도로 받아들였습니다. 그리고 이 사건 자체의 가해자는 아니지만 그 과정에서 뭔가 구린 부분들이 보였던 다른 주변인들의 모습도 어찌보면 씁쓸한 구경거리로 남았구요. 마지막 장면까지 보고나면 이 피해자는 참 앞으로 어쩌나 싶습니다. 전문가에게 상담 등 아주 장기적으로 치료를 받아도 평생 지우지 못할 트라우마로 남을 것 같아서... 


실화 범죄물 좋아하는 분들이 보시면 시간낭비는 안하실 것 같습니다. 거듭 강조하지만 워낙 진상이 충격적이고 뒷맛이 좀 찝찝한 부분이 있으니 유의하시구요.

    • 범죄 관련 다큐는 본 적이 없는 것 같은데...(아마 영화 폭스캐처에 나온 듀폰이나 존 레논 살인범인 채프먼 정도) 이 글을 읽으니 이건 꼭 봐야겠다는 생각이 드는군요. 잘 읽었습니디.
      • 참 안타까운 사건들이긴 한데 어쨌든 저는 구경꾼 입장에서 일종의 재미를 느끼는 건 어쩔 수 없더군요. 기분이 좀 거시기 하지만...




        넷플에서 볼 수 있는 실화 다큐 중에서 '데이트 앱: 당신을 노린다', '파이어: 꿈의 축제에서 악몽의 사기극으로' 등도 추천합니다.

    • 제 성향상 안 볼 것 같지만 범인이 누군지 너무 궁금하게 적어 놓으셔서 검색을 해봤다지요.


      허허 그것 참... 세상은 요지경! ㅋㅋㅋ 역시 픽션은 현실을 이길 수가 없어요... 하하.

      • 역시 그렇죠? 하하.. 이게 허구의 영화였으면 오로지 충격효과를 주기위한 개연성 없는 반전장치라고 까였겠죠. ㅋ

    • 전 범인의 정체보다 다큐 형식이 더 놀라웠어요. 범죄자가 얼굴을 공개하고 아무렇지도 않게 인터뷰를 한다는 게 충격이었어요. 재연 배우도 아니고 실제 인물이... ㄷㄷ 그리고 가해자가 피해자를 위로하는 모습에 한 번 더 경악했고요. 변명 늘어놓는 부분은 듣기 싫어서 스킵했네요. 

      • 제작진이야 정체가 밝혀지기 전까지 시청자들을 속이기 위한 트릭으로 했지만 그걸 동의한 게 놀라운데 또 생각해보면 놀랍지도 않아요. 범인이 관심을 추구하는 극단적인 유형으로 보이죠.

    • 어제 밤에 보고 잠을 이룰 수가 없었습니다. 도대체 어떤 인생을 살면 가해자같은 인물이 되는 건가 싶어서. 로린은 범죄학을 대학 가서 공부한다던데 가해자의 실체를 똑똑히 알게 되면 좋겠다고 생각했지만... 이미 벌어진 피해는 어떡하나 싶고.


      자아 탐구를 열심히 하면서 늙어야 공포의 늙은이가 안되겠다는 때 아닌 다짐을 하고 있습니다.

      • 성장과정에서 어떤 일들을 겪었는지 정확히는 알 수 없지만 본인이 얘기하는 한 사건은 안타깝긴 하지만 그게 이런 일들을 저지를 핑계는 아닌 것 같고 만약 거짓말로 꾸며냈다면 생각보다 더 최악의 인간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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