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쩔수가없다' 보고 짧은 후기

지금까지 본 박찬욱 감독의 영화 중에 시각적으로 가장 순했습니다. 

난폭한 장면을 만들 여지가 많았음에도 두루 무난하게 간 거 같아요. 등급과 대중성을 고려한 것인지도요. 아니면 그냥 감독님의 나이로 인한 변화였을까요? 이건 다음 영화가 나와 봐야 알게 되겠네요.

여러 장면에서 웃음을 유발하고 재미있게 보았습니다만 느슨한 산문의 느낌을 받았어요. 왜 이렇게 표현하느냐 하면 임펙트 있는, 도드라진 장면이 있어서 '터트려 주는' 전개가 아니라서 그런 것 같아요. 전체적으로는 재미있으나 확실한 '점' 하나가 안 보이는 듯한. 원작의 전개를 따르며 영화적으로 변환할 때 강렬하게 포인트를 넣기가 힘들었을 거 같긴 합니다.

염혜란, 이성민 커플이 연기면 연기, 재미면 재미, 음악 사용까지 가장 돋보였습니다. 

다른 조연급 인물들은 연기할 여지가 많지 않은 적은 분량이긴 했는데, 캐릭터든 연기든 인상적이라고 하기는 어렵네요. 이점은 박 감독님 이전 영화와 달랐습니다. '헤어질 결심'만 해도 조연들이 분량 상관없이 눈에 확 들어오는 개성을 드러냈었지 않습니까. 이 영화의 조연들 중 희생자 역할들만 말해 보자면 직업정신에서, 개인사에서 크게 변별되는 개성이 없으며 연기에 있어 운신의 폭이 좁아 보입니다. 이병헌의 만수와 사실상 한 뿌리에서 나온 가지들과 같다는 점이 중요하긴 합니다. 그래도 인물들 개성이 평면적인 느낌이 드는 건 아쉬웠어요. 특히 구두 가게에서 일하던 분은 그렇게 평범하게 보내긴 아쉬웠네요.

웃으면서 보는, 암담한 이야기였습니다.    





추가 : 생각해 보니 위에 쓴 '난폭한 장면' 말인데요, 이 영화에서 필요 이상 난폭해선 안 될 거 같아요. 피해자나 가해자나 같은 처지라... 감독님 장기를 발휘하긴 어려웠겠습니다.




 



    • 단점 언급하신 부분이 걸리네요. 뭐 그래도 주역 앙상블이 워낙 화려하니 거기서 만회가 되겠죠. 저도 내일 보러가는데 적당히 기대치 조절할 수 있겠어요. 잘 읽었습니다.

      • 잘 보고 오셨나요... 항상 좋은 부분을 자세히 보시는 편이라 저랑 감상이 좀 다르실지도 모르겠습니다.

        • 저는 킬킬 거리면서 재밌게 봤습니다. 바로 전작인 헤어질 결심이랑 비교할 때 아쉬운 부분들이 꽤 많았지만 애초에 장르나 톤이 완전히 달라서 기대치를 다르게 잡았더니 그냥 너그럽게 봤어요. 염혜란 배우가 너무 멋있었고 손예진 캐릭터 비중이 좀 더 높았으면 했습니다. 




          제가 좋은 부분을 자세히 보는 편인지는 자각하지 못했는데 아마 제가 쓰는 영화 잡담글들에서 그런 경향이 있었던 모양입니다. 하하

    • 전 안 봤습니다만, 보고 온 직장 동료가 '왜 이게 봉준호가 아니고 박찬욱 영화인가 했다'라고 하니까 대충 어떤 느낌으로 본 건지 감이 오는 것 같더라구요. 매우 상식적으로 '아뇨 박찬욱도 이런 거 하고 싶을 수 있는 거잖아요 ㅋㅋ' 라고 대꾸해드렸고 그 분께선 '그래도 어쨌든 재미는 있었으니 너도 가서 보시죠'라고 마무리를... 근데 기대하지 않은 톤과 스타일 말고도 좀 아쉬운 점들이 많은가 봅니다. 쌩뚱맞게 '싸이보그지만 괜찮아'를 다시 보고 싶어지네요... 하하.

      • 영화에 많이 관심 없는 주변 사람들이 봉준호 영화랑 박찬욱 영화를 혼동하더라고요. 다른데 왜 그러지 생각했지만 이번 영화는 정말 봉인지 박인지 혼동할 거 같아요. ㅎㅎ 저도 동료 분과 같아요. 재미는 있었습니다. 약간 아쉬운 정도였습니다.

    • 박찬욱 작품은 늘 재미는 있어요. 그래서 작품을 좋아하냐 하면 그렇다고 대답하긴 또 뭣하단 말이죠. 조연들 개성이 덜 보인다니 아쉽네요, 가서 볼까 말까 하고 있는 중이에요.
      • '헤어질 결심'은 좋아하지만 다른 작품은 저도 그런 편입니다. 감독님 이전 작품에 비하여 조연들 아우라가 약하다는 느낌을 받았지만 이번 영화는 인물 개성이 그리 중요한 작품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고요, 일단 재미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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