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잡담] 한국 아파트 단지 현실공포 '노이즈'
아파트에 혼자 살고있는 것으로 보이는 한 여성이 천장에 방음재를 붙이고 있는 장면으로 시작합니다. 그간 층간소음에 어지간히 시달렸는지 얼굴만 봐도 멘탈이 많이 나간 상태이고 천장에는 이미 빼곡하게 방음재들이 붙어있어요. 반격한다고 지팡이로 벽을 마구 치기도 하고 반드시 증거를 잡겠다고 캠코더로 녹화를 하는 등 난리가 아닌데 갑자기 초인종이 울려서 인터폰을 받아보니 기이한 여자 웃음소리가 들리면서 다시 층간소음이 시작되자 더이상 못참겠다며 문을 박차고 나갑니다.
장면이 전환되고 공장에서 일하면서 기숙사에서 살고있는 여성이 등장하는데 바로 이선빈이 연기하는 주인공이고 방금 전에 나왔던 여성은 그녀의 동생이었어요. 며칠간 연락이 되지 않아서 실종된 것으로 보인다는 전화를 받고 동생을 찾기위해 오프닝 씬의 아파트로 오면서 본격적으로 영화가 시작됩니다. 이후로는 엔딩까지 거의 아파트 내부에서만 진행되는 이야기에요.
대놓고 소음이라는 제목과 오프닝 씬에서 바로 알 수 있듯이 아파트 같은 공동주택에서 생활하는 인구가 많은 우리나라에서 가장 일상적이면서도 민감한 문제라고 할 수 있는 층간소음을 주요소재로 다룬 공포물입니다. 누가 이 소음의 진정한 원인인지 추리하는 과정에서 서로 의심하고 얼굴 붉히고 언성을 높이면서 '이웃사촌'은 커녕 서로에게 너무나도 불편한 존재가 되는 오늘날의 이웃들간의 문제를 호러라는 장르에 정말 적절하게 잘 섞었다는 느낌입니다. 언성만 높이면 다행이지 이 문제 때문에 폭력에 유혈사태까지 벌어졌다는 뉴스를 심심치 않게 접할 수 있는 한국에서 그만큼 더 무섭게 와닿는 것들이 있습니다. 여기에 실종사건이 바깥에 소문이 나면 '집값'이 떨어질까봐 걱정해서 파헤치고 다니는 주인공을 언짢게 보는 주민들 등의 한국현실에 맞는 다른 문제도 자연스레 이어지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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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반부의 진정한 공포를 담당하는 캐릭터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결국 막판에 밝혀지는 진상에 도달하는 과정의 미스테리와 서스펜스도 잘 유지되고 있고 층간소음이라는 소재를 끝까지 유기적으로(?) 연결되도록 구성한 각본에도 장르물과 사회적 문제제기 양면에서 높은 점수를 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그리고 소음이 주요소재인만큼 사운드 디자인에 공을 많이 들인 티가 나는데 거기다 주인공의 어떤 사정 때문에 더 강조되는 부분이기도 하고 작중 시종일관 공포와 긴장감을 유지하는데 이 사운드가 큰 역할을 하기도 합니다. 제대로 된 다중채널 사운드를 제공하지 않는 국내 VOD의 허접함에 또 한숨을 쉬게 만드네요. 극장에서 봤다면 모르지만...
단점은 주인공을 제외하고는 다소 1차원에 가까운 나머지 조연 캐릭터들이라던가 나름 핑계를 대고 설명을 추가하긴 하지만 그래도 완전하게 납득하기 어려운 경찰 등 외부개입이 적극적이지 않은 문제, 던져놨다가 그냥 버려지는 떡밥이나 사이드 플롯 등이 아쉬운 부분입니다. 개인적으로 저는 괜찮았지만 전반부의 현실 호러에서 후반부는 다소 초현실 호러에 가깝게 전환되는데 여기서 관객들 호불호가 좀 갈리는 편이더군요.
어쨌든 극을 이끌어가는 이선빈의 연기는 안정적이고 헐겁게 쓰인 캐릭터와는 별개로 조연분들도 제몫을 탄탄히 해주고 계십니다. 이선빈이 딱히 주연으로 흥행파워가 있는 배우도 아니고 저도 개봉 후에나 제목을 들어봤을 정도로 딱히 기대치가 높은 작품은 아니엇는데 그럼에도 손익분기점이 낮긴 했지만 어쨌든 올해 수익을 낸 몇 안되는 국내 상업영화 중 하나라는 건 그만큼 재미에서 인정을 받았다고 할 수 있는 부분입니다.
저는 U+tv에 올라와 있어서 봤는데 다른 곳에서는 개별구매로 봐야합니다. 나름 흥행작이어서 그런지 가격이 조금 쎄네요. 요새는 스트리밍에 올라와있지 않은 영화들만 추천하는 것 같아서 죄송합니다(?) ㅋㅋ
다행히 층간소음 피해 혹은 갈등을 거의 겪어보지 못하고 살아왔는데
전해 들은 층간소음 피해사례중 가장 섬뜩했던게 미상의 둔기로 벽체를 쿵쿵 치는 소음이라고
오래된 작은 평형의 연립주택에서 옆집이나 윗집의 생활소음 (어린이들 뛰어 다니거나 볼륨 키운 티브이 소리 같은게 아니라) 즉, 물내리는 소리만 나도
쿵쿵 거리는 소음으로 여러 가구에 광역 피해를 주는 사례…. 관리사무소도 여러번 호출되고 경찰도 여러번 다녀가고 범인은 짐작이 가지만
적반하장으로 지랄을 하며 자기도 막 경찰 부르고
뭐 무슨 사연인지 의심을 받던 그 집이 결국 아사를 갔는데 그 뒤로 평화가 ….
가까운 지인에게 그 이야기를 들으며 세상은 넓고 미친 새끼들은 참 많구나 새삼 느끼게 되었는데
가끔 뉴스에 나오는 층간소음으로 칼부림 나고 그런군 아에 현실감이 안나서 별 느낌이 없었는데 말이죠
아…그래서 뭔 말이냐면, 이 영화 정말 무서울거 같아서 못볼거 같습니다 ㅎ
저도 그런 비슷비슷한 괴담(?)들 많이 건너 건너 전해들었습니다. 저도 아직까진 살면서 심하게 갈등이 생길 정도로 겪어보진 못했어요.
이게 참 한 번 신경쓰이기 시작하면 온 신경이 곤두서고 삶의 질 자체가 떨어진다고 하더라구요. 절대 있어선 안되는 일이지만 그런 칼부림 같은 사태가 나오는 것도 참 당연한 세상에 살고 있다는 생각도 들어요. 전반부는 정말 그런 현실적인 공포감이 피부로 전해집니다.
특히 후반부가 좀 그렇죠. 최소한 작품 내에서는 일관성이 있어야 하는데 좀 이런 아파트를 배경으로 했던 한국 공포영화들 놀래키는 장치들 선물세트 같은 느낌이기도 했어요.
아마도 '도어락' 과 비슷한 의도로 만들어진 영화가 아닐까 싶은데 그래도 유명한 원작이 있던 '도어락'에 비해 평가도 반응도 애매... 하지만 그래도 재미 없는 영화는 아니라는 평가들이 많아서 관심만 갖고 있었죠. 덕택에 글 잘 읽었구요.
비슷한 소재 다룬 호러들이 여럿 (장편으로도, 앤솔로지 단편으로도) 나왔는데 다 흥행이 망하든 평이 망하든 하던 중에 유일한 생존자라고 알고 있습니다. ㅋㅋ 아직 보지는 못했지만 이 정도면 그래도 호평하신 것 같아서 관심이 살짝 강해집니다. 하하.
'도어락'은 제목만 들어봤어요. 이 영화는 만듦새가 울퉁불퉁하고 아주 유려하다고 말하긴 어렵지만 그래도 이런 공간에서 소음으로 인해 생기는 고통과 괴로움을 장르물로 잘 녹여냈다는 점, 어쨌든 재미는 있다는 점은 칭찬할만 합니다.
한국에서 아파트라는 장소가 유독 영화 소재로 잘 쓰이는 것도 같아요. 언급하신 도어락이나 이 영화 같은 장르물도 있고 한국인들의 아파트에 대한 근원적인(?) 욕망을 블록버스터로 확대한 '콘크리트 유토피아'가 있었고 완전 리얼리즘으로 풀어낸 김선영 배우 주연의 '드림팰리스' 등이 생각납니다.
어떤 작품은 흥행이 잘됐어도 극장 상영 끝나면 생각보다 빨리 넷플에 올라오기도 하고 뭐 결국 배급사 어른들의 사정이겠죠. 저는 그냥 IPTV로 봐서 관대하게 평했는지도 모르겠네요. ㅋㅋ 나중에 가격 좀 내리면 보세요.
그 포스터가 따로 사진을 올린 류경수가 연기하는 캐릭터랑 연관이 있는데 진짜 무섭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