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플릭스바낭] 좋을 뻔 했던, '두 개의 무덤' 잡담입니다

 - 며칠 전에 올라왔구요. 에피소드 세 개 짜리 초미니 리미티드 시리즈입니다. 편당 시간은 50여분 정도. 스포일러는 매우 간단하게 결말만 흰 글자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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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스터는 꽤 폼이 납니다만, 이런 장면은 안 나옵니다. 홍보용 사진! ㅋㅋㅋ)



 - 스페인 안달루시아 지방 어딘가의 바닷가 소도시. 그리고 그 변두리 저택에 사는 칠순 노인 실비아씨에겐 고등학생 손녀 베로니카가 삶의 보람이자 즐거움입니다. 똑똑하고 예쁘고 성격 살갑고 뭐 더할 나위가 없죠. 그리고 마을 축제의 날, 이 어여쁜 손녀가 친구 마르타와 함께 실종되고. 대대적인 수색 끝에 바다에서 성폭행, 살해 당한 마르타의 시신이 발견되지만 베로니카의 행적은 알 수 없는 가운데 2년이 흘러요. 결국 경찰도 수사 중단을 선언하고 손을 떼자 실비아는 어차피 살 날도 얼마 안 남은 몸, 무서울 것도 없으니 무슨 수를 써서라도 어떻게든 내 손녀를, 혹은 손녀의 시신이라도 꼭 찾아내고야 말겠다! 고 다짐하고 곧바로 행동에 나서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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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로니카를 찾아라! 아니면 살인범이라도 찾자!! 라는 내용인데... 제가 엉뚱하게 감탄한 것은 화장의 괴력이었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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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측이 위의 사진과 동일 인물, 베로니카거든요. 누군지 못 알아봐서 이름 불릴 때까지 이 사람은 누구야... 하고 있었습니다. ㅋㅋ)



 - 어제 제가 뻘글을 올리지 않았던 이유 : 이 글을 사진까지 첨부해서 다 적어 놓고 한 방에 날렸습니다. 우핫핫하... 그래서 의욕을 상실하고 게임 좀 하다가 자 버렸죠.

 그리고 하루 사이에 그 집 나간 의욕이 돌아오지 않은 관계로 이번 글은 매우 짧습니다. ㅋㅋㅋ 정말로 짧을 거에요. 믿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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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인공 실비아. 캐릭터도 좋고 캐스팅도 좋습니다만. 되게 멋질 수 있었던 걸 '좋을 뻔 했네'로 만들어 버린 각본이...)



 - 컨셉은 좋습니다. 칠순 노파가 탐정 겸 복수자이니 보통의 아마추어 탐정, 복수극과는 살짝 다른 이야기를 넣을 수 있겠죠. 둘이 사라져서 하나만 시신으로 발견되었다는 설정도 떡밥 솔솔 던져 가며 보는 사람의 호기심을 꾸준히 자극하기 좋겠구요. 동네 사람들 다 알고 지내는 소도시라는 배경도 이런저런 갈등과 드라마 만들어 넣기 좋구요. 사실 이런 '실종된/살해 당한 소녀' 이야기가 서구권 드라마나 영화들에 굉장히 단골로 자주 나오는 편이라 식상한 느낌이 있는데. 나름 이런저런 디테일들을 넣어서 그런 식상함을 줄이기 위해 노력한 티가 나는 이야기입니다. 그런 측면에선 좋게 봐 줄 구석이 있었어요.


 다만... 그렇게 열심히 챙겨 넣은 차별화 요소들, 디테일들이 다 너무 쉽게 지나가 버립니다. 충분히 숙성되고 발전되는 게 아니라 그냥 슥슥 던져지고선 곧바로 치워져 버리는 느낌이랄까요. 그리고 그렇게 스쳐가버린 디테일들을 제외하고 나면 이 이야기에는 특별히 인상적인 부분이 없어요. 스릴이 넘치는 것도 아니고, 남다르게 강렬한 캐릭터나 드라마가 있는 것도 아니고, 사건의 진상도 금방 대략은 눈치 챌 수 있을만큼 뻔하구요. 특별히 나쁘진 않은데, 특별히 좋은 부분도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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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소녀 실종/살해 사건 류 드라마엔 빠질 수 없는 장례식 장면. 마구 달려들어 민폐 끼치는 언론 묘사도 마찬가지구요.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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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겨진 자들의 아픔과 고통... 같은 부분도 나름 성의 있게 잘 다뤄지지만 역시나 이야기가 잘 살려 내지 못해서 그만.)



 - 애초에 에피소드 세 개 밖에 안 되는 짧은 이야기니까요. 캐릭터나 드라마를 충분히 키워나갈 여유가 부족했을 거라는 건 이해하지만, 그럼 애초에 이야기를 이렇게 쓰질 말았어야... ㅋㅋㅋ 보다 보면 대략 평범한 드라마 한 시즌 분량의 이야기를 절반 정도로 편집해서 보는 것 같은 기분이 들어요. 그리고 그 와중에 1화는 또 아주 차근차근 이야기를 풀어 나가거든요. 그러다 2화부터 갑자기 이야기가 우다다다 달리니까 페이스 조절도 안 되고. 이야기는 설 익은 느낌이고... 뭐 그랬습니다. 


 그리고 이런 부분이 진짜로 아쉬웠던 건 결말을 보면서였죠. 왜냐면 결말은 썩 괜찮거든요. 이치에도 맞고 운명의 xx맞은 장난 같은 씁쓸한 뉘앙스도 좋고 장면 연출이나 배우들 연기도 좋아요. 근데 이런 괜찮은 결말을 잘 살려 줄 빌드업이 없으니 역시나 그냥 아쉽습니다. 아 이거 드라마를 좀 잘 만들었음 감동 받았을 것 같은데? 근데 이게 뭐임!!! 같은 기분이.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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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주의 한을 풀겠다! 고 달려드는 할머니의 집착... 은 그래도 괜찮게 다뤄진 편이었구요. 다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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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훨씬 '진짜 같고' 진지하게 몰입할 수 있게 만들 수 있었던 이야기를 너무 건성으로 만들어 버린 감이 있습니다. 아쉽!)



 - 그래서 결론적으로 비추천입니다.

 했던 말 또 하고 있지만 아쉬워요. 좀 더 느긋하게 이야기를 풀어 나갈 여유가 있었다면 훨씬 좋았을 텐데. 상당히 괜찮은 이야기로 보이는 아이디어와 장면들이 적잖이 눈에 띄지만 그것들이 다 그냥 낭비 되어 버렸고 최종적으로 제가 보게 된 것은 그저 흔한 넷플릭스 양산형 스릴러 한 편... 뭐 그랬습니다. ㅋㅋ

 뭐 다 해 봐야 좀 긴 영화 한 편 정도 밖에 안 되고, 막 재미가 없는 건 아니었으니 저는 그럭저럭 봤습니다만. 굳이 챙겨 보시라고 추천은 안 하는 걸로. ㅋㅋㅋ 끝입니다. 




 + 제목의 의미는 '복수를 하려거든 우선 두 개의 무덤을 파라. 하나는 적의 것, 다른 하나는 너의 것' 이라는 인터넷 명언... 의 인용이고 영화가 끝난 후에 자막으로 떠요. 여기엔 공자가 한 말이라고 적혀 있는데, 정작 공자는 저런 말을 남긴 적이 없다네요. 뭔데... ㅋㅋㅋㅋ



 ++ 스포일러 구간입니다. 초간단 요약!


 그래서 직접 탐문에 나선 실비아는 모든 것이 막다른 길에 도달해 포기하려던 순간에 기적적으로 단서 하나를 포착하는데, 그 과정에서 본의 아니게 사람 하나를 죽여 버립니다(...) 그리고 어쩔 수 없이 불법적이고 위험한 일을 맡아 줄 사람, 죽어서 발견된 베로니카의 친구 마르타의 아빠를 찾아가 포섭하죠. 이 사람 조폭이거든요.

 그리하여 둘은 진실을 찾아 헤매며 '관련자이긴 하나 실종 및 죽음과는 관련 없는 사람' 하나를 또 죽게 만들구요. 하지만 어쨌거나 사건의 진실과 베로니카의 행방을 알려 줄 마지막 증인, 현장에 있었다는 제 3의 여학생을 특정하는 데 성공해요. 그래서 다음 날 함께 그 녀석을 찾아가기로 했는데... 그 날 언니의 죽음이 끼친 영향으로 멘탈도 맛이 가고 인생도 맛이 가 버린 베로니카의 동생이 자살 기도를 하고. 헐레벌떡 찾아간 그 자리에서 애들 아빠, 그러니까 실비아의 아들이 폭탄 선언을 합니다. 베로니카는 살아 있어. 죽지 않았다고!


 둘이 실종된 그 날 둘이 찾아갔던 매우 부적절한 파티 자리에서 마르타는 성폭행을 당했고. 경찰에 신고하려 하는데 베로니카가 뜯어 말립니다. 자기 때문에 마르타가 이 파티에 참석한 거라 일이 커지는 게 두려웠던 거죠. 그래서 둘이 언쟁을 벌이다 몸싸움까지 벌어졌고. 이때 베로니카에게 밀쳐진 마르타가 쓰러지며 돌 의자에 머리를 부딪히고 죽었어요. 엉엉 울며 집에 돌아와 아빠에게 이 사실을 털어 놓으며 경찰서에 가자고 하자 '걔 아빠는 조폭이야! 넌 살해 당할 거야!!' 라며 아빠가 베로니카를 해외로 도피 시키고 마르타의 시신을 바다에 내다 버렸던 거죠. 결국 범인은 베로니카였고, 멀쩡히 살아서 숨어 지내고 있다는 것.


 이 이야기를 들은 실비아는 어째서 진작에 말을 안 했어! 내가 지난 2년간 얼마나 지옥 같은 고통을 받으며 살았는데!! 내가 도움을 줄 수 있었잖아! 라며 아들에게 화를 내는데요.

 아들은 싸늘하게 엄마에게 도움을 받아요? 내가 15살 때 자기 혼자 자유롭게 살고 싶다며 집 나가 수십 년을 안 돌아왔던 사람에게? 지금 여기 살고 있는 것도 그냥 이제 죽을 때 다 돼서 이쁜 손주 구경이나 하려고 와 있는 거잖아요. 그나마도 베로니카만 예뻐하면서 남은 우리들에게 신경이나 썼음? 다 지우고 살아 보려는 우리에게 당신이 얼마나 고통을 줬는지 알기는 함??? 이라고 받아 치고. 아들 말이 틀린 게 하나도 없다는 걸 깨달은 실비아는 입을 다뭅니다.


 사정이 이러하니 마르타 아빠가 증인을 만나면 베로니카는 멸망입니다. 그래서 실비아는 경찰에 마르타 아빠를 (둘이 함께 저지른) 살인 사건의 범인으로 신고해서 발을 묶은 뒤 먼저 달려가서 증인을 만나요. 그러고서 베로니카를 살리기 위해 얘를 죽여 버리려고 하는데, 그 순간 그 자리에 베로니카가 나타납니다. 아빠는 해외로 보내 놨지만 베로니카는 몰래 돌아와서 증인과 함께 살고 있었던 거죠. 왜냐면 둘은 사랑하는 사이였으니까요.


 이 모든 걸 알게 된 실비아는 둘을 숨겨 두고서 증거가 없어서 금방 석방된 마르타 아빠를 찾아갑니다. 내가 증인을 찾아서 숨겨놨다며, 거기로 데려다 주겠다며 둘이 차를 몰고 어딘가로 달리는데요. 인적 없는 해변 고속도로를 달리며 실비아는 진실을 털어 놓습니다. 일이 이렇게 된 거다. 우리 여기에서 그만 멈추지 않을래? 하지만 마르타 아빠는 눈물을 흘리며 울부짖습니다. 나는 이제 간신히 다 내려 놓고 잊으려고 하고 있었다고. 그런 나를 찾아와 지금 같은 일을 벌인 건 당신인데 지금 여기에서 나더러 멈추라고? 난 절대 멈출 수 없어. 끝장을 볼 때 까진!!


 이 말을 들은 실비아는 체념한 표정으로 엑셀을 밟고. 절벽으로 차를 몰아 수십 미터 아래의 바다로 떨어집니다. 둘이 탄 차는 예쁘게 바닷 속 바닥에 착지하고, 피 흘리며 죽은 마르타 아빠와 곱게 자리에 앉아 '그래도 이제 자식 손주들에게 빚은 갚았구나'라는 듯한 평온한 표정으로 세상을 떠난 실비아의 모습을 보여주며 엔딩입니다.

    • 리미티드 시리즈라고 해서 옹!했었는데 범죄물이라 볼까말까 하고 있었던 거네요. 로이님 글 보니 안 보길 다행이고ㅎㅎ 별로였다니 제가 다 아쉽습니다.

      요즘 넷플에 볼 거 진짜 없죠;; 공개 예정작들 중에 시리즈들이 좀 있던데 괜찮은 것 좀 올라왔으면 좋겠어요.
      • 그래도 말이 시리즈이지 영화 한 편 분량이라서 나쁘진 않았어요. 굳이 추천할만한 생각까진 들지 않는다... 라는 것 뿐이죠. ㅋㅋ


        넷플릭스야 늘 언제나 시리즈는 계속 많이 올라오지만, 덕택에 '잘 만든 작품이란 건 생각보다도 더 귀하다'라는 진리를 늘 깨닫습니다. 어쩜 이리 타율이 낮을까요... 그리고 어쩜 이리 다들 비슷비슷한 걸까요. orz

    • 라틴계 직장 동료가 지난 주말에 봤는데 재미있다고 추천해 주어서 찜해놓고 보진 않았는데 로이배티님 글 읽고 아무래도 스킵해야 할듯 ㅎㅎ.
      근데 어떻게 봤냐고 물어보면 약간 난감할듯 ㅎㅎ
      • 주로 아쉬운 점 위주로 적어서 그렇지 걍 나쁘지 않은 스릴러 무비인데 상영 시간이 좀 길다... 라고 생각하며 보면 나쁜 작품까진 아닙니다. ㅋㅋ 비슷한 소재 다룬 넷플릭스 드라마들을 많이 보지 않았다면 더 재밌게 볼 수도 있겠구요. 저는 한때 이런 드라마들을 좀 많이 몰아본 적이 있어서 그 후론 거의 시큰둥해져버렸어요. 하하;

    • 할머니의 손녀에 대한 집착 때문에 가족과 주변인들을 불행하게 만들고 죽게 만들고... 중간부터는 거의 1.5배속으로 봤어요. 


      친구 아빠는 왜 끌어들여서 생사람을 저승길 동반자로 삼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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