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일리언:어스 1-7 [디즈니 플러스]
해가 쨍쨍한 한낮에 숲의 오솔길을 룰루랄라 걷다가 갑자기 길을 잃는 것은 상상만해도 참 두려운 일입니다.
집에 거의 다 왔다고 생각하던 중 잘못된 길을 가고있다는걸 알아챈거라면 더더욱 공포스럽겠죠.
애초에 길 따위는 없었고 돌아갈 곳도 없었던 것같다는 생각에 이르면 한발짝 옮기는 것도 어려워집니다.
가장 슬픈건 함께 길을 가던 그 수많은 사람중에 마음을 의지할 상대가 한명도 없었다는 겁니다.
다음 주 마지막 한 에피소드를 남긴 이 시리즈를 보는 지금의 심정은 한마디로 혼란스럽습니다.
아직도 이야기가 어떤 전개를 펼칠지, 캐릭터들이 어떤 생각을 하는지, 수많은 미장센과 상징들은 어떤 의미를 가지고 있는지 하나도 모르겠습니다.
사실은 처음부터 여러 카드를 흩뿌리듯 보여주는 플롯전개가 다음회에도 납득할만한 결말같은 건 없이 끝날것을 이제서야 눈치챈거 같습니다.
에일리언이라는 표현은 작품에 등장하는 다섯종의 외계생명체뿐만 아니라 웬디와 같은 하이브리드나 사이보그, 안드로이드들을 통칭하는 표현이겠죠.
그들 모두 아이처럼 순진할 정도로 각자의 본성에만 충실한 존재들이며 그래서 공포스러운 대상이고 사실 나머지 인간들도 마찬가지이긴 합니다.
통제가 안되는 어린이 하이브리드들과 그들을 통제할 의도가 없는 보이 카발리어를 보고 있노라면 차라리 사악한 웨이랜드 유타니가 그리워집니다.
수많은 캐릭터들이 등장하는데 감정이입하기는커녕 시리즈가 끝나가는데도 여전히 이해조차 불가능한 외계인들을 대하는 느낌이 큽니다.
아니, 그 엄청난 수준의 세트와 비주얼에도 불구하고 모든 요소들이 이해할수 없이 이질적으로 와닿는다고 말하는게 더 솔직할것 같습니다.
애초에 미스테리도 아닌 이야기를 눈 가린채 더듬듯 따라가는 방식을 이해할 수도 이해하기도 이젠 싫다는 감정입니다.
한낮에 해변의 풀숲에서 덮쳐오는 제노모프의 이미지를 생각해낸거 하나만큼은 경천동지 혹은 groundbreaking 라고 칭할만 합니다.
외계생명체와 관련된 모든 장면들은 산업안전사고 교육영상으로 써도 손색이 없어 보입니다.
현재까지는 이 악물고 마지막 편을 안보는게 이기는 거라는 생각이 지배적입니다.
지미 키멜을 자른 디즈니를 비난하는 의미로 디플 구독을 취소하는 분위기를 보며 나쁘지 않은 핑계거리를 찾았다고 생각하는 저녁입니다.
있을지 없을지는 모르겠지만 시즌2를 염두한 진행인건 확실해 보입니다.
production values는 진짜 최고입니다. ep5의 세트, 소품, 조명, 촬영은 원작 1편의 공기까지 복각한듯 합니다.
검색해 보니 제작진이 직접 '여러 시즌으로 기획하고 쓰고 있다'고 밝힌 내용이 나옵니다. 그래서 대놓고 마무리 없는 분위기로 달리는 듯 하네요.
'한낮에 해변의 풀숲에서 덮쳐오는 제노모프의 이미지' -> 이거 딱 4편의 엔딩을 보고난 후 한참 동안 제가 기대했던 로망 같은 거였는데요. 그걸 결국 실현해 주었다니 보긴 봐야겠는데... 여러 시즌 가는 거야 어쩔 수 없다 쳐도 적어주신 걸 보면 '일단락' 조차 없이 자비심 없는 클리프 행어가 될 것 같아 그냥 한참 후에 시즌 쌓이고 보는 걸로 하겠습니다. ㅋㅋ 프러덕션 퀄리티가 그렇게 좋다니 내용 좀 난감해도 시리즈에 대한 애정으로 볼만은 할 것 같아요. 하하.
사실 순도 100% 비꼬는 표현이었지만 그 초현실주의적인 비주얼을 감상하는것도 나름 재미가 없지 않을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