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 슈크림빵집이 없어졌습니다.
23년 12월에 우연히 발견한 동네 빵집이었는데 당시 2500원짜리 슈크림빵(카스타드 크림 빵)을 사서 먹었다가 충격을 받았습니다.
작은 빵 안에 카스타드 크림이 가득 채워져있는데 웬만한 프랜차이즈 빵집에서 파는 살짝 거칠거칠한 식감이 아니라 끝까지 부드럽고 바닐라빈 풍미가 가득한 게 정말 맛있더군요.
내가 착각하는 건가 싶어서 그 뒤로 이런저런 빵집 돌면서 슈크림빵을 사서 먹어 봤는데 아니었습니다. 모 백화점 내에 있는 빵집에서 파는 것보다도 맛있었어요. 가격도 더 저렴하구요.
하지만 인터넷에는 글 안 올렸습니다. 왜냐하면... 이미 그 근처 동네 사람들한테 유명해졌는지 늦게 가면 슈크림빵이 없었거든요. 다른 빵도 맛있었지만 아무래도 슈크림빵이 독보적이라 거기 갔을 때 이미 다 팔려서 못사면 억울한 심정이 들더라구요. 그렇게 '나만 아는 맛집'(사실 나만 아는 건 아니지만) 포지션으로 두고 가끔 일찍 가보면 남아있는 슈크림빵을 사서 먹곤 했습니다.
그리고 25년인가 되면서 가격이 2800원이 되었습니다. 그건 괜찮았는데... 바닐라빈 향이 전보다 좀 줄어들었어요. 아쉽게도.
그래도 거기에 비견될만한 슈크림빵은 거의 없었습니다. (사실 한군데 찾긴 했는데... 거긴 마찬가지로 비밀입니다. ㅋㅋㅋ)
한데 요즘들어 빵먹으니 살이 자꾸 찌는 것 같아서 한동안 안 갔습니다. 그러다 간만에 생각나서 지난 주엔가 가봤는데 제목에 썼다시피 없어졌더군요. ㅠㅠ
빵집이 없어진 건 아닌데, 다른 빵집으로 바뀌어있었습니다. 거기도 슈크림빵이 있길래 사봤지만 가격은 비쌌고, 빵도 훨씬 커서 먹기 부담스럽더군요. 맛이 없진 않았지만 제가 좋아했던 그 맛은 아니었고요.
빵이 안 팔려서 그만둔 건 아닌 것 같아요. 갈 때면 항상 사람이 있었고 늦게 가면 빵이 얼마 없는 등 장사는 제법 잘 되는 편이었거든요. 아마 요즘 원재료 가격이 계속 오르면서 장사하기 힘들어진 와중에 권리금 받고 넘길 기회가 오니 그렇게 EXIT하신 걸로 보입니다.
제 입맛에 맞는 짜장면, 탕수육, 우동을 팔던 대체 불가한 동네 중국집이 없어졌을 때도 슬펐는데 알던 맛집 없어지면 그렇게 참 아쉬움으로 다가오는 것 같습니다.
여담이지만 국내에 신 해외문물이 들어오면 한번은 먹어봐야 하는 이유! 언제 없어질 지 모릅니다! 그렇게 없어지면 결국 해외 가서야만 먹을 수 있어요. 그러고보니 르타오 케이크도 없어졌을 때 참 아쉬웠죠.
이상하게 빵 속에 들어가면 훨씬 더 맛있어지죠. 슈크림, 단팥, 초코크림.. 숟가락으로 퍼먹으면 많이 못 먹는데, 빵 속에 넣어 먹으면 무한정... 좋은게 사라져서 안타깝네요..
말씀 읽고보니 정말 그렇네요. 하하... 빵의 신비로군요. 댓글 쓰다보니 판교 현대백화점에서 이즈니 빵집이 생겼다 없어졌던 게 문득 생각이 났습니다. 거기서 파는 초코 슈크림 크로와상도 정말 기가 막힌 맛이었는데 말이죠. ㅠㅠ
슈크림은 슈크림빵도 있지만 계란 반죽으로 만든 얇은 껍질 외피를 두른 슈크림 어릴 때 참 좋아했어요. 요즘은 하는 곳을 못 찾아 못 먹고 있어요.
동네에 잘 하는 빵집이 있다는 것은 축복인데 말이죠. 보이는 건 파리뭐시기 뿐이고.
아, 그 슈크림도 맛있죠. 껍데기는 홈런볼 비슷한데 안에는 슈크림 든 거 맞죠? ㅋㅋ 부산에 있는 이흥용과자점에서 파는 느림보슈크림이 말씀하신 것과 비슷한 디저트(외피는 살짝 다름)인데 서울 강남 신세계에 지점이 있었을 때 가끔 사먹었던 기억이 납니다. 그 빵집도 강남 신세계 리뉴얼 되면서 없어져서 아쉬웠어요. 이젠 부산 가서야 먹을 수 있겠네요.
(어떤 블로그에 남아있는 흔적 ↓)
https://blog.naver.com/mogi_zzing/222266271957
맞아요. 홈런볼처럼 생긴 거요.ㅎ 그런데 옮겨주신 블러그에 이흥용 거는 슈크림이 생크림(우유크림)처럼 보이네요. 바닐라크림이면 노르스름해야 하는데...
위에 링크한 블로그 사진이 화이트밸런스가 좀 안 맞았네요. ㅋㅋ 제가 먹어본 바로는 슈크림 맞습니다.
(참고로 다른 사진 나와있는 블로그 ↓)
https://blog.naver.com/kangji528/221982713849
슈크림이 계란 노른자 함량이 높으면 더 노란색이 진해지고 질감이 거칠거칠 하면서 잘 안 상하고(그래서 대부분 프랜차이즈는 계란 함량 높게 만들고) 우유 함량이 높으면 부드럽지만 쉽게 상해서 차게 보관해야 하는 걸로 알고 있어요. 전 후자 쪽을 보다 좋아합니다.
인생 뭐뭐 까진 아니지만 아주 아끼던 배달 빙수집, 떡볶이집, 순대국 집들이 다 망해 없어지는 걸 보며 내 입맛은 마이너인가봐... 하고 있습니다. ㅋㅋ 근데 정말 주문 수 제일 많고 평점 높은 곳들은 제 기준 거의 별로이고 제 취향에 맞는 건 거의 어중간하게 장사 되는 집들이어서 금방 없어져요. ㅠㅜ
그래도 eltee님 좋아하던 가게 사장님은 망해서 없어진 건 아닌 듯 하다니 그나마 다행이긴 한데... 또 빵집 여실 거면 어디로 옮기는지 안내라도 하고 가시지! 라는 생각이 드네요. ㅋㅋ 아예 빵 장사를 접으셨으려나요.
요즘 원재료 가격이 엄청 올랐다고 들어서 빵값 오른 건 그러려니 해야 할 것 같습니다. 성심당 말고는 싸게 팔기 힘들죠. 슈카월드에서 뭔가 시도하는 것 같았는데 반발이 심해서 접더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