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바낭] 올 상반기 최대 화제작이었던, '클레르 옵스퀴르: 33원정대' 잡담입니다

 - 언제나 그렇듯 게임 잡담은 트레일러와 함께.




 - 아무도 관심 없던 신생 개발사의 게임으로 극찬을 받으며 올해 상반기에 깜짝 화제를 일으켰던 작품입니다. '올해의 게임' 유력 후보로 거론되고 있는데 방금 나온 '할로우 나이트: 실크송'이 언론들의 칭찬 릴레이에도 불구하고 유저들에게 좀 애매한 평을 받고 있는 걸 생각하면 정말 그런 결과를 받을 수 있을지두요.


 간단한 설명을 위해 인상이 비슷한 게임을 고르자면 '파이널 판타지'와 가장 비슷한 느낌이었네요. 프랑스 맛 파이널 판타지랄까요. 파티 구성이나 멤버들 역할, 스킬 같은 부분도 그렇고 게임 시스템이나 이야기의 성격 같은 것도 예전 파이널 판타지 게임들 중에 닮은 것들이 좀 있었어요. 하지만 무엇보다도 '턴제'라는 시대에 뒤떨어졌다며 욕 먹는 전투 방식을 고집하면서 어떻게든 사람들 박진감 있게 즐겨 보라고 필사의 머리를 굴리는 부분이 그랬습니다. 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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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략 1900년대 초반의 파리 근교인데 어느 날 영문을 알 수 없게 세상이 다 박살나서 소수의 사람만 살아 남았고. 그냥저냥 정착해서 살고 있는데 갑자기 바다 건너편에 거대 마녀가 나타나서 숫자를 그리면 그 숫자보다 나이 많은 사람들이 다 죽어 버리고. 근데 매년 그 숫자가 1씩 줄어들고. 그래서 사람들이 이걸 어떻게 해보자고 원정대를 보내는데 99부터 시작한 카운트 다운이 어느새 33까지 왔고. 그래서 32세들이 원정대를 꾸려 우루루 몰려 가는데... 라는 설정으로 시작하는 이야깁니다.)



 - 이 게임의 가장 큰 특징으로 회자되는 건 바로 그 전투. 그러니까 패링으로 시작해서 패링으로 끝나는 전투 시스템이었는데요.


 처음엔 아니 이젠 하다하다 RPG 하면서까지 패링 지옥을 겪어야 하나... 했는데 생각 외로 쉬웠어요. 패링 타이밍이 널럴한 건 아닌데, 이게 실시간 액션 게임이 아니니까요. 내 턴에 회복하면 적은 기다려 주니 약물 먹다가 사망할 일도 없고. 전투에 세 명씩 참가하니 한 놈 죽어도 다른 놈이 살려 주면 되고. 적이 연타 공격을 시전할 땐 반드시 이번에 무슨 기술 들어간다고 자막으로 알려줘서 반응하기도 편하구요. 싸우다 죽으면 곧바로 '재도전할래?'라는 선택지가 뜨고 오케이 하면 이동도 로딩도 필요 없이 그 자리에서 바로 처음부터 재개되니 편안하게 계속 죽으면서 패턴 익히면 되고... 관심은 있는데 패링 지옥이 무서워서 못 하겠다는 분들은 한 번 시도해 보셔도 괜찮을 겁니다. 다크 소울 같은 게임의 패링보단 차라리 리듬 액션 게임에 가까운 시스템이었어요.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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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이 공격할 땐 타이밍 맞춰 패링 해야 하고, 내가 공격할 땐 타이밍 맞춰 기술 효과 올려야 하고. 역시 인생은 타이밍인 거죠.)



 - 그리고 게임이 뭐랄까... 여러모로 되게 심플하고 쉽습니다. RPG라고 하면 뭐 스탯 뭐 올리나 스킬 어느 거 찍나 장비는 어떻게 맞추고 강화는 무엇을 어찌하며 재료는... 등등 고민할 게 많아서 하다 지치는 경우도 많은데 이 게임은 이 모든 걸 정말 극단적으로 단순화 시켜 놓았어요. 방어구란 건 아예 존재하지 않고, 무기 강화를 비롯한 캐릭터 성장용 재료는 분야별 딱 한 가지로 일원화 시켜서 그냥 열심히 주워 먹으면 되구요. 전투도 랜덤 인카운터가 아니라서 돌아다니는 몹 보고 열심히 피해 다니면 대부분 스킵 가능합니다. (대신 레벨업이 안 되겠지만!)


 난이도 조절도 관대해서 그냥 아무 고민 없이 쭉쭉 스토리만 밀며 플레이 해도 스토리 엔딩 보는 덴 아무 지장이 없구요. 앞서 말한 쉬운 패링 덕분에 한 번 적응하고 나면 게임 난이도가 훅 내려가서... 저 같은 경우엔 무기 업그레이드와 '루미나'라 불리는 보조 스킬 습득 시스템을 마지막 보스에게 처참하게 깨진 후에야 처음 건드려봤습니다. ㅋㅋㅋ 이걸 뭘 어쩌라는 건데? 하고 인터넷 글 몇 개 읽어 보고 대충 따라했더니 그 난공불락이었던 보스가 갑자기 한 방에 클리어 되고... 이래서 사람은 뭘 하든 머리를 쓰며 살아야 하는 겁니다. ㅠㅜ


 하지만 어쨌거나 패링은 해야 하니까. ㅋㅋㅋ 패링 안 하면 보스급들은 이길 수가 없게 만들어 놓은 게임이니까. 게임이 종반으로 접어 들면 이것 때문에 쉴 틈이 없어져서 좀 피로감이 들긴 했지만요. 그래봤자 어쨌든 어려운 게임도 아니고 머리 많이 쓸 필요도 없고 참 상냥한 게임이었다는 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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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스템은 쉬운데 그걸 참 알아보기 어렵게 만들어 보여주는 UI는 차기작에선 확실히 개선되어야 할 부분... 입니다만 저거 거의 안 읽고도 엔딩 봤다는 거.)



 - 그래픽이 상당히 보기 좋은데요. 이게 총 인원 30명 밖에 안 되는 (그래도 '실크송'의 열 배지만 ㅋㅋ) 작은 규모 제작사의 게임이라 대체 그 인원으로 어떻게 이런 그래픽을 뽑았나... 하는 면도 화제가 되고 그랬죠. 제작진 인터뷰에 따르면 사람 많이 드는 부분은 돈을 좀 쓰더라도 과감하게 외주를 많이 줬다고 하고. 또 반드시 자기들이 바탕부터 다 디자인해서 만들어야 하는 부분들(캐릭터 생김새나 아이템 모양 등)을 제외하곤 최대한 언리얼 게임 엔진에서 기본으로 주어지는 애셋들로 때웠다고 하더군요. 허허. 참 아름다운 세상이지요. 


 기술적인 측면으로도 훌륭하지만 기본적으로 디자인 센스가 좋아요. 배경이 대략 1910년 근방의 프랑스인데, 그때 시절 복식들을 갖고 환타지스런 느낌을 추가하며 열심히 디자인한 의상, 장비, 몬스터들 디자인이 뭔가 통일성 있게 보기 좋고 그래서 그게 그대로 게임의 정체성 같은 게 됩니다. 일본 RPG 느낌이 낭낭하면서도 분명히 프랑스 맛이라서. 자기네 고유성도 찾으면서 잘 된 디자인들이라고 느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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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근데... 의외로 감탄했던 건 이런 부분들보다 스토리였네요. RPG 게임 하면서 이런 스토리를 겪어본 적이 별로 없는데요.

 말하자면 일본 RPG 스토리인 척하며 시작해서는 현대 유럽 다크 환타지 풍으로. 그것도 넷플릭스 같은 데서 인기를 끈 몇몇 드라마들처럼 반전의 반전을 거듭하면서 점점 더 어두워지는 스타일로 잘 쓴 스토리입니다. 정말 도입부만 좀 넘기면 갑자기 이게 호러 게임인가? 하고 당황을 하게 되구요. 분위기는 그래도 어쨌든 일본식 RPG네... 하고 플레이 하다 보면 중반에 갑자기 되게 의외의 전개가 나오더니 이후부턴 정말 일본 게임에선 절대 겪을 일이 없을 것 같은 방향으로 흘러가서 엔딩도 그렇게 맺어 버려요. ㅋㅋ 최종 보스 클리어 후에 선택지 하나로 두 가지 엔딩 중 하나를 골라 볼 수 있게 되어 있는데. 둘 다 '아니 어쩜 이런 식으로 맺을 생각을 했지 ㅋㅋㅋ' 라는 생각을 하면서 봤는데... 다 보고 나서 생각해 보면 그게 참 논리적이면서 그때까지 끌어간 이야기와 캐릭터에 딱 맞아 떨어져서 훌륭하고. 또 그걸 보고 나서 스토리를 복기 해 보면 정말 게임 내내 떡밥을 와장창창 쏟아 붓고 있었구나... 싶어서 감탄이 나오고 뭐 그랬습니다.


 ...다만 이런 이야기가 이런 형식 게임에 맞나?? 라는 느낌이 좀 있긴 해요. 그래서 스토리 때문에 오히려 실망했다는 사람들도 충분히 이해가 되는데 저 같은 경우엔 워낙 이런 스토리를 좋아해서요. ㅋㅋ


 그리고 뭣보다, 또 쌩뚱맞지만. 대사들이 참 자연스러워서 좋았습니다. 일본 RPG는 말할 것도 없고 서양 RPG들 중에도 보면 캐릭터들 연기나 대사들 같은 게 좀 '게임 대사로군' 이란 느낌으로 양식화 된 면이 있는데요. 이 게임은 캐릭터들 성격도 그렇고 대사들도 그렇고 되게 자연스러운 느낌이에요. 그래서 부담 없이 보면서 스토리에 몰입도 할 수 있고 그랬다는 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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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릭터들 얼굴 모델링부터 옷차림까지, 참으로 '프랑스 게임이구나' 라는 생각이 들게 하는 컨셉도 좋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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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건 설정화입니다만, 암튼 게임의 미적 감각이 꽤 좋습니다. 그래픽 기술력도 중요하지만 근본은 역시 인간의 디자인이라는 거.)



 - 단점도 있습니다. 사실은 많습니다.

 위에서 적은 '쉽고 편한 시스템과 난이도'라는 건 결국 계속 하다 보면 게임이 좀 얄팍하다고 느끼게 되기 쉽다... 라는 얘기도 되구요.

 특히 그 패링 지옥은... ㅋㅋ 스토리 끝낼 때까진 '아 좀 피곤하긴 하네' 정도였는데 잔뜩 쌓여 있는 엔딩 후 컨텐츠들 생각하면 큰 단점이 될 수 있겠죠.

 또 바로 위에 적었듯이 이 게임의 스토리는 좀 극단적입니다. 열광하거나 쌍욕(...)을 하거나... 특히 후반부에 밝혀지는 진상들은 호오가 갈릴 수밖에 없구요. 일부러 엔딩을 봐도 진상을 전부 다 알진 못하게 만들어 놓은 것도 (엔딩 이후에 해 볼 수 있는 퀘스트들에서 설명이 된다네요) 깔끔한 기분은 아니었네요.

 저처럼 일단 스토리만 끝내고 보자... 는 사람들 하기엔 게임 후반부에 난이도 조정도 좀 망한 편이구요. 어느 정도 스킬, 무기를 갖추고 나면 갑자기 캐릭터들이 너무 강해져서 후반 진행이 격하게 쉬워지거든요. 뭐 그렇긴 한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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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단 하단 중앙의 골룸 아저씨가 매우 반갑구요. 좌측 상단은 데어데블님이시더군요. 드라마를 안 봐서 몰랐...)



 - 종합적으로 생각해 보면 충분히 그렇게 화제가 되고 호평을 받을만한 작품이었습니다. 신생 제작사의 깜놀 데뷔작이란 걸 잊고 봐도 그래요.

 과감하게 버릴 건 버리고 딱 핵심 요소들만 남기고 갈고 닦아서 광을 낸 게임이랄까요. 서양식 RPG 즐기는 분들이 좋아할 게임은 전혀 아니겠지만 애초에 정체성이 일본식 RPG이니 단점이라 할 순 없겠고. 일본식 RPG도 종종 재밌게 하는 사람들에겐 그 독특한 시도만으로도 충분히 호평 받을만한 수작이었네요.

 게다가 비주얼 좋고 음악 좋고 스토리도 수작 드라마급 퀄리티에 대사도 좋고 장면 연출도 좋고... 하니 게임 플레이 이외의 측면으로도 거의 칭찬해줄만 했구요.

 그래서 즐겁게 잘 했습니다. 일단 엔딩은 봤으니 맵에 널려 있는 서브 퀘스트, 숨겨진 던젼들 설렁설렁 놀아 보다가 아 이 난이도는 아닌 것 같아... 라는 생각 드는 순간 삭제하고 실크송 하려구요. ㅋㅋ 그러합니다. 기대보다 즐거운 40시간이었어요.




 + 엔드 크레딧이 올라갈 때 가장 먼저 나오는 이름이 한국 사람들 이름이어서, 근데 그게 한글로 적혀 있어서 당황했습니다. ㅋㅋ 외주 업체 직원들이던데... 암튼 센스에 당황했어요. [한글 이름 - 영어 이름] 이렇게 표기했더라구요.



 ++ 게임 제목부터 캐릭터들 이름, 극중 환타지 용어들까지 온통 다 미술 용어들을 활용하는데요. 애초에 타도 대상인 바다 건너 마녀가 그림 그리는 마녀라서 별명이 '페인트리스'이기도 하고. 끝까지 보고 나면 이놈들 참 많이도 생각해서 컨셉 빡세게 잡았구나... 라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ㅋㅋ

    • 드디어 해보셨군요!


      진짜 스토리, 음악, 미술, 전투 흠잡을거 없는 게임이었습니다 (유일한 단점이라면 미니게임?ㅋ 저는 패스했슴다 ㅠ)


      사이드 퀘스트도 스토리랑 연관된게 많아 꼭 다 훑어보십쇼(특히 마엘, 클레아 부분)


      저는 히든보스에 3일 썼답니다 ㅠㅠ 그래도 재미있어요

      • 미니 게임은 정말 뭐랄까... 미니 게임을 정말로 따로 만든 게 아니라 게임 속 컨트롤을 그대로 활용해서 만들어 놓은지라 재미도 없는데 난이도를 괴랄맞고. 일단 눈에 띄는 미니 게임들은 다 하면서 진행하긴 했는데 '뭐 이런 걸 굳이...' 라는 생각이 들긴 했습니다. ㅋㅋ 말씀대로 그 외엔 다방면으로 참 훌륭했구요.




        그 히든 보스는 검색하다 존재를 알게 되었는데... 설명만 봐선 저 같은 사람은 아예 도전할 엄두도 못 내겠던데 그걸 클리어하셨군요. 대단하십니다!! ㅋㅋㅋ

    • '더 라스트 오브 어스' 이후로 로이배티 님의 게임글을 클릭. 화제작이고 잘 만들어졌다니 솔깃해서 읽게 되네요.


      벽돌 깨기, 블럭맞추기, 단어 연습하기 외에 게임은 안 해 봤고 이런 게임도 평생 할 일 없을 건데 말이죠. 그래도 인생은 장담할 수 없어요. 언젠가 게임하게 되면 참고할게요.ㅎㅎ  

      • thoma님처럼 게임 거의 안 해 본 분들에게도 추천할만한 부류의 게임들이 있긴 한데... 사실 스토리 중심으로 생각한다면 게임 보단 영화, 영화 보단 소설 같은 문학류가 극강인지라 '굳이?' 라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아마 그 '라스트 오브 어스'도 원작 게임을 직접 해보시면 좀 실망하실 거에요.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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